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무결성 확인이 무엇을 묻는지에서 출발하여 해시값이 닿는 범위와 출력문건과 원자료 사이의 관계를 살핀다. 이력 기록이 남기는 것과 절차 기록이 비는 자리를 거쳐 확인의 한계와 남은 질문으로 맺으며, 암호기술의 알고리즘 비교나 디지털 포렌식 도구의 성능 평가는 다루지 않는다.
5.1무결성 확인이 묻는 것
확인된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이 갈리는 자리에서, 다음에 남는 물음은 확인의 기준이다. 무결성 확인은 무엇을 묻고 무엇을 묻지 않는가. 그 기준을 놓을 곳은 무엇보다 전자문서의 보관에 관한 규정이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는 보관이 갈음에 이르는 조건을 세운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 제1항은 보관이 갈음에 이르는 조건으로 "제5조(전자문서의 보관) ① 전자문서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그 전자문서를 보관함으로써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문서의 보관을 갈음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갈음할 수 없다. <개정 2020. 6. 9.>"(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라고 선언한 뒤, 그 첫째 요건으로 "제4조의2에 따라 서면으로 보는 전자문서일 것"(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을, 둘째 요건으로 "전자문서의 작성자, 수신자 및 송신·수신 일시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이 보존되어 있을 것"(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을 든다. 무결성 확인이 세워야 할 기준은 이와 같은 보존의 요구에 놓인다. 화면에서 판독할 수 있는가, 사본을 열 수 있는가로 끝나는 물음이 아니다.
전자화문서의 경우 요건은 한 겹 더 얹힌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 제2항은 종이문서를 변환한 전자화문서에 관하여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종이문서나 그 밖에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지 아니한 문서(이하 “전자화대상문서”라 한다)를 정보처리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전자문서(이하 “전자화문서”라 한다)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그 전자화문서를 보관함으로써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문서의 보관을 갈음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갈음할 수 없다. <개정 2020. 6. 9.>"(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라고 하면서, "1. 전자화문서가 제1항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출 것"(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과 "2. 전자화문서가 전자화대상문서와 그 내용 및 형태가 동일할 것"(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을 요구한다. 스캔 PDF 한 건이 원본 종이 문서를 대신할 수 있느냐는 곧 이 동일성이 서 있느냐에 달린다.
동일성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규정이 곧바로 떠맡지는 않는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 제3항은 "③ 전자화대상문서와 전자화문서의 내용 및 형태의 동일성에 관한 요건, 전자화문서의 작성 방법 및 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개정 2013. 3. 23., 2017. 7. 26.>"(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라고 하여 하위 기준을 예정한다. 다만 경계도 함께 그어진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 제4항은 "④ 제1항과 제2항을 적용할 때 송신 또는 수신만을 위하여 필요한 부분은 전자문서로 보지 아니할 수 있다. <개정 2020. 6. 9.>"(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라고 하여, 보존 요구가 전자문서의 전부에 고르게 미치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이 기준을 이 사례에 두면 무결성 확인이 묻는 것이 분명해진다. 상대방이 낸 변경합의서 사본은 스캔 PDF이고,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와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은 미정이다.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사본이 원본과 내용 및 형태가 동일한지, 그리고 서명 등 작성자에 관한 사항이 그 부분으로 보존되어 있는지다. 사본에 증거번호가 붙어 있고 자금 기록 표가 함께 제출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것은 취득 경로가 정당하다거나 무결성이 확인되었다는 뜻이 아니며,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어느 범위까지 쓰일 수 있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이처럼 무결성 확인이 넘어서지 못하는 경계는 이 기준의 바깥에 놓여 있다.
5.2해시값이 닿는 범위
무결성 요구의 기준을 전자문서 보관의 법정 요건에 두고 나면, 이어서 확인 수단이 그 요구의 어디까지 닿는지가 남는다. 상대방이 내놓은 스캔 PDF와 자금 기록 표는 각각 다른 형태를 취하지만, 그 사용 가능 여부는 확인 수단의 한계에 관한 물음과 맞닿는다.
전자화문서를 다루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 제2항은, 종이문서를 정보처리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전자화문서가 보관을 갈음하기 위한 요건을 둔다. 같은 항 제2호는 "전자화문서가 전자화대상문서와 그 내용 및 형태가 동일할 것"을 요구한다(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 이 요건은 변환된 결과물이 원래 문서와 같은 내용과 형태를 가졌는지를 묻는다. 변경합의서 사본이 같은 내용과 형태를 지녔는지는 원본 종이 문서가 확보되지 않은 지금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법 제5조 제3항은 "전자화대상문서와 전자화문서의 내용 및 형태의 동일성에 관한 요건, 전자화문서의 작성 방법 및 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고 정한다. 동일성을 가늠하는 세부 기준이 조문 밖의 고시에 맡겨진 것이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동일성을 확인하는 방법과 절차를 확정할 수 없고, 확정해서도 안 된다.
확인 수단이 검증 대상 파일에서 읽어낸 값은, 그 파일에 대응하는 값과 비교될 때 뜻을 가진다. 변경합의서 스캔 PDF에 붙은 값과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이 확인되지 않은 지금, 비교의 상대편인 값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 자금 기록 표가 회계 파일에서 어떤 기준으로 뽑혔는지와 필터 조건이 미정인 것도 같은 모양이다. 필터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출력물에는, 원자료가 온전히 남았는지를 묻는 작업이 선행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등이 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접속기록 보관과 같은 조치는 보관 기간 중의 접근과 처리를 기록으로 남기라고 명한다.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과 보관 기간 중의 공백 구간이 미정인 지금, 그 기록이 어떻게 남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 수단이 닿는 것은 대조에 내놓은 두 값의 일치 여부이다. 앞의 요건들이 함께 묻는 작성자, 수신자, 송신·수신 일시의 부분 보존, 내용과 형태의 동일성, 그리고 보관 조치의 이력은 이 바깥에 있다. 제출된 문서가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그 취득 경로가 정당해지지 않고, 무결성이 확인되거나 법적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5.3출력문건과 원자료 사이
해시값이 닿는 범위를 가른 뒤에 남는 질문은, 출력물과 그 바탕이 된 원자료 사이의 관계를 무엇으로 확인하느냐이다. 상대방이 제출한 변경합의서는 스캔 PDF이고 자금 기록 표는 회계 파일에서 뽑은 표이다. 두 문서 모두 원자료에서 파생된 출력문건이며, 그 파생이 원자료를 그대로 옮겼는지의 여부가 곧 증거능력의 관문이 된다.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쓰려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다음과 같이 밝힌다.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 동일성의 확인은 한 번의 비교로 끝나지 않고, 압수 시점부터 출력 시점까지의 변경 없음을 담보하는 시간적 범위를 함께 요구한다. 변경합의서 스캔본이 어떤 저장매체에서 나왔고 그 매체가 언제 압수되었는지, 그때부터 파일이 만들어질 때까지 무엇이 있었는지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면, 판결이 요구한 담보의 첫 단추가 아직 끼워지지 않은 셈이다.
판결은 하드카피나 이미징 매체를 거친 출력문건에는 한 겹의 동일성 확인을 더 요구한다.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원본과 출력문건 사이에 사본이 하나 끼어들 때마다 동일성 확인의 고리는 늘어나고, 그 고리마다 기계·프로그램·조작자의 정확성이 함께 요구된다. 스캔 PDF는 원본 종이 문서의 사본이므로 판결이 말한 하드카피에 대응하고, 그 스캔 파일에서 다시 뽑힌 자금 기록 표는 한 번 더 거친 출력물에 해당한다.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이 미정이고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미정인 지금, 어느 고리에서 무엇이 담보되었는지 밝혀진 바 없다.
출력문건을 진술증거로 쓰는 경우에는 별도의 문이 있다. "그리고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진술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진술증거로의 사용은 동일성만으로 열리지 않고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제출이라는 행위가 자료의 제출 사실만을 남길 뿐, 작성자 서명의 확보 시점과 진정함의 증명은 별개로 미정으로 남는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는 보관이 문서의 보관을 갈음하는 조건을 제2항에서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종이문서나 그 밖에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지 아니한 문서(이하 "전자화대상문서"라 한다)를 정보처리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전자문서(이하 "전자화문서"라 한다)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그 전자화문서를 보관함으로써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문서의 보관을 갈음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갈음할 수 없다. <개정 2020. 6. 9.> 1. 전자화문서가 제1항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출 것 2. 전자화문서가 전자화대상문서와 그 내용 및 형태가 동일할 것"으로 정한다. 보관의 갈음조차 전자화문서와 원 문서의 내용·형태 동일성을 요건으로 요구하며, 그 요건의 구체적 기준은 별도로 정해진다. 이 조문이 보관의 갈음을 다루는 것이지 증거능력을 직접 다루는 것은 아니며, 사안에서 변경합의서가 이 요건을 갖췄는지에 관한 자료는 미정이다.
무결성이 확인된다고 해서 취득 경로의 정당함이나 법적 사용 가능함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요구한 것은 동일성과 담보이며, 그 담보가 미정인 채로 남아 있는 한 출력문건이 원자료를 그대로 옮겼는지, 어느 범위까지 쓸 수 있는지는 이 자리에서 단정할 수 없다. 확인된 것은 확인되지 않은 무엇의 정의가 아니다.
5.4이력 기록이 남기는 것
무결성이 원자료와의 대응만을 말한다면, 이력 기록은 그 대응을 어떻게 남기는가.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남기지 못하는지는 전자문서 보관 요구와 안전조치 요구를 함께 놓고 보아야 한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는 전자문서의 보관 요건을 정하면서, 작성자·수신자·일시의 기록이 남는 부분을 요구한다. "전자문서의 작성자, 수신자 및 송신·수신 일시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이 보존되어 있을 것"이 그 요건이다(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 이력 기록이 작성과 전달의 주체와 시각을 남기는 한, 보관 요구가 바라는 것은 이력 자체가 아니라 그 이력이 문서의 일부로 보존되는 일이다. 변경합의서 사본에서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이 남아 있다 해도, 그 기록이 작성자·수신자·일시를 문서와 함께 붙잡고 있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는 안전조치의 일환으로 기록의 보관을 요구한다.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등이 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 이 조문이 남기는 것은 접근과 처리의 흔적이다. 그러나 이 흔적은 문서의 내용과 형태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했음을 말하지 않는다. 안전조치 요구가 충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스캔 PDF가 원본 종이 문서와 동일하다거나 자금 기록 표가 회계 파일에서 같은 기준으로 추출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요구 사이에 놓이는 이력 기록은 좁은 말을 남긴다. 누가 언제 문서에 접근했고 어떤 처리를 했는지가 기록되는 한, 그 문서를 둘러싼 행위의 순서는 드러난다. 그러나 기록이 남지 않은 구간에서는 그 순서가 비게 된다.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에 공백이 남아 있다면, 보관 기간 중 그 구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록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력 기록이 남기는 것은 사실의 나열이지, 그 나열이 문서의 진정성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무결성을 확인하는 일과 이력 기록을 남기는 일은 겹치지만 같지 않다. 앞에서 본 출력문건과 원자료의 관계가 남기는 질문은 이력 기록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이 미정이라면, 이력 기록은 그 미정을 메우지 못한다. 이력 기록이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확인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답은, 기록에 남은 것만이 확인되고 남지 않은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범위에 머무른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범위를 넓히지 않는다.
5.5절차 기록이 비는 자리
이력이 남기지 못한 자리는 곧 절차 기록의 공백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이 공백이 자료의 사용을 어디까지 제한하는지가 문제이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문자정보를 증거로 쓰는 요건을 밝히면서 무결성 담보의 의미를 제시하였다. 위 판결은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고 판시하였다. 무결성은 자료의 내용이 일정한 시점부터 바뀌지 않았다는 사정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 여기에 드러난다.
그러나 현실의 기록은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위 판결은 이런 사정을 전제로 증명 방법의 후순위를 열어 두었다. 확인서면을 통한 증명이 어려운 경우를 두고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 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의 해쉬 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 시부터 밀봉되어 증거 제출 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고 하였다. 이 판시는 기록의 공백이 곧 자료의 배제를 뜻하지는 않음을 말한다. 다만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는지는 남는다.
변경합의서 사본이 스캔 PDF로 제출된 지금의 사정을 이 법리에 견주면, 확인의 대상과 시점이 분명치 않다.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은 모두 미정이다.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변경되지 않았는지를 다툴 척도 자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판결이 요구하는 무결성 담보의 시점 구간은 이 사례에서 그대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
자금 기록 표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원자료인 회계 파일에서 어떤 기준으로 표가 뽑혔는지와 필터 조건, 사본에 붙은 증거번호와 원자료 보관 위치의 대응 여부, 취득·이전·열람·변환의 이력, 보관 기간 중의 공백 구간은 모두 미정이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은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에 관해 "특히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지금의 사례에서는 이 요소 각각이 확인되지 않았다.
절차 기록이 비어 있는 자리는 이렇게 남는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이 허용한 대체 증명은 공백을 메울 방법의 다양함을 말할 뿐, 공백 자체가 지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변경합의서 사본과 자금 기록 표가 쓰일 수 있는지, 어느 범위까지 쓰일 수 있는지는 미정이다.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취득 경로의 정당성을 뜻하지 않는 것은 물론, 무결성이 확인되었거나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5.6확인의 한계와 남은 질문
절차 기록이 남지 않은 자리에서 무결성의 확인은 한계에 부딪힌다. 그렇다면 무결성 확인이 설명하는 것은 무엇이고, 설명을 멈추는 자리는 어디인가.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은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이 증거로 쓰이기 위해 요구되는 것을 나누어 밝혔다. 그 판결은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동일성의 확인은 원본과 출력물 사이의 대응에 관한 것이고, 변경되지 않았음의 담보는 그 대응을 성립시키는 시간 구간에 관한 것이다.
그 판결은 변환을 거친 매체에 대해서는 확인의 층을 한 겹 더 두었다. 원본을 대신한 매체에서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확인이 다루는 것은 자료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이 옮겨진 경로와 옮긴 장치, 그리고 옮긴 사람이다.
변경합의서가 스캔 PDF인 점은 이 사례에서 확인을 요청한 자리가 어디인지를 가리킨다. 원본 종이 문서와 스캔 파일의 내용 및 형태가 같은지, 스캔 장치가 정확하게 동작했는지, 파일을 만든 시점과 작성자 서명이 확보된 시점이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확인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원본 종이 문서의 소재, 파일을 만든 장치와 시점이 미정인 상태에서는 판결이 요구한 담보가 성립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자금 기록 표에 관하여도 원자료인 회계 파일과의 동일성, 표를 뽑아낸 필터 조건, 기록의 이력과 보관 기간의 공백이 미정이므로, 확인에 필요한 자료 자체가 손에 닿지 않았다.
확인은 거기서 멈춘다. 그 판결은 진술증거로 쓰는 경우에 "그 기재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도7257 판결). 형식과 경로의 무결성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기재 내용의 진실성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며, 진정 성립의 증명은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 제1항은 전자문서의 보관이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문서의 보관을 갈음하기 위한 요건을 적으되,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갈음할 수 없다"는 단서를 붙이고, 제2항은 전자화문서에 관하여 "전자화문서가 전자화대상문서와 그 내용 및 형태가 동일할 것"을 요구한다. 보관의 갈음이 성립하는 조건과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따라서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곧 취득 경로의 정당함을 뜻하지는 않으며, 무결성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이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 경로가 정당한지, 이 자료가 어느 범위까지 쓰일 수 있는지는 미정의 문제로 남는다. 확인을 거친 자료가 누가 지키고, 누가 열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이 남은 까닭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9조는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등이 되지 아니하도록 내부 관리계획 수립, 접속기록 보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의무가 자료 보관의 책임자와 접근 권한에 관한 기록을 어떻게 요구하는지는 이어지는 장에서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