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출처가 충돌하고 확인이 어려운 사실을 정리하면서 사건 서사에 숨은 전제를 드러내는 방법을 묻는다. 충돌하는 출처의 병렬 기록, 확인 비용과 확인 경로, 소명으로 남는 불확실성, 문서 부재와 제출 의무, 제출 거부 사유의 기재, 서사에 숨은 전제의 발굴을 차례로 살핀다.
4.1충돌하는 출처의 병렬 기록
기초 사실표를 마무리한 뒤 남는 문제는 출처끼리 서로 다른 말을 할 때 그 자리를 어떻게 비워 두는가이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를 함께 주장하며 계약서 여러 버전과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한꺼번이 내놓았고, 각 문서의 작성 시점은 서로 다르다. 이 가운데 무엇이 옳다고 정하기 전에, 먼저 어떤 출처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자료의 말 그대로 옮겨 나란히 적는다. 어느 출처가 우월한지 정하는 일은 이 자리에서 하지 않는다.
사실표의 한 행은 주장 사실 하나를 뜻하고, 그 행에 출처를 나란히 둔다. 같은 사실에 대해 두 출처가 다른 표현을 쓰면 두 문장을 그대로 각기 적는다. 목록에 이름이 있으나 파일이 없는 메시지와 원자료는 그 사실을 그대로 남긴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해 같은 일에 다른 표현을 쓰는 경우, 그 문서가 언제 만들어졌는지와 무엇을 해석하려 했는지를 함께 적는다. 여기서 문서를 하나로 합치거나 문장을 고쳐 쓰지 않는다.
같은 상대방에 대해 민사로 제출한 설명과 기관에 낸 설명이 함께 남아 있는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나란히 둔다. 두 설명의 표현이 다르면 둘 다 출처란에 남기고,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까운지는 표에 적지 않는다. 병렬 기록은 출처가 충돌하는 사실을 사실표에 출처별로 나란히 적는 작업이며, 여기서 출처를 모았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나 증명력의 등급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런 다음 사실 인정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규정에서 확인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는 그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둔다. "제202조(자유심증주의)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이 규정은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가 판단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그 판단이 자유로운 심증과 논리·경험의 법칙에 맡겨져 있음을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자유심증주의)는 같은 문제를 더 짧게 선언한다. "제308조(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두 규정은 모두 증거의 제시와 사실 인정을 나누고 있으며, 이 구분이 이 사례의 병렬 기록과 맞닿아 있다. 문서를 내놓는 일과 그 문서가 무엇을 증명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별개의 작업이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계약의 어느 버전이 적용되는지, 변경 합의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이 무엇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셋이 확정되지 않는다. 병렬 기록은 확정을 미루되 출처의 모양을 잃지 않는 작업이다.
4.2확인 비용과 확인 경로
출처를 병렬로 놓아도 빈 칸은 남는다. 남은 칸을 무엇으로 채울지 정하려면, 확인이 무엇을 통해 이루어지는지를 먼저 읽어야 한다.
확인의 경로를 정한 조문부터 본다. 민사소송법 제294조는 조사의 촉탁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법원은 공공기관·학교, 그 밖의 단체·개인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에게 그 업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사 또는 보관중인 문서의 등본·사본의 송부를 촉탁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촉탁의 대상과 요청할 수 있는 사항의 범위를 정한다. 촉탁을 받는 쪽은 공공기관과 학교, 그 밖의 단체와 개인, 그리고 외국의 공공기관까지 열려 있다. 요청의 내용은 그 업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필요한 조사나, 보관 중인 문서의 등본과 사본의 송부로 한정된다.
이 한정이 이 사건의 사실표에 바로 적용된다. 상대방이 내놓은 계약서 여러 버전과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 가운데 확인이 필요한 사실을 고를 때, 각 칸에 대해 촉탁이 무엇을 확인하게 하는지를 적어야 한다. 계약서의 작성 시점이 다르다면 어느 시점의 문서가 어떤 기관이나 단체에 보관되어 있는지가 촉탁의 대상이 된다. 자금 기록의 원장이 어떤 업무에 속하는 사항인지가 그 기록을 담은 쪽의 업무 범위와 맞는지가 확인 경로의 첫 조건이 된다.
촉탁의 결과는 여기서 정해지지 않는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어떤 기관이 응답했는지, 등본과 사본이 얼마만큼 송부되었는지, 조사가 어떤 내용을 담아 돌아왔는지에 관해 쓸 수 없다. 확인 경로를 표시하는 일은 그 경로가 무엇을 묻게 되는지를 적는 일에 그치고, 채워질 칸의 내용을 미리 채우는 일은 아니다. 목록에 이름이 있으나 파일이 없는 메시지와 원자료도 마찬가지다. 그 자료를 어느 쪽이 보관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촉탁의 대상조차 미정으로 남는다.
확인이 어려운 사실에는 비용이 붙는다. 이 사례에서 확인 비용의 액수는 미정이다. 어느 기관에 촉탁을 보내야 하는지, 외국의 공공기관에 요청해야 하는 자료인지, 보관 중인 문서의 등본과 사본을 얻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가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 사건 뒤에 작성된 설명 문서는 당시의 의사결정을 해석해 같은 일에 다른 표현을 쓰고 있고, 민사로 제출한 설명과 기관에 낸 설명이 함께 남아 있다. 이 문건들이 서로 다른 작성 시점을 가진다는 사실 자체가 확인 비용을 키우는 요인이지만, 그 비용이 얼마인지는 자료가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표의 빈 칸에는 확인 경로와 그 경로가 요구하는 조건을 표시하되, 확인이 어려운 사실은 어려운 사실로 남겨둔다. 촉탁이 무엇을 확인하게 하는지를 적는 것으로 족하고, 그 결과를 대신 써 넣거나 비용을 계산해 확정하는 것은 이 자리의 일이 아니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은 법적 평가가 아니며, 확인 경로가 열려 있다는 사실도 사실 인정이 아니다.
4.3소명으로 남는 불확실성
촉탁의 회신이 도착한 뒤에도 빈칸은 남는다. 남은 빈칸을 채울 방법이 소명인지, 그리고 소명이 무엇을 확정하는지가 이 자리의 질문이다.
소명의 수단을 한정하는 조문부터 놓고 본다. 민사소송법 제299조제1항은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장은 소명에 쓰이는 증거를 "즉시 조사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한다. 사건 뒤에 작성된 설명 문서나 원자료와 떨어진 계산서가 이 요건에 맞는지는 판단이 필요한 문제로 남는다.
소명의 방법에 대한 대안도 함께 규정되어 있다. 민사소송법 제299조제2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그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게 하여 소명에 갈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이어서 같은 조 제3항은 "제2항의 선서에는 제320조, 제321조제1항·제3항·제4항 및 제322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덧붙인다. 보증금 공탁과 선서는 증거 조사를 대신하는 수단이지 사실 자체를 확정하는 선언이 아니다. 이 사례에서 변경 합의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에 관한 주장에 선서가 쓰일 수 있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소명으로 도달하는 것은 확정이 아니라 잠정 확인이다. 그러므로 사실표의 해당 칸에 확정 표시를 하지 않고, 어떤 증거로 얼마만큼 소명되었는지를 함께 적어 둔다. 계약의 어느 버전이 적용되는지,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이 언제인지가 이 방식으로 표시된다.
문서가 목록에 이름을 남기고 파일이 없는 경우에도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 목록의 이름은 제출을 예정한 문서의 흔적일 뿐, 문서의 내용을 소명하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이 항목은 부재 그대로 기록하고, 소명이 채운 범위와 채우지 못한 범위를 구분해 둔다.
따라서 불확실성은 소명의 형태로 남긴다. 자료가 모여 있고 계산서와 설명이 함께 제출되었다는 사실은 소명의 재료가 모였다는 뜻이며, 사실 인정의 완료를 뜻하지 않는다.
4.4문서 부재와 제출의무
소명으로 남긴 불확실성이 잠정 확인에 그친다면, 목록에 이름이 있으나 파일이 없는 문서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이 장면에서 먼저 다룰 쟁점은, 문서의 부재 자체를 제출의무의 문맥에서 어떻게 읽는가이다.
문서의 제출의무는 민사소송법 제344조제1항이 정한다. 그 제1호는 "당사자가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를 가지고 있는 때"를 제출을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로 든다(민사소송법 제344조). 이 조건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자를 전제로 삼는다. 그러므로 목록에 이름이 있으나 파일이 없는 항목은, 위 조건의 충족 여부를 논하기 전에 그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밝혀져야 한다.
같은 항 제2호와 제3호도 같은 전제 위에 선다. 제2호는 "신청자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을 넘겨 달라고 하거나 보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때"를, 제3호는 "문서가 신청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되었거나, 신청자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것인 때"를 규정한다(민사소송법 제344조). 다만 제3호 단서는 "다음 각목의 사유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예외를 함께 둔다(민사소송법 제344조). 예외에 해당하는 문서는 작성 경위가 아무리 분명해도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위 각 조건은 모두 문서의 실재를 전제로 하므로, 부재한 문서에 대해서는 그 성립 여부를 논할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제2항은 제1항의 경우 외에 추가로 제출을 거부하지 못하는 범위를 정한다. 다만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보관하거나 가지고 있는 문서를 제외한다"는 문언이 앞에 놓인다(민사소송법 제344조). 따라서 제출의무의 범위는 문서의 보관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례에서 목록의 이름만 남은 문서가 누구의 보관에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는 한, 어느 항호가 적용될지조차 미정이다.
문서의 부재는 위 조문들이 다루는 제출 거부와 구별된다. 제출 거부는 문서를 가진 사람이 내놓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전제로 하고, 제344조는 그 거부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를 적는다. 파일이 아예 없는 항목은 거부의 문제가 아니라, 소장이나 답변서의 첨부 목록에 이름이 올랐을 뿐 대응하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계약서 여러 버전과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한꺼번에 내놓았다는 사실은, 그 목록에 이름이 있던 문서가 실제로 제출되었는지와는 별개의 문제로 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듯이, 목록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도 문서의 존재를 뜻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표에는 문서의 부재를 부재의 그대로 적는다. 항목에는 목록상의 표기와 제출 여부만 남기고, 문서의 내용이나 작성 시점, 작성자의 권한은 적지 않는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다른 표현으로 풀어쓴 뒤, 목록의 이름을 그 설명으로 채워 넣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앞서 소명으로 확인한 것은 잠정적인 것에 그쳤고, 부재한 문서에 대해서는 소명의 대상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 변경 합의의 권한,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이 모두 미정으로 남는 것처럼, 문서의 부재 항목도 미정의 상태로 표에 남는다.
4.5제출 거부 사유의 기재
제출 의무의 기준이 정해진 뒤에 남는 문제는 제출을 거부한다는 문서를 어떻게 읽는가이다. 상대방은 자기이용문서를 이유로, 또는 개인정보와 직업의 비밀을 이유로 내놓기를 거부한다면서 그 거부의 뜻을 밝힌 문서를 함께 제시한다. 이 사례에서 다루어야 할 것은 거부 사유의 인정 여부를 확정하는 일이 아니라, 거부 문서를 사실표에 어떤 식으로 옮겨 적을 것인가이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이 규정한 문서제출 거부사유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이렇게 판시하였다.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 이어서 같은 결정은 그 판단 방법으로 "어느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직접적 기초·근거가 되는 정보가 문서의 기재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거부 문서가 붙인 사유 표지만으로는 거부 사유의 성립 여부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거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제출이 필요한지가 따로 판단된다는 점도 같은 결정이 분명히 한다. "자기이용문서 등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따라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고,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으므로,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거부 문서에 적힌 사유와 제출의 필요성은 나란히 놓고 기록되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운 거부에 관하여도 같은 결정은 기준을 제시한다. 대상 문서가 "임직원의 급여 및 상여금 내역 등이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문서소지인이 문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급여 자료나 자금 기록에 관한 거부 통보가 온 경우에는, 그 통보에 적힌 사유를 그대로 옮겨 적되 그 사유의 인정 여부는 항목을 새로 만들지 않은 채 둔다.
직업의 비밀을 이유로 한 거부에 관하여도 판단 기준이 정해져 있다. 같은 결정은 "어느 정보가 직업의 비밀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문서 소지자는 비밀이 보호가치 있는 비밀일 경우에만 문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어느 정보가 보호가치 있는 비밀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정보의 내용과 성격,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문서 소지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민사사건의 내용과 성격, 민사사건의 증거로 문서를 필요로 하는 정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증거의 존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비밀의 공개로 발생하는 불이익과 이로 인하여 달성되는 실체적 진실 발견 및 재판의 공정을 비교형량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계산서를 둘러싼 거부 주장이 내세우는 사유도 이 기준을 그대로 통과해야 하므로, 확정된 것으로 다루어서는 아니 된다.
이 사례에서 거부 문서는 출처를 밝혀 사실표의 한 항목으로 남는다. 어떤 문서의 제출을 거부한다는 뜻이 어느 문서에, 언제, 누구에 의하여 기록되었는지가 함께 적히고, 거부 사유로 내세워진 표현은 위 판시의 어느 기준에 걸맞은 사유인지도 표기된다. 거부 문서에 이름을 올린 원 문서가 목록에 있으나 파일이 없는 경우에는 앞에서 정한 대로 그 부재가 별도의 항목으로 남는다. 거부 사유가 성립하는지, 제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는 미정으로 남기며, 확정된 결론처럼 옮겨 적지 아니한다. 문서가 모여 있고 거부의 뜻이 함께 제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법적 평가가 끝나지 않는다.
4.6서사에 숨은 전제의 발굴
제출 거부 문서도 표에 남기는 일까지 마치자, 이제 상대방이 내놓은 서사가 사실이라고 전제한 채 전개되는 지점을 찾아 적는 일만 남는다.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을 함께 주장하는 상대방의 서술은 계약의 특정 버전, 변경 권한의 귀속,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을 바탕에 깔고 있으나 셋 모두 이 자리에서 확정된 바 없다. 서사를 인용해 옮기는 대신 그 바탕을 따로 적어 둘 때, 다른 절차의 확정된 서술이나 사건 뒤 작성된 설명을 끌어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 점에 관해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판시사항 [1]에서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를 다룬다. 같은 판례의 판결요지는 그 뜻을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로 밝힌다. 확정판결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판결문 안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서로 다른 차원이라는 가르침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민사로 제출한 설명은 그 자체로 같은 상대방에 대한 다른 절차의 서술일 뿐이고, 그 서술 안의 사실관계까지 이 자리에 끌어올 수 없다.
다른 절차의 확정된 서술은 그래도 어떤 효력을 가지는지에 관하여 같은 판례는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고 설명한다. 확정된 서술은 우선 유력한 증거에 그치고, 현저한 사실로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 뒤에 작성되어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는 설명 문서 역시 그 문서 자체가 유력한 증거인지 여부와 별개로, 문서가 서술한 사실관계를 현저한 사실로 밀어 넣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같은 판례는 판시사항 [2]에서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를 든다. 여기서 지적된 것은 다른 서술을 근거도 주장도 없이 옮겨 온 행위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내놓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에는 각각 작성 시점이 다르고, 목록에 이름만 있고 파일이 없는 원자료가 섞여 있다. 출처와 본문이 함께 확인된 항목만 서사의 전제를 뒷받침하는 재료로 삼을 수 있고, 나머지는 그 자리가 비어 있음으로 적는다.
이렇게 분리한 뒤 서사의 전제를 세 줄로 남긴다.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은 미정이고, 변경 합의에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는 미정이며,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미정이다. 각 줄에는 그 전제를 제안한 서사의 출처와 시점을 함께 적되, 전제의 참거짓을 확정하지 않는다. 전제가 요건과 이어지는지도 이 자리에서 판단하지 않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이 목록은 서사가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 넘어간 자리를 옮겨 적는 데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