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대법원이 피의자신문에서의 변호인 참여를 어떤 권리로 보고 제한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묻는다. 2003모402 결정의 쟁점을 자리 잡고, 변호인 참여의 근거와 제한 판단의 잣대를 차례로 읽는다. 헌법재판소 기준과의 간격을 가늠하면서 이 결정이 다루지 않은 범위를 밝혀 다음 장에 물음을 넘긴다.
7.1쟁점의 자리 잡기
후방 착석 요구의 평가에서 참여의 실질을 논하였으나, 이제는 대법원이 참여권을 어떤 사법적 기준으로 정리하였는지를 2003모402 결정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이 결정은 참여권을 다루면서 그 권리를 어떤 이름으로, 어떤 범위에서 논의하였는지를 먼저 가르는 일이 남는다.
2003모402 결정은 변호인 참여의 문제를 다루면서 우선 그 쟁점을 세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그 첫째와 둘째는 이 결정이 참여권을 어느 자리에 두는지를 보여준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의 판시사항을 그대로 옮기면, "[1]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의 입회를 불허하는 수사기관의 처분을 다투는 방법(=준항고)", "[2]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권리의 제한 가능성 유무(적극)"이다. 이 쟁점의 배치는 참여권을 권리인가 아닌가의 문제와 그 권리가 제한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나누어 다룬다.
그리고 그 셋째는 앞의 두 쟁점이 어떻게 사건에 적용되었는지를 알려준다. 같은 결정의 판시사항은 "[3]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의 피의자신문시에 피의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의 참여를 거부한 검사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 원심결정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이다. 참여를 거부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을 정당하다고 하였으므로, 이 결정은 참여권을 실질적인 권리로 다루었다.
한편 이 결정이 참여권을 어떤 이름으로 논의하였는지도 분명하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구금된 피의자의 참여 요구에 대하여, "구금된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의 위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라고 하였다. 이는 참여를 요구할 권리를 형사소송법 규정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로 두고 있다.
나아가 이 결정은 그 권리의 성격에 관하여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형사소송법 제209조, 제89조 등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라는 표현을 썼다. 참여권이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를 전제로, 그 권리가 다른 기본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함께 밝힌다. 이 대목은 참여권의 자리가 접견교통권과 구분되는 별도의 논의 틀 안에 놓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2003모402 결정이 다룬 쟁점의 자리는 이러하다.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성립하는지, 그리고 그 권리가 제한될 수 있는지를 나누어 판단한 뒤, 참여 거부 처분을 위법하다고 본 원심을 정당하다고 하였다. 참여권은 접견교통권의 내용을 끌어올 문제로 놓이지 아니하고,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자리 잡았다.
7.2변호인 참여의 근거
변호인 참여를 권리를 주는 법리가 자리 잡자, 이 권리를 뒷받침하는 규정이 무엇인지가 다음 쟁점으로 남는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형사소송법의 신문 관련 조문과 헌법 규정의 관계로 놓고 읽었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이 근거의 정체를 설명하면서 참여권이 어떤 성격을 갖는지 함께 밝힌다.
참여권의 근거를 묻기 전에, 참여를 불허하는 처분을 어떻게 다투는지부터 정리된다. 대법원은 먼저 다툼의 방법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피의자의 구금 또는 구금 중에 행하여지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대한 유일한 불복방법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구금이나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처분뿐만 아니라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변호인의 참여(입회)를 불허하는 처분 역시 구금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이 사례에서 신은 구금된 피의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참여를 불허한 처분은 이 경로로 다툴 수 있다. 참여권의 내용이 무엇인지와 별개로, 그 권리를 침해한 처분에 대한 구제 수단이 형사소송법 안에 마련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어 대법원은 참여할 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근거를 제시한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형사소송법에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이 아직 없음을 전제로, 접견교통권과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추어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으며, 다만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무제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또한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지 아니하므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참여권은 명문 규정에서 나오지 않고, 접견교통권과 조력을 받을 권리를 뒷받침하는 규정을 피의자신문의 상황에 빌려와서 세워진다. 이 사례에서 신은 수사기관에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이 권리는 무제한 행사할 수 없고, 다른 기본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참여를 제한할 필요가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그 행사가 가로막힐 수 있다.
이 권리를 세운 토대가 조문의 유추인지 헌법 규정인지 여부는 대법원이 의도적으로 함께 놓는 구도다. 참여권이 형사소송법의 조문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그 조문을 끌어오는 방향이 정해지는 것은 헌법이 선언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통해서다. 근거가 하나가 아니라 법률과 헌법이 맞물려 도출된다는 점이 확인된다.
결국 대법원이 참여의 근거로 삼은 것은 법률 조문의 유추 적용과 이를 정당화하는 헌법의 선언이다. 참여권이 법의 명문에서 오지 않고 해석으로 세워진 권리라는 점이 그 근거 구조에서 드러난다.
7.3제한 판단의 잣대
변호인이 참여권의 근거를 형사소송법의 유추적용에서 찾았다면, 다음으로는 수사기관이 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지와 그 판단 기준이 문제된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이 질문에 참여권의 제한 가능성과 함께 그 잣대를 함께 밝히고 있다. 판시사항 [2]는 참여를 요구할 권리의 성립과 그 제한 가능성을 나란히 다룬다.
먼저 이 결정이 참여권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확인한다. 형사소송법은 아직 명문의 참여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지만, 헌법이 체포·구속된 자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선언한 점을 근거로 삼는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구금된 피의자의 변호인 참여 요구권을 형사소송법 규정의 유추·적용으로 인정하면서, 그 해석이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은 참여 요구권의 성립 근거와 그 해석이 헌법의 적법절차 정신에 부합함을 함께 확인한다.
그 권리는 그러나 무제한적이지 않다. 같은 판시사항은 참여 제한의 가능성과 그 요건을 아래와 같이 이어 간다.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형사소송법 제209조, 제89조 등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무제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또한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지 아니하므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참여 제한은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 속에서만 허용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으로 명백한 특별한 사정이 요구된다.
이 기준을 지금의 사실 관계에 두면, 수사관이 변호인에게 뒤쪽에 앉도록 한 조치가 이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피의자신문 당시 변호인이 들을 수 있었던 말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고, 후방 착석이 조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뒤쪽 착석 요구를 이 결정이 말한 "특별한 사정"에 곧바로 대응하는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이 제시한 잣대는 참여 제한의 판단 근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근거가 지금의 사정에서 확인되지 않는 한 제한의 정당성 여부는 열린 문제로 남는다.
결국 참여권은 형사소송법 규정의 유추적용으로 성립하고, 헌법상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 속에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제한될 수 있다. 이 잣대는 제한 사유의 입증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까지는 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사실 관계에서 뒤쪽 착석 요구가 이 요건을 충족하였는지는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판단을 유보한다.
7.4헌재 기준과의 간격
대법원이 구금된 피의자의 참여 요구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정리한 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헌법재판소가 이 권리를 무엇에 두고 설명했는지를 대조한다. 이 대조는 한 결정의 문언을 다른 결정의 결론으로 옮겨 확정된 평가로 삼지 않고, 두 결정이 각각 어디에 기준을 놓았는지의 자리만을 가려 보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우선 참여 요구를 다루는 청구가 심판의 대상이 끝난 뒤에 제기된 경우에도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그 이유를 헌법재판소 2004. 9. 23. 2000헌마138 결정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그러나 이 사건 심판청구를 통하여 청구인들이 다투고자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신체구속을 당하지 아니한 피의자의 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권리를 함께 포함하는지의 여부이고, 이러한 문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로서 위헌 여부의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4. 9. 23. 2000헌마138 결정) 이에 따르면 참여 요구를 묻는 심판은 그 요구를 받은 신문이 끝난 뒤에도 기본권의 보호범위를 가리는 일 자체의 무게로 열려 있다. 참여 제한을 당한 시점이 지났다는 사정은 이 청구의 문을 닫지 않음을 이 인용은 보여 준다.
참여 요구가 어느 권리에서 나오는지를 두고서도 헌법재판소의 설명은 뚜렷하다. 위 결정은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나타난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도 이를 전제로 특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라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4. 9. 23. 2000헌마138 결정) 이 설명은 신체가 붙들린 사람에게 따로 밝힌 조항을 두면서도, 붙들리지 않은 사람의 권리까지 그 앞에 놓인 것으로 읽는다. 참여 요구를 법치국가원리와 적법절차원칙에서 나오는 내용으로 둔다는 점에서 이 설명은 권한의 원천을 절차 바깥의 헌법에 두고 있다.
한편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참여 요구를 형사소송법 규정의 확장에서 찾았다. 그 결정은 형사소송법이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아직 두고 있지 아니함에도, 신체를 구속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점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추어, 구금된 피의자가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그와 같은 해석이 인신구속과 처벌에 관하여 적법절차주의를 선언한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참여 요구를 형사소송법에서 유추·적용으로 끌어내고 그 해석이 헌법의 정신에도 맞는다고 본 자리가 이 인용에 남는다. 같은 결정은 그 이어지는 문장에서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무제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또한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지 아니하므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라고 덧붙였다.(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참여를 막을 수 있는 사정을 신문 방해나 수사기밀 누설의 염려로 한정지어 읽힌다.
그렇다면 두 결정이 놓은 기준의 자리는 어디인가. 대법원 결정은 참여 요구의 자리를 형사소송법의 유추·적용에 놓으면서 제한이 가능한 사정을 따로 밝혔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그 요구를 헌법의 법치국가원리와 적법절차원칙에서 나오는 내용으로 설명하였다. 한쪽이 법 규정의 해석으로 들어오는 길을 보인다면, 다른 쪽은 그 권리가 이미 헌법에 놓여 있음을 말한다. 한쪽의 문언을 다른 쪽의 결론에 그대로 옮겨 놓으면 각 결정이 정한 자리가 뭉개진다. 그러므로 두 기준은 각자의 판단을 받는 대상과 물음에 맞추어 읽히는 자리에 놓인다.
한 가지를 분명히 둔다. 참여를 제한한 행위가 이 기준들 가운데 어느 쪽에 비추어 볼 때에나 적법한지, 그리고 후방 착석 요구가 그 제한에 해당하는지는 위 인용들이 확정한 바 없다. 신은 피의자신문 전에 변호인을 선임하였고 변호인은 그 신문에 참여하였으나 수사관은 변호인에게 뒤쪽에 앉으라고 하였다. 이 사실을 두 기준의 자리에 놓고 보는 일은 그 자리를 가리는 일과 다른 문제이다. 참여 제한의 정당성이나 착석 요구의 법적 성격은 아직 열려 있다.
7.5이 결정이 다루지 않은 것
2000헌마138과의 대조는 참여권이 어느 범위에서 다루어졌는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끝난다. 그렇다면 남는 물음은 2003모402가 참여권의 경계 밖에 그대로 둔 것이 무엇인지이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불복의 대상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구금이나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처분뿐만 아니라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변호인의 참여(입회)를 불허하는 처분 역시 구금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구금에 관한 처분의 범위를 밝혔다. 이는 변호인이 참여 중에 들을 수 있었던 말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참여를 요구할 권리의 근거는 이 결정에서 형사소송법의 유추적용으로 확인된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이 아직은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신체를 구속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추어, 구금된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의 위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라고 설시하였다(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여기서 밝혀진 것은 참여의 요구와 그 거절 금지이며,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까지를 헌법에서 직접 도출한 판단은 아니다.
참여 제한의 요건은 객관적 사정에 놓인다. 대법원은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고 하였다(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이 요건은 신문 참여의 제한에 관한 것이어서, 기록 열람의 거부 사유로 말한 관련 사건의 범위를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사실관계상 수사관의 후방 착석 요구는 관찰된 사실로만 남아 있고, 그 요구가 조력에 미친 영향과 참여 제한의 정당성은 확정된 결과가 아니다. 이 결정이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의 피의자신문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거부한 처분을 다툰 사안을 다루었다는 점(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확인하되, 참여의 방식에 관해 더 넓은 결론을 여기서 찾지는 않는다.
결국 2003모402는 참여의 요구권과 제한 요건을 놓았을 뿐이고, 열람·등사의 헌법적 근거나 미이행에 따른 후속 절차의 진행은 판단 밖에 있다. 참여권 논의는 이 자리에서 멈춘다.
7.6다음 장으로 남긴 물음
참여권의 법적 근거와 한계를 확인한 뒤 남는 것은 그 자리를 떠나는 길의 문제이다. 앞서 본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변호인의 참여 요구를 수사기관이 거절할 수 없음을 전제로,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밝혔다. 그 판단이 끝난 자리에 이르면, 수사기록을 눈으로 확인하고 베껴 달라 요구하는 열람·등사의 문제가 놓인다. 이 문제는 위 결정이 다룬 쟁점의 바깥에 있다.
신은 피의자신문 전에 변호인을 선임하였고 변호인은 신문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수사관은 변호인에게 피의자의 뒤쪽에 앉으라고 하였다. 이 요구가 신문에서 들을 수 있었던 말의 범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후방 착석이 조력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는 미정이다. 관찰된 사실은 착석 요구와 변호인의 실제 대응에 그친다. 참여 제한의 정당성이나 후방 착석 요구의 위법성은 이 자리에서 확정된 결과가 아니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은 변호인 참여권의 성립 근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이 아직은 구금된 피의자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신체를 구속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을 뿐 아니라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규정에 비추어, 구금된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의 위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라고 판시하였다. 참여 요구권은 명문규정에 뿌리를 둔 것이 아니라 유추적용에서 비롯된 권리라는 뜻이다.
한편 같은 결정은 참여권의 한계에 관하여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형사소송법 제209조, 제89조 등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시 무제한적으로 변호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 또한 헌법이 선언한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지 아니하므로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고 덧붙였다.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도, 제한 사유는 객관적으로 명백하여야 하고 참여 제한의 필요까지 인정되어야 한다.
기소된 뒤 변호인은 참고인 진술조서의 열람·등사를 신청하였고, 검사는 관련 사건 수사에 지장이 있다며 거부하였다. 거부 사유로 말한 관련 사건의 범위는 미정이다. 법원이 열람을 허용하는 결정을 하였으나 검사는 서류를 내놓지 않았다. 법원 결정의 송달일과 이행 요구의 시기, 미이행에 따른 후속 절차의 진행은 미정으로 남는다. 참여권의 판단에 제시된 기준이 여기서 그대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다른 기준을 요구하는지도 함께 미정이다.
이런 사실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놓여 있고 무엇이 비어 있는지이다. 참여권의 판단 기준은 앞 절에서 정리되었고, 그 판단이 신문 당시의 자리 문제에까지 미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반면 열람·등사의 범위와 열람을 거부한 사유의 적법성은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참여권 논의는 그 자리를 넘기지 않고 멈추어 있다.
다음에 놓일 물음은 두 단계에 각각 열람의 길이 어떻게 열려 있는가이다. 수사 단계의 열람·등사와 공판 단계의 그것이 같은 문에서 시작하는지, 서로 다른 문에 놓이는지, 어느 쪽이 어떤 사유로 닫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미이행에 따른 후속 절차는 이 물음의 앞에 정해 놓을 수 없다.
이로써 참여권의 범위와 그 밖의 사항을 나누는 작업이 끝난다. 남은 것은 열람·등사의 문이 어디에, 어떤 문언으로 적혀 있는지를 읽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