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요건과 사실을 어떤 순서로 잇고, 가장 강한 반론을 어디에서 먼저 다루는지를 묻는다. 요건에서 사실로의 연결과 근거 위치를 가리키는 응답, 인용과 요약의 구분을 살핀다. 모순 지적의 검토 순서와 최강 반론의 선제 자리를 거쳐, 논증 순서를 최종 점검한다.
5.1요건에서 사실로의 연결
문장의 강도를 자제하는 태도를 세웠다면, 이제 그 문장을 어떤 사실에 붙일지가 남는다. 청구의 요건을 이루는 기재 뒤에 놓일 사실을 가르기 위하여, 서면에 무엇을 적어야 한다는 규정부터 확인한다.
민사소송법 제249조제1항은 소장의 기재 범위를 정하면서 "소장에는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청구의 취지와 원인을 적어야 한다"고 선다. 같은 조 제2항은 "소장에는 준비서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한다(민사소송법 제249조). 앞 항목의 요구가 뒤 항목의 준용으로 넓어지는 구조이며, 요건에 부합하는 사실을 세울 자리는 준비서면의 규정에서 구체화된다.
준비서면의 기재사항을 정한 민사소송법 제274조제1항은 필수 기재 여덟 항목을 열거하면서, 그 가운데 넷째 항목에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을 두고, 다섯째 항목에 "상대방의 청구와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에 대한 진술"을 둔다. 요건을 이루는 주장과 그에 대한 상대 측 진술이 나란히 서는 자리가 여기에 해당하며, 두 항목은 서로 다른 기재이므로 한쪽을 다른 쪽의 문장으로 대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장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같은 조 둘째 항목에 있다. 민사소송법 제274조제2항은 "제1항제4호 및 제5호의 사항에 대하여는 사실상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방법과 상대방의 증거방법에 대한 의견을 함께 적어야 한다"고 정한다. 이 요구에 따라 증거방법과 의견은 같은 항목에 함께 놓인다. 이 사례에서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를 가리키는 일도, 요건 뒤에 놓인 사실을 어떤 증거방법과 짝지을지 정하는 일에서 갈린다.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다. 같은 규정이 정한 증거방법과 의견의 병기 요구를 충족했는지도 이 자리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미정인 쟁점을 확정된 사실로 쓰지 않고, 요건을 이루는 문장과 그 뒤의 사실을 서로 구별하여 적는 한에서 서면의 문장은 위 규정이 정한 틀 안에 머문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해당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든다는 법적 평가가 나오지 않으므로, 요건에서 사실로 가는 순서를 세우는 데서 멈춘다.
5.2근거 위치를 가리키는 응답
요건을 이루는 문장 뒤에 어떤 사실을 높일지를 정한 뒤에, 상대가 그 문장의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 밝히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가 남는다.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상대는 근거의 위치를 요구하면서,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는 석명권·구문권 규정과, 개괄적인 사유만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의 태도를 읽고 응답의 범위를 가른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재판장과 당사자 사이의 질문·촉구·설명 요구를 정한다. 그 가운데 당사자의 요청에 관한 문항은 다음과 같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3항은 "③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상대방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 따라서 상대의 요구를 절차 밖의 일로 보지 않는다.
법원이 스스로 소송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도 함께 규정되어 있다.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①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④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가 요구한 것은 사실상 사항에 관한 설명이다.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이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 놓이는지가 그 설명의 대상이다.
개괄적인 사유만으로 답변을 대신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거부에 관한 판시사항 아래 그 태도를 밝힌다. 그 판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민으로부터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받은 공공기관으로서는 같은 법 제7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공개하여야 할 것이고, 만일 이를 거부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하여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되어 같은 법 제7조 제1항 몇 호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입증하여야만 할 것이며, 그에 이르지 아니한 채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 대상이 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한 뒤에 어느 부분이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가리켜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의 요구에 응답한다면 자료와 위치를 가리켜 말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다만 이 판결이 비공개사유의 실체를 어디까지 정하는지는 이 사례의 범위 밖이다. 판결이 다루지 않은 내용을 지어내어 응답에 보태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관찰된 자료 가운데 위치를 밝힐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 위치를 지어내지 않고 미정으로 남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한편 상대는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에 대한 답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를 먼저 사실 전제로 가르는 일에 달려 있다. 같은 판결은 추가 또는 변경된 사유의 한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둔다.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라고 말한다. 법률적 평가보다 앞서 구체적인 사실을 놓고 비교하라는 취지이다. 이 사례에서 두 문단의 차이가 무엇인지 가리는 일도 그 순서를 따른다.
그러므로 상대가 요구한 자료와 위치를 가리켜 답하고, 지적받은 문단과의 관계는 사실 전제를 먼저 정한 뒤에 말한다. 그 이상의 결론은 이 자료가 아직 말해 주지 않는다.
5.3인용과 요약의 구분
위에서 가린 자료와 위치의 표시가 끝나면, 그다음으로 가려야 할 것은 표시된 문장 자체의 성격이다. 상대가 요구하는 근거 위치에 응답한 뒤에는, 그 문장이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요약한 것인지를 사실 문제로 확정하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와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라는 판시사항을 기준으로 삼아, 그 구분에 쓸 기준만을 놓는다.
사실의 인정에 관한 근거를 가를 때 적용할 규정은 형사소송법 제307조이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덧붙인다. 이 조문은 사실을 말하는 문장이 증거에 닿아 있어야 한다는 방향만을 제시할 뿐, 그 문장이 원문의 표현을 옮긴 것인지 요약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자유심증주의의 의미와 한계라는 판시사항 아래 다수의견에서 그 취지를 밝히는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시하였다. 그 뒤 이어지는 기준도 함께 두어야 하는데,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하였다. 이 판시사항은 증거의 채택과 증명력의 평가를 다룰 뿐, 증거의 요건을 새로 정하지는 않았다.
같은 판결의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의 반대의견은 진술조서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조건을 달리 보아 "진술조서의 진술기재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하였다. 또한 반대의견은 법정진술과 수사기관 진술이 갈릴 때의 처리에 관하여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설시하였다. 이 설시는 두 진술이 갈리는 장면을 전제로 한 것으로, 문장의 원문 인용 여부라는 쟁점에 그대로 옮겨질 수 없다.
이 사례에서 상대가 문제 삼은 문장에 대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미정이다. 다만 판시사항이 다루지 않는 증거의 요건이나 확정된 사실을 덧붙이지 않는 한, 서면의 해당 문장은 원문에서 옮겨 적은 것인지, 원문의 뜻을 정리하여 적은 것인지를 놓고 판단할 대상으로 남는다. 이 구분을 확정하기 전에는 그 문장의 정확성이 문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서면의 문장에 대한 평가는, 그 문장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남겨둔다.
5.4모순 지적의 검토 순서
인용과 요약을 가른 뒤에는, 상대가 지적한 문단 간 모순이 서면 안에서 실제로 성립하는지 순서를 두고 살핀다. 이 문제는 앞서 본 문장 한 개의 출처 문제와 다른 축에 놓인다. 앞의 물음은 그 문장이 무엇을 옮겼는지 묻는 것이고, 이번 물음은 그 문장이 다른 문단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묻는 것이다.
문단 간 대조를 시작할 때는 먼저 서면의 두 대목을 문구 그대로 옆에 놓는다. 관찰된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은 대조의 출발점이고,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대조의 대상이 아니다. 상대가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 요구한 것은 출처의 문제이지만,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모순이라고 지적한 것은 정합성의 문제이다. 두 지적을 하나의 대답으로 묶지 않고 나누어 둔다.
대조의 뒤에는 서면의 문구를 규정이 요구하는 판단의 자리에 비춘다.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판결서의 이유에 관해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라고 정한다. 판단을 표시할 자리는 주장과 방어방법이 놓이는 자리이고, 표시의 정도는 주문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만큼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가 지적한 문단은 판단의 표시가 아니라 당사자 서면의 진술이므로, 그 진술이 완결된 판단을 구성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할 일이다.
형사소송법 제323조는 유죄판결의 이유에 관해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판결이유에 범죄될 사실, 증거의 요지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이어서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 또는 형의 가중, 감면의 이유되는 사실의 진술이 있은 때에는 이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여야 한다"라고 덧붙인다. 사실의 진술과 판단의 명시가 각각 다른 항목으로 놓이는 구조이다. 서면의 두 문단이 모두 사실의 진술에 속한다면, 그 둘 사이의 어긋남은 판단의 결함이 아니라 진술의 정합성에 관한 지적이 된다.
이러한 규정을 이 사례에 적용하면, 모순 지적을 검토하는 순서는 크게 셋으로 놓인다. 먼저 두 문단의 문구를 대조하여 어떤 표현이 실제로 다른지 적는다. 다음에, 그 차이가 같은 사실에 대한 서로 다른 서술인지, 같은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요약한 것인지를 나눈다. 이 구분은 앞에서 본 인용과 요약의 구분과 맞물리되, 같은 판단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실 진술의 모순으로 드러난 경우에 한하여, 그 모순이 주장의 정합성에 영향을 주는지 살핀다.
다만 판례의 배치와 주장 간 정합성은 이 자리에서 끝맺지 않고 다음 범위로 넘겨 둔다. 이 사례에서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고,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도 미정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해당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으므로, 미정 사항은 미정으로 남긴 채 검토의 순서만 확정한다.
5.5최강 반론의 선제 자리
문단 간 차이를 사실 진술의 모순으로 판정하는 순서를 세웠다면, 이제 우리 측 서면의 그 문장에 붙을 가장 강한 반론을 어느 자리에서 먼저 다룰지 정할 차례다. 근거의 위치를 요구하는 상대의 지적에 대해 응답의 순서를 정하는 일이며, 앞에서 살핀 문서 대조의 결과를 바탕으로 삼는다.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행정절차법 제23조가 명시적으로 적고 있다. 처분을 할 때의 기본 의무를 두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이 조항이 당사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설명의 폭을 정하므로, 우리 측 서면에서 근거의 위치를 가리키는 설명이 어느 자리에 놓여야 하는지도 이 틀 안에서 가늠한다.
다만 의무에는 예외가 붙어 있다. 예외의 하나로 "신청 내용을 모두 그대로 인정하는 처분인 경우"를 두고, 또 다른 예외로 "단순·반복적인 처분 또는 경미한 처분으로서 당사자가 그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는 경우"와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든다. 해지와 손해 배상이 함께 청구된 이번 장면은 신청을 그대로 인정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고, 그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는 단순한 처분으로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근거와 이유의 제시를 전제로 설명의 자리를 둔다.
예외로 빠졌더라도 설명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 제2항은 "행정청은 제1항제2호 및 제3호의 경우에 처분 후 당사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이번 장면에서 상대가 근거의 위치를 요구한 것은 바로 그 요청의 양상에 가까우므로, 응답하지 않고 넘어갈 자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근거의 위치를 요구하는 반론은 우리 측 서면의 문장 하나에 바로 붙는다. 반론자가 꺼내지 않은 새로운 반론으로 자리를 채우면 답변의 초점이 흐려진다. 따라서 먼저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를 가리키는 부분을 문장 바로 뒤에 두고, 그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확인이 끝나지 않은 채로 남는다.
그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미정이고,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도 미정이다. 반론의 자리를 요건과 사실의 연결 지점 중 근거의 위치에 관한 대목에 먼저 두더라도, 그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최강 반론은 근거의 위치를 묻는 지적에 답하는 자리에 놓되, 그 반론이 이미 입증된 사실을 전제로 한 대답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이 사례에서 최강 반론은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를 설명하는 자리에 먼저 놓인다. 그 자리는 요건과 사실을 잇는 연결부 가운데 근거를 가리키는 대목이며, 다른 반론은 그 뒤에 따라온다. 반론자가 꺼내지 않은 반론이나 원문에 없는 사실로 그 자리를 대신 채우지 않는 선에서 설명의 순서를 묶는다.
5.6논증 순서의 최종 점검
반론의 자리를 정한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측 서면 안에 놓인 요건·사실·근거의 순서를 끝으로 한 번 더 살핀다. 상대가 요구한 출처의 위치와 문단 간 모순 지적은 그 순서가 맞물리는지를 가르는 시험대이므로, 서면의 형식을 점검하는 일에 한정하여 응답의 모양을 살피게 된다.
서면에 무엇을 먼저 적을지는 준비서면의 기재사항 규정이 가리킨다. 민사소송법 제274조는 준비서면의 항목을 적으면서,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과 상대방의 청구에 대한 진술을 함께 두도록 하고, 증거방법과 그에 대한 의견을 함께 적도록 한다. "①준비서면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다. (…) 4.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 5. 상대방의 청구와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에 대한 진술 (…) ②제1항제4호 및 제5호의 사항에 대하여는 사실상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방법과 상대방의 증거방법에 대한 의견을 함께 적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74조) 이 규정이 정한 항목의 순서와 함께 적기를 요구하는 방식은,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를 응답할 때에도 그 자리가 어떤 항목 아래 있는지를 분명히 밝히게 한다.
그 위치를 밝힌 뒤에도 문단 간 표현이 어긋나 보이는 지적은 남는다. 판결서의 이유에 관한 규정은 판단을 표시할 정도를 함께 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②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 이 기준이 말하는 판단의 표시는 이 사례에서의 서면과 그 대상이 같지 않으나, 주장과 방어방법을 읽는 이가 납득할 수 있게 판단 근거를 표시하여야 한다는 방향은 응답의 형식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관찰된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뿐이다. 상대가 요구한 출처의 위치는 이 자료들 가운데 어느 것의 어느 자리인지를 가리키는 물음이다. 그러나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도 미정이다.
응답의 형식은 관찰된 자료의 범위 안에서만 짜인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미정이다. 이 미정 사항을 미정으로 남겨 둔 채로, 근거의 위치를 밝히는 문장과 문단 간 차이를 설명하는 문장은 서면 안에서 각각의 항목 아래에 놓인다. 반론자가 꺼내지 않은 새로운 반론이나 원문에 없는 사실로 그 자리를 채우지 않는다는 전제는 여기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요건·사실·근거가 놓인 순서를 이리 점검하고 나면, 우리 측 서면은 상대가 요구한 위치와 모순 지적에 대하여 형식상의 응답을 갖춘다. 그 응답이 문단 간 표현의 차이와 사실 진술의 모순을 구별하는 결론까지 이르는 것은 아니다. 미정으로 남은 자료의 범위와 평가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