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해석이 메우는 자리를 나누는 경계선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묻는다. 2014헌바99와 2008헌바157의 결정요지에서 배임죄 조문,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표현을 두고 한정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와 입법적 구체화의 요청을 읽으며, 부정한 기교의 한정 문제를 같은 자리에 놓고 살핀다. 두 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에 대한 선택은 다루지 않는다.
12.1배임죄 조문과 명확성의 요구
앞 단위에서 한정 해석이 이 자료 안에서 머물던 자리를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배임죄 조문의 표현 자체가 헌법이 요구하는 예측 가능성을 채우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헌법재판소는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에서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중 형법 제356조 가운데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과 형법 제356조 중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을 심사하면서, 명확성 원칙의 심사 대상이 어느 표현에 걸리는지를 먼저 가르렀다. 결정이 다룬 첫 번째 쟁점은 이렇다. "가. 업무상 배임행위를 처벌하는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2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중 형법 제356조 가운데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특별법 배임조항’이라 한다) 및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6조 중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업무상 배임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그 쟁점은 두 조항이 모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종결되었다. 심사는 각 조항의 핵심 표현이 얼마만큼 파악 가능한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특별법 배임조항의 심사 축은 ‘이득액’이라는 표현에 놓였다. 결정은 그 표현의 의미를 먼저 밝히면서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은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자기가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함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같은 표현을 놓고 법원이 어떻게 읽어 왔는지도 같은 방향이었다. 결정은 "대법원도 이득액의 의미에 관하여 객관적 교환가치, 즉 실질적인 이득액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확인하였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조문에 적힌 두 개의 짧은 낱말이 실질적 이득의 가액이라는 범위로 모아진다는 점에서, 처벌의 정도를 가늠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관건이 되는 액수의 뜻이 사후적으로 새로워지지 않는다.
업무상 배임조항에서 문제가 되는 ‘재산상 손해’의 범위도 같은 기준에서 읽혔다. 결정은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전제한 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그 위험의 경계를 법원이 어떻게 그어 왔는지를 다음과 같이 옮겼다. "대법원은 손해발생 위험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으로 판시하여, 손해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손해가 현실적 실해에 그치지 않더라도, 그 발생 위험이 경제적 관점에서 사실상의 손해와 같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문턱이 함께 주어진다는 뜻이다. 같은 쟁점에 대한 결정의 종합은 다음과 같다. "이처럼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 개념과 업무상 배임죄에서 손해라는 개념은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이러한 읽음의 결과는 명확성 요구의 정도와 무관하지 않다. 조문이 실질적 이득의 합산액을 가리키고, 손해발생의 위험이 엄격한 기준으로 좁혀진다면, 행위자는 행위 시점에 자기 처신이 어느 쪽에 놓이는지를 가늠할 근거를 얻는다. 반면 형식적 액수나 막연한 위험만으로 처벌의 경계가 달라진다면 같은 표현도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이 쟁점의 심사 대상은 특별법 배임조항과 업무상 배임조항에 그치고, 그 밖의 조문 표현은 판단의 밖에 남는다. 이득액과 손해라는 두 표현에 관하여 확인된 예측 가능성의 기준이, 다른 포괄적 표현에까지 그대로 옮겨 갈 수 있는지도 이 결정지에서 새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12.2한정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
한정 해석이 위헌 심사를 피하게 하는 조건을 가르는 데서 다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2014헌바99 결정요지는 그 조건을 어떻게 서술하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이 판단은 앞서 읽은 배임죄 조문의 예측 가능성과 나란히 놓고 읽어야 한다.
결정요지는 이득액과 손해의 개념을 다루며 한정 해석이 성립하는 자리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에 대하여 결정요지는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은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자기가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함이 분명하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라고 서술한다. 이 서술은 조문에 쓰인 ‘이득액’의 뜻을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으로 좁힌다. 한정 해석은 조문의 표현을 뜻이 모호한 채로 두지 않고, 그 표현이 다루는 사물을 좁혀 구체화한다.
손해의 개념도 같은 방식으로 다루어진다. 결정요지는 업무상 배임죄에서 손해의 범위를 두고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라고 밝히며, 이어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으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이 두 문장은 손해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다. 한정 해석은 여기서 조문이 포섭하는 사건의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결정요지는 이런 해석이 위헌 심사를 피할 수 있게 하는 까닭을 분명히 한다. 이득액과 손해의 개념이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는 결론에 이르는 길은, 표현이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파악되는 한 해석이 그 뜻을 메울 수 있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한정 해석이 위헌 심사를 피하려면 조문의 표현이 법관의 해석으로 그 의미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범위에 남아 있어야 한다. 표현이 그 범위를 넘어서면 해석이 아니라 입법이 요구된다.
합성 사례에 이 판단을 적용하면, 부정한 기교라는 표현을 읽는 자리는 한정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인가라는 물음에 직결된다. 조문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쓰면 처벌한다고만 정하고 그 뜻을 풀어 쓴 문장이 없다면, 이득액이나 손해와 같이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는 범위가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행위자가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이 목록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로 이어지지 않은 채 남는다.
이렇게 보아도 한정 해석이 모든 포괄적 표현에 통용되는 일반 방법이라는 뜻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정요지가 한정 해석을 허용한 자리는 이득액과 손해처럼 그 범위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개념에 한정된다. 합성 사례의 부정한 기교라는 표현이 그 자리에 놓일 수 있는지는 판단이 미정이다. 한정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를 이처럼 한정하여 놓아야, 해석이 메울 수 있는 범위와 입법이 새로 구체화해야 할 범위를 나눌 수 있다.
12.3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표현
한정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를 확인한 데서 그쳐서는, 그 방법으로 다루기 어려운 표현이 남는다. 형벌 조항에 놓인 주관적 목적의 표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이란 표현에 제기된 명확성의 쟁점을 읽고, 그 표현이 처벌 조항 안에서 맡는 역할을 가른다.
먼저 그 결정이 다룬 조문의 성격을 확인한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며, 동시에 형벌조항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원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즉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형벌로 그 제한을 강제하는 조항인 이상, 문언의 모호함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사건 조문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쓰면 처벌한다고 정하면서 그 뜻을 풀어 쓰지 않았으므로, 앞의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자리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 통신을 처벌하는 내용이고, 그 가운데 공익이란 단어의 의미가 문제되었다. 결정은 그 요건이 어떤 자리에 놓여 있는지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여기서의 \"공익\"은 형벌조항의 구성요건으로서 구체적인 표지를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다"(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이 표현은 무엇을 처벌할지 범위를 그리는 표지가 아니라, 헌법의 한계를 옮겨 적은 문구에 가깝다는 뜻이다.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라는 표현도 그 뜻을 채워 줄 표지가 조문 안에 없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에 놓인다.
그 다음으로, 그 표현을 행위자가 읽고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가늠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결정은 판단의 주체를 넓게 잡아 보아도 그 뜻이 고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판단이 갈리는 까닭을 이렇게 적었다.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같은 결정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상황이 문제되었을 때에 문제되는 공익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바,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익간 형량의 결과가 언제나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판단자의 가치관에 따라 갈리는 데다 행위 상황마다 이해가 충돌하고 그 저울질 결과도 한쪽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면, 조문의 뜻은 사후에야 비로소 정해지는 셈이다. 갑이 방송 전에 사 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한 뒤 처분한 그 행위가 이 문구로 금지되는지는, 문구만 읽어서는 갈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정은 그 결과를 수범자에게 미치는 효과로 옮긴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위반의 근거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범자인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문장에서 찾았다. 무엇이 금지되는지 알려 주지 못하는 조문은 국민에게 행위의 가부를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처벌 조항에 놓인 주관적 목적의 표기가 구성요건의 한 요소로서 범위를 가르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한정 해석으로 메울 수 있는 자리를 넘어서는 문제가 생긴다. 이 목록의 사실만 놓고 보아도, 갑이 조문을 읽고도 자기 행위가 금지되는지 알 수 없었다는 말은 이 문제가 잃는 방향을 가리키며,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정해지지 않은 채 남는다.
12.4입법적 구체화의 요청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표현이 처벌 조항에서 맡는 역할을 가른 뒤에 남는 것은, 해석으로 뜻을 채울 수 있는 자리와 그렇지 못한 자리를 나누는 일이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그러한 자리의 경계를 결정요지의 한 문장 안에 담고 있다. 이 경계는 사례의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라는 표현에 어느 쪽에서 기대게 될 것인지를 가르는 준거가 된다.
결정은 먼저 법전문가와 법집행자를 가리지 않는 해석의 한계를 분명히 한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판단 주체의 능력과 무관하게 의미가 고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의 결정요지는 "따라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시한다. 이 표현이 뜻하는 것은, 어떤 조건 아래에서나 해석이 뜻을 고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한 판단에서 확인된 이 한계는, 한정 해석이 기댈 자리가 언제 남아 있고 언제 비는지를 표시한다.
한정 해석과 입법적 구체화의 경계는 문언이 뜻을 고정할 수 있는 자리에서 갈린다. 결정요지는 조문 자체와 관련 조항의 체계가 뜻을 밝히는지에 주목한다. 같은 결정의 보충의견은 "법조문 자체의 문언이나 관련 조항의 체계상 그와 같은 구체화의 취지를 명백하게 드러내지 아니한 결과, 당초 입법취지와는 달리, 확대된 법률의 해석, 적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이 문장이 짚는 것은, 조문과 체계가 구체화의 취지를 드러낼 때 해석이 자리를 잡고, 그렇지 못할 때 해석이 뜻을 벌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뜻을 고정하는 요소가 조문 안에 놓여 있는지가 경계의 기준이 된다.
조문이 뜻을 고정하지 못할 때 요구되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입법이다. 보충의견은 그러한 경우에 무엇이 더해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적는다. 같은 보충의견은 "법률 용어로 사용하기 위하여는 보다 구체적인 부연 내지 체계적 배치가 필요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조문 자체의 문언이나 관련 조항의 체계상 그와 같은 구체화의 취지를 명백하게 드러내지 아니한 결과"라고 설시한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이에 필요한 것은 뜻을 풀어 붙이는 부연이거나 다른 조문과의 배치이며, 어느 쪽이든 조문의 뜻을 새로 정하는 일이다. 이 요구는 뜻을 새로 정하는 힘이 법원의 해석에 있는지 아니면 입법에 있는지를 가르는 선이 된다.
이 선을 사례의 조문에 옮겨 놓으면,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라는 문언이 그 뜻을 스스로 고정하는지, 아니면 부연이나 배치를 기다리는 문언인지이다. 갑의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 추천과 처분 사이의 시차, 처분 대금 가운데 이익으로 삼을 액수, 행위 시점에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각각 그 문제에 닿는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느 항목이 문언의 해석으로 가려지는지, 어느 항목이 부연이나 배치를 기다리는지는 여기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경계의 기준이 문언과 체계의 고정력이라는 것만이 확인된 셈이다.
경계가 이렇게 서 있는 한, 한정 해석과 입법적 구체화 가운데 어느 길이 더 바람직한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결정요지가 밝힌 것은 어떤 자리에서 해석이 뜻을 고정하지 못하는지이지, 그러한 자리에서 두 길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가 아니다. 사례의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라는 표현이 어느 쪽에 놓일지는 이 경계에 따라 가려질 일이다.
12.5부정한 기교의 한정 문제
해석으로 메울 수 없는 부분이 남을 때 입법적 구체화가 요구된다는 결론은, 그 요구를 부를 만한 해석의 한계가 어딘지부터 가려야 한다. 아홉 가지를 묻는 형법 조문 앞에서 갑이 제기하는 의문은 바로 그 지점에 놓인다. 이 사건의 조문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쓰면 처벌한다고 정하면서 그 뜻을 풀어 쓴 문장은 두지 않았다.
방송 전 취득과 추천의 결합이 조문이 말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한정 해석이 가능하다는 판단은 문언의 핵이 남으면서 그 둘레를 가늠할 기준이 텍스트 안에 있을 때에만 선다. 2008헌바157 결정은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표현이 처벌 범위를 가르는 고지로서 기능하지 못한 까닭을 이렇게 들었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수범자인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금지되는 행위와 허용되는 행위를 나누는 표지가 법문 안에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가 여기에 담겼다. 이 사건의 조문에서도 방송 전 취득과 추천의 결합이 그 표지 안에 들어가는지를 가를 문언상의 근거가 남는지 살핀 뒤에야 한정 해석의 여지가 열리는지 말할 수 있다.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도 같은 검사를 거쳐야 한다. 시차나 이익의 액수를 기준으로 삼을 때 그 기준의 단위와 범위가 문언에서 읽혀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이득액'의 뜻을 확정할 수 있었던 근거로서 판례가 축적한 해석을 함께 적었다. 같은 결정은 "대법원도 이득액의 의미에 관하여 객관적 교환가치, 즉 실질적인 이득액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해석의 축적이 문언에 더해져 뜻을 객관적으로 고정한 자리가 확인된 셈이다. 반대로 이 사건의 조문에는 시차의 길이나 이익의 범위를 잴 자가 텍스트 안에 놓여 있지 않다. 관계된 판례의 축적이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축적된 해석이 그 자를 메우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갑이 행위 시점에 조문의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이 검사의 마지막에 놓인다. 수범자에게 무엇이 금지되는지 고지했는지는 명확성 원칙의 심사 대상이다. 2008헌바157 결정은 이 점을 판시의 근거로 삼았다. 2014헌바99 결정이 다룬 업무상 배임조항과 달리, 이 사건의 조문에는 시차와 이익의 기준을 밝혀 줄 해석의 축적이나 부연이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두 결정 사이의 경계는 이 지점에서 갈린다.
이 사건에서 방송 전 취득과 추천의 결합을 부정한 기교로 볼 수 있는지, 시차와 이익의 기준을 새로 정할 수 있는지, 갑의 행위가 처벌되는지는 자료로 확정되지 않았다. 관찰된 사실의 나열은 그 자체로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기준을 문언 밖에서 새로 그어야 한다면 그 자리는 한정 해석이 아니라 입법적 구체화가 놓일 자리에 가깝다. 다만 이 사건에서 그러한 새로 그음이 필요한지의 여부, 그리고 필요한 경우 어느 쪽 길로 가야 하는지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