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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 당시의 법: 연혁법령과 적용 시점 · Volume 29 · Chapter 12 · First edition

진행 중인 사실과 신뢰보호

진행 중인 사실에 새 법을 적용하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Length
about 2,900 words · 13 min
Sources
2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12.1끝난 사실과 진행 중인 사실
  3. 12.2신뢰보호의 원칙 문언
  4. 12.3구분과 신뢰보호의 접점
  5. 12.4합성 사례에 대입하기
  6. 12.5남은 물음과 다음 장
  7. Statutes referred to
  8.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미 끝난 사실과 진행 중인 사실을 가르는 구분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행정기본법 제12조의 신뢰보호 문언과 만나는 지점을 분석한다. 그 구분을 합성 사례에 대입하여 남은 물음을 확인한다. 구체적 판례의 판단 내용은 여기에서 논하지 않으며, 헌법 제13조의 문언 해석은 되풀이하지 않는다.

12.1끝난 사실과 진행 중인 사실

앞 단위에서 이미 끝난 사실이 소급 금지의 문언으로 보호되는 범위를 나눈 데 이어, 이번에는 그 사실과 아직 끝나지 않은 사실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가 문제로 남는다. 헌법 제13조는 그 경계의 출발점을 제시하지만, 이 문언을 반복해 읽기보다는 이 구분이 처분 시점의 법령 선택에서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를 살피는 편이 낫다.

소급 금지가 염두에 두는 사실은 대체로 이미 그 모습을 갖추고 마무리된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3조는 그 구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①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②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③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3조) 이 문언이 말하는 '행위시'는 그 행위가 이미 벌어져 버린 시간을 가리키며, 이때 만들어진 사실은 뒤에 바뀐 법령이 손댈 수 없는 것으로 묶인다. 반면 아직 그 행위가 이어지는 동안의 사정은 이 문언의 '행위시'라고 부를 마무리된 지점을 확정하지 못한다.

사실을 이런 식으로 나누는 까닭은 법의 예측 가능성이 어느 시간에 걸쳐 보호되어야 하는지에 있다. 이미 마무리된 사실에 대해서는 그때의 법이 어떤 값을 매겼는지가 국민의 계산과 대응을 정했고, 그 계산이 끝난 뒤에 바뀐 기준을 들이대면 과거에 대한 새로운 판단이 개입한다. 그런데 사실이 아직 진행되는 동안이라면 국민의 대응도 계속되고 있으며, 무엇이 그 사실의 최종 모습인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갑 건설이 2024년 3월에 시공 범위를 넘긴 작업을 하였는데, 그 작업이 언제 끝난 것으로 볼지가 먼저 밝혀져야 한다. 그 끝난 시점이 확인되어야 이미 끝난 사실의 범위에 들어가는지,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사정에 해당하는지가 갈린다.

이 구분은 처분 시점의 법령 선택 문제에서 어떤 법령을 기준으로 삼을지의 첫 단서를 제공한다. 2025년 1월에 그 위반에 대한 처분 기준을 정한 시행령 조항과 그 별표가 개정되어 기준의 문언이 바뀌었고, 2026년 5월에 처분청이 갑 건설에 영업정지 처분을 하였다. 처분 시점에 이미 끝난 사실이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개정 전후의 기준 가운데 어느 쪽 문언을 적용해야 하는지가 갈릴 수 있다. 그런데 그 작업의 종료일이 언제인지, 개정된 시행령의 부칙에 경과규정이 있는지와 그 문언, 처분이 늦어진 사유, 처분청과 갑 건설이 각각 내세우는 기준의 문언 차이는 미정이다. 따라서 아직 끝난 사실과 진행 중인 사실 가운데 어느 쪽에 놓일지, 그리고 그에 따라 어느 시점의 법령이 자리를 잡을지는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정해지지 않았다.

끝난 사실과 진행 중인 사실을 나누는 작업 자체는 처분의 적법 여부를 곧바로 결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구분은 이미 끝난 사실이 소급 금지의 문언 아래 놓이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아직 진행 중인 사실에 대해서는 다른 원리가 함께 작동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헌법 제13조가 보호하지 않는 구간에서 국민의 정당한 기대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는 다음 쟁점의 문제로 남는다. 이 구분이 그 다음 논의로 넘어가는 자리를 마련하는 셈이다.

12.2신뢰보호의 원칙 문언

이미 끝난 사실과 진행 중인 사실을 나누는 데서 나아가, 이제 그 구분과 맞닿는 문언을 행정기본법에서 찾아야 한다. 같은 처분에 적용할 법령을 정하는 문제에서 신뢰보호의 원칙은 어떤 범위를 담아내는지, 그 문언을 먼저 읽어 본다.

행정기본법 제12조는 원칙과 예외를 함께 담고 있다. 신뢰보호의 원칙 조항 제1항은 먼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 이 문언은 행정청이 보호할 대상으로 국민의 신뢰를 정하고, 그 신뢰에 "정당하고 합리적인"이라는 성격을 붙인다. 그 신뢰를 지킬 의무는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정해 면한다.

갑 건설이 2024년 3월에 시공 범위를 넘긴 작업을 하였고 처분청이 2026년 5월에 영업정지 처분을 하였다면, 이 사이의 기간에 무엇이 있었는지가 이 문언의 판단에서 빠지지 않는다. 다만 문언이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이다. 그러므로 갑 건설이 처분 전에 어떤 행정을 보고 어떤 믿음을 가졌는지는 이 문언만으로 바로 정해지지 않고, 신뢰가 정당하고 합리적인지 여부는 판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판단의 틀에 관하여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두8092 판결(건축허가반려처분취소)은,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와 그 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어떤 법령이 장래에도 그대로 존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그 법령에 상응하는 구체적 행위로 나아가 일정한 법적 지위나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왔음에도 국가가 이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면,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현재의 행위에 대한 장래의 법적 효과를 예견할 수 없게 되어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기 때문이라 할 것이나, 이러한 신뢰보호는 절대적이거나 어느 생활영역에서나 균일한 것은 아니고 개개의 사안마다 관련된 자유나 권리, 이익 등에 따라 보호의 정도와 방법이 다를 수 있으며, 새로운 법령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우월한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제한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신뢰보호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6. 11. 16. 선고 2003두128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같은 판결은 이러한 비교·형량을 마친 뒤, 그 사안에서 개정 전 조례 조항의 존속에 대한 신뢰가 개정 조례가 추구하는 공익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개정 조례의 적용이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이 보여 주듯이, 제1항의 "정당하고 합리적인"이라는 문언은 신뢰의 성격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신뢰와 공익적 목적을 비교하는 작업을 함께 전제한다.

위와 같은 판단이 나아갈 방향은 처분에 적용할 법령의 선택 문제에서도 이어진다. 같은 대법원 2005두8092 판결은 이 점을 별도로 다음과 같이 밝힌다. "건축허가기준에 관한 관계 법령 및 조례(이하 ‘법령’이라고만 한다)의 규정이 개정된 경우, 새로이 개정된 법령의 경과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 당시에 시행되는 개정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여 건축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러한 개정 법령의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개정 전 법령의 존속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개정 법령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적용이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따름이다( 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3두3550 판결 등 참조)." 이 인용은 개정된 기준을 처분에 적용하는 것이 원칙임을 전제로, 예외적으로 적용이 제한될 여지가 있는지를 신뢰의 보호가치와 공익상의 요구의 비교로 본다. 갑 건설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에 개정 전후의 기준 중 어느 것을 적용할지가 문제인 경우에도, 그 적용을 제한할 근거는 이 밝힌 틀 안에서 찾게 된다.

다만 위 인용은 경과규정이 적용 범위를 정하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한다. 그 대전제가 성립하는지는 경과규정의 유무와 그 문언에 달려 있다.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74320 판결(건축신고반려처분취소)은 전부 개정된 법률에서 종전 부칙의 경과규정이 실효되는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개정 법률이 전부 개정인 경우에는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원칙적으로 종전 법률의 본문 규정은 물론 부칙 규정도 모두 효력이 소멸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종전 법률 부칙의 경과규정도 실효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다." 그 판결은 이어서 "여기에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은 전부 개정된 법률에서 종전 법률 부칙의 경과규정에 관하여 계속 적용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둔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종전의 경과규정이 실효되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만한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개정 부칙에 경과규정이 있는지와 그 문언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는, 개정 전 기준이 처분에 미치는 범위를 문언에서 끌어내기 어렵다. 갑 건설의 사례에서 2025년 1월의 개정 부칙에 경과규정이 있는지와 그 문언은 미정이다. 이 사정이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위 대법원 2017두74320 판결이 말한 적용의 틀이 이 사례에 그대로 이어지는지도 미정이다.

같은 조 제2항은 권한을 오래 행사하지 아니한 상황을 따로 다룬다.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행정청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이 항은 권한의 행사 기회가 있었음에도 행정청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이 장기간이어야 하고, 국민에게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그 경우에도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으면 예외가 된다. 갑 건설의 사례에서 처분청이 처분을 늦추었는지, 늦추었다면 그 사유가 무엇인지는 미정이다. 그러므로 제2항이 정한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라는 조건이 충족되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처분이 늦어진 사유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없어, 그 지연이 제2항이 정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미정이다.

이상의 문언을 놓고 보면, 이 조항이 다루는 것은 권한 행사의 시기와 신뢰의 보호이다. 조항은 국민의 신뢰가 정당하고 합리적인지, 또는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었는지와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이 장기간인지,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그리고 예외인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의 현저한 해할 우려가 있는지를 따져 묻는다. 다만 이 조항이 신뢰의 성격을 묻는 방식과 신뢰를 제한할 수 있는 사정을 두는 방식은, 앞서 본 대법원 2005두8092 판결의 표현을 빌면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는 작업을 함께 불러온다. 조항이 개정 전후의 기준 문언 중 어느 것을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직접 말하지 않으므로, 그 문제는 개정 규정의 경과규정과 그 문언에서 따로 확인하여야 한다. 갑 건설의 처분에 적용할 기준의 문언 차이가 무엇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12.3구분과 신뢰보호의 접점

끝난 사실과 진행 중인 사실을 나누는 구분은 그대로 행정기본법 제12조의 문언과 맞닿는다. 행정기본법 제12조 제1항은 신뢰보호가 요구되는 범위를 이렇게 적는다.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행정기본법 제12조). 이 문언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라는 요건을 전제로 하며, 그 신뢰를 보호하는 원칙을 선언한다. 신뢰가 보호되는지는 조문이 정한 요건 아래에서 판단된다.

같은 조 제2항은 그 신뢰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한정적으로 적는다. "행정청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행정기본법 제12조). 제2항이 적는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는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경위를 요건으로 삼는다.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행사하지 아니한 시간의 흐름이 그 경위에 놓인다.

같은 문단 끝의 단서는 신뢰보호가 무제한이 아님을 문언 안에서 확인시킨다.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남는다(행정기본법 제12조). 제1항의 예외와 제2항의 단서는 같은 취지의 한정을 각각 두고 있으므로, 신뢰의 정당성을 논하기 전에 예외 해당 여부가 별도로 가려진다. 조문의 구조가 이러하므로, 신뢰보호의 원칙을 이유로 권한 행사를 막으려는 쪽은 요건의 충족을 보여야 하고, 행사하는 쪽은 예외의 해당을 보일 자리에 놓인다.

조문이 적은 요건에 맞추어 구분을 대보면, 이미 끝난 사실과 진행 중인 사실을 나눈 기준은 신뢰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어떠한 상태에서 생겼는지를 가르는 일은 제2항이 요구하는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의 판단과 분리되지 않는다. 사실이 이미 끝났다면 그 사실에 관한 권한 행사의 기회와 그 행사가 지연된 시간은 그 자체로 제2항의 경위에 관한 자료가 된다. 사실이 아직 진행 중이라면 신뢰가 생길 경위의 판단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구분이 신뢰보호의 문언과 맞닿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구분이 나아가 제1항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에도 관계하는 까닭도 같은 이치이다. 국민이 어떤 상태를 믿었는지, 그 믿음이 행정의 어떤 모습에서 나온 것인지 가르는 일은 사실이 언제 끝났는지를 묻는 일과 이어진다. 끝난 사실에 붙은 신뢰와 진행 중인 사실에 붙은 신뢰는 같은 모양이 아니다. 따라서 구분의 기준은 신뢰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먼저 확인되는 자료가 된다.

그 접점은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두8092 판결(건축허가반려처분취소)에서 법령 개정의 문제로 펼쳐진다. 판례는 법령이 개정된 자리에 신뢰보호가 들어서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어떤 법령이 장래에도 그대로 존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그 법령에 상응하는 구체적 행위로 나아가 일정한 법적 지위나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왔음에도 국가가 이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면,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현재의 행위에 대한 장래의 법적 효과를 예견할 수 없게 되어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기 때문이라 할 것이나, 이러한 신뢰보호는 절대적이거나 어느 생활영역에서나 균일한 것은 아니고 개개의 사안마다 관련된 자유나 권리, 이익 등에 따라 보호의 정도와 방법이 다를 수 있으며, 새로운 법령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우월한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제한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신뢰보호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두8092 판결). 이 설명은 신뢰가 보호되는 정도가 사실의 시점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보호가치와 공익이 비교되는 틀 안에서 가려진다는 뜻이다.

판례는 그러한 비교에 앞서, 개정 전후에 걸쳐 어느 기준이 처분에 적용되는지를 먼저 정한다. 경과규정이 있지 않은 개정에서 적용 기준을 밝히는 자리에서 판례는 다음과 같이 설시한다. "건축허가기준에 관한 관계 법령 및 조례(이하 ‘법령’이라고만 한다)의 규정이 개정된 경우, 새로이 개정된 법령의 경과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 당시에 시행되는 개정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여 건축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러한 개정 법령의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개정 전 법령의 존속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개정 법령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적용이 제한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따름이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두8092 판결). 적용 기준의 원칙을 처분 당시의 법에 두면서, 개정 전 법령 존속에 대한 신뢰가 우월한 때에만 그 적용이 제한될 여지를 열어 둔다. 여기서 경과규정이 있는지와 그 문언이 무엇인지는 이 기준의 출발점을 좌우하므로, 그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는 적용 법령의 결론이 정해지지 않는다.

이 판례는 한편으로 신뢰가 손상된 정도를, 다른 한편으로 개정 법령이 실현하려는 공익을 비교하는 틀을 제시하므로, 사실이 언제 끝났는지를 가르는 구분은 그 비교에 쓰이는 자료를 모으는 작업과 만난다. 판례가 이 접점에서 어떤 기준을 세웠는지, 그 기준을 이 사례의 사실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 사례에서 판례의 판단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는 결론을 지어낼 수 없다.

따라서 구분은 행정기본법 제12조의 문언을 더 넓거나 좁게 읽는 일이 아니다. 제1항이 정하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와 제2항이 정는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를 판단하는 틀 안에서, 사실이 언제 끝났고 언제 진행 중이었는지를 가르는 일이다. 구분의 기준이 달라지면 제2항의 권한 행사 기회와 지연 시간에 관한 자료가 달라지고, 예외 해당에 관한 판단의 출발점도 달라진다. 대법원 2005두8092 판결이 정리한 비교의 틀은 그 판단이 요약으로 끝나지 않고 보호가치와 공익을 놓고 이어져야 함을 분명히 한다. 이 가름이 왜 필요한지는 다음에 대입할 사례에서 드러난다.

12.4합성 사례에 대입하기

구분의 기준이 행정기본법 제12조와 맞닿는 지점을 살핀 뒤, 그 구분을 갑 건설에 관한 사실에 대입할 차례이다. 이 사례에서 앞의 논의가 밝힐 수 있는 범위와, 확정된 사실이 더 채워져야 비로소 답할 수 있는 범위를 갈라 보아야 한다. 사실관계 가운데 채워지지 않은 자리가 있으면 그대로 남겨 두고,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결론을 만들지 않겠다.

행정기본법 제12조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문언으로 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다. "제12조(신뢰보호의 원칙) ①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 ② 행정청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행정기본법 제12조) 이 사례에서 처분청이 위반행위의 종료일 이후 어떤 시점까지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그 지연이 갑 건설에게 권한이 행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줄 만한 정당한 사유를 이루는지는 사실관계에 드러나 있지 않다.

갑 건설의 작업은 2024년 3월에 있었다. 처분은 2026년 5월에 이루어졌고, 그 사이인 2025년 1월에 처분 기준을 정한 시행령 조항과 그 별표가 개정되어 기준의 문언이 바뀌었다. 앞의 구분에 따르면 이미 끝난 사실과 진행 중인 사실이 갈리는 자리는 그 사실이 언제 확정되었는가에 있다. 갑 건설의 작업이 언제 종료되었는지, 곧 위반행위의 종료일이 언제인지는 미정이다. 이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는 작업이라는 사실이 처분 기준의 개정 전에 이미 끝난 사실인지, 아니면 개정 이후까지 이어진 사실인지가 가려지지 않는다. 이 자리는 이 장의 문언 분석만으로 채울 수 없다.

문언이 바뀌었다는 점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남은 자리가 있다. 처분청과 갑 건설이 각각 내세우는 기준의 문언 차이는 미정이고, 어느 쪽 문언이 개정 전의 것이고 어느 쪽이 개정 후의 것인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개정 부칙에 경과규정이 있는지, 있다면 그 문언이 무엇인지도 미정이다. 처분이 늦어진 사유 또한 미정이다. 이 넷은 모두 판시된 사실이나 문언에 근거해 채워 넣을 성질의 것이 아니라, 사건기록에서 확인되어야 할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사례에서 개정된 기준이 갑 건설의 이미 끝난 작업에 적용되는가라는 물음은, 문언으로 도출할 수 있는 해석의 틀만이 마련된 채로 남는다.

이 사례를 앞의 구분에 대입하여 이 장이 답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된다. 신뢰보호 원칙의 문언이 요구하는 요건, 즉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가 무엇을 전제로 하는지, 그리고 권한 행사의 지연이 어느 경우에 그 신뢰를 보호해야 할 정도인지 하는 것은 문언에서 읽어낼 수 있다. 반면 갑 건설이 처분 기준의 개정으로 말미암아 어떤 신뢰를 가졌는지, 처분청이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처분일까지 어느 시점에 권한을 행사할 기회를 가졌는지는 사실이 채워져야 판단할 수 있다. 이 장은 앞의 구분과 행정기본법 제12조의 문언이 만나는 자리를 밝히는 것으로 그치고, 갑 건설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신뢰보호 원칙에 반하는지는 이 사실들 없이 단정할 수 없다.

12.5남은 물음과 다음 장

이 장의 문언 분석은 진행 중인 사실에 새 기준을 미루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나 2025년 1월 개정 전후의 기준 문언 차이를 놓고는 아직 끝맺을 말이 남았다. 갑 건설에 대한 2026년 5월 영업정지 처분은 어느 쪽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그 판단의 출발점부터 가려야 한다.

먼저 짚을 것은 처분 시의 법을 적용한다는 문언이다. 「행정기본법」 제12조는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는 원칙을 밝히고, 그 예외를 함께 둔다. 같은 조 제1항은 "①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고 정한다(행정기본법 제12조). 이 조항은 행정청이 과거에 대한 규제를 새로이 가할 때 신뢰를 고려한다는 뜻을 담는다. 다만 신뢰가 보호되는 대상과 범위는, 위반행위가 끝난 뒤 처분이 내려지기까지의 정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권한을 오래 행사하지 않은 경우를 따로 다룬다. 「행정기본법」 제12조 제2항은 "② 행정청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한다(행정기본법 제12조). 이 규정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었는지, 행사하지 않은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를 함께 살피도록 한다. 갑 건설의 사례에서 처분이 늦어진 사유가 미정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사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제2항의 요건을 따져볼 여지가 달라진다.

이 장에서 남겨둔 사실은 그 판단에 직접 이어진다. 위반행위의 종료일이 언제인지, 개정 부칙에 경과규정이 있는지와 그 문언, 처분이 늦어진 사유, 처분청과 갑 건설이 각각 내세운 기준의 문언 차이는 모두 미정이다. 특히 위반행위 종료일은 새 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지를 가르는 첫 쟁점이다. 2024년 3월의 작업이 언제 끝났는지에 따라, 개정된 기준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처분이 늦어진 사유 역시 남은 쟁점이다. 「행정기본법」 제12조 제2항이 요구하는 "장기간"의 판단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기간과 사유를 놓고 서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처분청과 갑 건설이 내세우는 기준의 문언이 어디서 갈리는지가 밝혀져야, 신뢰 보호의 논의가 어느 문언을 두고 이루어져야 하는지 정해진다.

이 장이 짚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행정기본법」 제12조가 신뢰 보호의 원칙과 그 예외를 선언한 것은 확인되지만, 이 조항만으로 개정 전후 어느 기준이 갑 건설의 처분에 적용되어야 하는지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개정 부칙의 경과규정 유무와 그 문언은 다음 장에서 살필 일이다. 그 문언을 읽기 전에 적용 관계를 단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칙이 새 조문과 별표의 적용 시점을 어떻게 나누어 정하는지, 미정으로 남긴 사실들이 그 문언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다음 장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장은 처분 당시의 법을 적용한다는 출발점만을 확인했다. 「행정기본법」 제12조의 문언은 신뢰 보호가 원칙임과 예외가 있음을 함께 보여준다. 갑 건설의 영업정지 처분에 어느 기준이 적용되는지는, 개정 부칙의 문언과 미정 사실이 채워진 뒤에야 비로소 끝맺을 수 있다. 이 장의 한계를 여기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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