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사실관계가 분명한데도 처분 전에 알리고 들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 무의 장면에서 처분청이 절차를 생략하며 든 이유를 놓고, 절차가 정확성과 당사자 존중이라는 두 가치를 맡는다는 점을 세운다.
1.1절차가 빠진 처분의 모습
구청은 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조금 반환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그 명령에 이르는 길에 사전통지도 없었고 의견제출 기회도 없었다. 처분서의 이유란에는 관련 법령 위반이라고만 적혀 있다. 이미 아는 사실이라 절차를 건너뛰어도 좋다는 뜻으로 읽히는 이 장면을, 우선 있는 그대로 적어 둘 필요가 있다.
감사 과정에서 보조금 집행 내역에 법령 위반 정황이 드러났고, 무는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서명한 확인서가 사전통지를 대신하고 의견 청취를 대신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가 확인서에 적힌 범위와 같은지도,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이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과 같은 것인지도 미정이다. 관찰된 것은 절차의 두 자리가 비어 있고 처분서의 설명이 한 줄로 그친다는 사실이다.
이 장면의 법적 의미는 대법원 판결의 문장으로 가늠할 수 있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침해적 처분에 앞서야 할 통지와 의견제출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 제1항 내지 제4항에 의하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요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보조금 반환 명령이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이라면, 통지와 의견제출의 자리는 원칙적으로 비워 두어서는 안 된다.
예외의 문도 같은 판결에 남아 있다. 그 판결은 예외의 범위를 좁게 열어 두고, 다른 방식으로 사정을 알려 주었다는 사정만으로 통지를 건너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행정청이 온천지구임을 간과하여 지하수개발·이용신고를 수리하였다가 행정절차법상의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채 그 신고수리처분을 취소하고 원상복구명령의 처분을 한 경우, 행정지도방식에 의한 사전고지나 그에 따른 당사자의 자진 폐공의 약속 등의 사유만으로는 사전통지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절차법 소정의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무가 확인서에 서명한 일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이 자리에서 단정할 수 없다.
이 장면에서 손해가 확정되었는지, 구청에 고의가 있었는지는 정하여진 바 없다. 확인된 것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자리가 비어 있고 처분서에 이유가 거의 적혀 있지 않다는 사실이며, 그 빈자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다음 문제이다.
1.2명백한 사실이라는 이유
생략된 자리가 확인된 뒤에 남는 질문은 그 생략을 무엇이 떠받쳤는가이다. 처분청은 사실관계가 분명하다는 절을 들어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을 건너뛰었고, 무의 장면에서 그 이유는 처분의 배경으로 놓여 있다. 분명함이 곧 생략의 정당성이 된다는 결론은, 이 자리에서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법적 자리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처분의 성질상 예외를 인정하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 제1항 내지 제4항에 의하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요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이 판시는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을 원칙으로 두고, 그 생략을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한다.
그 예외의 문턱이 어느 높이인지도 같은 판결에서 읽힌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그 문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행정청이 온천지구임을 간과하여 지하수개발·이용신고를 수리하였다가 행정절차법상의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채 그 신고수리처분을 취소하고 원상복구명령의 처분을 한 경우, 행정지도방식에 의한 사전고지나 그에 따른 당사자의 자진 폐공의 약속 등의 사유만으로는 사전통지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절차법 소정의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사전에 알리고 약속을 받은 일이, 절차를 생략할 사유를 대신하지 못한 것으로 본 것이다.
무의 처분에서 처분청이 든 '사실관계가 분명하다'는 이유가 위 예외의 어느 쪽에 놓이는지는, 앞의 판시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판시는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예외의 한 유형으로 들었으나, 어떤 사실관계가 그에 해당하는지는 판단의 영역으로 남긴다.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이 어느 정도로 정리되어 있었는지, 무가 관여할 여지가 남아 있었는지에 관한 확인은 미정이다.
따라서 분명함이라는 표현이 절차 생략을 떠받치는 힘을 가졌는지는, 예외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사정이 실제로 드러났는지를 묻는 일과 떨어져 있지 않다. 이 사례에서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이 생략된 배경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처분청이 예외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확인은 미정이다.
1.3확인서 서명과 의견 청취
명백함을 이유로 절차를 생겼다는 설명이 남긴 자리는 무가 감사 중에 서명한 확인서의 자리와 맞닿는다. 무는 처분에 앞서 의견을 낼 기회를 받지 못했고, 대신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했다. 서명이 의견 제출 기회를 대신하는지, 대신하지 않는지가 이 절의 질문이다.
의견 청취의 기본은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이 정리해 둔다. 같은 판결은 침해적 행정처분에서의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의무에 관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요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밝힌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통지와 의견제출의 기회는 원인이 되는 사실, 처분의 내용과 법적 근거, 의견 제출의 뜻과 그를 내지 않을 때의 처리를 함께 담아야 한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그러한 절차 없이 내린 처분의 위법 여부를 다룬다. 같은 판결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기회 없이 처분한 경우에 대해서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밝힌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처분의 성질과 사정에서 따져야 하고, 형식적인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사전에 당사자가 이미 어떤 말이나 약속을 남긴 경우가 예외가 되는지도 같은 판결이 짚는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사전 고지와 약속에 관해 "행정지도방식에 의한 사전고지나 그에 따른 당사자의 자진 폐공의 약속 등의 사유만으로는 사전통지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절차법 소정의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로 정리한다. 처분 이전에 당사자가 어떤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분에 앞서 통지하고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무가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한 일이 같은 자리에 놓인다. 서명은 무가 확인서에 적힌 사실을 읽고 서명한 것으로 보이는 행위이고, 의견을 낼 수 있었던 기회 자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의견제출의 기회는 처분하고자 하는 사실과 근거, 처분의 내용을 미리 알려 주고 그에 대해 말할 자리를 주는 절차다. 서명이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서명만으로 통지와 의견 청취를 거친 것과 같은지, 무에게 의견을 낼 뜻과 방식이 함께 안내되었는지는 미정이다.
1.4정확성을 맡는 절차
서명이 의견 제출 기회를 대신하는지에 관한 물음은, 절차가 처분의 사실과 근거를 어떻게 바로잡는지라는 질문과 이어진다. 구청이 무에게 보조금 반환을 명하면서 산정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면, 반환 금액의 범위는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과 무가 확인한 사실에 의존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절차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처분의 내용을 정확하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행정절차법은 처분 전에 당사자에게 통지할 사항을 적시하고 있다.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가 그 가운데 들어 있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이 점을 확인한다. 판결은 먼저 절차에 관한 법령의 내용을 이렇게 옮긴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 제1항 내지 제4항에 의하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요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이 인용은 통지 사항에 사실과 법적 근거가 함께 들어 있다는 점과, 생략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점을 한꺼번에 밝힌다.
판결은 이어서 예외의 범위를 좁힌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사전고지와 약속만으로는 예외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다. "행정청이 온천지구임을 간과하여 지하수개발·이용신고를 수리하였다가 행정절차법상의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채 그 신고수리처분을 취소하고 원상복구명령의 처분을 한 경우, 행정지도방식에 의한 사전고지나 그에 따른 당사자의 자진 폐공의 약속 등의 사유만으로는 사전통지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절차법 소정의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이 판시가 다루는 것은, 행정지도방식의 사전고지와 당사자의 자진 폐공 약속이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을 대신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판결은 그 사유만으로 예외가 성립한다고 보지 않았다. 자진 폐공의 약속처럼 당사자가 이미 어떤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서, 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생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가 확인서에 서명한 일이 처분의 근거를 정확히 밝히는 절차를 대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확인서는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기록일 뿐, 처분에 인용된 법령과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를 무가 다툴 기회를 마련한 것은 아니다. 앞서 본 판결이 사전고지와 약속을 예외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까닭도, 당사자가 안 사실이 통지와 의견제출의 자리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확인서 서명이 의견 청취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앞 절의 물음으로 남아 있고, 여기서는 절차가 사실과 근거의 정확성을 떠맡는다는 점만 분명히 한다. 처분서의 이유란에 관계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뜻만 적혀 있다면, 어떤 법령을 근거로 삼았는지가 통지하여야 할 사항으로서의 법적 근거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절차가 정확성을 맡는다는 말은, 처분이 사실과 근거를 제대로 갖추게 하려는 절차의 몫을 가리킨다.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는 그 몫을 수행하는 기본 장치이다. 판결이 예외를 좁게 해석한 까닭도, 절차의 생략이 처분의 정확성을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가 확인서에 적힌 범위와 같은지,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이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과 같은지는 이 자리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확인서의 범위와 산정 근거가 서로 맞아떨어지는지, 인용된 법령과 드러난 정황이 같은 것인지는 둘 다 미정으로 남는다. 다만 절차가 그 겨냥점을 정확성에 두고 있다는 점만은, 통지 사항에 사실과 법적 근거가 함께 놓여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1.5당사자에게 남긴 자리
산정 근거가 확인서의 범위에 머무는지에 대한 판단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에는 그 확인서에 서명한 무가 처분에 자기 이야기를 낼 자리가 있었는지 살핀다. 무는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했지만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기회는 받지 못했다. 이 자리가 절차가 당사자에게 남겨 두는 몫과 어떤 관계인지를, 사전통지와 의견 청취를 요구한 판례의 말로 밝힌다.
행정절차법이 침해적 처분에 앞서 당사자에게 통지와 의견 제출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그 보장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 제1항 내지 제4항에 의하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요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통지에 담길 사항이 원인이 되는 사실, 처분의 내용, 법적 근거, 의견 제출 방법에 이른다는 점이다. 무가 받은 처분서의 이유란에는 감사에서 드러난 법령 위반 정황과 같은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채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다는 취지만 적혀 있어, 어떤 법령이 어떻게 위반되었는지 무에게 전해진 바가 없다.
그 판례는 사전통지와 의견 청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의 문턱도 함께 밝힌다. "행정청이 온천지구임을 간과하여 지하수개발·이용신고를 수리하였다가 행정절차법상의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한 채 그 신고수리처분을 취소하고 원상복구명령의 처분을 한 경우, 행정지도방식에 의한 사전고지나 그에 따른 당사자의 자진 폐공의 약속 등의 사유만으로는 사전통지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절차법 소정의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이 사례에서 당사자가 스스로 한 약속조차 통지와 청취를 대신하지 못했다. 같은 자리에서 보면, 무가 감사 중에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한 것은 처분에 앞서 자신의 주장을 펼 자리와는 결이 다르다. 서명한 확인서가 의견 청취를 대신할 수 있는지는 판례가 밝힌 바가 없어 미정으로 남는다.
판례가 통지와 청취에 담은 것은 사실과 근거를 미리 알게 하고 반론을 내게 하는 자리다. 이 자리는 당사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구청이 반환 명령에 인용한 법령이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과 같은 것인지, 무에게 설명된 적이 있었는지도 미정이다. 다만 판례가 요구한 통지의 항목에 비추어 보면, 무가 확인서에 서명했다는 사정만으로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자리를 존중의 문제로 옮겨 읽지는 않는다. 판례가 말한 것은 통지와 청취가 없을 때 처분이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지, 당사자의 존중이 손해의 확정이나 배상의 요건이라는 뜻이 아니다. 무가 겪었을 불편이나 모멸을 확정된 손해로 셈하는 일은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절차가 남긴 자리는 판단에 반영할 재료를 모으는 자리로 읽는다.
이로써 절차가 맡은 몫은 두 갈래로 드러난다. 하나는 처분의 사실과 근거를 바로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사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앞서 산정 근거의 문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확인서의 범위와 처분이 매긴 금액이 같은지, 그리고 무가 서명한 확인서가 청취를 대신했는지는 여기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남겨 둔다.
1.6두 가치와 남은 물음
절차가 당사자에게 자기 이야기를 남기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점을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제 그 자리가 겨냥하는 가치를 정리할 차례이다. 어린이집 보조금 반환 명령을 둘러싼 사례에서, 무는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했지만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사정만 놓고 보면, 절차가 보호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가다듬는 작업이 다음 물음에 답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한다.
절차가 담당하는 첫째 가치는 처분의 정확함이다. 행정청이 침해적 처분을 하려 할 때 당사자에게 미리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법적 근거를 알리고 의견을 들으면, 처분 전에 놓친 사실이나 잘못 잡은 근거를 바로잡을 수 있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 제1항 내지 제4항에 의하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요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다. 이 판시는 통지와 의견제출을 처분의 정확을 담보하는 장치로 이해하고 있다.
절차가 담당하는 둘째 가치는 당사자에 대한 존중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절차는 당사자로 하여금 자기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자리를 남긴다. 이 자리는 처분의 결론을 바꾸는 수단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무가 감사 과정에서 확인서에 서명한 일과, 처분 전에 의견을 낼 기회를 받는 일은 성질이 다르다. 확인서는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이고, 의견제출 기회는 아직 열려 있는 처분에 대한 말을 남기는 자리이다. 두 가치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밀어내지 않는다.
두 가치는 서로를 밀어올린다. 당사자의 말이 모이면 처분은 더 정확해지고, 처분이 정확해지면 당사자는 자기 이야기가 제대로 들렸음을 확인한다. 다만 존중이라는 말을 손해의 확정이나 배상의 요건으로 넓혀 읽는 것은 앞에서 세운 선을 넘는 일이다. 존중은 절차가 당사자에게 남긴 자리라는 뜻에서만 쓰인다.
사례로 돌아가면, 남은 물음은 명료하다. 무가 서명한 확인서가 의견 청취를 대신할 수 있는지, 처분서에 적힌 이유란이 처분의 법적 근거를 밝히는 통지에 해당하는지,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가 확인서에 적힌 범위와 같은지,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이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과 같은 것인지는 미정이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이 밝힌 예외의 문턱(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이 사례에 닿는지도 미정이다. 이 판결이 내린 위법 여부와 취소의 결론을 이 자리에서 그대로 옮겨 오지도, 그 판단 기준을 여기서 새로 만들지도 않는다.
절차법이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구조를 어떻게 짜 두었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이 사례의 어떤 장면에 닿는지는 이제 조문의 문언을 따라가며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