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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과 증거구조: 새로운 증거의 명백성 · Volume 28 · Chapter 2 · First edition

재심 사유의 목록을 읽는 일

제420조는 확정판결을 어떤 사유에서 다시 열어 두고 있는가?

Length
about 2,600 words · 11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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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atutes · 1 deci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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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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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mmary
  2. 2.1재심이유의 틀 읽기
  3. 2.2증거물이 허위인 사유
  4. 2.3진술과 감정의 허위
  5. 2.4새 사실이 주는 사유
  6. 2.5피고인 이익만의 자리
  7. 2.6사유별 요건의 높낮이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제420조의 원문을 호 단위로 읽으며 재심 사유를 늘어놓는 방식과 요건의 높낮이를 살핀다. 증거물과 진술, 감정이 허위인 사유와 새 사실이 주는 사유를 나누어 놓고, 피고인 이익만을 적은 자리의 의미를 짚는다. 각 호의 요건을 실제 사실에 대어 보는 일과 재심 절차의 진행은 뒤 장에 남긴다.

2.1재심이유의 틀 읽기

재심의 틀이 그려졌으니 그 문이 열리는 조건을 놓은 자리로 눈을 옮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재심의 문을 열 사유를 각 호에 나누어 두고 있으므로, 그 나눔의 짜임부터 가만히 들여다본다. 문이 열리는 조건은 이 조의 목록 안에 놓여 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먼저 재심이 열리는 대상과 방향을 못 박고 있다. 조문은 "재심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적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이 한 문장은 목록의 성격을 한정한다.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삼으며,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만 청구된다. 유죄를 더 무겁게 뒤집으려는 목적으로는 이 목록이 사용되지 않는다.

목록은 그 뒤 일곱 개의 호로 이어진다. 첫째 호는 서류와 증거물이 다루어진 사유를 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로 적는다. 이 사유는 증거로 쓰인 서류나 증거물 그 자체가 위조·변조된 것임이 밝혀지는 경우를 겨냥한다. 20년 전 사건에서 보관되어 온 증거물이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증거물이 이 사유가 말하는 서류인지 증거물인지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다. 둘째 호는 증언과 감정 같은 사람의 말을 다룬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로 적는다.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지금 말하는 목격자의 진술이 이 호의 증언에 가까워 보이지만, 그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밝혀지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다. 셋째 호는 무고로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를 따로 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3호는 "무고로 인하여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로 적는다. 여기서는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로 증명되는 것까지 요구된다.

넷째 호부터 끝 호까지는 성격이 다른 사유들이 이어진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로 적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로 적는다. 이 호는 새로 발견된 명백한 증거를 요구한다. 혈액형 감정에 이어 나온 유전자가 이 호의 증거에 드는지, 어떤 시점에서 새로 발견된 것인지는 아직 미정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6호는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로 적는다.

끝 호는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사람의 직무범죄를 다룬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고 적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이 호에도 단서가 붙어 있다. 수사에 관여한 사람이 직무에 관한 죄를 지었다는 사정은 이 호 안에서만 다루어지며,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하는 단서는 그대로 읽어야 한다. 이 호가 나아가는 방향은 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이 밝힌다. 그 결정은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 같은 결정은 이와 같이 "유추적용을 통하여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당한 국민에게 사법적 구제수단 중의 하나인 재심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이라고 덧붙인다 (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 다만 이 인용이 뜻하는 것은 호의 요건을 그 자리에서 넓혀 두는 일이 아니다. 대상과 방향을 한정해 둔 목록 안에서, 제7호가 적어 놓은 조건과 단서가 요구하는 증명을 읽어 두는 것이 이 자리의 일이다.

이렇게 조문의 짜임을 읽어 놓으면 이 사건의 재료들이 목록에 놓일 자리를 떠올리게 된다. 유전자가 검출된 증거물,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목격자, 오래된 혈액형 감정은 각각 다른 호를 겨냥한다. 다만 어느 호가 맞는지, 그 호가 요구하는 증명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리지 않는다. 목록에 없는 사유를 새로 보태지 않고, 확정된 유죄를 흔든다는 일반론으로 기우는 일이 없도록 조문의 각 호가 말하는 대상과 증명의 시점만을 먼저 고정해 둔다.

2.2증거물이 허위인 사유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목록에서 허위를 이유로 삼는 사유를 둘로 나누어 읽은 뒤, 그중 증거물에 관한 사유의 문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밝히는 일이 이 자리에 놓인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는 서류와 증거물에 대하여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로 정하고 있다. 이 사유가 두 개의 복합적인 의미를 묶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증거물 자체가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을 증명하는 일, 그리고 그 증명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일, 두 가지가 함께 요청된다. 이 사유가 서류와 증거물을 함께 다루지만, 증거물에 관한 논의는 서류의 위조·변조와는 구분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는 진술에 관하여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로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위조되거나 변조된"이라는 표현 대신 "허위임이 증명된"이라는 표현이 놓여 있다. 따라서 증거물의 위조·변조와 증언·감정의 허위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문구로 나뉘어 있다. 이 사유가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지는 뒤에 따로 살필 일이므로, 여기에서는 제1호의 증거물에 관한 사유를 한정하여 읽는 것으로 그친다.

제1호가 요구하는 첫째 요건은 대상이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소급적 판단의 지점을 밝힌다. 수사기관이 현재 보관하고 있는 증거물이 새로 제시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이 사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유가 겨냥하는 것은 원판결에서 증거로 삼아졌던 증거물이다. 따라서 이 사유를 적용하기 위하여 먼저 밝혀야 할 것은, 어떤 증거물이 원판결의 유죄 인정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이다.

제1호가 요구하는 둘째 요건은 그 증거물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위조와 변조는 증거물의 상태가 원래의 것이 아니게 바뀌었다는 뜻이다. 다만 위조와 변조가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관하여는, 이 문구 자체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사유를 검토할 때에는 증거물의 보관 상태와 함께 그 증거물이 제시된 방식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제1호가 요구하는 셋째 요건은 위조 또는 변조됨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되었다는 점이다. 이 사유가 채택하는 증명의 방식은 남다르다. 증명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소명이나 정황에 의한 의심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확정판결이라는 요건이 놓인 까닭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는 재심이 일반적인 재심의 사유를 넓히는 제도가 아니라 확정판결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열리는 통로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다는 말이 어떤 범위의 확정판결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사유의 문구를 놓고 이 사례의 재료를 대조해 보면, 보관된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제1호의 어떤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선뜻 답하기 어렵다. 유전자 검출 자체가 증거물의 위조 또는 변조를 증명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관 상태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인지, 혹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에 관하여는 미정이다.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제1호가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미정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2.3진술과 감정의 허위

증거물이 허위인 사유가 증거물 자체의 진정성을 겨냥하는 것임을 확인한 뒤, 이제 같은 목록에 함께 적힌 증언·감정 등의 허위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살필 차례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는 다른 사유와 나란히 두면서 그 대상을 좁게 적어 두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는 재심 사유를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로 적고 있다. 이 사유는 증거물의 위조·변조를 다루는 제1호와 구별되는 표현을 쓴다. 제1호가 서류나 증거물에 대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라고 적은 데 비하여, 제2호는 네 가지 진술 활동에 대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라고 적는다.

제2호의 대상은 증언, 감정, 통역, 번역이다. 목격자가 법정에서 한 말이 증언이고, 감정인이 제출한 의견이 감정이다. 이 사유가 여기까지를 품는지에 관하여는 문언이 분명하다. 보관된 증거물에서 나온 유전자가 어떤 사람의 것인지는 여기서 곧바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 유전자가 감정의 대상이 되었다면 그 감정이 허위인지의 문제가 제2호의 앞자리에 놓일 수 있다. 다만 감정의 허위와 증거물의 허위는 구별되는 항목이다.

제2호는 허위가 무엇에 의하여 드러나는지도 함께 적는다. 그 표현은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이다. 증언이나 감정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심만으로는 이 사유가 채워지지 않는다. 허위라는 사실이 확정판결의 힘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확정된 유죄 판결의 증거가 된 진술이 나중에 틀렸다고 말해지는 것과, 그 진술이 허위임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다.

합성 사례에서 목격자는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새 말이 제2호의 허위 증명에 해당하는지 서두르지 않으려면 문언을 따라 차근히 물어야 한다. 목격자의 새 진술 자체가 확정판결인지, 아니면 그 새 진술이 과거의 증언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확정판결로 증명하였는지가 먼저 남는다. 그리고 그 증언이 무엇을 두고 허위인지도 따로 적어야 한다. 목격자가 본 사건을 왜곡하여 말하였는지, 아니면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는 사정 자체를 감추었는지에 관하여는 미정이다.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미정이다. 감정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혈액형 감정이 당시에 무엇을 말하였고 그 말이 사실과 어떻게 어긋나는지에 관하여는 미정이다.

따라서 제2호는 항목의 이름을 그대로 읽을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라는 뜻을 가진다. 여기에 무엇이 허위이고 누가 그것을 증명하였는지가 꼭 들어맞아야 한다. 목격자의 새 말은 이 항목의 문턱을 넘기 전에 거쳐야 할 증명의 방향을 가리킬 뿐이다. 확정된 유죄를 떠받친 자백과 목격자 진술, 혈액형 감정이 흔들리는지 살피는 일은 이 항목의 문언이 정한 자리에서 시작한다.

2.4새 사실이 주는 사유

허위 증언과 감정을 훑은 자리에서 눈앞에 놓이는 항목은 사건 밖의 사실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 사유를 일곱 호에 나열하면서 그 앞에 "재심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적는다. 이 총괄 문장이 모든 호에 함께 적용되는 첫 제한이므로, 어느 호를 읽든 확정된 유죄판결과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이라는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범죄 사실 자체와 분리된 이후의 사실을 사유로 적은 대표적 항목은 제3호다. 그 호는 "무고로 인하여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로 적는다(형사소송법 제420조). 여기서 쓰이는 사실은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로 증명된다는 것이고, 확정판결은 그 사실을 가리키는 통로다. 같은 방식으로 제4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로,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로 적는다(형사소송법 제420조)(형사소송법 제420조). 이 셋은 사건 밖의 절차와 사람이 낳은 사실을 사유로 삼으면서, 그 사실을 확정된 재판이나 확정판결로 잇는다. 제7호에는 단서가 따라붙는다. 같은 조문은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고 적는다(형사소송법 제420조). 그 단서는 사유의 범위를 좁히는 조건을 두므로, 제7호를 읽을 때 빼지 않고 함께 읽어야 한다.

그 사유와 나란히 놓이는 것이 제5호다. 그 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로 적는다(형사소송법 제420조). 같은 조문은 제6호에서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로 적는다(형사소송법 제420조). 앞의 호가 무죄나 면소 같은 결론을 받아들일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를 적는다면, 뒤의 호는 권리의 무효라는 사건 밖의 심결과 판결이 확정된 경우를 적는다. 둘 다 사건 밖에서 온 것을 사유로 삼지만, 사유의 재료가 되는 것이 증거의 새로 발견인지 확정된 심결과 판결인지에서 갈린다.

확정된 유죄를 떠받친 재료가 지금 흔들리는 사안에서 이 목록의 자리는 다음과 같다.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고, 목격자는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목격자의 새 말이 사건 밖의 사실로 옮겨지려면 그 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증명하려는 무고의 죄나 관여자의 직무에 관한 죄가 확정판결로 이어져야 한다. 그 경로가 지금 자료에는 이어지지 않았고,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와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미정이다. 그러므로 이 항목들이 그 사실을 사유로 받아들이는 자리를 가리키는 데 그치고, 그 사실이 유죄를 무너뜨린다는 결론은 이 목록 밖에서 끌어오지 않는다.

2.5피고인 이익만의 자리

새 사실이 주는 사유와 나란히 놓인 항목들에도, 그 항목을 누구를 위하여 쓸 수 있는지에 관한 문구가 붙어 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 사유의 목록 앞에 대상을 한정하면서, "재심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이 문장이 목록 전체에 자리를 정해 주므로, 사유를 읽을 때 그 한정을 떼어 놓고 볼 수 없다.

위 문구는 청구의 목적을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라고만 적는다(형사소송법 제420조). 따라서 사유가 아무리 충족되어도, 확정판결을 받은 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쓰려는 경우는 이 목록에 놓이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유죄를 떠받친 자백과 목격자 진술, 혈액형 감정이 흔들리는지 살피는 일도, 그 살핌의 결과가 피고인 측에 유리한 방향일 때만 이 사유의 목록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 한정이 목록 각 호에 어떻게 닿는지는 조문의 자리에서 확인한다. 제1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를, 제2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를 각각 적는다(형사소송법 제420조). 두 호 모두 그 증거가 유죄의 기초가 되었을 때를 전제로 두고, 위조·변조나 허위가 증명된 경우에 그 유죄에 이로운 결론을 이끌 자리만 열어 둔다.

제3호는 "무고로 인하여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사유로 삼는다(형사소송법 제420조). 이 사례에서 목격자가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사실은, 무고의 죄가 증명되는지에 관한 판단과 별개로 다루어져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그 무고의 죄를 확정판결로 증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판단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자리에 놓임을 분명히 한다.

제7호는 관여한 법관·검사·사법경찰관의 직무에 관한 죄를 사유로 두면서, 단서로 한정을 붙인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고 적는다. 이 단서는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의 행위를 사유로 삼는 경우에도 그 자리를 좁히므로,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가 밝혀지는지와는 별개로 이 한정을 먼저 살핀다.

이 사례에서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도 미정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정한 자리는, 이런 사실들이 확정된 뒤에 어느 호에 놓일지 판단하는 출발점일 뿐이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자리에 놓이지 않는 범위는 그 문구 밖으로 넓힐 수 없다.

2.6사유별 요건의 높낮이

피고인의 이익으로만 쓰일 수 있는 사유를 가려 둔 뒤에는, 그 사유마다 붙은 요건의 문구를 견주어 보아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 사유를 일곱 개의 호로 나열하면서, 각 호마다 요구되는 증명이나 확인의 정도를 다르게 적어 두었다. 그 높낮이를 조문에 적힌 자리에서 읽어 두는 일이 아래의 몫이다.

목록의 맨 앞 두 호는 증거 자체의 진실성에 관한 것이다. 서류나 증거물에 대해서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를 요구한다. 증언이나 감정에 대해서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로 문구를 놓는다. 이 두 호는 위조·변조나 허위라는 사실이 다른 확정판결로 증명되는 경우에 그 사유를 삼는다.

다음 두 호는 앞의 증거에서 한 걸음 비켜나 있다. 무고에 대해서는 "무고로 인하여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라 하여, 무고라는 죄의 증명을 조건으로 붙인다. 재판이 증거가 된 경우에 대해서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라 하여, 변경된 사실만을 앞세운다. 사유마다 그 뒤에 놓이는 확정의 대상이 서류와 증언인지, 죄인지, 재판인지 달라진다.

다섯 번째 호는 이와 달리 새로운 증거의 발견을 자리에 놓는다. 그 문구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이다. 확정판결의 증명이라는 다른 호의 장치를 쓰지 아니하면서, 새로 발견된 증거가 명백할 것을 요구한다.

여섯 번째 호는 권리의 무효에 관한 것으로 범위를 좁힌다.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 관하여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 또는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를 사유로 삼는다. 특정한 권리 침해 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에만 그 자리를 둔다.

일곱 번째 호는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사람이 지은 죄를 다루면서, 단서를 함께 적어 두었다. 그 앞부분은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로 읽힌다. 뒤에 붙은 단서는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고 하여, 그 죄의 증명에 더하여 원판결 법원의 인식 여부까지 살필 자리를 남긴다.

일곱 번째 호가 높은 단서를 붙이고 있더라도, 그 호 자체의 문구를 넘어서 사유를 넓게 읽는 자리는 있다. 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은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경우에도 불법체포·감금의 직무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다. 호에 적힌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라는 문구에 유추의 자리를 더한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각 호가 요구하는 것이 하나로 가지런하지 않다. 어떤 호는 다른 확정판결에 의한 증명을 전제로 하고, 어떤 호는 확정재판의 변경만을 적으며, 어떤 호는 새로 발견된 명백한 증거를 요구한다. 같은 목록 안에서도 문구에 붙은 요건이 그 쓰임의 낮고 높음을 가른다. 이 사례에서 유죄를 떠받친 자백과 목격자 진술, 혈액형 감정이 어느 호의 문구에 닿는지는, 위의 문구를 사실에 대입하는 일에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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