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대법원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뜻을 무엇으로 정하는지를 묻는다. 2013도6962 판결요지가 조문이 금지한 세 가지 표현의 의미와 판단 방법을 본 대목을 읽고, 의미를 가르는 판단의 틀과 해석이 메우는 한계를 살핀다. 갑의 방송 추천 사실을 이 기준에 놓고 읽는 일은 뒤의 장으로 남긴다.
8.1조문이 금지한 세 가지 표현
문언의 자리를 모으는 작업이 끝난 자리에서, 이제 문장에 쓰인 낱말 자체를 들여다볼 차례이다. 앞서 남긴 물음, 곧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조문이 스스로 밝히는지를 확인하려면, 먼저 조문이 금지한다며 내세운 표현이 어느 자리에 놓여 있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는 부정거래행위의 금지를 제목으로 삼고 그 문을 연다.
조문이 정한 금지의 틀은 다음 문장에 담겨 있다. 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제178조 제1항은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증권의 경우 모집·사모·매출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 및 제179조에서 같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선언한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금지는 거래와 관련한 행위를 겨누며, 그 행위가 무엇인지는 각 호가 나눈다. 이 사례에서 갑의 방송 추천과 처분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에 관련된 것으로 놓이지만, 행위의 성격은 아직 각 호의 문언으로 살펴야 한다.
세 가지 표현은 제1호에 함께 놓여 있다. 같은 조 제1항 제1호는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를 금지한다. 수단·계획·기교라는 낱말 셋이 쉼표로 이어지고 "또는"으로 묶인다. 셋 중 하나만 해당하면 되는지, 셋이 함께 성립해야 하는지는 문언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갑이 방송 전에 사 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한 뒤 처분한 결합이 이 셋 가운데 어느 것에 닿는지도 조문이 밝히지 않은 자리에 남는다.
이 표현들에 뜻을 붙여 주는 문장이 조문 안에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제1호는 표현만 나열하고 정의 규정이나 요건을 덧붙이지 않는다. 반면 제2호는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아니하기 위하여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그 밖의 기재 또는 표시를 사용하여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를 금지한다. 여기에는 대상이 되는 사항, 표시의 허위 또는 누락, 이익의 취득이라는 요건이 문장 안에 놓인다. 갑의 행위에서 추천한 내용이 거짓인지, 누락된 것이 있는지는 이 사례에 확정된 사실로 자리하지 않았다.
세 번째 표현도 목적이 문장에 붙어 있다. 제3호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의 시세를 이용하는 행위"(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를 금지한다. 거짓의 시세라는 대상과 유인할 목적이라는 목적이 함께 요구된다. 그 뒤 이어지는 제2항은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할 목적이나 그 시세의 변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풍문의 유포, 위계의 사용,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라고 정한다. 수단의 종류가 열거되고 목적이 함께 적혀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제1호만 유난히 텅 비어 보인다.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라는 세 낱말에는 정의가 붙지 않고, 행위의 목적이 함께 적혀 있지도 않다. 갑이 조문을 읽고도 자기 행위가 금지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하는 까닭이 이 지점에 닿는다.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이 문장이 말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이 목록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조문이 정한 자리가 이러하므로, 세 표현이 담긴 문언의 뜻을 어떻게 가르는지 하는 물음은 판결이 남긴 기준에 견주어 볼 일이 된다.
8.2판결이 다룬 의미의 쟁점
조문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금지한다고 정한 자리를 확인한 뒤, 다음으로는 그 표현의 뜻을 누가 어떻게 밝혔는지를 살핀다. 그 뜻을 정하는 자리는 법문의 표제나 정의 규정이 아니라 판결이 두었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의미와 판단 방법"을 판시사항으로 삼았다.
이 판결이 먼저 밝힌 것은 조문의 구조이다. 조문이 금지하는 행위와 그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는 조문이 함께 놓여 있음을 판례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와 제443조 제1항 제8호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가르치는 자리에서, 판례는 "제178조 제1항 제1호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443조 제1항 제8호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이 판결이 다룬 쟁점은 금지되는 행위의 표현이 뜻하는 바에 관한 것이며, 처벌 조문 자체의 요건을 새로 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 뜻을 적는 방법에도 이 판결은 기준을 둔다. 판례는 "여기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판결이 뜻을 쓰면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라는 조문의 세 표현을 그대로 데려다 쓴 점이 드러난다. 판결이 세 표현 가운데 하나를 남기거나 다른 말로 고쳐 쓰지 않았으므로, 판례의 뜻도 조문의 세 가지 표현을 함께 포섭하는 자리에 놓인다.
판결이 뜻을 밝히는 대목에서 그치지 않고 판단 방법을 함께 내놓은 점도 이 자리의 특징이다.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볼지를 가리는 데 있어 무엇을 참고할지, 판례는 이렇게 말한다. "이때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판례가 판단에 넣은 두 요소는 법령 등에서의 금지 여부와 자본시장에 미칠 위험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도록 판례가 정한 점이, 문언만으로 뜻이 결정되지 않는 자리를 메운다.
투자방송을 하는 갑이 방송 전에 사 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하고 처분한 일이 문제된 경우, 판결이 밝힌 쟁점은 문언의 뜻과 판단 방법을 정하는 자리이다.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판결이 정한 자료 안에서 가려지지 않았다. 그 밖의 사실관계나 범죄 구성을 끌어오지 않은 채, 이 판결이 쟁점으로 삼은 자리는 문언의 뜻과 판단 방법에 한정된다.
8.3부정한 기교의 뜻
문언의 뜻을 정하는 문제가 자리 잡은 자리에서, 이제 대법원 판결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무엇이라 풀었는지 그 문장을 따라 읽는다. 그 문장은 이 사건에서 적용될 뜻의 외곽을 그대로 밝힌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는 금지되는 행위를 이렇게 적는다.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 것이다. 이 조문은 금지되는 행위의 뜻을 따로 풀어 쓰지 않고 있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위 조문에서 말하는 뜻을 이렇게 밝힌다. "여기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 판시는 조문의 낱말을 좁은 뜻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통념이라는 판단의 터전 위에 그 뜻을 놓는다.
이 판시에 따르면, 갑이 방송 전에 사 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한 뒤 처분한 결합이 이 조문이 말하는 기교에 해당하는지는 사회통념상 부정하느냐를 묻는 일로 귀결된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그 결합을 곧바로 부정한 기교라 이름 붙이지 않았고, 이 사례에서 그 결합의 평가는 아직 미정이다.
한편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사회통념상의 부정을 가르는 바깥 경계를 함께 적었다. "이때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 판시는 부정의 판단이 행위의 외형만으로 되지 않음을 가리킨다.
따라서 갑의 행위를 이 조문에 가려면,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와 함께, 다른 투자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어 공정한 경쟁이 해치는지,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가 전가되어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효율성이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함께 살피는 일에 이른다. 그와 같은 요소를 어느 쪽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이 사례에서 정해진 바 없고, 추천과 처분 사이의 시차나 처분 대금 중 이익의 범위, 갑이 행위 시점에 뜻을 알 수 있었는지도 역시 미정이다.
8.4의미를 가르는 판단 방법
부정한 기교의 뜻을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로 확인한 뒤에는, 그 뜻을 사안에 적용하는 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가 남는다. 판결은 이와 관련하여 판단의 방법을 밝히고 있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판단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이때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이 인용은 부정하다고 할 행위를 가를 때 무엇을 살피라고 하는지 그 기준을 나열한다.
먼저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가 기준으로 놓인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이 기준은 행위가 법령 등에 적극적으로 금지되어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금지된 행위라면 그 자체로 부정하다고 판단할 수 있음을 뜻한다. 다만 판결이 함께 든 나머지 기준은 금지 여부와는 다른 성질의 것이다. 판결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지,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는지,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함께 고려하도록 한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즉 부정하다는 판단은 법령 등에서의 금지 여부 하나에 매이지 않고,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의 유무를 함께 살피는 일이다.
위험이라는 표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판결은 손해가 현실로 발생했는지를 묻지 않고, 손해를 전가하여 시장의 공정성·신뢰성·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하도록 한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따라서 판단은 이미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그 행위가 지닌 악영향의 위험을 향한다. 이 점은 관찰된 일련의 기록, 곧 취득 일자와 수량, 추천한 방송의 일자와 내용, 처분 일자와 수량이 나열된 사실 자체와는 구별된다. 기록의 나열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며, 판결이 제시한 기준은 그러한 기록에 법적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이끈다.
그렇다면 갑이 방송 전에 미리 사 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한 뒤 처분한 행위가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는,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차례로 대조하여 가려질 문제이다. 우선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그리고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여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다만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그리고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판결이 제시한 기준은 그 자체로 이러한 값을 정하지 않으므로, 이 항목들은 판결이 남겨 둔 것으로 읽힌다.
이와 같이 부정한 기교의 판단은 단정된 하나의 요건을 대입하는 일과는 다르다. 판결은 법령 등에서의 금지 여부와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의 위험을 함께 고려하라고 가리킬 뿐, 그 위험의 크기나 계산의 방법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따라서 판결이 제시한 기준은 의미를 가르는 일의 방향을 제시하는 틀로서 기능한다. 판결이 정하지 않고 남긴 항목은 정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며, 그것이 이 판단 방법의 한계를 이룬다.
8.5해석이 메우는 한계
판단의 기준과 요소를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그 해석이 조문이 채우지 못한 자리를 어디까지 메우는가이다. 판결이 문언의 모자람을 풀어 넣은 범위와 그 범위를 넘지 않은 선을 판결요지에 적힌 문장에 따라 살핀다.
조문은 금지되는 행위의 뜻을 풀어 쓰지 않은 채 처벌 조항으로 연결된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와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선언하고, 제1호에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적는다. 이 조문은 무엇이 그러한 수단인지 밝히지 않으므로, 판결이 그 뜻을 정하는 작업 없이는 금지와 처벌의 범위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그 뜻을 판결요지에서 정한다. 그 판단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는 문장으로 열린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판결은 이 문장에서 조문의 모자람을 사회통념이라는 기준으로 채운다. 조문이 정하지 못한 '부정한'의 내용을 판결이 새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통념이 부정하다고 인정하는 범위를 뜻으로 삼는다.
판결은 이 정의에 더하여 판단이 고려할 사정을 밝힌다. 그 사정은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이 목록은 판단이 거쳐야 할 사정을 적은 것으로, 그 사정을 전부 충족해야만 금지되는 것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판결이 메운 자리와 그 한계는 이 문장들 안에서 구분된다. 판결은 '부정한'이라는 표현을 사회통념과 시장에 미치는 위험으로 풀었을 뿐, 수단과 기교의 구체적인 목록을 새로 세우지 않았다. 판결이 적은 두 가지 사정은 판단이 참작할 요소이며, 그 요소를 채우는 데 필요한 사실의 평가는 판결요지의 문장에 드러나 있지 않다. 판결이 넘지 않은 이 선에서 멈추어야 하며, 요지에 없는 요건을 덧붙여 금지의 범위를 좁히거나 넓힐 수 없다.
이 장에서 확인한 문언과 해석의 경계는 여기까지이다. 어떤 행위가 이 경계 안에 드는지는 사실의 평가를 요하는 문제로 남는다.
8.6다음 장으로 남긴 물음
해석이 그어 놓은 선을 확인한 뒤에는 앞서 모아 둔 뜻을 한 자리에 적어 두어야 한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조문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는지를 밝히면서, 그 뜻을 헤아리는 잣대도 함께 내놓았다.
그 판결은 먼저 금지되는 대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443조 제1항 제8호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인용은 금지 행위와 처벌 조문이 한 벌을 이룬다는 점을 전한다. 금지되는 행위를 곧바로 벌칙으로 이어 주므로, 그 행위의 뜻을 확정하는 일은 처벌의 범위를 가르는 일이 된다.
판결은 그 뜻을 다음과 같이 넓게 잡는다. "여기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 그 뜻을 미리 정해 둔 열거에 가두지 않고 사회통념에 맡긴다는 점이 이 인용에서 드러난다. 나열된 유형 가운데 하나에 꼭 들어맞아야만 부정한 기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를 이 인용이 담고 있다.
다만 그 뜻이 무한정 퍼지는 것은 아니다. 판결은 판단의 잣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이때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사회통념이 뜻을 넓게 여는 쪽이라면, 이 두 가지는 그 넓이를 구체적인 장소로 되돌리는 쪽이다.
이렇게 확인한 내용은 두 문장으로 줄여 적을 수 있다. 첫째,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뜻한다. 둘째, 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판단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와, 잘못된 판단을 낳아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함께 헤아려 정한다.
이 두 문장까지가 지금까지 확인한 판단 방법의 전부이다. 갑이 방송 전에 사 두었다가 방송에서 추운 뒤 처분한 종목 거래가 이 판단 방법에 따라 어떻게 평가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확립된 의미를 그 거래에 대입하는 일과, 그 대입에서 드러나는 한계는 다음 장의 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