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형법 제1조가 명확성 요청을 어떤 시간축 위에 놓는지를 묻는다. 행위 당시의 법률과 범죄 성립의 기준 시점을 다룬 뒤, 소급금지의 문언을 헌법 제13조와 잇고 행위 시점의 예측 가능성을 살핀다. 소급금지 자체의 범위 문제는 다루지 않고, 해석이 메울 수 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데 그친다.
2.1행위 당시의 법률
법문이 무엇을 언제 기준으로 삼는가를 묻는 데서 그 요청이 비로소 자리를 잡는다.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판단하는 시점이 어느 때인지에 따라 명확성의 요구가 닿는 문언의 범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할 문언은 형법 제1조이다.
형법 제1조는 범죄의 성립과 처벌의 기준 시점을 행위 시로 정하면서, 그 뒤의 법률 변경을 별도로 다룬다. 그 조문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라고 선언한다(형법 제1조). 이 문언은 판단의 출발점을 행위가 있던 때의 법률에 둔다. 따라서 어떤 행위가 범죄인지, 그 행위에 어떠한 처벌이 붙는지를 묻는 심사는 당시에 시행되던 법문을 읽는 일에서 시작한다.
행위 시의 법률이 기준이 되므로, 그 법문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가 곧 판단의 재료가 된다. 형법 제1조 제1항의 문언은 그 문언이 행위를 범죄로 삼고 처벌을 규정하는 한도에서 작동한다. 바꾸어 말해, 행위 시의 법률에 담긴 표현의 뜻이 범죄의 요건과 효과를 정한다. 이 지점에서 명확성의 요청이 놓인다. 행위 시에 시행되던 법문이 행위를 금지하는지, 금지한다면 그 금지의 모양이 어떠한지를 읽어내는 것이 첫째 작업이 된다.
물론 법령이 바뀐 뒤의 처리도 같은 조문이 다룬다. 형법 제1조는 법률 변경의 효과를 별도 항으로 적었다. 다만 이 자리는 법률 변경의 효과를 형법 제1조가 어떻게 정하는지만을 밝혀두는 자리이고, 소급금지의 헌법상 범위나 그 예외 문제까지 확장해서 다루지는 않는다. 기준 시점의 문언을 읽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만 이 조문의 체계를 적는 것으로 족하다.
그렇다면 갑의 행위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어떤 물음이 남는가. 갑은 방송 전에 종목을 사 두고 방송에서 그 종목을 추천한 뒤 처분했다. 이 순서가 조문이 말하는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에 해당하는지는 미정이다. 그리고 취득 일자와 수량, 추천한 방송의 일자와 내용, 처분 일자와 수량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목록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갑이 행위를 하던 때 시행되던 법문이 무엇을 금지했는지를 읽는 일이 이 장의 다음 물음으로 이어진다. 갑은 그 법문을 읽고도 자기 행위가 금지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행위 시의 법문이 갑의 행위를 범죄로 삼고 처벌을 규정하는 문언으로 읽힐 수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취득과 추천의 결합이 부정한 기교인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이 물음들은 행위 시의 법률이 무엇을 뜻했는지를 읽는 과정에서 하나씩 다루어야 할 항목이다.
2.2범죄 성립의 기준 시점
형법 제1조 제1항이 성립과 처벌을 함께 다루는 문언은, 앞에서 확인한 기준 시점이 성립에만 한정되지 않고 처벌에도 미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 문언이 실제로 무엇을 행위 시에 묶어 두는지 조문 그대로 펼쳐 보면 다음과 같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의 준거를 이렇게 정한다.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 이 문장은 성립과 처벌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행위 시의 법률에 종속시킨다. 이 사례에서 갑의 방송 전 취득, 방송 추천, 이후 처분은 각각 행위 시가 기록으로 남아 있으므로, 어느 행위에 어느 법률을 적용할지는 이 조항의 문언이 정하는 방향을 따른다.
그렇다면 법률이 바뀐 경우에는 어느 법률을 적용할지가 문제인데,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 후의 변경을 다음과 같이 다룬다.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 이 조항은 두 경우를 구분한다. 하나는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이다. 두 경우 모두 신법에 따른다는 것이 문언이다. 갑이 조문을 읽고도 자기 행위가 금지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성립의 문제가 제2항이 말하는 두 경우에 들어가는지의 판단과 구별되어 다루어져야 한다.
제2항이 말하는 신법 적용의 효과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조문의 다른 항에서 다시 확인된다. 형법 제1조 제3항은 재판 확정 후의 변경을 이렇게 정한다.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 제3항은 재판 확정이라는 시점을 전제로 한다. 이 사례에서 갑의 행위에 대한 재판이 확정되었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제3항이 적용되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제2항과 제3항이 각각 다루는 경우의 조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된 경우에 대해 말하면서,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까지 신법에 따른다고 정한다. 제3항은 재판이 확정된 후에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 대해 말하면서, 신법 적용 대신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고 정한다. 제3항의 문언에는 형이 가벼워진 경우가 들어 있지 않다.
이상의 문언에 비추어 볼 때, 형법 제1조가 정하는 것은 시점의 구분이다.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 범죄 후 법률이 바뀌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지면 신법에 따른다. 재판 확정 후에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되면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 갑이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의 시차는 얼마여야 하는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에 대해서는 형법 제1조가 직접 답을 두지 않는다. 조문이 정한 시점의 구분 위에서 그 문제들이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그 판단의 내용은 확정되어 있지 않다.
2.3소급금지의 문언
성립의 시점을 나눈 뒤에는 그 기준을 세운 법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제13조는 이 물음에 대답하는 문언을 가지고 있으니, 그 조문을 헌법 제13조에서 그대로 읽어 두는 것으로 이 절의 문언을 시작한다.
우선 소추와 처벌을 함께 막는 문장부터 살핀다. 헌법 제13조 제1항은 소급금지의 뼈대를 다음과 같이 둔다.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3조) 이 문장이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금하는지, 이 사례에서 갑의 말을 다루는 데에 어떤 한계를 두는지가 아래에 이어지는 읽기의 출발점이다.
제1항 앞 절은 소추의 금지를 말한다. 대상은 "모든 국민"이며, 금지는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대한 소추다. 갑이 방송 전 취득한 뒤 처분한 행위가 그 문언이 말하는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인지 아닌지가 소추 가능 여부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그 구성 여부는 형벌 조항이 정하는 뜻에 따라 판단할 일이고, 헌법 제13조는 그 판단을 앞당겨 새로 세우지 않는다.
제1항 뒤 절은 재처벌을 막는다. 금지되는 것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문장이 가리키는 이중의 처벌이며, 같은 행위를 두 번 처벌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이 사례에서 갑은 한 차례의 방송 추천과 처분만을 말하고 있고, 거듭된 처벌의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갑이 내세우는 것은 처벌 여부를 미리 알 수 있었다는 쪽이므로, 그 호소는 재처벌의 금지보다 앞 절의 문언에 가깝다.
제2항은 소급입법으로 인한 권리 박탈을 따로 다룬다.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3조)는 문장에서 대상이 되는 권리는 참정권과 재산권으로 특정되어 있다. 이 사례에서 갑이 겪는 것은 추천한 종목의 처분에 따른 형벌의 위험이고, 참정권의 제한이나 재산권의 박탈은 드러나지 않았다. 소급금지의 문언 가운데 어느 것이 갑의 상황에 직접 닿는지는 다음 절에서 두 조문의 시간축을 따라 읽을 문제로 남겨 둔다.
제3항은 친족의 행위로 인한 불이익을 막는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3조)는 문장은 행위의 주체를 자기와 친족으로 나눈다. 이 사례에서 기록으로 남은 취득과 추천, 처분은 모두 갑 자신의 행위에 관한 것이고, 친족의 행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소급금지의 문언을 세 항으로 읽어 두었으니, 그 가운데 이 사례에 닿는 문장이 무엇인지 남은 판단의 범위가 함께 그려진다.
2.4두 조문의 시간축
소급금지의 문언이 범죄 구성의 기준시를 행위 시로 고정해 두었음은 앞에서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그 기준시는 형벌 조항의 어떤 요소에 적용되는지, 그리고 같은 기준이 형법의 문언에서 어떻게 되풀이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물음은 곧 예측 가능성의 요청이 어느 시점에 놓이는지에 대한 것이다.
형법 제1조는 범죄의 성립과 처벌의 기준시를 밝히면서, 첫 단에서 이렇게 정한다. 형법 제1조에 따르면,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①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 이 문장은 성립과 처벌을 함께 행위 시의 법률에 묶는다. 따라서 행위 시에 무엇이 범죄로 되어 있었는지가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같은 조 제2항은 법률이 바뀐 뒤의 처리를 다음과 같이 둔다. 형법 제1조 제2항은 "②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 이 단은 제1항과 방향이 같다. 행위 뒤에 가벼워진 법을 적용할 수 있게 하면서, 무겁게 된 법을 소급시키지 않는다.
더 나아가 제3항은 판결 확정 뒤의 경우를 이렇게 다룬다. 형법 제1조 제3항은 "③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 확정된 판결조차 새로운 법이 범죄성을 없앨 때에는 집행을 면제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세 단을 함께 놓고 보면, 형법의 문언은 언제나 행위 시의 법을 기준으로 삼고 그 뒤의 변화는 가벼운 방향으로만 작용하게 한다.
헌법 제13조 제1항은 같은 기준을 소추와 처벌의 금지로 옮겨 적는다.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1항은 "제13조 ①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행위시의 법률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으면 소추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으므로, 형법 제1조 제1항의 행위 시의 법률과 같은 시점을 가리킨다. 결국 두 조문은 성립·처벌의 기준시를 하나로 묶어 두고 있다.
이 시간축은 투자방송 사례에서도 그대로 따라 읽힌다. 갑이 방송 전에 종목을 취득하고 방송에서 추천한 뒤 처분한 일자와 수량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결합이 조문이 말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의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형법 제1조는 그러한 요건을 새로 더하지 않으면서 판단의 시점을 행위 시로 못박는다.
따라서 예측 가능성의 요청은 행위 시에 놓인다. 갑이 방송 전 취득과 추천을 결합한 그 시점에, 행위 시의 법률이 무엇을 범죄로 삼고 있었는지를 묻는 구조가 두 조문의 문언에 들어 있다. 그 문언에 더한 요건이나 절차를 보태지 않는 한, 판단은 언제나 행위 시의 법을 기준으로 한다.
2.5행위 시점의 예측 가능성
형법 제1조의 문언이 향후 사건에 요구하는 시점은 앞서 밝힌 대로 행위의 시이다. 갑이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을 하나로 묶어 놓은 그 시점에, 그가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가 여기서 살필 문제이다. 형법은 그 기준을 이렇게 둔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라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처벌의 근거를 행위 시의 법률에 묶어 둔다. 헌법 제13조 제1항도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두 조문이 함께 놓는 시간축은 갑이 취득과 추천을 결합한 시점, 그리고 그가 추천한 뒤 처분한 각 시점이다.
이 시간축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문언의 크기이다. 형법 제1조는 법률의 변경을 다루는 단서를 달아 둔다.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형법 제1조 제3항은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라고 정한다. 이 두 단서는 법이 바뀐 뒤를 다룬다. 갑이 방송 전 취득과 추천을 한 뒤 조문의 뜻이 새로 열리지 않는 한, 이 단서들이 갑의 시점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가 처분한 시점 역시 변동된 법률이 없는 한 행위 시의 법률 아래 놓인다.
갑이 말하는 어려움은 법이 바뀐 탓이 아니라 조문의 뜻이 미리 열리지 않는 데 있다. 처벌하는 조문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쓰면 처벌한다고 정하고, 그 뜻을 풀어 쓴 문장은 두지 않았다.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이 조문이 말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그가 행위 시점에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를 묻는 일은 이 미정의 항목들을 형법 제1조가 놓은 시간축 위에 놓아 보는 일이다.
기록이 남겨 둔 것은 날짜와 수량이다. 갑은 방송 몇 회 전에 미리 사 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한 뒤 그 종목을 처분했고, 취득 일자와 수량, 추천한 방송의 일자와 내용, 처분 일자와 수량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목록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이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정한다. 그 법률의 뜻이 방송 전 취득과 추천의 결합을 부정한 기교로 부르는지, 그 뜻을 갑이 행위 시점에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앞선 문언이 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기록된 일자와 수량을 법적 평가로 올리지 않고, 갑이 자기를 방어하며 밝힌 자기 행위의 금지 여부에 대한 인식 부족도 행위 시점의 예측 가능성 문제로만 둔다.
이 시간축은 한 가지 점을 분명히 한다. 갑이 방송 전 취득과 추천을 결합한 시점에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는 행위 시의 법률에 묻는 일이다. 형법 제1조와 헌법 제13조가 함께 놓은 이 축 위에서, 조문이 열어 두지 않은 뜻의 자리를 남겨 둔 채로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2.6해석이 메울 수 있는 자리
형법 제1조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정한 뒤 남긴 여백은, 그 법률의 문언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여백을 판례와 해석이 메울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나아가 헌법 제13조와 형법 제1조가 함께 세운 시간축 위에서 그 자리를 어떻게 설정하는지도 함께 살핀다.
우선 헌법 제13조는 소급입법의 금지를 어디까지 두는지 밝힌다. 그 조문은 소추와 처벌의 측면에서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3조)고 선언한다. 재산권의 측면에 관해서는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3조)고 덧붙인다. 이 두 문장은 소급입법이 무엇을 금하는지 틀을 잡되, 개별 조문의 문언이 행위를 금지하는지의 여부는 남겨둔다.
형법 제1조는 같은 시간축을 형사 영역에 옮겨 놓는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정한다. 나아가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고 선언하고, 형법 제1조 제3항은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고 덧붙인다. 이 세 항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을 정할 뿐, 금지되는 행위의 경계를 직접 그려 주지는 않는다.
갑의 사례에서 빈 자리는 바로 이 지점이다. 기록된 일자와 수량은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 결합이 조문이 말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형법 제1조는 행위 시의 법률을 기준으로 삼도록 지시할 뿐, 그 문언의 뜻을 풀어 주지는 않으므로 이 자리는 문언 자체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문언의 여백이 판례와 해석에 의해 메워지는 범위가 어느 선까지인지는 명확성 심사의 문턱 문제로 넘어간다. 여기서는 시간축의 기준을 확인하는 선에 그치고, 소급금지 자체의 범위나 심사의 문턱은 확정하지 않는다. 다만 헌법 제13조와 형법 제1조가 함께 요구하는 것은,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지의 판단이 행위 시의 법률에 비추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갑이 말하는 예측 가능성도 이 시간축 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두 조문은 금지되는 행위의 경계를 문언으로 밝히지 않는 한, 판례와 해석의 몫을 남겨 둔 채 시간축만을 규정한다. 이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다음 논의의 재료에서 확인할 일이다. 소급금지의 범위에 관한 결론이나 심사 문턱에 관한 판단은 미정으로 남는다.
Sources: 대한민국헌법 제13조 형법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