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상대의 인용이 문맥에 맞는지 확인하고, 새 자료와 새로운 법리가 무엇을 바꾸는지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묻는다. 인용 문맥과 근거의 위치, 표현 차이와 진술 모순, 새 자료의 범위와 제출을 살핀다. 새 법리와 청구의 변경을 거쳐, 확장의 점검과 쟁점 보존을 본다.
12.1인용 문맥과 근거의 위치
효과의 분해가 끝난 자리에서 남는 것은 근거의 문제다. 상대가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요구한 장면을 놓고, 우선 그 요구가 무엇을 확인하는 일인지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상대의 요구는 그 문장이 원문에서 그대로 인용된 것인지 작성자가 요약한 것인지를 가리는 데 맞추어져 있고,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은 그 확인에 뒤따르는 별개의 쟁점이다. 이 지적들이 서면 한 문장을 둘러싼 확인 작업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밝히는 데서 출발한다.
확인의 첫 걸음은 상대가 문제 삼은 문장의 문구를 원문과 마주 대어보는 일이다. 이때 관찰되는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뿐이다. 이 가운데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의 어느 자료에 있는지, 있다면 그 자료의 어느 위치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작성자가 정리한 요약인지에 관한 판단은 미정으로 남는다.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대조를 마쳐야 할 사실이고,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따라오지 않는다.
구체적 근거의 위치를 요구하는 태도는 자료와 진술을 묶는 소명 태도에 가깝다. 민사소송법 제1조는 "②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는 의무는 근거의 위치를 밝히는 부담과 나란히 놓이는데, 이 의무가 어디까지 미치는지에 대한 평가는 이 사례에서 다루지 않는다. 다만 그 요구를 응답으로 받아들이는 한, 응답은 대조된 자료의 이름과 위치를 가리키는 형식을 띠게 되고, 대조되지 않은 자료의 위치는 응답에 담기지 않는다.
여기서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은 근거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태도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판결은 정보공개거부처분의 사유를 둘러싼 쟁점에서, 공공기관이 비공개사유를 어떻게 주장·입증하여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만일 이를 거부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하여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되어 같은 법 제7조 제1항 몇 호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입증하여야만 할 것이며, 그에 이르지 아니한 채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 이 판시는 사유를 일반적으로 언급하는 방식과 근거가 걸리는 부분을 짚어 밝히는 방식을 구분한다. 같은 기준을 이 사례에 옮기면, 상대의 요구에 대한 응답은 사유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해당 자료의 해당 위치를 지칭하는 방식을 요구받게 된다.
위치를 밝히는 응답은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함께 담되 둘을 섞지 않는 방식이 된다. 그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이 사례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그 판결이 공개거부처분 사유의 구체적 확인을 요구한 맥락과 이 사례의 맥락은 다르며, 그 판시가 이 사례의 근거 범위를 확정하는 법리로 옮겨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자리에 자료 이름이나 인용 위치를 지어내어 확인을 대신하는 것은, 그 요구에 응하는 형식과 그 내용 사이의 틈을 더 벌릴 뿐이다.
결국 상대의 요구에 응하는 일은 원문과의 대조에서 확인된 위치를 밝히고,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는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기는 작업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 작업의 경계를 이룬다. 인용 문맥과 근거의 위치를 가리는 데서 확보한 전제는, 같은 서면의 문단 간 차이가 지닌 성격을 따지는 다음 논의로 그대로 이어진다.
12.2표현 차이와 진술 모순
위에서 확인한 인용 위치의 문제에 이어, 이제 문단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밝히는 문제가 남는다. 우리 측 서면의 다른 문단이 앞 문장과 다른 표현을 쓰고 있다면, 그 차이가 어휘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이 어긋나는 것인지는 문단을 놓고 읽어야 한다.
문단 사이의 차이를 다룰 때는 먼저 법원이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재판장의 질문과 증명 촉구에 관하여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와 문단 간 차이에 관한 설명은 모두 사실상 사항에 관한 질문이며, 법원이 같은 방향으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그 요구에 답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아니면 사실 진술이 서로 어긋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서면을 읽는 순서를 따라야 한다. 한 문단이 원문의 문구를 그대로 옮긴 인용이라면, 그 인용이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서 왔는지는 앞에서 확인한 인용 위치와 같은 방법으로 대조한다. 다른 문단이 같은 사정을 제 말로 요약한 것이라면, 요약의 표현은 원문의 표현과 반드시 같지 않다.
문단 간 차이의 성격을 밝히는 근거도 같은 방법으로 모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가 요구한 설명의 범위가 우리 측 문단 하나에 한정되는지,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까지 포함하는지는 미정이다.
설명을 준비할 때는 미정으로 남은 부분을 미리 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며, 확인이 남은 부분은 그대로 확인이 남은 상태로 두어야 한다. 서면의 한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도 미정이다. 이 두 가지를 먼저 정해놓고 나서 문단을 해석하면, 확인되지 않은 사정을 사실로 쓰는 결과가 된다.
확인이 남은 부분은 소명의 방법으로 밝힐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99조는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문단 간 차이가 무엇인지 밝히는 근거로는 메일 원문, 발송 대장, 계약서 사본, 설명 문서 중 무엇을 쓸 수 있는지는 미정이며, 지금까지 확인한 것은 그 자료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뿐이다.
나아가 소명에는 다른 방법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299조는 "법원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그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게 하여 소명에 갈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문단 간 차이에 관한 설명이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로 밝혀지지 않는 경우에 이 방법에 의할 수 있는지는 미정이다.
결국 문단 사이의 차이를 다루는 일은 차이의 성격을 미리 단정하지 않고, 차이를 밝히는 근거를 모으는 일에서 시작한다. 상대가 지적한 모순이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모인 근거와 함께 법원의 질문에 대응하는 자리에서 가려진다. 확인이 남은 부분은 확인이 남은 것으로 남겨두고, 확인된 것으로 확정된 것과 구분해 쓰는 것이 이 사례에서 서면을 준비하는 방법이다.
12.3새 자료의 범위와 제출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분리해 남겨 두되, 확인에 쓸 자료가 무엇을 보태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관찰된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과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이다. 이 자료들은 각자 서 있는 자리가 다르고, 다루는 시점도 다르다.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미정이다. 메일 원문은 문구의 출처를 가리키는 첫 단서가 된다. 문장이 원문의 문구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면 메일 원문이 대조 기준이 되고, 요약이라면 요약의 폭과 생략된 부분을 따로 밝혀야 한다. 발송 대장은 메일이 실제로 나갔는지, 언제 나갔는지를 뒷받침한다. 송신 기록은 전달 사실과 시점을 보태지만, 그 기록만으로 메일의 내용까지 증명되지는 않는다.
계약서 사본 세 벌은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무엇이었는지를 비추는 기준이다. 다만 사본은 원본과의 관계에서 그대로 둔 채로 다루어야 하고, 사본끼리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함께 살핀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시점이 뒤에 놓인다는 점에서 앞의 자료와 성격이 다르다. 설명 문서는 사후에 정리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하고, 그 자체로 당시의 사실을 증명하는 자리에 놓이지는 않는다.
자료가 모였다는 사실과 해당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평가는 서로 다르다. 이 사건에서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미정이다.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 역시 미정이다. 따라서 자료가 함께 놓였다는 사정만으로 문장의 근거가 확정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자료를 상대방 측에서 요구하거나 법원이 제출을 명하는 경우의 기준은 민사소송법 제347조에 있다. 문서제출이 필요한지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이 기준은 자료가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제출이 정당화된다는 뜻이 아니라, 쟁점과의 관련 정도와 제출에 따른 부담을 함께 놓고 보라는 취지로 읽힌다. 같은 결정은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않거나 대상 문서로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그 문장이 적시한 쟁점으로 다루고 있으며, 자료에 따른 결론은 그 범위에서 확인한다.
제출의 허가 여부는 민사소송법 제347조가 정한 절차로 가른다. 법원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제출을 명할 수 있고, 신청이 문서의 일부에만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부분만의 제출을 명하여야 한다. 이 사례에서 요구되는 자료의 범위가 전부인지 일부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서면의 해당 문장에 대한 소명은 이 범위를 정한 뒤에 그 자료에 맞추어 준비한다.
12.4새 법리와 청구의 변경
앞에서 자료의 출처와 범위를 밝히는 작업이 나아간 자리에서, 이제 그 자료가 떠올린 법리가 기존 청구와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가 남는다. 상대방이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한 이 사건에서, 우리 측 서면의 문장과 문단을 둘러싼 다툼이 확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쟁점을 가진다. 그 쟁점을 다루는 법리가 새로 등장할 때, 청구의 얼개 자체를 손보아야 하는지가 먼저 판단할 문제다.
소송의 틀을 바꾸는 수단으로 민사소송법은 청구의 변경을 두고 있는데, 그 허용 범위와 시한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은 "원고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할 때)까지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다. 다만,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청구의 기초가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만 변경을 허용하고, 절차가 현저히 늦어지는 경우에는 그 문을 닫는다. 변경 합의의 성립이나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이 아직 미정인 이 사건에서, 그 미정 사항을 법리로 메우는 방식으로 청구의 기초를 넓힌다면 변경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같은 조 제2항과 제3항은 방식을 요구한다. 제262조 제2항은 "청구취지의 변경은 서면으로 신청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262조 제3항은 "제2항의 서면은 상대방에게 송달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서면 신청과 송달이 함께 요구되는 셈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 측 서면은 상대방이 이미 그 내용을 문제 삼고 있으므로, 그 서면이 변경의 신청으로서 기능하는지를 따지는 일은 남는다.
새 법리가 기존 청구에 끼칠 파급은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와 함께 읽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은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제216조 제2항은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상계하자고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한다. 확정된 판단은 주문이 담은 범위에 그치므로, 미정으로 남은 사항에 대한 법리는 그 범위 바깥에서 정리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요구하는 근거의 위치와 지적한 문단의 모순은, 그 자체로는 서면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사이의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를 가리지 못한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도 미정이다. 그러므로 새 법리를 반영하는 방식은 청구의 기초를 바꾸지 않는 선에서 검토하고, 변경이 필요하다면 제262조가 정한 시한과 방식을 갖추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 것처럼, 새 법리를 다루는 자리에서도 미정인 사항은 미정으로 남겨 둔다. 청구의 변경은 제262조가 정한 한도와 방식 안에서 판단하고, 확정된 주문의 범위는 제216조가 거둔다. 이 경계를 지키는 편이, 아직 가리지 못한 쟁점을 다음 단계에 남기는 길이 된다.
12.5확장의 점검과 쟁점 보존
새 법리와 청구의 변경을 다룬 논의를 마치면서, 확장의 범위를 어디서 그을 것인지가 남았다. 다른 사건의 자료까지 끌어들여 우리의 주장을 보태면 쟁점이 또렷해지는 대신, 본래의 쟁점이 다른 소송의 사실관계 속에 파묻힐 위험도 함께 커진다. 상대가 요구한 것은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한 근거의 위치이고, 그 지적은 다른 문단과의 모순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확장에 쓰는 자료의 범위를 점검하고, 확장의 과정에서 쟁점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방향을 살핀다.
점검의 첫 기준은 소송절차가 지향해야 할 바에서 구한다. 민사소송법 제1조 제1항은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확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료를 더 붙이는 일도 이 세 가지에 비추어 필요한 만큼이어야 함을 뜻한다. 한편 같은 조 제2항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조)고 규정한다. 우리 측 서면에 근거의 위치를 밝히는 일도, 상대가 제기한 표현상 모순에 답하는 일도 이 성실 수행 의무에 닿는다. 다만 이들 규정은 확장의 허용 여부 자체를 정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범위를 가를 때 참작하는 기준에 그친다.
확장에 쓰는 자료 중에는 다른 사건의 확정판결이 끼어들 수 있다. 여기서 법원이 이미 아는 사실로 넘겨짚을 수 있는 범위가 쟁점이 된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이 쟁점에 관하여 판시사항으로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를 제시한다. 그 판결요지에 따르면,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이 판결이 보여주는 선은 명백하다. 다른 사건의 확정판결 존재 자체와, 그 판결의 이유를 이룬 사실관계를 나누어야 한다. 후자를 법원이 아는 사실로 단정하면, 그 사실은 별도로 증명할 대상에 남는다. 그러므로 다른 소송의 자료를 확장의 근거로 더할 때에는, 그것이 우리 사건에서 새로 증명할 사실인지, 아니면 법원이 아는 사실인지부터 가려내야 한다. 미리 정해진 것으로 넘겨짚는 순간,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는 채울 수 없게 된다.
같은 판결은 나아가 그 구체적인 사정도 밝힌다.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이다. 여기서 두 가지 조건이 함께 놓인다. 하나는 다른 하급심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되었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당사자가 그에 관하여 주장했는지이다. 이 사안에서 두 가지가 모두 없었으므로, 현저한 사실로 본 판단에 잘못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를 우리의 장면에 두면, 다른 사건의 자료를 서면에 붙일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먼저, 그 자료가 우리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되었는지 살핀다. 그리고 당사자가 그 사실관계에 관하여 주장했는지 확인한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그 사실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 아니라 새로 증명할 대상으로 남는다. 관찰된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뿐이다. 여기에 다른 사건의 판결을 더한다면, 그것이 우리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되고 그 사실관계에 관하여 주장되었는지부터 확인하지 않은 채 쓸 수 없다. 다른 소송 확정판결의 이유를 구성한 사실관계까지 법원이 아는 사실로 넘겨짚어서는 안 된다.
이 점검을 거치면, 쟁점은 어느 쪽으로 남겨두어야 할지 가려진다. 우리 측 서면의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다. 이 미정의 상태를 자료 확장으로 덮어 확정으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도 미정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확장은 쟁점을 지우는 수단이 아니라, 쟁점을 분명히 하는 범위에서만 쓰여야 한다. 확장의 끝에서 남겨야 할 것은 채워 넣은 결론이 아니라, 아직 미정으로 남은 쟁점의 목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