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2017두66602의 판결요지에서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의 기준을 읽는다. 이 기준에 무의 확인서 서명 사정을 대어 보며, 의견제출과 의견청취의 구분을 함께 살핀다.
9.1판결요지의 쟁점 범위
앞에서 예외 사유의 판단을 읽고 남긴 쟁점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이 장의 논의 대상을 판결요지에서 확인되는 범위로 한정한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의 판결요지는 세 개의 쟁점을 순서대로 밝히고 있다. 이 세 쟁점이 이 장에서 읽고 가르칠 내용의 경계가 된다.
첫째로,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행정절차법상의 사전 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경우에 그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가 다루어진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의 판결요지 [1]은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행정절차법상의 사전 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경우, 그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원칙적 적극)"로 쟁점을 제시한다. 구청이 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조금 반환 명령을 내리면서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이 쟁점은 사례의 전반에 직접 관련한다.
둘째로,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 정한 예외사유의 의미가 문제된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의 판결요지 [2]는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의미 및 처분의 전제가 되는 ‘일부’ 사실만 증명된 경우이거나 의견청취에 따라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처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 위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로 쟁점의 범위를 특정한다. 여기서는 예외사유의 문언 해석과 그 적용의 한계가 함께 다루어진다.
셋째로, 구체적 사안의 적용이 쟁점 [3]에 담긴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의 판결요지 [3]은 관할 시장이 갑에게 구 폐기물관리법 제48조 제1호에 따라 토지에 장기보관 중인 폐기물을 처리할 것을 명령하는 1차, 2차 조치명령을 각각 하였고, 갑이 위 각 조치명령을 불이행하였다고 하여 구 폐기물관리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이 각각 선고·확정되었는데, 이후 관할 시장이 폐기물 방치 실태를 확인하고 별도의 사전 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갑에게 폐기물 처리에 관한 3차 조치명령을 한 사안을 전제로, "3차 조치명령은 재량행위로서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사전 통지, 의견청취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로 요약한다. 이 사안의 사실관계는 판결요지가 밝힌 조치명령과 유죄판결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장의 논의는 위 세 쟁점 안에서만 전개된다. 구청이 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내린 보조금 반환 명령의 반환 금액 산정 근거가 무가 서명한 사실관계 확인서에 적힌 범위와 같은지, 감사에서 드러난 법령 위반 정황이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과 같은 것인지, 무가 서명한 확인서가 의견 청취를 대신할 수 있는지, 재처분이 실제로 이루어질지 여부는 모두 미정이다. 확인서 서명 사실이 판결요지가 다루는 쟁점에 어떻게 놓이는지는, 이 사례의 사실관계가 판결요지의 틀에 비추어 어떻게 자리하는지를 살피는 방식으로만 다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장은 판결요지에 나타난 사전 통지와 의견청취의 원칙, 시행령상 예외사유의 의미, 그리고 그 예외사유가 구체적 사안에서 인정되지 않은 경위를 차례로 읽는다. 판결요지에 없는 사실이나 미정으로 남은 항목은 이 장의 판단을 확장하는 근거로 삼지 않는다.
9.2의견청취의 규정 내용
쟁점 범위를 정한 데서 나아가, 이제 행정절차법 제22조가 의견청취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그 내용을 차례로 살필 필요가 있다. 특히 보조금 반환 명령과 같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에서 당사자등에게 무엇을 보장해야 하는지를 조문이 어디까지 밝히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2조 제1항은 처분을 할 때 청문을 하는 경우를 열거한다. 청문의 첫 번째 근거는 다른 법령등의 규정이다. 같은 항은 "1. 다른 법령등에서 청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라고 정하고, "2. 행정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두 번째로 둔다. 세 번째는 "3. 다음 각 목의 처분을 하는 경우"로 하면서 "가. 인허가 등의 취소", "나. 신분·자격의 박탈", "다. 법인이나 조합 등의 설립허가의 취소"를 든다. 이 인용에서 보듯 청문의 대상이 되는 처분은 각 목이 정한 유형에 한정된다. 보조금 반환 명령이 각 목의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 자료가 밝히지 않았으므로 이 항에서 그 결론을 찾을 수 없다.
같은 조 제2항은 공청회를 개최하는 경우를, 제3항은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는 경우를 각각 정한다. 공청회에 관하여 조문은 "2. 해당 처분의 영향이 광범위하여 널리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행정청이 인정하는 경우"라고 규정한다. 의견제출에 관하여 제3항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제1항 또는 제2항의 경우 외에는 당사자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무에 대한 보조금 반환 명령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으로 보이고, 청문이나 공청회에 해당한다는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이 항의 문언이 적용될 자리는 여기에 놓인다. 다만 제3항이 요구하는 의견제출의 형식과 범위를 조문은 더 밝히지 않는다.
의견청취를 생략할 수 있는 경우도 조문에 함께 적혀 있다. 제4항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21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와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단서의 두 가지 예외는 조문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읽힌다. 무가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한 것이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자료가 밝히지 않았다. 제21조제4항 각 호가 무엇을 정하는지도 이 자리에서 확인되지 않으므로, 확인서 서명만으로 의견청취가 면제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조문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절차가 끝난 뒤의 의무도 제22조가 함께 규정한다. 제5항은 "행정청은 청문·공청회 또는 의견제출을 거쳤을 때에는 신속히 처분하여 해당 처분이 지연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6항은 "행정청은 처분 후 1년 이내에 당사자등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청문·공청회 또는 의견제출을 위하여 제출받은 서류나 그 밖의 물건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두 항은 의견청취를 거친 뒤 행정청이 지켜야 할 사항을 말할 뿐, 의견청취가 없을 경우의 효과나 처분의 효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결국 제22조는 의견청취를 언제 어떤 형식으로 열 것인지와 절차 후의 의무를 정할 뿐, 처분서에 이유를 적는 방식이나 사전통지의 요건을 따로 정하지 않으므로, 처분의 이유 기재가 미흡한 경우의 효과는 이 조문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9.3의견제출과의 구분
의견청취가 처분 과정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살핀 데서 나아가, 이제 그 절차 안에 함께 놓인 의견제출의 자리를 나란히 확인한다. 행정절차법 제27조는 의견제출을 하나의 조문으로 따로 두고 있다. 그 제1항은 행정청이 아니라 당사자등 쪽에 발언권을 열어 두는 조항이며, "당사자등은 처분 전에 그 처분의 관할 행정청에 서면이나 말로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행정절차법 제27조)고 선언한다. 이는 청문이나 공청회를 행정청이 마땅히 열어야 하는 행사로 보는 것과 구별되는 자리에서, 당사자등의 선택에 맡기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문장이라 할 것이다.
서류와 진술의 취급 방식도 제27조 안에 밝혀져 있다. 당사자등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내는 경우 "제1항에 따라 의견제출을 하는 경우 그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 등을 첨부할 수 있다"(행정절차법 제27조)고 되어 있고, 행정청이 말로 듣는 경우에는 "행정청은 당사자등이 말로 의견제출을 하였을 때에는 서면으로 그 진술의 요지와 진술자를 기록하여야 한다"(행정절차법 제27조)고 기록 의무를 두었다. 이 사례에서 무가 감사 과정에서 작성하고 서명한 사실관계 확인서는 이 두 형태 가운데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확인서가 의견제출로 제출된 것인지, 아니면 감사 수행을 위한 다른 목적으로 작성된 것인지는 밝혀진 바가 없으므로 미정으로 남는다.
제27조는 다만하지 않는 경우의 처리도 함께 규정한다. "당사자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의견제출기한까지 의견제출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본다"(행정절차법 제27조)고 해서, 미제출에 따른 법적 효과까지 그 조문 안에 두었다. 이에 비해 제22조는 행정청의 행동 의무에 초점을 맞춘다. 그 제3항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제1항 또는 제2항의 경우 외에는 당사자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행정절차법 제22조)고 하여, 청문·공청회의 자리 밖에서 행정청이 마땅히 열어야 할 문을 제시한다. 반환을 명하는 처분이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드는지는 이 사례에서 다루어야 할 판단에 속한다.
두 조문은 이렇듯 담당하는 자리가 다르다. 제22조는 처분의 종류나 행정청의 판단에 따라 행정청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를 정하고, 제27조는 그 절차의 하나인 의견제출을 당사자등 쪽에서 어떻게 행사하는지를 정한다. 따라서 제22조 제3항이 주는 기회를 당사자등이 제27조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관계가 드러나며, 어느 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대신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에 더해 제22조 제4항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21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와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여, 예외가 성립하는 조건을 조문에 명시하고 있다.
이 사례에서 무가 서명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의견 청취를 대신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정이며, 확인서 작성 자체를 의견진술의 기회 포기로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확인서가 감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처분 전 의견제출로 볼지 여부도 함께 남는다. 다만 판례가 이 관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뒀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차례에 놓인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에 관한 판결이 다루는 논의와 맞물리는 범위에서 확인할 일로 남는다.
9.4명백히 불필요한 경우
의견제출과 의견청취의 자리를 가르는 조문들을 확인한 뒤, 사전 통지와 의견청취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유 가운데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남는다. 2017두66602 판결은 이 표현이 실무에서 넓게 쓰이지 않도록 경계를 그어 두었다. 이 판결이 세운 기준은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가 정한 예외사유의 의미를 밝힌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은 우선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2조가 침해적 행정처분을 앞둔 절차의 원칙을 정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는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행정절차법상의 사전 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경우, 그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에 대하여 "원칙적 적극"이라 답했다. 이는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절차를 건너뛴 처분은 취소를 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구청이 무의 어린이집에 보조금 반환을 명하면서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무가 먼저 따져 물을 자리는 바로 이 원칙이다.
예외의 범위는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가 적어 둔 문구에서 정해진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은 조문의 요건을 그대로 옮기며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인용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소극"이라 답했다. 곧, 재판 등에서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예외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판단을 뒷받침하는 기준은 두 가지로 나뉜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은 위 예외사유의 의미에 관하여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같은 판결은 "처분의 전제가 되는 ‘일부’ 사실만 증명된 경우이거나 의견청취에 따라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처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라면 위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증명된 범위가 처분의 전제 사실 전체에 미치는지, 그리고 의견을 듣는다고 하여 처분 여부나 수위가 흔들릴 수 있는지가 가늠자가 된다.
이 기준을 무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반환 대상 금액의 산정 근거와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이 서명한 확인서의 범위와 같은지,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이 그 법령과 같은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 감사 과정에서 무가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한 사정만으로는 위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확인서에 담긴 사실이 처분의 전제 사실 전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지, 그리고 의견을 듣는 자리가 열려도 반환 여부나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판결이 남긴 것은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를 넓게 열어 두지 말라는 경계다. 재판 등에서 확정된 사실과 처분이 서 있는 사실이 꼭 같은 범위이고, 그 사실이 정해지면 행정청이 예정된 처분에서 벗어날 수 없어 의견을 들을 여지가 사라질 때에만 예외가 열린다. 무의 어린이집에 내려진 반환 명령이 이 범위에 들지 않는다면, 절차를 생략한 처분은 위법이라는 앞선 원칙의 지배를 받는다.
9.5현저히 곤란한 경우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를 규정한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와 같은 조에서 함께 다루는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기준이 별개의 것인지 살핀다. 앞 절에서 확인한 대로, 위 조의 예외사유는 처분의 전제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그렇다면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라는 문구로 표현된 다른 예외사유는 그와 같은 한정을 따르는 것인지, 별도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인지가 문제이다.
사건의 쟁점을 다룬 판결은 먼저 사전통지와 의견청취의 원칙을 확인하였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은 처분의 제목,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내용 및 법적 근거, 의견제출의 뜻과 처리방법, 의견제출기관과 기한을 통지할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제22조 제3항은 다른 법령에서 필수적으로 청문이나 공청회를 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도록 하였다. 위 판결은 그러한 원칙의 예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다만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처분의 사전 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않을 수 있다(제21조 제4항, 제22조 제4항)”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 이 인용은 현저히 곤란한 경우와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가 나란히 놓인 예외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위 판결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데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그 처분이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사건에서 판결이 심리한 쟁점은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의 의미였다. 구체적으로는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무엇인지, 그리고 처분의 전제 사실이 일부만 증명되었거나 의견청취에 따라 처분 여부나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가 그 예외에 드는지가 다투어졌다. 판결은 그 쟁점의 범위에서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2조,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의 내용을 행정절차법의 입법 목적과 의견청취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종합적·체계적으로 해석하면” 예외사유의 의미를 정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 같은 논의 방식은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관한 문구를 해석할 때에도 그 문구가 놓인 자리와 의견청취 제도의 취지를 함께 살펴야 함을 시사한다.
사안의 결론도 현저히 곤란한 경우가 별도의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는 점을 짐작게 한다. 판결은 3차 조치명령이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즉 의견청취가 처분 여부나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 결과 3차 조치명령은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 그 판단의 바탕이 된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의 기준은 처분의 전제 사실이 전부 증명되었는지, 그리고 의견청취가 처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였다. 현저히 곤란한 경우는 그와 구별되는 문구로서 함께 두었으므로, 그 문구에 어떤 의미가 부여되는지는 위 판결의 쟁점 밖에 있다.
결국 현저히 곤란한 경우는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를 규정한 조문에 함께 적혀 있으나, 앞 절에서 정리한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위 판결이 제시한 기준은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의 해석에 관한 것이며,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요건과 판단 방법은 그 쟁점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별도로 밝혀져야 한다.
9.6확인서 서명과 그 기준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의 기준을 살핀 데서 나아가, 무가 감사 과정에서 서명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이 기준에 비추어 의견 청취를 대신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시행령이 정한 예외사유의 뜻을 다음 같이 밝힌 바 있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2조,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의 내용을 행정절차법의 입법 목적과 의견청취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종합적·체계적으로 해석하면,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 는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 의견 청취를 대신하려면 그 절차가 처분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여야 한다는 뜻이다.
확인서 서명으로 이 상태에 이르렀는지는 확인서가 담은 범위에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증명이 부분적인 경우를 따로 가려서 "처분의 전제가 되는 ‘일부’ 사실만 증명된 경우이거나 의견청취에 따라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처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라면 위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고 판시하였다. 무가 서명한 확인서가 보조금 집행 내역의 일부 사실만 적고 있거나, 그 적힌 범위를 넘어 반환 금액이 정해질 여지가 남는다면, 확인서만으로는 예외사유에 이르지 못한다. 다만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가 확인서에 적힌 범위와 같은지는 미정이므로, 확인서의 효력을 이 사안에서 단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구체적 사안에서도 확정된 판결이 증명한 범위를 좁게 보았다. 확정된 유죄판결이 있었으나, "위 각 유죄판결에 따라 ‘갑이 폐기물을 방치하여 1차 및 2차 조치명령을 받았고 이를 불이행하였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라고 볼 수는 있으나, 나아가 위 유죄판결에 따라 ‘3차 조치명령 당시 토지에 방치된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처분사유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다고 하였다. 확인서에 적힌 사실이 곧 처분의 근거가 되는 사실과 같은 것인지에 관하여도 같은 물음이 놓인다.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과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이 같은 것인지는 미정이므로, 확인서가 처분의 전제 사실을 온전히 담았는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확인서 서명은 의견 진술의 포기와도 구별된다. 행정절차법 제22조 제4항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제21조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와 당사자가 의견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한다. 사안에서 무가 확인서에 서명한 것은 사실관계 확인에 관한 것이며, 의견 진술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하였는지는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반대로 확인서 서명이 곧 의견제출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행정절차법 제27조 제1항은 "당사자등은 처분 전에 그 처분의 관할 행정청에 서면이나 말로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고 정할 뿐이므로, 감사 과정에서 이뤄진 서명이 처분 전 의견제출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는 별도로 남는다.
결국 확인서 서명이 의견 청취를 대신한다는 결론이 되려면, 그 확인서가 처분의 전제 사실을 온전히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아울러 처분 여부와 수위가 더는 달라질 수 없는 상태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 사안에서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 감사 정황과 처분서 인용 법령의 관계, 확인서와 의견 청취의 대체 가능성 모두 미정이므로, 그 대체 여부를 여기서 단정할 수 없다. 확인서 서명을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가 정당화되는지도 앞의 기준을 넘어서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