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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의 방어권: 변호인 참여와 열람·등사 · Volume 27 · Chapter 1 · First edition

뒤에 앉은 변호인: 곁에 있음과 조력의 간격

변호인이 수사 현장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조력을 행사하지 못할 때, 방어권은 무엇에서 시작하는가?

Length
about 2,300 words · 10 min
Sources
1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1.1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3. 1.2뒤쪽에 앉으라는 요구
  4. 1.3후방 착석 요구의 판결요지
  5. 1.4참여와 조력의 관계 읽기
  6. 1.5조력이 시작되는 자리
  7. 1.6이 장의 경계와 이어짐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 장은 변호인이 수사 현장에 자리하면서 조력을 행사하지 못할 때 방어권이 어디서 시작하는지를 묻는다. 헌법 제12조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둔 문언을 읽고, 뒤쪽에 앉으라는 요구를 관찰된 사실로 놓아 참여와 조력이 어긋나는 지점을 차례로 살핀다. 조력이 시작되는 자리를 가리키고 이 장이 다루지 않는 범위를 밝혀 뒤 장에 넘긴다.

1.1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했으나 뒤쪽에 앉으라는 요구를 받은 장면에서, 먼저 그 권리를 선언한 헌법의 문언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와 적법한 절차를 규정하면서, 같은 조문 안에서 변호인 조력의 권리를 함께 두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4항은 권리를 갖는 시점과 대상을 이렇게 정한다.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이 문언은 조력을 받을 권리를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 즉시 발생하는 권리로 선언한다. 같은 항의 단서는 조력을 구하지 못하는 형사피고인에 대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이는 예외를 둔다.

이 권리를 고지의 대상으로 삼는 조항도 함께 읽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5항은 체포 또는 구속의 절차에서 지켜야 할 통지 의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고지를 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는 문언은 권리를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절차의 조건으로 만든다. 이 두 조항이 정하는 것은 권리를 받을 자, 권리를 행사할 시점, 그리고 그 권리를 알려야 할 의무이다.

한편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2항은 이 권리와 나란히 놓이는 다른 보장을 규정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선언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심문을 받지 아니하는 요건과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아니하는 자유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같은 조 안에 놓여 있다. 이 배치는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신체의 자유와 절차적 보장의 한 부분으로 읽어야 함을 뜻한다.

그러나 이 문언은 변호인이 수사 절차에서 어떠한 자격으로, 어떠한 자리에서, 얼마만큼의 말을 들으며 조력을 행사하는지를 직접 정하지 아니한다. 참여의 방식이나 제한 사유를 둔 문언은 여기에서 확인되지 아니한다. 뒤쪽에 앉으라는 요구가 무엇을 제한하는지, 그리고 그 요구에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지는 앞의 문언만으로 확정되지 아니한다. 이 권리를 받는 자와 행사 시점을 밝힌 문언에서 출발하여, 참여의 구체적 모습은 관찰된 사실과 별도로 살펴보아야 한다.

1.2뒤쪽에 앉으라는 요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문언에서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그 권리를 행사하는 자리 자체가 문제된 장면을 살핀다. 앞 단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헌법 제12조의 문언은 조력을 받을 권리를 선언하되, 조력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모습까지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 앉을 자리를 지정한 사실이 관찰되었을 때, 그 지정이 무엇을 막는지 별도로 헤아려야 한다. 이 글은 관찰된 사실을 놓고 자료가 그 자리 지정에 대하여 밝힌 내용만을 함께 읽는다.

합성 사례의 관찰 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피의자신문을 받기 전에 변호인을 선임하였고, 변호인은 피의자신문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수사관은 변호인에게 피의자의 뒤쪽에 앉으라고 요구하였다. 이 요구는 변호인의 출석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며, 신문의 형식적인 개시도 가로막지 않았다. 다만 변호인이 놓이는 자리를 옮긴다는 점에서, 참여의 사실과 참여의 질을 나누어 살피게 된다. 이 요구가 위법하다거나 정당하다는 평가는 다음 단계에서 자료의 판단을 확인한 뒤에야 가능하며, 이 자리에서는 아직 확정된 결론으로 쓰지 않는다.

후방 착석 요구에 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에서 확인된다. 그 결정은 먼저 변호인의 참여를 어느 권리의 문제로 보아야 하는지 정한다.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실현 수단으로 보면서,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므로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이 판시는 참여 자체가 조력을 완성한다는 점을 전제로, 참여의 방식까지 보호 대상에 넣는다. 따라서 뒤쪽에 앉으라는 요구는 단순한 좌석 배정에 그치지 않고 참여의 자유가 닿는 범위 안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그 요구가 어떤 제한을 낳는지도 같은 결정이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수사 방해나 기밀 유출의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그 요구가 남기는 악영향을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위축된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변호인이 피의자의 뒤에 앉게 되면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거나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제시한 서류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이 판시가 지적하는 제한은 조언 요청의 위축과 상황 파악의 어려움이다. 관찰된 요구가 변호인의 뒤쪽 착석을 지시한 장면에서, 두 가지 어려움이 함께 겹쳐지는지 여부는 신문 당시 변호인이 들을 수 있었던 말의 범위와 합쳐져 판단되어야 하나, 그 범위는 미정이다. 자료가 그 요구의 목적과 수단을 검토한 결과로서는,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피의자 옆에 앉는다고 하여 피의자 뒤에 앉는 경우보다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거나 수사기밀을 유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의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고 판시하였다. 합성 사례의 요구가 같은 성격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참여를 형식적으로만 허용하면서 자리를 뒤로 옮기게 하는 방식은 조력의 내용을 가늘게 만든다. 관찰된 요구는 변호인의 출석을 부정하지 않았고, 변호인이 신문에 자리한 사실도 부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뒤쪽에 앉으라는 지정은 변호인과 피의자 사이의 간격을 키우고, 그 간격이 조언과 관찰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 자료에서 확인된 제한이다. 후방 착석 요구가 조력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의 정도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 글은 그 요구의 위법 여부를 단정하지 않고, 자료가 지적한 제한의 지점을 관찰 사실에 놓아 보았을 뿐이다. 뒤쪽에 앉는다는 요구가 조력을 희게 하는지 검토하는 데 필요한 자료의 판단은 다음에 이어진다.

1.3후방 착석 요구의 판결요지

뒤에 앉으라는 요구가 변호인의 권리를 제한하는지 여부는, 이 요구가 무엇을 어렵게 만드는지를 밝히는 판단에서 갈린다. 앞에서 그 요구의 문구만을 관찰한 자리에서,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은 그 판단을 헌법소원 종국결과의 첫 번째 쟁점으로 삼았다.

그 결정은 우선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권리를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는 것으로 본다.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의 판결요지는 그 근거를 이렇게 밝힌다.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므로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즉, 변호인의 참여는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권리를 실제로 행사하기 위한 통로다.

그런데 피의자의 옆과 뒤의 자리는 같은 자리를 뜻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의 판결요지는 바로 그 차이를 수사 현장의 어려움으로 풀이한다.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피의자 옆에 앉는다고 하여 피의자 뒤에 앉는 경우보다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거나 수사기밀을 유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의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이 구절은 옆에 앉는 자리를 뒤의 자리와 비교하여 어느 쪽이 수사를 방해하거나 기밀을 새게 할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뒤에 앉는 자리가 참여 자체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판결요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위축된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변호인이 피의자의 뒤에 앉게 되면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거나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제시한 서류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여기서 말하는 조언·상담 요청의 위축과 상태·서류 파악의 어려움은 이 요구가 참여의 질에 끼치는 영향이다.

이 요구를 정당화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지도 이 사례에서 함께 살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의 판결요지는 수사방해와 수사기밀 유출의 우려가 없는 점, 조사실의 장소적 제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점을 들어 침해의 최소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공익과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 제한에 따른 불이익을 비교하여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같은 판결요지는 그 판단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변호권을 침해한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이 판단은 수사관이 변호인에게 뒤에 앉으라고 한 행위에 한정된 결론이다.

이 결정에서 참여와 조력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는, 그 근거를 따로 읽어보아야 한다.

1.4참여와 조력의 관계 읽기

후방 착석 요구의 위헌 판단이 확정된 이상, 다음 물음은 그 판단이 참여와 조력을 어떤 관계로 놓았는가이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먼저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이 변호인의 참여를 무엇의 수단으로 규정했는지를 살핀다. 위 결정의 판결요지는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므로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고 밝힌다. 참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피의자가 받을 조력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음이 이 문장에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조력의 실현이 무엇을 가로막히는지가 다음 쟁점이 된다. 위 결정의 판결요지는 후방 착석 요구가 조력에 미치는 구체적 장애를 나누어 지적한다. 위 판결요지는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위축된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변호인이 피의자의 뒤에 앉게 되면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거나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제시한 서류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고 판시한다.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움직임, 피의자의 상태와 제시된 서류를 읽는 작용이 함께 막혔다는 점에서, 자리의 물리성이 곧 조력의 질을 가른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한편 참여의 법적 성격을 두고 재판관들의 견해는 갈린다.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는 "변호인의 변호권은 법률상 권리에 불과하므로 법정의견이 변호인의 변호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파악한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고,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면 충분하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는 별개의견을 냈다. 재판관 김창종 역시 "'변호인으로서 조력할 권리'는 피의자 등의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충실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형사소송법 등 개별 법률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형성한 결과로서 인정되는 '법률상의 권리'에 불과하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고 보았다. 참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볼지 법률상 권리로 볼지에 관하여 법정의견과 다른 견해가 나란히 존재했음이 확인된다.

그럼에도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참여를 읽는 시선은 보충의견에서도 이어진다. 재판관 안창호는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하여 변호인이 조력할 권리는 헌법 제15조에 따른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헌법 제12조 제4항 등에 의해 보장되는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도출되는 별도의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호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고 하였다. 조력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이 조력할 권리가 놓이는 관계가 이 문장에서 분명해진다.

이러한 판단 틀을 합성 사례에 적용해 보면, 수사관이 변호인에게 뒤쪽에 앉으라고 요구한 행위는 참여를 제한하면서 동시에 조력을 가로막는 방식으로 작용했다고 읽힌다. 다만 변호인이 신문 당시 실제로 들을 수 있었던 말의 범위와 후방 착석 요구가 조력에 미친 영향의 정도는 미정으로 남는다. 참여를 조력 실현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에서, 변호인이 곁에 있었으나 뒤쪽에 있었던 사정이 조력의 내용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는 확인된 사실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

1.5조력이 시작되는 자리

앞 절에서 참여와 조력의 관계를 읽어낸 자리에 서서, 이제 변호인이 곁에 앉아 있는 그 순간 조력이 무엇에서 시작되는지를 묻는다. 자리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은 어떤 모습으로 피의자에게 닿는지, 대한민국헌법 제12조가 정한 문언과 판례의 판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그 기점을 찾아야 한다.

조력의 권리가 언제 시작되는지에 관한 기본 문언은 헌법에서 나온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체포나 구속의 순간을 기준으로 조력의 권리를 규정하는데, 제4항에서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선언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문언은 조력을 받을 권리를 체포나 구속이라는 사건의 발생 시점과 결합시켜, 그 권리를 지체 없이 행사할 수 있어야 함을 분명히 한다. 즉, 조력의 권리는 피의자신문이나 다른 수사 단계로 미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체포·구속과 동시에 살아난다.

그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 변호인의 참여라는 점은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에서 확인된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므로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이 판시는 참여 자체를 조력의 완성된 형태로 보지 않는다. 참여는 조력을 실현하는 통로이며, 그 통로가 제대로 열려 있어야 조력이 피의자에게 실제로 닿을 수 있다. 이 사례에서 변호인은 피의자신문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수사관은 변호인에게 피의자의 뒤쪽에 앉으라고 요구하였다.

변호인이 어디에 앉는지는 조력이 시작되는 자리를 형식적으로 규정하는 문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결정은 자리를 조력의 실질과 연결시킨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위축된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변호인이 피의자의 뒤에 앉게 되면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거나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제시한 서류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 2017. 11. 30. 2016헌마503 결정). 이 판시는 조언과 상담의 요청이 피의자 쪽에서 나올 수 있어야 하고, 변호인이 피의자의 상태와 제시된 서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조력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짚는다. 변호인이 뒤에 앉으면 이 두 가지가 모두 어려워진다.

따라서 변호인이 곁에 있더라도, 조력은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다가갈 수 있고 변호인이 피의자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이 사례에서 피의자와 변호인은 한 방에 있었고, 변호인은 신문에 참여하였다. 그럼에도 후방 착석 요구가 조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변호인이 신문 당시 들을 수 있었던 말의 범위는 어디까지였는지, 후방 착석 요구가 변호인의 실제 조력 행위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관찰된 사실만으로 참여 제한의 정당성이나 열람 거부의 위법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자리는 조력이 시작되는 형식적 조건만을 보여줄 뿐, 조력의 내용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1.6이 장의 경계와 이어짐

조력의 자리가 무엇에서 시작하는지를 물은 앞 단위의 논의를 받아, 이 장은 곁에 있음만으로 조력이 채워지는지 아닌지를 한 번 정리할 차례이다. 앞 장은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하였으나 뒤쪽에 앉아야 하였던 이 사건의 관찰된 사실을 두고, 그 자리에 선 변호인의 조력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헌법 조문의 문언과 함께 읽었다. 여기에서 쟁점은 단순하다. 조력이 실질을 가지려면 곁에 있는 변호인이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를 듣고, 무언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하는가. 아닌가. 이 물음은 조력의 시작에 대한 확인에 머물렀고, 이 장은 그 확인의 결과만을 남기려 한다.

조력이 무엇에서 시작하는지를 가려내는 기준으로, 헌법 제12조는 체포 또는 구속의 단계에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적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문언은 조력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나, 조력의 방식이나 참여의 구체적인 모습을 적고 있지는 않다. 이 사건에서 변호인은 참여 자체를 하였으나 뒤쪽에 앉도록 하였으므로, 여기에서 묻는 것은 참여의 형태가 아니라 참여가 조력의 실질을 갖추었는가이다.

이 장은 참여 제한의 사유가 한정되는지, 변호인이 참고인 진술조서를 열람·등사할 수 있는지와 같은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관련 사건 수사를 이유로 검사가 열람을 거부한 사정, 법원이 열람을 허용하는 결정을 하였음에도 서류가 제출되지 않은 사정은 관찰된 사실의 일부로만 남았다. 그 거부 사유로 말한 관련 사건의 범위는 무엇인지, 법원 결정의 송달일은 언제이고 이행 요구는 언제 하였는지, 미이행에 따른 후속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정하여진 바 없다. 열람 거부의 위법성 여부 역시 이 장에서 판단하지 아니하였고, 미정의 사항은 미정으로 남는다.

다만 이 장이 확인하는 것은 분명하다. 변호인이 참여하고,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들을 수 있었던 말의 범위는 정하여져 있지 않으나, 참여가 조력의 실질을 채웠는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곁에 있음은 조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나, 조력의 내용을 대신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에서 후방 착석 요구가 조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판단되지 아니하며, 이는 이 장의 경계 바깥에 남는다.

조력이 받을 권리가 무엇에서 시작하는지를 확인한 이 장은 여기에서 멈추고, 그 경계를 남긴다. 구금된 피의자와 변호인이 마주하는 자리가 무엇으로 적혀 있는지의 문제는 조력의 자리에 대한 확인과는 별개의 물음으로 남는다. 이 장은 참여의 제한이나 열람 거부의 법적 평가를 다루지 아니한 채, 곁에 있음이 조력을 채우지 못한다는 확인만을 남기고 글을 맺는다.

Statutes referred to

Decisions referred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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