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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불법영득의사: 회사 자금 이동의 형사적 해석 · Volume 3 · Chapter 10 · First edition

가지급금 계정과 회계 기록의 증명력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장부 기재는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보여 주지 못하는가?

Length
about 2,200 words · 10 min
Sources
2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10.1가지급금 계정이 남긴 기록
  3. 10.2이자와 변제기 약정의 부재
  4. 10.3내부 승인 기록의 자리
  5. 10.4사후 작성과 증명의 부담
  6. 10.5형법 제355조가 요구하는 평가
  7. 10.6기록의 한계와 다음 쟁점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장부 기재가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보여 주지 못하는지를 묻는다. 가지급금 계정이 남긴 기록과 이자·변제기 약정의 유무, 내부 승인 기록의 의미를 구분하고, 기록이 사후에 작성되었는지를 살필 때의 증명 부담을 밝힌다. 형법 제355조가 요구하는 평가와 기록의 한계를 정리하며, 구체적인 입증 책임의 분배 규칙은 이 장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

10.1가지급금 계정이 남긴 기록

미정 사항을 남겨 둔 채로 추론을 멈춘 자리에서, 이제 회계 기록 자체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를 차분히 읽어 갈 차례다. C사의 장부에는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남아 있다. 이 항목은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긴 사실과, 그 돈을 회사에 대한 채무로 계상한 사실을 함께 드러낸다. 가지급금 계정이 남긴 기록은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보여 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횡령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형법 제355조) 조문은 횡령의 성립 근거로 재물의 횡령 또는 반환 거부를 내세운다. 장부의 가지급금 항목은 그 자체로 횡령이나 반환 거부의 성립을 선언하는 문구가 아니다.

가지급금 계정은 자금의 이동을 회사 쪽에서 기록한 흔적이며, 동시에 그 돈을 병이 회사에 갚아야 할 채무로 잡아 두었다는 사실의 기록이기도 하다. 즉 이 항목은 돈이 빠져나간 것과 그 돈이 채무로 남아 있는 것을 나란히 보여 준다. 두 가지 기록이 한 항목 안에 함께 놓여 있으므로, 읽는 사람은 자금 이동의 사실과 채무 계상의 사실을 각각 따로 읽고 나서 두 사이의 관계를 가늠해야 한다. 앞의 기록만을 떼어 보면 병이 회사 돈을 가져간 것으로 보이고, 뒤의 기록만을 떼어 보면 병이 회사에 갚아야 할 채무가 계상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 기록만을 가지고 이 항목의 의미를 단정하는 것은 이 계정이 남긴 두 가지 흔적 가운데 하나를 놓치는 일이 된다.

이 두 기록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정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차분히 살필 일이다. 돈이 빠져나갔다는 기록은 그 돈이 회사의 지배를 떠났다는 점을, 채무로 계상되었다는 기록은 그 돈이 병의 변제 의무 아래에 남았다는 점을 각각 보여 준다. 이 항목이 남긴 기록의 성격은 이 두 점을 함께 적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그 적시가 회사에 손해가 확정되었다는 뜻인지, 병이 영득의사를 품었다는 뜻인지는 그 기록의 문면에서 바로 읽히지 않는다.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긴 뒤 6억 원을 돌려준 사실은 이 기록과 겹쳐지지만, 기록 그 자체가 손해의 확정이나 영득의사를 적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록에서 읽어 낼 수 없는 것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 역시 미정이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가지급금 계정은 그 자체로 회사와 병 사이의 법률 관계를 확정하는 근거가 아니라, 자금의 이동과 채무의 계상이라는 두 사실을 회사의 장부에 남겨 둔 기록이다. 그 기록의 의미를 더 넓혀 읽는 데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놓여 있으므로, 미정으로 남겨 둔 항목을 채워 넣어 기록의 뜻을 보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계정은 자금 이동의 사실과 채무 계상의 사실을 함께 남긴 기록으로 읽어야 한다. 이 기록이 횡령의 성립을 뒷받침하는지의 여부는 그 기록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남아 있는 쟁점은 미정 사실을 확정 없이 둔 채, 그 기록이 법적 평가에 닿는 범위를 가려 내는 것이다.

10.2이자와 변제기 약정의 부재

장부가 자금 이동과 회사에 대한 채무 계상을 함께 보여 준다고 읽었으므로, 이제 그 항목을 떠받치는 약정 기록이 남아 있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C사의 기록에는 이사회 결의도, 이자에 관한 약정도, 변제기에 관한 기록도 보이지 않는다. 약정 기록이 없다는 사정이 반환 예정과 일시 사용에 대하여 무엇을 말해 주는지, 그리고 영득의사를 어느 방향으로 확정하는지를 살핀다.

가지급금 항목의 뜻을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법문부터 확인한다. 형법 제355조는 횡령에 대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은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자가 재물의 횡령 또는 반환 거부에 나아갈 때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C사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옮겨진 8억 원이 회사 소유임이 전제된다면, 병의 자금 이동은 이 조문이 다루는 재물에 관한 행위로 놓인다.

이자 약정의 부재가 가지급금 항목의 의미에 무엇을 더하거나 빼는지를 묻는다.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힌 것은 회사가 그 금액을 병에 대한 채무로 계상했다는 기록을 남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항목이 이자를 전제로 하는지, 어느 시기에 갚기로 하는지에 관한 약정을 함께 담고 있는지는 기록이 말해 주지 않는다. 이사회 결의나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병이 처음부터 반환할 생각이 없었다거나 돌려줄 계획을 세웠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약정 기록의 부재는 반환 예정과 일시 사용의 판단에 관한 한 중립적인 사정에 머무른다.

반대로 약정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 반환 계획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지도 않는다. 계약에 따른 변제기가 정해져 있지도 않고, 이자라는 비용이 회사에 대해 계상되어 있지도 않다면, 회사 측에서 병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되돌려 줄 것인지를 예정할 토대가 약해진다.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도 미정이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남은 2억 원의 사용처가 무엇인지,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약정 기록의 부재가 가리키는 것은 영득의사의 확정이 아니라, 반환 예정과 일시 사용을 뒷받침할 합의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이다. 이 사실은 형법 제355조가 정하는 횡령 또는 반환 거부의 판단에서 병의 자금 이동을 평가하는 자료의 하나로 놓일 뿐, 그 자체로 결론을 이루지 않는다. 이자와 변제기에 관한 약정이 없었다는 사정의 무게는, 반환을 예정한 일시적 사용과 영득의사를 가르는 나머지 사실들이 모여야 비로소 결정된다.

10.3내부 승인 기록의 자리

이자와 변제기 약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사정에 더하여, 병의 자금 이동에 관한 이사회 결의 기록도 보이지 않는다. 이사회 승인의 유무는 상법이 정하는 절차의 문제로 다루는지, 아니면 영득의사 판단에 직접 기여하는 요소로 삼아야 하는지가 이 자리의 질문이다.

상법 제398조는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거래의 주체와 절차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하여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하고,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하여야 한다." 이 규정은 이사와 회사 간 거래의 결의 요건과 의결 정족수를 정하고, 승인 절차를 거친 거래에서도 내용과 절차의 공정성을 요구한다. 조문은 거래의 중요사실을 미리 밝힐 것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같은 조 제1호는 승인 대상을 "이사 또는 제542조의8제2항제6호에 따른 주요주주"로 열거한다. C사의 대표이사인 병은 이 열거에 해당하는 자이고, 회사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자금을 옮긴 행위는 자기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한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다만 병의 자금 이동이 제398조상 거래에 해당하는지는 조문에 적힌 요건에 비추어 판단할 사항이고, 자금 이동 자체만으로 그 범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조문상 미리 이사회의 승인을 받을 절차가 요구된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승인이 없는 거래의 효과는 조문에 적혀 있지 않다. 승인 요건을 형사처벌의 별도 요건으로 읽어낼 근거는 조문에서 찾을 수 없다. 이사회 결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정은 거래의 절차적 흠결을 드러낼 뿐이고, 영득의사를 확정하는 지표로 삼는 것은 조문의 취지를 넘는다.

승인을 받은 거래에서도 내용과 절차의 공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승인의 유무만으로 거래의 성격이 정해지지 않는다. 병의 자금 이동에 이사회 결의가 있었는지, 중요사실이 미리 밝혀졌는지,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했는지는 미정이다. '대표이사 가지급금' 항목이 회사 장부에 적혀 있다는 사실은 회사 내부 기재의 존재를 보여 주지만, 그 항목이 제398조의 승인 절차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내부 승인 기록의 자리는 계약법상 거래의 절차를 규율하는 자리로 남아 있고, 영득의사 판단은 그 승인 유무에 기대지 않고 자금 이동과 반환 사정을 별도로 살펴야 한다. C사 장부에 적힌 가지급금 항목과 이사회 결의 기록의 부재는 각자 다른 문제를 가리키며, 이 둘 사이의 관계는 미정으로 둔다.

10.4사후 작성과 증명의 부담

내부 승인 기록의 자리를 살핀 뒤에는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가 남는다.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은 기재되어 있으나, 그 항목이 8억 원의 이동 직후에 작성된 것인지 석 달 뒤 반환 이후에 작성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작성 시점과 경위를 확인하는 일은 그 항목을 어떤 근거로 읽을지를 가르는 출발점이다. 회계 기록은 시점과 경위를 함께 담을 때 그 의미가 드러나며,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밝혀지지 않으면 그 항목이 무엇을 대표하는지는 열린 채로 남는다.

이 항목은 외부 거래의 결과가 아니라 회사 내부의 회계 처리에 해당한다. 상법 제398조는 이사회 승인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하여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398조는 거래의 승인을 요구할 뿐 가지급금 항목의 작성 시점이나 작성 주체에 관하여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사회 결의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가지급금 항목의 작성 경위를 설명해주지 못한다. 승인 기록의 부재와 회계 항목의 작성 경위는 서로 다른 질문에 속하며, 앞의 사실이 뒤의 사실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회계 기록에는 그 자체의 한계가 따른다. 병이 8억 원을 옮긴 뒤 6억 원을 되돌렸으므로, 잔액 2억 원만이 반환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장부에 적힌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명칭은 그 잔액이 무엇인지를 가리키는 표시이지, 반환 의무나 사용처를 확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회계 항목은 금액과 항목명을 남길 뿐, 그 항목이 어떤 거래나 어떤 약정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스스로 말해주지 않는다.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는 미정이며,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역시 미정이다.

기록이 자금 이동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항목이 무엇을 근거로 작성되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사후에 작성된 기록일수록, 작성된 시점에 이미 알고 있던 사정과 작성 이후에 생긴 사정이 섞여 들어갈 여지가 크다.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도 미정이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증명의 부담은 이 미정의 자리에 놓인다. 작성 시점과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한, 가지급금 항목은 자금 이동을 표시한 기록에 그친다. 그 항목을 확정된 손해로 읽거나 확정된 반환 약정으로 읽는 것은 기록이 담지 않은 내용을 앞세우는 일이다. 무엇이 언제 작성되었는지가 먼저 드러나야, 그 기록이 무엇을 뒷받침하는지가 비로소 논의될 수 있다. 미정으로 남은 항목을 임의로 채워 넣는 방식으로는 이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다.

따라서 가지급금 항목을 확정된 손해나 확정된 반환 약정으로 읽는 것은 앞서 확인한 기록의 범위를 넘는다. 작성 시점과 경위가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그 항목은 자금 이동의 기록에 그치고 법적 평가는 별도로 뒤따라야 한다. 이 점은 회계 기재가 평가의 출발점일 뿐임을 뒷받침하며, 남은 판단의 틀은 형법 제355조의 요건에서 확인된다.

10.5형법 제355조가 요구하는 평가

기록의 작성 시점과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는 결론에서 나아가, 이제 형법 제355조 자체가 요구하는 평가의 틀을 확인할 차례이다. 회계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는 사실은 자금 이동을 기록한 것이지만, 그 기록만으로 곧 횡령이나 배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형법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형법 제355조).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긴 행위가 이 조항의 '횡령'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재만으로 확정되지 않고 그 행위의 성격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배임의 경우에도 기록과 법적 평가 사이의 거리는 마찬가지이다.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규정한다(형법 제355조). 대표이사 병이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가지급금 항목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조항이 요구하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와 '본인에게 손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회사 장부에 적힌 항목은 평가의 출발점일 뿐이고, 그 평가가 끝나야 비로소 법적 결론에 도달한다.

이 사례에서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가 무엇인지,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이 얼마인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고,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손해와 고의를 확정하려면 미정으로 남은 사실들이 먼저 밝혀져야 하고, 그 밝혀진 사실들 위에서 형법 제355조가 정한 요건이 하나씩 충족되는지가 판단되어야 한다.

결국 가지급금 계정과 회계 기록은 자금 이동을 보여 주는 출발점의 증거일 뿐이다. 형법 제355조 제1항과 제2항이 요구하는 횡령과 배임의 요건은 그 기록 뒤에서 별도로 평가되어야 하고, 미정으로 남은 사실들을 임의로 채워 넣어 손해나 고의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기록이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증명하지 못하는지를 가르는 일은, 바로 이 평가의 틀 앞에서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10.6기록의 한계와 다음 쟁점

회계 기록이 회사 자금의 이동을 적고 그 명목을 남겨 두었다는 점만으로는, 이 회계 기록이 횡령과 유용의 경계에서 어떤 증명력을 갖는지가 모두 결정되지는 않는다. 앞서 회계 기재를 평가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뒤, 그 기재에 남은 뜻과 미정으로 남은 사실을 구분해 보아야 한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재물의 보관이라는 지위와 그 재물에 대한 횡령 또는 반환 거부를 요건으로 삼는다.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기고 6억 원을 되돌려 보낸 자금의 이동은 이 두 요건 중 무엇을 채우는지를 밝히지 못한다.

가지급금 항목이 회사 장부에 기재된 것은 병의 동기와 목적을 드러내는 정황에 해당하되, 그 기재가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는 미정이다. 회계 기록은 회사 측의 인식을 적은 자료일 뿐,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를 적시하지 않는다. 기록에 남지 않은 사실을 기록의 빈자리에서 끌어내어 그 채우면, 회계 기재가 담은 증명력과 그 기재 밖의 추론이 뒤섞인다.

따라서 회계 기록의 증명력은 한정되어 있다. 기록은 자금의 이동과 그 명목의 흔적을 남길 뿐, 그 이동이 일시적 사용인지 횡령인 유용인지는 단독으로 가리지 못한다. 병의 지위가 보관에 해당하는지, 재물 반환 거부가 있었는지, 미정으로 남은 주식 비율과 회사의 자산 규모가 여기에 무엇을 보태는지는 기록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이와 달리 회계 기록과 별개로, 위탁신임관계의 존부를 판단한 판결의 태도도 참고할 만하다.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는 채권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의 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전제한다. 이 판결은 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만으로는 위탁신임관계의 보관 지위가 생기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그 판결은 나아가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자신이 사용할 의도로 제3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아 변제금을 수령한 경우, 이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 채무자가 채권자와의 위탁신임관계에 의하여 채권자를 위해 위 변제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채무자가 이를 임의로 소비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 이 판결의 결론은 채권양도담보와 변제금을 둘러싼 쟁점에서 나온 것으로, 병의 회사 자금 이동에 그대로 대입할 것은 아니다.

결국 회계 기록이 증명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병의 행위를 평가하면, 미정인 사실과 기록이 적은 사실을 나누어 읽어야 한다. 가지급금 계정에 남은 기재와 그 기재가 담지 못한 부분의 경계를 지킨 뒤에야, 담보 관계 속에 맡겨진 변제금이 무엇인지라는 다음 물음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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