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절차를 갖추어 같은 내용의 처분을 다시 하는 구조를 설명한다. 재처분에서의 사전통지 내용과 의견제출 기회, 확인서 서명의 자리를 검토하고, 절차 위반을 다투는 실익을 분석한다.
13.1취소 뒤에도 남는 처분 근거
절차적 하자의 효과가 취소와 무효의 경계에서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살핀 뒤에는, 같은 처분이 다시 내려질 수 있는지가 다음 문제가 된다. 여기서는 취소된 뒤에도 행정청이 처분을 할 권한과 근거가 남는지를 행정절차법 제21조가 짜 놓은 통지 의무의 모습에서 읽어낸다.
절차적 하자의 효과가 취소로 갈리면 처분은 장래를 향하여 효력을 잃는다. 그렇다고 하여 행정청이 그 사무를 처리할 권한까지 함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권한은 법령이 행정청에 부여한 것이고, 하자가 있는 처분은 그 권한을 잘못 행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령 자체가 소멸한 경우와 구별되어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1조는 통지 의무가 처분에 앞서서만이 아니라 처분을 다시 하는 경우에도 작동하도록 두어 놓았다. 처분을 할 권한과 근거가 남아 있다면 그 처분을 하려는 행정청은 같은 통지 의무를 다시 져야 한다. 그 조문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행정절차법 제21조제1항은 통지의 대상과 시기를 이렇게 밝힌다.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당사자등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그 각 호 가운데 제3호는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를 통지할 사항으로 적고, 제4호는 "제3호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을 함께 적도록 한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이 두 호가 통지의 핵심이다. 즉 처분을 다시 하려는 행정청은 원인이 되는 사실과 법적 근거를 당사자에게 미리 밝히고, 그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다는 뜻을 알려야 한다.
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대한 보조금 반환 명령이 절차적 하자로 취소되었다고 하자. 이때 행정청이 같은 반환 명령을 다시 내리려 하면 제21조제1항 각 호의 사항을 다시 통지해야 한다. 처분서의 이유란에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취지의 문구만 적힌 채 남아 있는 것은 통지로 족한 것이 아니다. 통지에 담겨야 할 법적 근거는 처분을 지탱하는 법령을 가리키고, 그 법령이 무엇인지가 당사자에게 미리 밝혀져야 한다.
다만 통지 의무에는 예외가 있다. 제21조제4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면서,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법령등에서 요구된 자격이 없거나 없어지게 되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 그 자격이 없거나 없어지게 된 사실이 법원의 재판 등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차례로 들고 있다. 이 사례에서 감사 과정에 드러난 정황이 법원의 재판 등에 의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인지, 긴급을 요하는 사정이 있는지는 미정이다.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그 사실이 확인되어야 판단할 수 있다.
통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 제21조제6항은 "제4항에 따라 사전 통지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 당사자등에게 통지를 하지 아니한 사유를 알려야 한다"고 정하고, "다만, 신속한 처분이 필요한 경우에는 처분 후 그 사유를 알릴 수 있다"고 덧붙인다. 통지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에도 그 면제 사유를 알리는 의무는 남는다.
이 사례에서 무가 서명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통지를 대신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확인서는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적은 문서이고, 제21조제1항이 요구하는 통지는 처분의 내용과 법적 근거, 의견 제출 기회를 미리 알리는 절차이다. 확인서가 통지의 자리를 대체한다는 것은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남는 것은, 절차적 하자로 처분이 취소되어도 처분 권한과 근거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권한을 다시 행사하려는 행정청은 통지 의무를 새로 져야 한다는 점이다.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와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이 확인서에 적힌 범위와 같은지, 재처분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미정이다.
13.2재처분의 사전통지 내용
취소로 권한과 근거가 남는다고 본다면, 다음은 재처분에 앞서 당사자에게 무엇을 통지해야 하는지이다. 행정절차법 제21조는 통지 사항을 일곱 호에 나누어 두고, 이 가운데 셋째 호가 처분의 원인과 내용과 근거를 함께 요구한다. 그 사항을 적기로 한 취지는 그대로 읽어두는 편이 안전하다.
법령 제21조 제1항 제3호는 통지에 담을 내용을 이렇게 정한다.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행정절차법 제21조)이다. 이 셋은 나란히 적도록 되어 있다. 반환 금액을 새로 정하려는 재처분이라면, 금액을 낳는 사실과 반환하려는 내용과 그 법적 근거가 통지 속에서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같은 조 제1항 제4호부터 제6호까지는 의견 절차를 함께 적도록 한다. "제3호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행정절차법 제21조), "의견제출기관의 명칭과 주소"(행정절차법 제21조), "의견제출기한"(행정절차법 제21조)이다. 이 셋은 통지에 담는 이유가 셋째 호의 사실과 근거에 대한 당사자의 말을 받기 위한 것이며, 통지에 넣지 않으면 그 말을 들을 길이 열리지 않는다.
기한을 정하는 방식에도 선이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제6호에 따른 기한은 의견제출에 필요한 기간을 10일 이상으로 고려하여 정하여야 한다"(행정절차법 제21조)고 요구한다. 재처분의 통지에서도 이 기한을 짧게 줄여 압축하는 것은 조문이 그린 바와 다르다.
통지 자체를 건너뛸 사유는 같은 조 제4항이 한정한다. 긴급한 처분과 객관적으로 증명된 자격 결여와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로 나누어 두고, 그중 하나인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행정절차법 제21조)를 빼고는 일반적인 재처분의 통지를 생략하는 빌미로 삼기 어렵다. 같은 조 제6항은 그 경우에도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 당사자등에게 통지를 하지 아니한 사유를 알려야 한다. 다만, 신속한 처분이 필요한 경우에는 처분 후 그 사유를 알릴 수 있다"(행정절차법 제21조)고 하여, 예외의 사정을 사후에라도 밝히라 한다.
보조금 반환의 재처분에 이 조문을 비추어 보면, 통지에 적을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확인서에 적힌 범위가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가 되는지,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이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과 같은 것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그 미정의 자리는 통지가 채워야 할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행정절차법 제21조)에 해당하며, 통지에 없던 근거나 산정 범위를 뒤에 덧붙여도 좋다는 바탕은 조문에서 찾을 수 없다. 통지 요건을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제21조 제1항이 적기로 한 사항이 그대로 재처분의 첫 걸음에 담을 목록이다.
13.3의견제출 기회의 부여
사전통지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가 정해진 뒤에는, 통지를 받은 당사자가 그 내용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이 절차는 행정절차법 제22조의 의견청취와 제27조의 의견제출에서 함께 다루어진다. 두 조문이 같은 방식을 요구하는지는 각 조문의 문언을 따로 읽어 확인해야 한다.
보조금 반환 명령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이다. 제22조 제3항은 그러한 처분을 할 때의 기본 방식을 이렇게 정한다.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제1항 또는 제2항의 경우 외에는 당사자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행정절차법 제22조) 이 사례에서 보조금 반환 명령이 제1항의 청문 대상, 곧 인허가 등의 취소나 신분·자격의 박탈에 해당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사자에게 주어져야 할 것은 의견제출의 기회이다.
제22조 제4항은 그 기회마저 생략할 수 있는 경우를 한정하여 둔다.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21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와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행정절차법 제22조) 즉, 명백한 포기 표시나 제21조 제4항 각 호의 사유가 있을 때에만 청취를 생략할 수 있다. 무가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한 일이 그 포기 표시에 해당하는지, 제21조 제4항 각 호의 사유가 있었는지는 이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그 기회가 열리는 방식은 제27조가 따로 규정한다. 그 제1항은 "당사자등은 처분 전에 그 처분의 관할 행정청에 서면이나 말로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행정절차법 제27조)고 정하고, 제2항은 "당사자등은 제1항에 따라 의견제출을 하는 경우 그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 등을 첨부할 수 있다"(행정절차법 제27조)고 덧붙인다. 서면, 말, 정보통신망의 세 가지가 열거되어 있다. 이 셋 가운데 어느 것으로 의견제출을 받아야 하는지 정한 문언은 확인되지 않는다.
의견제출을 말로 하였을 때의 기록 의무도 두어져 있다. 제27조 제3항은 "행정청은 당사자등이 말로 의견제출을 하였을 때에는 서면으로 그 진술의 요지와 진술자를 기록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의견제출 기한까지 아무 말도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같은 조문에 나와 있다. 제4항은 "당사자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의견제출기한까지 의견제출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본다"(행정절차법 제27조)고 선다. 이 두 문언은 의견제출의 실질이 당사자가 실제로 무엇인가 말하거나 적어 내는 데 있다는 절차적 성격을 드러낸다.
이 사례에서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무가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한 일이 있었으나, 그 서명이 위 두 조문이 말하는 의견제출 기회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질문으로 남는다. 제22조 제3항이 요구하는 것은 기회의 부여이고, 제27조는 그 기회가 서면이나 말 또는 정보통신망으로 열린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서명한 서류가 의견제출의 방식 가운데 하나를 채웠는지, 당사자에게 의견을 낼 실제 기회가 주어졌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이 점은 확인서 서명을 두고 다룰 쟁점으로 남겨 둔다.
13.4확인서 서명과 의견제출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가 함께 결여된 것으로 관찰된 이 사례에서, 무가 감사 과정에 서명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의견제출을 대신하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행정절차법 제27조는 "당사자등은 처분 전에 그 처분의 관할 행정청에 서면이나 말로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이 가리키는 의견제출은 당사자등이 처분을 앞두고 자신의 주장을 행정청에 내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서명된 확인서의 성격은 서류의 이름이 아니라 작성 과정에서 무엇이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제27조는 "당사자등은 제1항에 따라 의견제출을 하는 경우 그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 등을 첨부할 수 있다"고 함께 정하고 있다. 의견제출은 주장을 내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열린다는 뜻이다. 무가 서명한 문장이 사실관계의 확인에 그치고 주장을 담지 않았다면, 서명만으로 의견이 제출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말로 의견을 낸 경우에는 기록의 문제가 따라붙는다. 제27조는 "행정청은 당사자등이 말로 의견제출을 하였을 때에는 서면으로 그 진술의 요지와 진술자를 기록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감사 자리에서 무가 확인서에 서명하면서 덧붙인 말이 있었다면 그 말이 무엇이었는지가 기록으로 남았는지가 다음에 확인될 일이다. 확인서에 서명한 사실만으로 진술의 요지가 기록된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의견제출이 열린 뒤에 응하지 않은 경우와 의견을 낼 기회 자체가 없었던 경우는 구분된다. 제27조는 "당사자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의견제출기한까지 의견제출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이 단서는 기한까지 의견을 내지 않은 사람의 침묵을 의견의 부재로 보겠다는 취지일 뿐, 의견을 낼 기회를 처음부터 주지 않은 경우까지 덮는 것은 아니다. 무는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했을 뿐이다. 서명에 이르게 된 자리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열려 있었는지, 무가 자유로이 주장을 꺼낼 수 있었는지와 같은 사실은 미정이다.
행정절차법 제22조 제3항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제1항 또는 제2항의 경우 외에는 당사자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다. 반환 명령은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에 해당하므로, 의견제출 기회를 주어야 할 상황이다. 다만 확인서 서명이 그 기회를 대신하였는지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서명이 의견 청취를 대체한다고 결론짓기 어렵다는 것이 이 쟁점의 현재 위치이며,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와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이 확인서의 범위와 같은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13.5절차 위반 다툼의 실익
의견제출의 자리가 무엇으로 남는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다툼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절차를 갖추지 않은 처분이 그 자체로 무효인지, 취소되어야 하는지로 이어진다. 절차를 갖추면 같은 내용의 처분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구조 아래에서, 무가 절차 위반을 들어 이 구청의 반환 명령에 반대하는 실익이 무엇인지를 제21조·제22조·제27조의 요구에서 살핀다. 재처분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미정이므로, 그 시점이나 결과를 미리 단정하지 않는다.
절차 위반을 다투는 실익은 무에게 주어져야 할 절차의 내용이 무엇인지에서 시작한다.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에 앞서 사전통지가 요구되는지 보기 위하여, 행정절차법 제21조는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당사자등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그 사항으로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와 "제3호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을 들고 있다. 보조금 반환은 무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이므로, 이 사례에서 통지의 대상과 시기는 이 조항이 정하는 틀에 놓인다. 통지 없이 내려진 처분은 앞서 정한 사항들을 당사자등이 미리 알지 못한 채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례에서 처분서의 이유란에는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는 취지로만 적혀 있다. 무가 처분의 근거를 다투려면, 사전통지에서 밝혀야 할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가 먼저 문제된다.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이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과 같은 것인지,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가 확인서에 적힌 범위와 같은지가 미정인 지금, 무가 무엇을 두고 반박해야 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이 미정 사항은 사전통지의 실익을 가를 중요한 지점으로 남는다.
의견제출의 기회는 제22조와 제27조가 함께 그려 낸다. 행정절차법 제22조는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제1항 또는 제2항의 경우 외에는 당사자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다만 "제21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와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둔다. 이 사례에는 예외에 해당하는 사정이 드러나지 않았고, 무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했다는 뜻을 표시했다는 사실도 없다. 따라서 무가 의견제출 기회를 받아야 한다는 요구는 이 사례에서 살아 있다.
그 기회의 모습은 제27조가 더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행정절차법 제27조는 "당사자등은 처분 전에 그 처분의 관할 행정청에 서면이나 말로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고 하여, 당사자등이 의견제출을 할 수 있는 시점과 방식을 정하고 있다. 의견제출의 시점이 처분 전으로 놓여 있으므로, 무가 감사 과정에서 서명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이 기회를 대신했는지는 서명이 처분 전에 어떤 자리에서 이루어졌는지와 함께 살펴야 한다. 서명 과정에서 의견을 낼 기회가 실제로 주어졌는지가 미정인 이상, 확인서 서명이 의견 청취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절차 위반을 다투는 실익은 결국 처분이 취소된 뒤 무엇이 남는지에서 드러난다.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은 무가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와 처분의 법적 근거를 미리 알고, 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행정청에 내어 두게 하려는 절차이다. 이 절차가 결여된 채 내려진 처분에 대하여 무가 다투는 것은, 그 결여로 잃어버린 반론의 기회를 되찾고 산정 근거와 법적 근거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재처분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그때 어떤 내용의 처분이 내려질지는 미정이므로, 절차 위반 다툼의 실익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이 사례에서 확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