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적용 판례와 구별 판례를 어디에 두고, 주위적·예비적 주장의 표현을 어떻게 맞추는지를 묻는다. 적용 판례의 배치 자리와 판례 사실과 사건 사실의 거리, 구별 판례의 배치와 응답을 살핀다. 주위적 주장의 표현과 예비적 주장의 덧붙임을 거쳐, 표현 차이와 진술 모순의 구분을 본다.
6.1적용 판례의 배치 자리
논증의 순서를 점검한 자리에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는 논거를 미리 끌어오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받아, 적용 판례를 우리 측 서면의 어느 자리에 두고 어떤 문장과 연결할지 정한다. 우리 사건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하면서,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하여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를 요구하고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 지적에 답하는 자리에 판례를 두려면, 우선 판례가 다룬 쟁점이 우리 사건의 쟁점과 같다고 서면에 적어 두지 않는 태도가 요청된다.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한정하면서, 확정판결이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둔다. 같은 조 제2항은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하는지 아닌지의 판단이 상계하자고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정한다. 조문이 확정판결의 효력을 주문으로 한정한 취지에 비추어, 서면의 해당 문장에 판례를 붙일 때에도 판례의 말한 범위를 서면의 주장 범위와 함께 좁혀 두는 방식이 요구된다. 우리 사건의 해지와 손해 배상 청구가 판례의 주문과 같은 범위에 놓이는지는 미정이다.
우리 측 서면의 문장이 판결문의 어느 문구를 그대로 옮긴 것인지 요약에 해당하는지도 미정이므로, 그 문장을 원문 인용으로 다루는 자리에 판례를 함께 두어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다. 판례는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는 사실관계의 현저성을 문제 삼았으므로, 이 판례는 서면의 문장 출처를 요구하는 지적에 답하는 자리에 두기보다, 문단 간 차이를 사실 진술의 모순으로 확정하지 않고 표현의 차이로 남겨 두는 자리에 한정하여 인용하는 편이 알맞다.
같은 판결은 관련 민사사건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의 증거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한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이 인용은 판결 이유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로 들어와 우리 서면의 문장 근거를 대신 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이 함께 모여 있어도, 그러한 모임이 곧 해당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적용 판례를 서면에 둘 때에는, 판례가 다룬 쟁점의 제목을 우리 사건의 쟁점과 같은 것으로 적지 않고, 문장 출처를 요구하는 지적에는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가 미정임을 남겨 둔다. 같은 판결은 그러한 판단을 서면 밖의 사실관계로 채우지 않고, 제출된 증거와 주장의 범위 안에서 남겨 두라는 방향을 가리킨다. 판례 사실을 우리 사건의 사실 진술로 끌어오는 자리는 이 장의 범위 안에 두지 않는다.
6.2판례 사실과 사건 사실의 거리
적용 판례의 자리를 정한 데서 나아가, 그 판결이 판례 사실과 우리 사건의 사실을 어떻게 떼어 놓는지 살핀다. 상대방은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를 물었다.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확정판결의 존재와 그 판결이 이유로 삼은 사실관계를 서로 다른 것으로 놓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피고와 제3자 사이의 민사소송 확정판결을 다루었다. 위 판결은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 그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를 쟁점으로 삼았다. 그 쟁점에 관한 판시는 다음과 같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확정된 판결이 남긴 사실인정은 증거로서의 힘을 가질 뿐이고, 법원에 현저한 사실의 지위까지는 나아가지 않는다. 여기서 현저한 사실이란 증거로 증명할 필요가 없이 법원이 공식적으로 아는 사실을 뜻하는데, 판결 이유의 사실관계는 그 범위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 분명하다.
위 판결은 같은 법리로 아래와 같은 판단을 하였다.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다른 사건의 판결문이 당해 재판에 제출된 바 없고 당사자가 그 사실관계를 주장한 바 없는데도 법원이 이를 현저한 사실로 삼았다면, 그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이 사례는 판결문이라는 증거가 당해 재판에 들어와야 하고, 그 사실관계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함께 보여 준다.
이 법리를 지금의 장면에 비추어 보자. 상대방이 요구한 것은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한 근거의 위치이고, 지적받은 대목은 다른 문단과의 표현상 모순이다. 관찰된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뿐이다. 이 자료 가운데 어떤 것이 그 문장의 근거인지,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밝히는 일은 우리 서면의 몫이다. 판결 이유에 적힌 사실관계를 현저한 사실로 끌어와, 그 사실로 우리 사건의 사실 진술을 대신 세운다면 위 판결이 지적한 법리오해의 잘못에 그대로 놓이게 된다.
한편으로 근거의 위치를 밝히는 일과 판례 사실을 우리 사건에 끌어오는 일은 그 무게가 같지 않다.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도 미정이다. 미정으로 남겨진 자리는 판결 이유의 사실관계로 메울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도 않는다.
끝으로 민사소송법 제203조(처분권주의)는 이렇게 정한다.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민사소송법 제203조). 당사자가 신청하고 주장한 범위에서 판결이 선고된다는 이 규정은, 확정판결의 존재나 그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가 우리 사건의 사실을 대신 적어 줄 수 없음을 한층 분명히 한다. 그러므로 우리 측 서면은 판례의 사실을 붙여 놓는 자리가 아니라, 관찰된 자료의 문장과 그 위치를 스스로 밝히는 자리로 꾸며져야 한다.
6.3구별 판례의 배치와 응답
판결 이유의 사실을 현저한 사실로 삼지 않는 자리에서, 이제는 상대방이 든 판례를 구별하는 문단을 어느 자리에 둘지가 남는다. 이 문단의 자리는 문장의 장식 순서가 아니다. 판례 배치의 정합성이 곧 응답의 설득력을 결정하므로, 적용 판례 뒤에 구별 판례를 두는 배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한정한다.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주문에 머무는 한, 상대방이 판례의 이유를 들어 우리 사건의 사실을 압도하려 해도 그 이유 자체가 우리 사건에 미치는 힘은 다르게 봐야 한다. 조문의 뜻은 다음과 같다. "①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 (민사소송법 제216조) 이 한정은 구별 문단의 첫 문장이 무엇을 겨냥할지를 정해 준다. 구별은 판례의 결론과 우리 사건의 결론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판례의 판단이 어떤 범위에서만 효력을 갖는지부터 밝히는 일이다.
구별의 근거는 판시사항과 사실 차이로 나누어 적는다. 앞의 분류가 서면 안에서 서로 다른 두 단락을 요구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판시사항은 판례가 다룬 쟁점의 범위를 말하고, 사실 차이는 그 쟁점에 적용된 사정과 우리 사건의 사정을 나란히 놓는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그 두 층을 정확히 보여 준다. 판시사항의 첫 층은 다음과 같다. "[1]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구별 문단에서 판시사항을 인용하는 자리는 상대방이 주장하는 판례의 효력 범위를 상대방의 말로 벽에 붙이는 자리다. 이 인용이 뜻하는 바는, 확정판결의 존재와 그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는 서로 다른 층위에 놓인다는 점이다.
사실 차이를 적는 자리에서는 우리 사건에 관찰된 사정과 판례에서 확인된 사정을 나란히 놓는다. 같은 판결의 판시사항 둘째 층은 그 방법을 보여 준다. "[2]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이 사례에서 판례가 짚은 사정은 증거 제출 유무와 당사자의 주장 유무다. 우리 사건에서 관찰된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이다. 이 관찰은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을 적은 것이고,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는 아니다.
구별 문단을 쓸 때 지켜야 할 경계가 이어진다. 자료에 없는 판결문을 인용하거나, 판결 이유의 사실을 보태어 구별을 완성하면 그 문단은 사실을 지어낸 자리가 된다. 위 판결이 인정한 법리의 자리도 정확하다. 그 법리는 다음과 같이 확인된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이 문장이 우리 서면에서 하는 일은, 유력한 증거와 현저한 사실을 갈라 놓는 것이다. 구별 문단의 마지막 문장은 이 갈림을 받아, 우리 사건의 해당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히는 자리로 둔다.
응답의 형식까지 정리하면, 구별 문단은 적용 판례 뒤에 오고, 판시사항 인용으로 시작해 사실 차이로 이어진 뒤, 미정 사항을 미정으로 남긴 채 끝난다. 상대방이 요구한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근거의 위치를 적되 자료에 없는 사실을 보태지 않는 방식으로 답한다.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 미정을 미정으로 두는 것이, 판례 배치의 정합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6.4주위적 주장의 표현
구별의 근거를 사실의 차이로 나눈 뒤에는, 우리 측이 대신 세울 주장을 어떤 문장으로 열 것인가가 남는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한 사건에서,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상대가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 물으며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고 지적한 장면을 놓고 보면, 주위적 주장의 첫 문장은 그러한 요구와 지적에 응답하는 자리에 놓인다. 이 절에서는 주위적 주장을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고 무엇에 연결할지를 읽는다.
주위적 주장은 법원이 판결할 수 있는 범위와 맞닿아 있다. 민사소송법 제203조(처분권주의)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비추면 주위적 주장의 시작 문장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을 벗어나 새 청구를 만들어 내는 자리가 아니어야 한다.
청구의 변경은 그 자체로 정해진 형식을 요구한다. 민사소송법 제262조(청구의 변경) 제1항은 "①원고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할 때)까지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다. 다만,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②청구취지의 변경은 서면으로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③제2항의 서면은 상대방에게 송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들은 청구의 범위를 넓히거나 좁히는 움직임이 서면의 문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인다.
그러므로 서면의 한 문장에 담긴 표현을 새로 만들어 청구의 범위를 조정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관찰된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뿐이다.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도 미정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주위적 주장의 시작 문장은 청구의 신청 사항을 그대로 받아 적고, 연결되는 문장은 관찰된 자료 가운데 무엇을 근거로 삼는지를 밝히는 방향을 취한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자료의 표기대로 자료의 위치로 응답하고, 표현상 모순이라는 지적에는 두 문단이 각각 서 있는 사실 전제를 드러내어 응답한다. 청구의 취지나 원인을 바꾸는 표현이 개입하는 자리는 서면이 아니라 제262조가 정한 변경의 신청이다.
6.5예비적 주장의 덧붙임
주위적 주장을 서면의 한 문단에 분명하게 고정한 뒤에는, 같은 서면에 나란히 놓이는 예비적 주장을 어떤 문장으로 덧붙일지가 남는다. 청구의 변경은 법원이 아니라 당사자의 신청으로 움직이므로, 예비적 주장도 서면의 표현 안에서 범위를 함께 고정하지 않으면 주위적 주장과의 관계가 모호해진다.
민사소송법 제262조 제2항과 제3항은 변경 신청의 방식과 송달을 함께 요구한다. "청구취지의 변경은 서면으로 신청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제2항의 서면은 상대방에게 송달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예비적 주장을 이 서면 안에 덧붙일 때에는, 상대방이 송달받은 문장만이 그 주장의 한계가 된다는 뜻이다.
같은 조 제1항은 변경의 한도와 시점, 그리고 그 단서까지 함께 적는다. "원고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할 때)까지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다. 다만,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예비적 주장이 주위적 주장과 다른 사실 전제에 선다고 하더라도, 둘 사이에 청구의 기초가 바뀌는 틈이 생기면 이 한도 안에서만 조정될 수 있다.
예비적 주장을 붙일 문장은 주위적 주장의 사실 진술을 다시 쓰지 않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주위적 주장은 계약 해지의 효과로서 원상 회복과 손해 배상을 함께 구하고, 예비적 주장은 그와 다른 전제, 즉 해지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하여 놓이는 것이다. 두 주장이 각각 다른 사실 진술을 자기 문단 안에 담지 않으면, 서면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문단의 진술이 어느 주장의 전제인지 가릴 수 없다.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 예비적 주장의 문장이 주위적 주장의 사실 진술 안에 섞여 들어가면, 그 문장이 독립된 신청으로 제출된 것인지 아니면 주위적 주장의 보조 설명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이 구분이 서면에서 드러나지 않으면, 예비적 주장은 신청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예비적 주장은 주위적 주장과 나란히 놓이는 별도의 문단에 붙이되, 그 문단은 주위적 주장의 사실 진술을 인용하는 대신 자기 자신의 사실 전제를 따로 밝히는 문장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요구한 것과 같은 지적, 즉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와 다른 문단과의 모순 여부는, 주위적 주장과 예비적 주장이 각기 다른 전제 위에 서 있음을 표현으로 가르지 않은 데서 비롯한다. 다만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아직 미정이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도 함께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6.6표현 차이와 진술 모순의 구분
주위적 주장과 예비적 주장을 각각 다른 사실 전제 위에 놓은 뒤에는, 상대가 지적하는 문단 간 차이가 그 사실 전제의 차이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같은 사실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한 것인지 가르는 기준이 필요하다. 민사소송법 제262조는 청구의 변경을 서면으로 신청하고 상대방에게 송달하도록 정한다. "청구취지의 변경은 서면으로 신청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62조)는 규정이 서면에 담긴 말과 신청의 대상이 같은지에 대한 검토를 요구하는 까닭이다. 서면의 한 문장과 다른 문단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을 때, 그 차이가 청구의 취지나 원인을 바꾸는 변경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같은 전제를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한지는 우선 문장이 담은 대상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서 갈린다.
상대가 요구한 것은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이 요구는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면 문장과 원문의 위치가 대응되어야 하고, 요약이라면 문장이 요약한 범위를 문장 밖에서 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관찰된 자료로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과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뿐이다. 어떤 문장이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서 왔는지가 이 자료만으로 정하여 쓰일 수 있는지, 요약인지 인용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 물음에 답할 수 없는 채로 서면의 문장을 원문 인용으로 내세우면, 상대의 요구는 해소되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 나눌 때는, 두 문단이 같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를 먼저 묻는다. 문단 하나는 변경 합의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변경 합의 전의 계약 내용을 말하는 것이라면, 두 문단은 서로 다른 시점의 사실을 담는다. 이런 경우 두 문단의 말이 달라도 사실 진술이 서로 어긋난다고 보지는 아니한다. 다만 두 문단이 같은 시점의 같은 사실을 담으면서 한쪽은 있다 하고 다른 쪽은 없다고 말하면, 이는 표현의 차이가 아니라 사실 진술의 모순이다. 미정으로 남는 것은 그 문장과 문단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다.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관찰된 자료만으로 정하여 쓰일 수 없다.
같은 전제를 달리 쓴 것이 사실 진술의 모순에 이른다면, 그 사실 진술의 근거가 자료의 어디인지가 다시 문제가 된다.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확정판결의 기판력 범위를 밝히면서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판결의 말이 미치는 범위를 주문에 담긴 것으로 한정한다. 서면의 문장이 어떤 자료의 어느 위치에 뿌리를 두는지 밝히지 못하면, 그 문장이 어디까지 사실 진술로 자리하는지도 한정되지 아니한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어느 때인지에 대해서도 자료가 답을 주지는 아니한다. 이와 같이 남은 물음은, 문단 간 차이를 표현의 차이로 부르거나 사실 진술의 모순으로 부르는 데 필요한 전제를 아직 채우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상대의 요구에 답하는 서면을 쓸 때에는, 남은 물음이 무엇인지를 적어 두고 그것이 문단 간 차이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쓴다. 정하여 쓰이지 못한 사항은 정하여 쓰이지 못한 채로 남기되, 그 사항을 끝내 밝히지 못함으로써 문단 간 차이가 모두 표현의 차이라고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지적에 대한 응답은,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와 문단 간 차이가 어느 쪽인지를 각각 나누어 밝히는 방식으로 이룬다. 이 가운데 밝혀지는 것이 있으면 그대로 쓰고, 미정으로 남는 것은 미정으로 남겨 둔다. 미정으로 남은 사항을 모아 둔 목록 자체가 응답의 결론을 대신하지는 아니한다. 서면의 문장이 어떤 사실 진술 위에 서 있는지, 그리고 그 사실 진술이 자료의 어디에서 오는지가 밝혀질 때에만 문단 간 차이가 무엇인지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