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제시된 자료를 원본·사본·출력물·재현물 가운데 무엇으로 볼 것인지를 묻고, 그 구별 기준과 디지털 자료의 최초 확보 상태를 살핀다. 출력물과 재현물의 자리, 종이 문서와 물리적 흔적, 보관 공백과 안전조치, 제출 자료의 정체 확정을 차례로 다루며, 문증력·증거능력의 법적 요건 판정은 다루지 않는다.
3.1원본과 사본의 구별 기준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자료를 그대로 남겨 둔 데서 출발하여, 이제 제출된 문서를 원본으로 볼지 사본으로 볼지의 기준을 묻는다. 상대방이 내놓은 변경합의서는 스캔 PDF이고, 자금 기록 표는 회계 파일에서 뽑아낸 표이다. 이 문서들에 원본과 사본의 이름을 붙이려면 먼저 민사소송법이 진정성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를 읽어야 한다.
공문서의 경우 법원은 문서의 형식과 취지에서 출발한다. 민사소송법 제356조 제1항은 "문서의 작성방식과 취지에 의하여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이를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 추정이 서는 자리는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문서이어야 한다는 점이며, 여기에 원본이어야 한다는 요구는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이 제시한 변경합의서와 자금 기록 표는 공무원의 직무상 작성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자리는 찾기 어렵다.
공문서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때에는 법원이 직접 확인에 나설 수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공문서가 진정한지 의심스러운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해당 공공기관에 조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3항은 "외국의 공공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인정한 문서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덧붙인다(민사소송법 제356조). 조회의 대상은 해당 공공기관이다. 회계 파일의 보관 주체나 스캔 파일을 만든 장치처럼 공공기관 밖의 확인 절차는 이 조항이 다루지 않는다.
사문서의 진정성은 우선 증명의 문제로 놓인다. 민사소송법 제357조는 "사문서는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장은 사문서라는 점만 정해졌을 때 진정성을 누가 어떻게 밝힐지를 정하며, 원본과 사본 가운데 어느 쪽을 제출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캔 PDF 한 건만 제출된 변경합의서의 경우에도, 이 조항이 요구하는 것은 진정성의 증명이지 원본 종이 문서의 제출 그 자체는 아니다.
서명이나 날인이 있는 사문서에는 추정이 붙는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한다. 추정이 서는 조건은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날인·무인이 있다는 것이며, 그 표시가 실은 원본에 있는지 사본에 옮겨 있는지에 대한 구분은 조항 안에 들어 있지 않다. 변경합의서에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미정인 지금, 이 추정을 둘러싼 판단은 사실의 확보 문제로 남는다.
민사소송법의 진정 관련 규정은 공문서의 추정, 사문서의 증명과 추정만을 정하고 있다. 이 규정들에 원본성 요건을 따로 만들어 붙일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상대방이 제출한 변경합의서 사본과 자금 기록 표는 무엇으로 볼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이 조항들 안에서 다 정해지지 않았으며,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나 자금 기록 표의 선출 기준이 미정인 채로 남아 있다.
3.2디지털 자료의 최초 확보 상태
진정과 관련한 구별 기준을 확인한 뒤에는 스캔 PDF가 처음 확보된 때의 상태가 그 자료의 성격을 어떻게 정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방이 제출한 변경합의서는 전자적 형태로 된 스캔 PDF이며, 그 본래 문서에 대한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나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은 미정이다. 따라서 우선 전자문서로서의 법적 효력을 정하는 규정을 살핀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는 전자적 형태라는 사실 자체로 법적 효력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제4조(전자문서의 효력) ①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전자문서의 형식만을 이유로 한 효력 부인을 막을 뿐, 전자문서의 내용이 진실하다거나 그 문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까지 이끌어 내지는 않는다. 따라서 스캔 PDF가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효력이 밀려나지는 않지만, 진정과 무결성에 관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같은 조는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보는 예외를 두어, "② 보증인이 자기의 영업 또는 사업으로 작성한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전자문서는 「민법」 제428조의2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같은 항 본문에 따른 서면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③ 삭제"하고 있다(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 이 예외는 서면으로 보는 경우를 한정하여 정한 것이므로, 그 밖의 문서를 서면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까지 주지는 않는다. 변경합의서가 보증의 의사가 표시된 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미정이며, 위 예외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자료가 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전자문서가 서면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별도로 정한 기준으로 판단한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의2는 "제4조의2(전자문서의 서면요건) 전자문서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그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본다. 다만,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성질상 전자적 형태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면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하면서, "1. 전자문서의 내용을 열람할 수 있을 것"이라 하고, "2. 전자문서가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의2). 스캔 PDF가 열람 가능한 형태인지와, 작성된 때의 형태가 보존되어 있는지는 그 파일의 확보 경로와 보관 상태에 달려 있으므로 미정이다.
나아가 자금 기록 표가 회계 파일이라는 원자료에서 어떤 기준으로 추출되었는지와, 필터 조건·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 보관 기간 중의 공백 구간은 모두 미정이다. 따라서 스캔 PDF와 자금 기록 표 모두 그 확보 당시의 형태와 이력이 정해져야만 위 규정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제출된 자료가 곧바로 무결성이 확인되었거나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은 되지 않는다.
3.3출력물과 재현물의 자리
스캔 PDF와 자금 기록 표의 성격을 규정으로 살핀 데서 그쳐서는, 제출된 문건을 그대로 쓸 수 있는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대법원은 디지털 저장매체에서 뽑아낸 문건이 법정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판결에서 밝힌 바 있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에서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쓰는 데 필요한 조건을 이렇게 적었다.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출력물은 저장매체에 든 내용에서 나온 파생물이다. 저장매체의 내용과 출력물이 같은 것임이 서야만 출력물이 원본을 대신해 쓰인다.
같은 판결은, 그 동일성을 확인하는 데 드는 여러 단계를 따로 적었다.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349조). 중간에 복사본이나 이미징본이 하나 더 끼면, 동일성의 확인이 한 겹 더 늘어난다. 기계, 프로그램, 조작자가 모두 함께 검증의 대상이 된다.
이 판결은 출력한 문건을 진술에 쓰이는 증거로 쓸 때의 기준도 함께 밝혔다. "그리고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진술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출력물의 내용이 사실의 증명에 쓰이려면, 쓴 사람의 진술로 그 문건이 정말 그 사람이 쓴 것임이 먼저 서야 한다.
제출된 스캔 PDF와 자금 기록 표를 이 기준에 놓고 보면, 확인할 항목이 그대로 남는다. 저장매체에서 출력한 문건과 같은 것임을 잇는 고리, 압수나 취득 시점부터 출력 시점까지 저장매체가 변하지 않았다는 담보, 그 담보가 이미징이나 복사의 단계를 거칠 때 자료의 동일성에까지 미치는지가 그것이다. 판결이 적은 컴퓨터의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조작자의 능력과 정확성도 같은 자리에서 확인할 항목으로 남는다. 다만 이 판결이 다룬 자료는 출력한 문건이다. 이 판결의 문장만으로 제출된 스캔 PDF나 자금 기록 표가 출력물이나 재현물에 해당한다는 결론, 혹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취급을 받는다는 결론을 이어 말하기는 어렵다. 무엇을 원본으로 삼는지, 어떤 자료를 재현물로 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3.4종이 문서와 물리적 흔적
변경합의서가 출력물이 아니라 스캔 파일로 제출된 이상, 이제 남는 물음은 그 스캔의 바탕이 된 종이 문서 자체를 어디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상대방의 제출만으로는 원본 종이의 소재와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드러나지 않으므로, 그 물리적 흔적을 확보·보존할 법적 수단의 요건을 따로 살펴보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75조는 증거보전의 요건으로서 "법원은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할 사정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 장의 규정에 따라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요건은 증거의 소재나 형태, 취득 경로의 정당성 여부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변경합의서의 원본 종이가 멸실되거나 사용이 곤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그 문서의 현상과 물리적 흔적을 확인하기 위한 증거조사를 미리 신청하는 길이 요건상 열려 있다.
다만 이 조문이 정하는 것은 그 사정의 인정과 당사자의 신청뿐이며, 증거보전이 그 증거의 무결성을 확정하거나 법적 사용 가능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에서 원본 종이의 소재와 작성자 서명의 확보 시점이 미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증거보전 절차에 따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보존의 성립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증거보전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스캔 파일의 무결성이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압수의 범위를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한정하면서, 제2항에서 "법원은 압수할 물건을 지정하여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규정은 종이 문서처럼 특정 물건을 지정해 제출을 명하는 방식으로 물리적 흔적을 확보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같은 조 제3항은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고 하며, 제4항은 "법원은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덧붙인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사례에서 원본 종이가 아니라 스캔 PDF 파일이 제출된 이상,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이 미정인 상태에서 제3항의 출력·복제 방식이 원본의 물리적 흔적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결국 두 규정은 확보할 대상과 신청·명령의 방식만을 정할 뿐, 증거보전이나 압수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본을 보존의 성립 조건에서 배제하지 않는다. 이 사례의 변경합의서는 원본 종이의 소재와 서명의 확보 시점이 확인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그 물리적 흔적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미정으로 둔다.
3.5보관 공백과 안전조치
소재 보존의 수단을 살핀 데 이어 보관 기간 중의 공백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가 남는다. 이 물음은 개인정보 보호법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요구하는 관리 상태를 함께 놓고 보면 구체화된다. 보관 상태가 단절된 구간에서 무엇이 확인 가능한 것으로 남는지, 그리고 그 기록이 취득 경로의 정당성과 무슨 관계인지가 이 자리의 쟁점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안전조치의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등이 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조문은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요구하면서, 그 수단으로 내부 관리계획 수립과 접속기록 보관을 든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자금 기록 표의 취득·이전·열람·변환 이력과 보관 기간 중의 공백 구간은 바로 이 조문이 예시하는 접속기록 보관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전조치의무는 기술적·관리적·물리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일 뿐이다. 조문은 그 이행이 곧 자료의 무결성을 입증하는 것임을 선언하지 않는다. 따라서 회계 파일에서 자금 기록 표를 뽑아낸 필터 조건이 미정이고,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에 공백이 있으며, 보관 기간 중 자료의 상태가 기록되지 않은 구간이 있다고 해도, 그 사실만으로 안전조치의무가 위반되었다거나 자료의 무결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 역으로, 안전조치가 이행된 흔적이 보인다고 해서 무결성이 확인되었다고 곧바로 단정할 수도 없다.
보관 공백은 그 자체로 자료의 취득 경로를 소급하여 채워 넣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제출한 스캔 PDF의 원본 종이 문서 소재와 파일을 만든 장치·시점이 미정인 상태에서, 접속기록의 공백 구간은 그 공백 바깥에 확보된 기록의 범위와 질을 밝히는 작업으로 연결될 뿐이다. 무결성의 확인과 법적 사용 가능성은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취득 경로의 정당함이나 안전조치의 적정함을 뜻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6제출 자료의 정체 확정
보관 기간의 공백을 기록하는 문제가 안전조치의 이행 여부와 분명히 갈라진다는 점을 확인한 뒤, 이제는 상대방이 낸 두 건의 자료가 각각 무엇에 해당하는지 물어야 한다. 스캔한 변경합의서와 자금 기록 표는 서로 다른 경로로 만들어졌고, 각각의 확보 상태에는 확인되지 않은 자리가 남아 있다.
전자적 형태로 제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자료의 법적 효력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는 전자문서의 효력에 관해 "제4조(전자문서의 효력) ① 전자문서는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스캔 PDF로 제출된 변경합의서는 종이 문서의 사진에 해당하므로 이 규정은 그 자체로 원본과의 관계를 정해 주지 않는다. 전자문서의 형태를 이유로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는 뜻이지, 그 파일이 어떤 종이 문서에서 나왔는지가 확인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변경합의서 사본은 원본 종이 문서를 디지털 장치로 읽어 만든 출력물이므로, 디지털 저장매체에서 출력한 문건을 다룬 판례의 기준을 끌어다 놓아 볼 수 있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그러한 문건을 증거로 쓰는 조건으로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들었다. 이 판례는 스캔본과 원본 종이 문서 사이의 동일성이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을 가리키며, 여기서는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모두 미정이므로 그 확인에 이르지 못한다.
같은 판결은 원본을 대신해 쓰는 매체에 대해서도 한층 더 넓은 조건을 요구한다. 그 매체를 거쳐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고 하였다. 스캔본이 만들어질 때 쓰인 장치와 절차가 드러나지 않은 지금, 이 조건은 충족되었는지 말할 수 없다.
한편 진술의 내용을 담은 자료라는 점에서 전문법칙의 문제도 함께 놓인다. 위 판결은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진술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고 밝혔다. 변경합의서의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미정이고 작성자에 관한 확인이 아직 없다는 사실은 이 지점과 맞닿는다.
자금 기록 표는 회계 파일에서 뽑은 표이므로, 원자료에서 어떤 기준으로 뽑혔는지가 그 정체를 가른다. 필터 조건이 정해져 있지 않고 보관 위치의 대응 여부도 미정인 지금, 이 표가 회계 파일 자체인지 회계 파일에서 추출된 결과물인지조차 단정하기 어렵다.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에 공백이 남아 있고 보관 기간에도 빈 구간이 있으므로, 앞서 본 동일성 담보의 조건을 여기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미정이다.
이 두 자료에 관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제출된 사실뿐이다.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곧 취득 경로가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며, 무결성이 확인되었다거나 법적으로 쓸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어느 자료를 무엇으로 볼지, 그리고 어느 범위까지 쓸 수 있을지에 관한 판단은 이 자료들이 갖춘 확보 상태가 더 드러날 때에야 비로소 설 자리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