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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과 증거구조: 새로운 증거의 명백성 · Volume 28 · Chapter 7 · First edition

얼마나 분명한가

새 증거의 명백성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되는가?

Length
about 2,700 words · 12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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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statutes · 1 deci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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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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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mmary
  2. 7.1재심에서 말하는 명백성
  3. 7.2신규성 옆에 선 명백성
  4. 7.3명백성 판단의 준거
  5. 7.4판단 방법의 문구
  6. 7.5분명함의 높낮이
  7. 7.6이 장이 넘긴 판단 경계
  8.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2005모472가 명백성의 판단 방법으로 든 내용을 판결요지에서 읽고, 명백성이 요구하는 분명함의 높낮이를 정리한다. 재심에서 말하는 명백성이 신규성 옆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밝히고, 판단 준거와 방법의 문구를 차례로 살핀다. 새 증거가 옛 증거들과 함께 놓일 때의 구조 문제와 절차상 효과는 뒤 장에 남긴다.

7.1재심에서 말하는 명백성

신규성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살핀 뒤에는, 남은 물음이 하나 더 있다. 새로 발견된 증거가 얼마만큼 분명해야 재심사유를 이루는지이다. 이 물음에 대한 대법원의 답변은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에 담겨 있다. 그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문언을 두고, 명백성을 신규성과 나란히 둔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판시사항 제3항은, 재심사유로 주장하는 증거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결정에 "증거의 신규성 및 명백성 요건에 대한 심리 또는 판단을 잘못한 위법이 있으나, 위 증거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심결정을 수긍한 사례"로 쟁점을 표시한다. 이 문장은 명백성을 신규성 옆에 둔 별도의 요건으로 다루며, 두 요건 사이의 자리를 이 결정이 어떻게 보는지부터 밝힌다.

쟁점의 자리는 이 결정의 판시사항 나열에서 읽힌다. 같은 결정의 판시사항 제2항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평가하여야 할 기존 증거의 범위"를 따로 물음으로 정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즉 이 결정은 새로 발견된 증거 자체가 얼마만큼 분명한지 그 지표를 세워 두지 않고, 그 증거를 무엇과 함께 평가할 것인가를 쟁점으로 삼는다. 명백성은 새로운 증거만을 놓고 저울질하지 않고, 그 옆에 놓일 기존 증거의 범위와 함께 정해진다.

그 평가의 틀은 같은 결정의 판결이유에서 확인된다.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밝힌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에서 새로 발견된 것으로 말해지는 유전자가 검출된 증거물과, 그 증거물의 혈액형 감정을 놓고, 확정판결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자백과 목격자 진술이 함께 놓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자백과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이 서로 맞물린 자리에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놓일 때, 그 관계가 새로 보이는 한,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는지가 물어진다.

다른 의견이 평가 범위를 더 넓게 보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 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다수의견이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을 함께 보도록 한 데 대하여, 별개의견은 그 제한을 두지 않고 채용된 증거 전부를 함께 보자는 것이다. 이 사례의 자백과 목격자 진술, 혈액형 감정이 어느 범위까지 함께 놓일지는, 이 두 견해의 간격 위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명백성의 별도 정의를 더하는 것은 이 결정이 맡긴 바가 아니다. 판결이유가 밝힌 것은 평가의 틀과 그 틀이 놓이는 자리이며, 남은 판단은 구체적 사안의 몫이다. 새로 발견된 증거가 무엇과 함께 놓이는지를 따라 명백성이 정해진다는 점만이 이 자리에서 남는다.

7.2신규성 옆에 선 명백성

앞 단위가 밝힌 재심사유의 자리를 따라, 이제 두 요건이 서로를 대신할 수 있는지 살필 차례이다.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두 표현을 나란히 놓고 각자의 판단 대상을 따로 묻는다. 헌법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규정한 취지에 반하여 제4심으로서의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이 신규성 논의에 등장하고, 그와 구분되는 자리에서 명백성의 기준이 서술된다.

새로운 증거라는 요건이 무엇을 뜻하는지,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문구는 신규성이 묻는 시점과 대상을 특정할 뿐, 증거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함께 담고 있지 않다.

그 구분은 증거의 신규성을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신규성이 판단하는 것은 그 증거가 언제 누구에게 새로웠는지이지, 그 증거가 유죄를 뒤집기에 충분한지가 아니다.

이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은 이 구분이다. 확정된 유죄를 떠받친 자백,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 혈액형 감정에 맞서,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고 목격자는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이런 나열된 사실들은 법적 평가가 아니라 확정된 유죄의 증거들이 흔들리는지 살필 재료일 뿐이다.

신규성이 다루어진 자리와는 별개로, 명백성이 묻는 것은 다르게 배치된다. 같은 결정의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고 전제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신규성이 다루는 시점과 제출 가능 여부를 명백성의 판단에 그대로 옮겨 쓸 수 없음이 이 전제에서 드러난다.

두 요건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다는 이 틀은, 미정으로 남은 사실들이 어느 요건의 판단 재료인지 가르는 잣대가 된다.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는 새 증거의 신규성 판단에서 흘러나온 쟁점이 아니며,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도 신규성의 문구가 다루는 대상이 아니다. 신규성은 새로 발견된 때를 가리키는 요건으로 남고, 명백성은 다른 자료와 함께 놓고 평가할 대상으로 남는다.

7.3명백성 판단의 준거

신규성과 명백성이 나란히 요구된다고 본 뒤에 남는 질문은, 명백성을 무엇에 비추어 헤아리는가이다. 이 문제에 관해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판결요지는 [2]에서 고려할 기존 증거의 범위를 밝히면서 판단의 준거를 함께 제시한다. 다수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부터 말을 잇는다.

다수의견은 그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를 대하는 자세를 먼저 이렇게 못 박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 이 문장은 명백성을 판단할 때 두 가지 준거를 함께 놓는다. 하나는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거나 모순되는 기존 증거이고, 다른 하나는 확정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개연성이다.

다수의견은 그밖에 다른 준거를 들지 않는다. 확정판결의 정당성에 의심이 생기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도 같은 문장 안에 들어 있다. 확정 유죄는 자백과 목격자 진술, 혈액형 감정에 기대어 있는데,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는지, 어느 것이 그것과 모순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보관한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사실과 목격자가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한다는 사실이 기존 증거와 어떻게 얽히는지 역시 미정이다.

다수의견이 기존 증거의 범위를 넓히지 않은 까닭도 같은 판결요지에 적혀 있다. 만일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명백성 여부를 평가·판단하여야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무죄 등을 인정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치를 가지는 경우에만 재심 개시가 허용되어 재심사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데, 이는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이전과 달라진 증거관계 아래에서 다시 살펴 실체적 진실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의 하나로 정한 재심제도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 설명은 판단의 준거가 새로 발견된 증거 하나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담는다.

별개의견은 그 준거를 넓게 본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 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 별개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이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각 사안에 따라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판단의 준거가 되는 기존 증거를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거나 모순되는 것으로 한정할지에 관해 두 의견이 갈린다.

이 사례에서 명백성을 헤아리는 준거는 결국 새로 발견된 증거와 그 앞에 놓인 확정판결의 증거들 사이의 관계이다.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가 미정인 채로는 어느 기존 증거가 새 증거와 밀접하게 관련되는지, 어느 기존 증거가 그것과 모순되는지조차 가려지지 않는다. 자백이 흔들리는지, 목격자 진술이 흔들리는지, 혈액형 감정이 흔들리는지는 그 관계가 드러나야 비로소 판명된다.

7.4판단 방법의 문구

준거의 범위가 정해진 뒤에는, 그 준거를 어떤 시각으로 살피는지가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2005모472 결정의 다수의견은 명백성의 판단 방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인용은 판단의 순서를 두 단계로 나누어 보여준다. 먼저 새로 발견된 증거를 홀로 놓고 그 가치만 따지는 방식이 배제되고, 확정판결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을 함께 놓고 평가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어 그 합쳐진 평가의 결과가 유죄 판결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넘어서는지를 살피는 단계가 온다.

같은 다수의견은 왜 홀로 놓고 보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지도 밝힌다. "만일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명백성 여부를 평가·판단하여야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무죄 등을 인정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치를 가지는 경우에만 재심 개시가 허용되어 재심사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데, 이는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이전과 달라진 증거관계 아래에서 다시 살펴 실체적 진실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의 하나로 정한 재심제도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판단의 시각을 증거의 고립된 가치에서 달라진 증거관계로 옮기라는 취지가 여기에 담겨 있다.

이 사례에서 무죄를 떠받칠 증거물과 그 감정 결과는 유죄를 떠받친 자백, 목격자의 진술, 혈액형 감정과 나란히 놓고 보아야 할 대상이다. 다수의견이 함께 고려할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증거들이며, 이 범위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는 각 사안에서 정해진다. 목격자가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는 새 말은 당시 진술과 모순되는 내용이고, 검출된 유전자는 혈액형 감정과 마주 보아야 할 자료이다.

다수의견과 달리 함께 고려할 범위를 넓게 본 별개의견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 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견해에서는 자백과 목격자의 진술을 포함하여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 전부가 한 자리에 놓인다.

따라서 판단의 시각은 새 증거의 홀로 선 가치가 아니라, 확정판결의 증거들 가운데 새 증거와 맞닿는 것들을 놓고 보는 관계에 있다. 이 관계 안에서 무엇을 함께 놓을지는 미정이고, 함께 놓인 증거들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도 미정이다. 이 사례의 판단은 그 미정된 자리들이 채워진 뒤에라야 비로소 확정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지에 이른다.

7.5분명함의 높낮이

명백성이 요구하는 분명함을 판단 방법의 시각에서 구분한 뒤에는, 그 분명함 자체가 어느 높이를 요구하는지가 남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문구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로만 되어 있을 뿐, 명백함의 정도를 따로 적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분명함의 높낮이는 법원이 2005모472 결정에서 그 문구에 담은 기준에서 읽어야 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판결요지 [2]는 명백성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 이 기준은 의심이 생기는 정도로는 모자라다는 뜻을 함께 담는다. 의심은 유죄의 정당성을 흔들지만, 명백성은 확정판결을 유지할 수 없는 쪽으로 분명함을 요구한다.

이 기준에서 눈여겨볼 표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라는 문구이고, 다른 하나는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라는 문구이다. 앞의 표현은 의심과 분명함을 낮은 층과 높은 층으로 나누고, 뒤의 표현은 그 높은 층에서 확정판결의 유지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따라 분명함의 높낮이는 새 증거가 유죄를 흔들어 놓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흔들린 뒤에 확정판결을 그대로 두어도 되는지를 함께 묻는다.

이 높낮이가 요구되는 자리는 앞서 읽은 판단 방법의 자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판결요지 [2]는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판결요지 [3]은 그러한 평가의 결과에 따라 "위 증거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원심결정을 수긍한 사례"로 마무리한다. 이에 따르면 분명함의 높낮이는 새 증거를 혼자 놓고 잰 높이가 아니라, 함께 놓인 증거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높이이다.

그리고 판결요지 [2]가 "다시 살펴 실체적 진실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재심사유를 정한 취지를 밝힌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이 표현은 분명함의 높낮이를 낮게 잡지 않는 까닭을 말한다. 낮게 잡으면 재심사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그 취지에 어긋나고, 높게 잡되 유지 가능성의 기준에서 잡아야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므로 분명함의 높낮이는 의심과 유지 가능성 사이에 놓이는 것으로 읽힌다. 20년 전 살인죄로 확정된 유죄에서 자백과 한 사람의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이 증거 구실을 하였다면, 수사기관이 보관한 증거물에서 나온 다른 사람의 유전자는 그 자백과 진술, 감정 사이에 놓여 함께 평가된다. 그 평가가 의심의 수준을 넘어 확정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는지가 분명함의 높낮이로 판단될 자리이다.

판결요지가 분명함의 높낮이에 붙인 말은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와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뿐이다. 이 둘보다 낮거나 높은 임의의 등급, 수치, 원문에 없는 엄격도는 이 기준에 더할 자리가 없다. 따라서 분명함의 높낮이는 앞서 살핀 판단 방법이 놓은 자리에서, 의심을 넘어 유지 가능성까지 묻는 기준으로만 확인된다.

7.6이 장이 넘긴 판단 경계

명백성의 높낮이를 옛 증거 사이에서 가늠하는 일은 그렇다 해도, 판단은 여기서 멈추어야 할 지점이 있다. 새 증거를 옛 증거 사이에 놓는 작업 자체는 지금 다룬 범위를 넘어선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기존 증거를 함께 보아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그 평가의 결과로 무엇이 남는지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문안에 맡긴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재심사유의 하나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적고 있다. 이 문장은 판단의 출발점을 표시할 뿐, 새 증거를 어느 자리에 두어야 하는지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같은 결정은 신규성의 기준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 이 판시는 무엇이 새로 발견된 것인지를 정할 뿐, 그 증거가 옛 증거 사이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지는 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례에서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밝혀지기 전에는 새 증거의 자리를 놓고 말할 수 없다.

명백성의 높낮이와 마찬가지로, 새 증거를 두는 자리도 이 장이 넘긴 경계 밖에 있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평가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 이 사례에서 유전자 검출은 혈액형 감정과, 목격자의 새 말은 그 사람의 옛 진술과 각각 닿아 있다. 다만 어떤 관계가 닿아 있는지, 어느 것이 모순되는지는 밝혀진 사실만으로는 정할 수 없다.

같은 결정의 명백성 기준은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 기준이 두는 경계는 분명하다. 새로 발견된 것이 무엇인지, 옛 증거와 견주어 어느 정도의 분명함이 있는지는 이 장이 밝힐 몫이다.

증거의 구조 문제는 이 장 안으로 끌어오지 않는다. 자백,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이라는 세 기둥이 어떻게 놓여 있는지는 이 사례에서 확정된 유죄를 떠받치는 자리만을 표시할 뿐이다. 각 기둥 자체의 신빙성, 감정의 무결성, 증거물 보관 상태는 이 장이 판단할 몫이 아니다.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절차상의 효과나 확정 손해 같은 논의 역시 이 장 밖에 남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로 적는 데 그쳐, 그 뒤에 어떤 효과가 따라오는지는 적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확정된 유죄가 20년 전에 선고되었다는 사실은 앞서 밝힌 높낮이를 가늠하는 재료일 뿐, 확정 손해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판단이 멈추는 이 지점에서 이 장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옛 증거 사이의 자리를 다음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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