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목격자가 옛 진술을 뒤집는 경우 그 새 진술이 명백성에 이르기 위한 자리를 다루며, 증거구조 안에서 그 진술이 차지한 비중을 함께 살핀다. 뒤집힌 진술의 신규성과 명백성의 문턱을 차례로 읽고, 보강이 놓이는 자리와 함께 흔들리는 구조를 정리한다. 목격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자체와 위법 수사의 문제는 이 장에서 다루지 않는다.
9.1뒤집힌 진술의 신규성
증거 구조의 유지와 흔들림을 가르친 틀이 정리된 뒤에도, 목격자가 원심 때와 다른 말을 내놓은 경우 그 새 말이 과연 새 증거로 설 수 있는지가 남는다. 이 질문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가 정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의 의미를 읽어야 풀린다. 이 사례에서 목격자는 원심에 나와 피고인을 가리키는 진술을 하였고, 확정 뒤에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하면서 그 진술을 거두어들였다. 그러므로 재심을 여는 첫 문턱은 이 뒤집힌 진술이 재심 절차에서 새 증거로 취급될 자격이 있는지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신규성을 다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가 무엇인지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 이 정의는 증거가 확정판결의 심리 바깥에 있었는지, 또는 그 안에 있었더라도 내놓을 수 없었는지를 가름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 사례에서 목격자의 뒤집힌 말은 확정된 판결의 심리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내용이므로, 이 정의가 던지는 첫 물음은 그 말이 언제 생겨났고 왜 원심에서 내놓을 수 없었는지이다.
그 결정은 신규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까지 놓을지에 관해 명시적으로 다룬다.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이 판단은 확정 전 소송절차에서 피고인 측이 그 증거를 내놓을 수 있었는지를 살피게 만든다. 이 사례에서는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가 미정으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목격자의 뒤집힌 말에 관하여도, 피고인이 확정 전에 그 말을 얻어 제출할 수 있었는지가 이 문턱에서 함께 검토될 문제로 남는다.
한편 그 결정은 같은 쟁점에 대해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별개의견도 실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는 문언이 누구에 의해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사례의 목격자 진술이 두 기준 가운데 어느 쪽을 만나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결국 뒤집힌 목격 진술이 재심의 첫 문턱에서 새 증거로 서는지의 여부는, 그 진술이 확정된 심리에서 들을 수 없었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확정 전에 그것을 내놓을 수 있었는지에 따라 가려진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은 미정으로 남긴 채, 이 문턱을 넘은 진술에 대해서만 다음으로 그 힘의 크기를 묻는 일로 넘어갈 수 있다.
9.2명백성의 문턱
신규성의 문을 넘어선 뒤집힌 진술이라 해도 곧바로 유죄를 뒤집는 힘을 얻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새 증거에 무죄를 인정할 "명백성"을 요구하므로, 목격자가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는 새 말이 이 문턱에 이르렀는지 가려야 한다. 명백성은 앞에서 확인한 신규성과 별개의 요구이고, 이 문턱의 높이를 정하는 것이 이 자리의 물음이다.
무엇을 함께 놓고 헤아릴지 먼저 정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기존 증거를 함께 평가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므로 뒤집힌 목격 진술은 혈액형 감정처럼 그 진술과 맞물리는 증거와 나란히 놓여 헤아려지며, 의심의 수준만으로는 문턱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이 결정의 다수의견은 함께 고려할 범위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구 증거로 한정하였다.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그 범위를 좁히지 않고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으며,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사안마다 좁고 넓은 두 기준이 갈리는 지점을 이 책은 그대로 두고 본다.
이 기준을 이 사건에 놓으면,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은 유죄를 떠받친 세 증거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피고인의 자백과 혈액형 감정이 함께 남아 있다. 따라서 뒤집힌 진술이 모순되는 것으로 함께 헤아려질 대상은 자백과 혈액형 감정이며, 그 둘까지 흔들려야 비로소 확정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이때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당시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는 미정이다. 그 미정은 새 말의 무게를 가르는 자리에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여기에 놓인 유전자 검출 사실은 앞서 본 문턱을 넘는 데 어떤 힘을 보탤 수 있을지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목격자 진술과 모순되는 성격을 가진다면 함께 헤아려지는 구 증거의 범위 안에 들 수 있다. 다만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는 미정이며,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도 미정이다. 이런 미정이 남아 있는 한, 이 자리에서 명백성의 문턱을 넘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결국 뒤집힌 목격 진술은 신규성의 자격을 얻었더라도, 자백과 혈액형 감정을 함께 놓고 보아 확정 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갔는지는 별도로 가려져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명백성은 확정된 유죄에 대한 의심을 요구하지 않고 그 판결을 그대로 두기 어려운 정도의 개연성을 요구하므로, 여기에 미정으로 남은 사실들이 채워지기 전에는 판단을 유보하는 수밖에 없다.
9.3증거구조 속 진술의 자리
명백성의 문턱을 넘는지 살핀 뒤에는, 새 진술이 기존 증거 구조 안에서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묻게 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새로 발견된 증거를 홀로 두지 않고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을 떠받친 증거와 함께 놓아 보도록 이끈다. 이 사례에서 유죄는 피고인의 자백,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 혈액형 감정이 함께 짜 올린 구조 위에 서 있다. 목격자의 말이 뒤집힌 뒤에는 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그 판단의 기준을 놓고 위 결정은 먼저 평가의 범위를 밝힌다. 판시사항 [2]의 다수의견은 명백성의 판단에서 함께 볼 기존 증거를 특정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 사례에서 뒤집힌 목격 진술은 원판결의 사실인정에 직접 쓰인 증거다. 따라서 그 진술과 모순되는 자백과 혈액형 감정은 함께 놓고 볼 범위에 놓인다.
다수의견은 그 평가가 이르러야 할 지점을 함께 설명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밝힌다. 이 사례에서 흔들리는 것은 의심의 수준이 아니라 판결을 그대로 둘 수 있는지다. 자백과 혈액형 감정이 남아 있는 채 목격 진술만 빠져 나간 자리가 그 지점에 이르는지는 함께 놓인 증거들의 모양을 보아야 한다.
그 범위를 넓게 잡는 의견도 있다.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사례에서 구 증거는 자백,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 셋이다. 별개의견에 따르면 셋 가운데 어느 하나도 그 종합에서 빠지지 않는다. 다만 그 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각 사안에 따라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덧붙인다. 구체적 판단의 자리는 여기서 열린다.
이 사례의 증거 구조는 이 틀 안에서 놓인다. 목격자의 새 말은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하나, 그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는 미정이다.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으나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도 미정이다. 자백의 신빙성과 혈액형 감정의 한계는 이 자리에서 새로 평가하지 않는다. 위 결정이 그린 대로, 뒤집힌 진술과 그에 묶인 기존 증거들이 함께 놓인 뒤에야 유죄 판결을 그대로 둘 수 없는지가 가려진다.
9.4보강이 놓이는 자리
증거구조 안에서 목격자 진술이 차지한 비중을 읽어 낸 뒤에는, 뒤집힌 진술이 원판결의 사실인정을 넘어설 힘을 어디에서 얻는지가 남는다. 이 사건에서 유죄를 떠받친 것은 자백과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 혈액형 감정이었고, 목격자는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지금 말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는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 이 두 가지 사실이 새 진술의 명백성 판단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살피는 일은, 앞서 읽은 증거구조의 무게를 실제로 가늠하는 작업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평가하여야 할 기존 증거의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그 기준을 이렇게 제시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기준은 새로운 증거를 홀로 세우지 않고 옛 증거와의 관계 속에서 평가하도록 요구하며, 의심의 수준을 넘는 고도의 개연성을 명백성의 문턱으로 삼는다.
이 사례에서 보강의 자리는 이 기준 아래에 놓인다. 증거물에서 검출된 다른 사람의 유전자는 원판결 당시 제출되지 못한 자료로서 새로운 증거의 후보이고, 경찰의 암시에 관한 목격자의 새 말은 원판결의 사실인정에 채용된 목격자 진술과 정면으로 모순된다. 유전자는 혈액형 감정이 이룬 사실인정과, 목격자의 새 말은 목격자 진술이라는 축과, 각각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관계에 놓인다. 다만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지금 이 자리에서 두 자료를 보강으로 확정할 수는 없고, 보강의 후보로서만 놓아 둔다.
한편, 새로 발견된 증거의 신규성은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위 결정 다수의견이다.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 여부는 미정이므로, 신규성은 이 자료만으로 아직 판단되지 않는다.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도 미정이며, 암시의 방식은 목격자의 새 말이 원판결의 목격자 진술을 얼마나 뒤집는지 가늠하는 데 필요한 사실이다. 명백성의 판단에 필요한 자료가 이처럼 미정인 채로 남아 있는 한, 보강의 자리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 무엇이 어떻게 놓이는지는 확인될 사실에 따라 달라진다.
9.5함께 흔들리는 구조
보강을 어느 자리에 놓을지 살핀 뒤에는, 새 진술이 옛 증거들의 자리를 어떻게 바꾸는지로 눈을 돌려야 한다. 목격자가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한 이후 그 진술에 기대어 선 유죄 판결이 그대로 남는지, 이 물음에 답하려면 새로 발견된 증거와 옛 증거를 떼어 놓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성을 판단할 때의 증거 평가 범위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설시하였다. 이 사례에서 목격자의 새 말은 목격자 본인의 옛 진술과 정면으로 갈리고, 그 옛 진술은 자백과 함께 유죄를 떠받쳤으므로, 이 둘은 나란히 놓고 읽어야 할 관계에 있다.
같은 결정은 함께 평가한 뒤 도달해야 할 지점도 함께 밝힌다. 의심이 생기는 것과 판결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다른 단계이다. 이 사례에서 경찰의 암시가 있었다면 옛 진술의 힘이 빠지고, 그 진술이 빠진 자리에는 자백과 혈액형 감정만 남는다. 그런데 보관 중인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혈액형 감정이 덮고 있던 자리를 함께 흔든다. 어느 한 증거가 홀로 무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증거들이 겹치며 판결의 뼈대에 균열을 내는 구조이다.
위 결정의 다수의견은 함께 볼 증거의 범위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로 한정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그런데 이 결정에 참여한 일부 대법관은 그보다 넓은 시각을 밝혔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별개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고, 범위를 제한하는 데에는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각 사안에 따라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이유를 달았다. 자백, 목격자의 옛 진술, 혈액형 감정이 모두 유죄의 기초였다면, 어느 견해를 따르더라도 이 셋은 함께 읽히는 셈이다.
함께 평가한다 해서 흔들림의 크기를 수로 헤아리는 기준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앞서 본 대법원의 문장은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라는 판단의 지점을 제시할 뿐이고(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증거가 몇 가지 무너져야 한다거나 어느 증거가 반드시 남아야 한다는 식의 계산은 두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유전자가 피고인의 것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혈액형 감정의 자리는 크게 흔들리고,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 드러난다면 목격자의 옛 진술도 뒤에 남기 어렵다. 다만 미정인 사실들이 남아 있는 동안 흔들림의 크기는 판단의 대상으로 열려 있다.
그렇다면 이 사례의 재심 문은 유죄를 떠받쳐 온 증거들이 서로 맞물려 있기에, 그 맞물림이 함께 풀리는지를 보는 데서 열린다. 새 진술 하나와 유전자 하나가 각자 힘을 내는 것이 아니라, 목격자의 옛 진술과 혈액형 감정이 놓였던 자리를 동시에 비워 놓을 때 판결을 유지할 수 없는 개연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은 미정 사실들은 이 흔들림의 크기를 가늠할 재료로 남는다.
9.6다음 심사로 넘기기
증거의 흔들림이 재심을 여는 조건에 이르렀는지의 물음은, 곧 재심개시결정이 무엇을 심사하는지의 문제로 이어진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의 하나로 두고 있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에서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고, 목격자는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새 말을 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확정된 유죄를 떠받친 증거와 정면으로 맞서며, 그 명백성을 판단할 재료가 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명백성을 가를 때 함께 평가할 구 증거의 범위를 이렇게 밝힌다.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 이 판시는 새 증거를 따로 떼어 재는 대신 옛 증거들과의 관계에서 함께 본다. 이 사례에서 유전자는 자백·목격 진술·혈액형 감정과 나란히 놓이고, 목격자의 새 말은 그 진술 자체와 겹쳐 놓인다.
그 범위를 놓고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갈린다. 별개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목격자의 새 말이 진술 전체를 흔든다면 함께 볼 대상은 그 진술이며, 유전자가 혈액형 감정과 배치된다면 그 감정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이 사례에서 어느 범위까지를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으로 볼 것인가는 미정이다. 원판결이 자백과 목격 진술·혈액형 감정을 어떻게 엮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았는지, 그 삼각 구도 안에서 각 증거가 서로를 얼마나 떠받쳤는지가 드러나야 비로소 범위가 잡힌다.
한편 새 증거가 모두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도 앞서 살필 일이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신규성을 두고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본다. 이 사례에서 증거물의 보관 상태가 어떠했는지,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그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유전자가 신규성을 갖는지조차 아직 열려 있다.
다만 이 자리에서 판정할 수 없는 문제도 함께 남는다. 목격자의 새 말이 경찰의 암시에 뿌리를 둔 것이라면 그 진술의 신빙성이 어떻게 되는지, 그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에 따라 위법 수사의 문제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 장의 밖에 있다. 남은 미정 사실과 함께 그 물음은 다음 심사로 넘기되, 재심개시결정이 무엇을 심사하는지의 자리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확인한 것은 증거의 흔들림이 명백성의 잣대 앞에 놓이는 구조이며, 그 잣대가 옛 증거들과의 관계에서 함께 작동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