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공시가 정보의 간격을 메우는 제도이고 책임이 그 신뢰를 받치는 구조라는 점을 세운다. 발행공시와 유통공시의 구분만 밝히고, 공시 서류에 이름을 올린 자와 기재와 현실의 어긋남을 살펴 이 장이 남긴 물음으로 맺는다.
1.1공시가 메우는 정보의 간격
공시책임의 논의는 발행인과 투자자 사이에 놓인 정보의 간격에서 출발한다. 발행인은 자신의 재무와 영업에 관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지만, 증권을 취득하려는 자는 공개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이 간격을 메우기 위한 장치로 모집 또는 매출의 신고를 두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19조 제1항은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한다.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산정한 모집가액 또는 매출가액 각각의 총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은 발행인이 그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여 수리되지 아니하면 이를 할 수 없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19조) 이 규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증권 모집 또는 매출을 신고와 수리의 절차에 묶어 둔다. 신고서의 제출과 수리가 선행하지 않으면 모집이나 매출이 열리지 않는 구조다.
그 신고서가 무엇을 담는지 보여 주는 조항이 같은 조 제3항이다. 이 항은 "제1항의 신고서와 제2항의 일괄신고서(이하 “증권신고서”라 한다)"에 발행인의 미래 재무상태와 영업실적에 관한 예측 정보를 기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신고서는 이미 확정된 사실만 담는 문서가 아니다. 발행인의 현재 상황과 미래 전망이 함께 놓이는 자리다.
여기서 정보의 간격이 뚜렷해진다. 예측과 전망은 발행인의 내부 사정에 근거하고, 취득하려는 자는 그 근거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신고서에 적힌 내용이 실제와 다르면 취득자는 자신이 믿고 내린 판단을 잃는다. 이 사례에서 O사는 증권신고서에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 기재가 신고서를 읽는 자가 얻는 정보의 내용을 좌우한다.
한편, 신고서의 기재를 담당하는 주체도 법률이 정해 둔다. 제119조 제5항은 "신고 당시 해당 발행인의 대표이사(집행임원 설치회사의 경우 대표집행임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및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이사(대표이사 및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없는 경우 이에 준하는 자를 말한다)"가 기재사항의 중요 부분을 확인·검토하고 서명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사례에서 사외이사 병은 이사회에 참석해 그 신고서에 서명했다.
이상에서 보듯 공시는 발행인이 아는 것과 취득자가 아는 것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는 제도로 자리한다. 신고서가 취득자의 판단 자료가 되려면 그 기재가 실제에 부합하여야 한다. 신고 의무의 요건과 그 위반이 가져오는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1.2발행공시와 유통공시의 구분
정보의 간격을 공시가 메우는 것으로 본다면, 이 간격이 언제를 기준으로 벌어지는지가 다음 질문이 된다. 증권을 처음 내놓을 때와 이미 나와 있는 증권을 거래할 때는 다루는 정보의 시점이 다르며, 자본시장법은 이 둘을 서로 다른 절차에 맡긴다. 유상증자 증권신고서가 어느 쪽에 놓이는지를 가리는 일이 여기서 시작한다.
먼저 새로 발행하는 증권을 모집하거나 매출하는 경우를 보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19조제1항은 모집 또는 매출의 신고에 관하여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산정한 모집가액 또는 매출가액 각각의 총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은 발행인이 그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여 수리되지 아니하면 이를 할 수 없다"고 정한다. 발행을 앞둔 발행인이 그 증권에 관한 신고서를 먼저 내고 수리를 받아야 모집이나 매출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조 제3항은 이 신고서와 일괄신고서를 묶어 "증권신고서"라 부른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19조) O사가 유상증자를 위하여 제출한 서류가 바로 이 증권신고서에 해당하며, 그 기재는 새로 내놓는 증권의 발행에 관한 정보를 담는다.
한편 이미 발행되어 유통되는 증권에 관한 공시는 같은 자리에 놓이지 않는다. 제119조는 모집 또는 매출의 신고를 다룰 뿐, 유통 단계의 공시는 이 조문에서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O사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는 발행공시의 절차를 밟는 서류이고,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 유지 여부는 새로 발행하는 증권의 가치에 관한 기재로서 그 신고서 안에서 다뤄진다. 이 계약이 과거에 이미 해지 통보를 받은 사실이 신고서에는 유지로 적혔다는 관찰은, 발행공시의 기재가 과거와 현재의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 내놓는 증권을 설명한다는 점과 맞닿는다.
그럼에도 주요 거래처의 매출 비중, 해지 통보가 이사회에 보고된 시점과 방식, 취득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유통공시가 별도의 정보를 다룬다는 점만을 정리하면, O사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는 발행 시점의 정보를 다루는 서류이라는 구분이 남는다. 각 구분에 딸린 조의 요건과 면책 사유는 뒤의 자리에서 살핀다.
1.3서류에 이름을 올린 자
발행공시와 유통공시가 서로 다른 시점의 정보를 다룬다고 구분한 뒤에 남는 질문은 누가 그 서류에 책임을 남겼는가이다. 증권신고서는 발행인이 제출하지만 그 문서 곳곳에는 여러 사람의 이름이 함께 적힌다. 이 자료에서는 신고서에 서명한 사외이사와 실사 보고서를 남긴 주관 증권사라는 두 자취가 함께 보인다.
이 사례의 자취를 읽기 전에 서명의 근거부터 확인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19조제5항은 신고 당시의 대표이사와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어떤 범위의 기재를 확인하고 서명하여야 하는지를 정한다. 그 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발행인 및 같은 종류의 증권에 대하여 충분한 공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때에는 매출에 관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할 수 있다."
위 인용은 같은 조 제6항의 문장이다. 이 자리에서 발췌를 맞추려는 노력이 오히려 제119조제5항의 본문을 놓치게 만들었다. 제119조제5항은 "신고 당시 해당 발행인의 대표이사(집행임원 설치회사의 경우 대표집행임원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및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이사(대표이사 및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없는 경우 이에 준하는 자를 말한다)는 그 증권신고서의 기재사항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사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확인·검토하고 이에 각각 서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확인과 검토의 대상이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 또는 표시의 유무와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의 누락 여부임이 분명하다.
이 사례에서 사외이사 병은 이사회에 참석하여 그 신고서에 서명하였다. 다만 서명한 자가 대표이사인지, 신고업무를 담당하는 이사인지, 또는 이에 준하는 자인지는 미정이다. 서명의 자취 자체는 남았으나 그 자취가 위 규정의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주관 증권사가 남긴 실사 보고서는 조금 다른 자취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제1항은 거짓 기재 또는 표시로 인한 배상책임의 주체를 열거한다. 그 열거 중 "그 증권신고서의 기재사항 또는 그 첨부서류에 자기의 평가·분석·확인 의견이 기재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고 그 기재내용을 확인한 자"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실사 보고서가 신고서의 기재사항 또는 첨부서류에 의견의 형태로 남았는지, 어느 범위까지 동의와 확인의 자취를 이루었는지는 미정이다.
이 사례에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서류에 이름이 남았다는 관찰 자체뿐이다. 서명과 실사가 곧 어떤 법적 약정이나 확정된 손해배상 책임을 뜻하는지는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서명이 위 제119조의 확인·검토 절차에 부합하는지, 실사 보고서가 위 제125조의 어떤 호에 놓이는지는 이 관찰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이름이 남은 자리가 어떤 법률상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서류의 내용과 현실의 관계를 따져보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1.4기재와 현실의 어긋남
서류에 이름을 올린 자들이 어떤 자리에 놓이는지를 살핀 뒤에, 이번에는 신고서에 적힌 내용과 현실 사이의 어긋남을 놓고 제125조가 배상책임을 두는 자리를 확인한다. O사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는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 계약은 신고서 제출 석 달 전에 해지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적힌 내용과 실제 상태가 어긋난다는 관찰만으로는 그 어긋남이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므로, 조문이 무엇을 전제로 배상책임을 두는지부터 읽어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제1항은 증권의 취득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지는 자를 열거하면서, 그 책임이 발생하는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증권신고서(정정신고서 및 첨부서류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와 투자설명서(예비투자설명서 및 간이투자설명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문장은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 혹은 중요사항의 누락이 손해와 이어질 때 배상책임을 구성한다.
같은 항은 책임의 주체를 일곱 부류로 나눈다. 그 가운데 신고서에 서명한 자와 관련하여 제1호는 "그 증권신고서의 신고인과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이사가 없는 경우 이에 준하는 자를 말하며, 법인의 설립 전에 신고된 경우에는 그 발기인을 말한다)"를, 제5호는 "그 증권의 인수인 또는 주선인(인수인 또는 주선인이 2인 이상인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말한다)"을 각각 규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합성 사례에서 사외이사 병은 이사회에 참석해 그 신고서에 서명했고, 주관 증권사는 실사 보고서를 남겼는데, 이 관찰은 위 각 호가 상정하는 자리들과 맞닿아 있다. 다만 서명과 실사 보고서가 곧 어떤 법적 약속을 뜻하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제1항은 책임의 요건을 두면서도 단서로 면책의 여지를 둔다.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단서는 책임을 묻는 데 필요한 요건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그 요건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배상의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를 따로 적어 둔 것이다. 제2항은 예측정보가 일정한 방식으로 기재되거나 표시된 경우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예외를 두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 시에 예측정보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로서 제1항 각 호의 자에게 그 기재 또는 표시와 관련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단서를 함께 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단서는 예측정보에 관한 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 조건을 다시 적은 것이다.
한편 제3항은 "제2항은 주권비상장법인이 최초로 주권을 모집 또는 매출하기 위하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예외는 주권비상장법인이 처음으로 주권을 모집하거나 매출하기 위해 증권신고서를 내는 경우에 예측정보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합성 사례에서 O사가 이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남아 있는 지점도 확인해 두어야 한다. 주요 거래처의 매출 비중, 해지 통보가 이사회에 보고된 시점과 방식, 취득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이 지점들은 제125조의 문장에서 짚어 본 중요사항의 기재와 취득자의 손해, 그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 그 사실을 알았는지의 여부를 가늠하는 데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미정인 사항을 지어내 채우지 않는 한, 신고서의 기재와 계약 해지라는 현실 사이의 어긋남이 제125조제1항이 적은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손해가 있는지는 이 자리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1.5책임이 받치는 신뢰
앞 단위에서 신고서에 적힌 유지라는 표현과 해지 통보를 받은 상태라는 관찰이 어긋나는 자리를 확인했다. 지금은 그 어긋남을 법이 어떻게 다루는지보다, 그 어긋남에 대응하는 배상책임 조항이 공시 서류에 대한 무엇을 받치고 있는지를 살핀다. 질문은 책임의 요건보다는 책임의 자리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제1항은 배상책임을 두는 자리를 이렇게 열고 있다. "증권신고서(정정신고서 및 첨부서류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와 투자설명서(예비투자설명서 및 간이투자설명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으로써 증권의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진다. 다만,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문장은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 또는 중요사항의 누락으로 취득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책임을 두며, 그러한 기재나 표시가 없는 서류는 이 조의 책임 밖에 둔다. 같은 조 제1항은 책임을 지는 자를 차례로 적고 있다. 신고인과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 증권신고서의 작성을 지시하거나 집행한 자, 기재사항 또는 첨부서류가 진실 또는 정확하다고 증명하여 서명한 공인회계사·감정인·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자 등, 자신의 평가·분석·확인 의견이 기재되는 것에 동의하고 기재내용을 확인한 자, 증권의 인수인 또는 주선인, 투자설명서를 작성하거나 교부한 자, 매출의 방법에 의한 경우 매출신고 당시의 매출인이 그 자들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나열은 서류의 기재에 이름을 올린 자가 책임의 자리에 서는 구조를 보일 뿐이다. 이 관찰들에서 나온 결과는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한편 같은 조 제2항은 예측정보를 다룬다. "예측정보가 다음 각 호에 따라 기재 또는 표시된 경우에는 제1항에 불구하고 제1항 각 호의 자는 그 손해에 관하여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다만,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 시에 예측정보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로서 제1항 각 호의 자에게 그 기재 또는 표시와 관련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배상의 책임을 진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이 단서는 면책이 언제 다시 무너지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사례를 예측정보의 자리에 대입할 단계는 아니다.
결국 제125조가 받치는 것은 공시 서류의 기재에 대한 신뢰다. 서류에 적힌 것이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이거나 누락이라면, 그 기재에 이름을 올린 자가 손해의 배상 책임을 지는 구조가 서류에 대한 신뢰를 뒤에서 떠받친다. 반면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알 수 없었다는 증명, 또는 취득자가 청약 당시에 알았다는 사정은 책임의 자리를 비우며, 예측정보의 자리에서는 예측이라는 표시와 근거의 밝힘이 면책을 여는 요건이 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 다만 그 요건을 모두 채웠는지, 또 책임이 실제로 성립하는지와 손해가 얼마나 확정되는지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미정 사항은 미정으로 남는다.
1.6이 장이 남긴 물음
책임이 신고서에 대한 신뢰를 받치는 구조라면, 그 신고서가 무엇을 약속했는지에 따라 책임의 물음도 달라진다. 앞에서 본 제125조는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나 누락이 증권 취득자의 손해로 이어진 경우를 다룬다. 그런데 신고서에 무엇이 적혀야 하는지는 신고 자체의 근거에서 비롯한다. 자본시장법 제119조는 모집 또는 매출의 신고를 두어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산정한 모집가액 또는 매출가액 각각의 총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은 발행인이 그 모집 또는 매출에 관한 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여 수리되지 아니하면 이를 할 수 없다"고 정한다. 발행인으로 하여금 신고서를 내게 하는 의무가 바로 여기에 적혀 있고, 신고서가 무엇을 담을지는 이 조의 다른 항으로 이어진다.
이 장이 세운 것이 한정적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시가 분산된 정보를 모아 투자 판단에 보태는 보충의 기능을 담고, 이 보충이 허위·누락에 흔들리지 않도록 배상책임이 그 밑을 받친다는 관계만을 설명한 것이다. 그 관계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조문만 살폈고, 책임이 실제로 성립하려면 무엇을 만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이 점은 앞에서 본 제125조의 단서에서도 드러난다. 배상책임의 예외는 "배상의 책임을 질 자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거나 그 증권의 취득자가 취득의 청약을 할 때에 그 사실을 안 경우"(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5조)로 조문 안에 함께 적혀 있다. 이 단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증명이 누구의 몫인지에 대해서는 다음 장의 일이다.
구체적인 사실도 아직 평가되지 않았다. O사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주요 거래처와의 공급계약 유지 사실을 적었으나, 그 계약은 신고서 제출 석 달 전에 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관찰이 있다. 그런데 주요 거래처의 매출 비중은 미정이고, 해지 통보가 이사회에 보고된 시점과 방식 역시 미정이다. 취득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실들이 자본시장법 제125조제1항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함"에 해당하는지, 또 다른 쟁점으로 번지는지는, 여기서 정해진 것이 없다.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이 자리에서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장의 구성 안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신고서의 기재에 힘이 실리는 자리는 서명하는 자이다. 자본시장법 제119조제5항은 증권신고서 제출 시에 "증권신고서의 기재사항 중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사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확인·검토하고 이에 각각 서명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병이 이사회에 참석해 해당 신고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은 이 조문이 정한 자리에 서명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그 확인과 검토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미정이고, 주관 증권사가 남긴 실사 보고서에 무엇이 담겼는지도 미정이다.
결국 이 장이 남기는 물음은 이중의 것이다. 신고서가 무엇을 약속했는가, 그리고 그 약속에 책임이 붙으려면 무엇을 더 증명해야 하는가. 전자가 공시 내용의 실체를 묻는 것이라면, 후자는 제125조가 정한 요건과 단서가 사실에서 어떻게 채워지는지를 묻는다. 이 물음은 공시 책임의 완결이 아니라 신고와 그 주체의 문제가 드러나는 자리로 이어진다. 미정인 사실은 미정으로 남기고, 책임의 요건과 면책의 적용은 열어둔 채 물음을 세우는 데서 이 장은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