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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성 원칙: 경제형벌 조항의 구성요건 · Volume 38 · Chapter 4 · First edition

보충적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

법관의 보충적 해석은 조문의 모자람을 어디까지 메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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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2,600 words · 11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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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statutes · 2 deci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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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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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mmary
  2. 4.1결정요지 속 보충적 해석
  3. 4.2문구가 남긴 해석의 자리
  4. 4.3배임죄 조항의 접근 방식
  5. 4.4두 결정의 나란한 견줌
  6. 4.5메울 수 있는 모자람
  7. 4.6넘겨지는 구체화의 문제
  8.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 장은 법관의 보충적 해석이 조문의 모자람을 어디까지 메울 수 있는지를 묻는다. 2008헌바157 결정요지에 적힌 보충적 해석의 문구가 허용하는 자리를 읽고, 2014헌바99 결정요지의 배임죄 조항 접근 방식과 나란히 견준다. 보충적 해석과 입법적 구체화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지의 문제는 뒤의 장으로 넘긴다.

4.1결정요지 속 보충적 해석

조문의 모자람을 해석이 메우는 자리를 확인한 데서 나아가, 보충적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를 정한 문구를 읽는 일로 나아간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명확성원칙의 요구와 법집행자의 해석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그 결정요지가 해석에 남긴 자리를 법문 그대로 옮겨 확인한다.

명확성원칙이 법집행자의 해석을 전면 배제하지 않는다는 전제는, 2008헌바157 결정이 "공익을 해할 목적"의 판단에 관한 대목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 문장은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그러한 해석이 구성요건의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에 이르는지를 문제로 삼는다. 이 사례에서 조문의 뜻을 풀어 쓴 문장이 따로 놓여 있지 않으므로, 법집행자의 해석에 의지하여 갑이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금지되는 행위인지 판단할 수 있는지는 정하여져 있지 않다.

명확성원칙이 법집행자의 해석에 요구하는 것은 객관적 확정 가능성이다. 2008헌바157 결정은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조문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판단의 기준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준이 법전문가에게조차 객관적으로 하나로 확정되지 않는 데 있다. 갑의 행위가 조문이 말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가 얼마인지는 이 결정이 다룬 쟁점이 아니므로, 미정으로 남는다.

판단 주체의 차이가 해석을 구제하지 못한다는 점도 같은 문장에서 확인된다. 2008헌바157 결정은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법문의 뜻이 전문가에게조차 객관적으로 확정되지 않는다면, 수범자인 국민이 그 뜻을 알 수 없는 것은 전문가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갑이 행위 시점에 조문의 뜻을 알 수 있었는지가 미정인 것도, 해석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조문이 그 뜻을 고지하지 못한 탓에 남겨진 자리이다.

보충적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는, 의미내용이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는 범위에 한정된다. 이 문구는 해석이 구성요건의 의미를 새롭게 채워 넣는 권한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에서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데, 이 점에 관하여 2008헌바157 결정이 정한 기준은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보충적 해석의 허용 여부는, 그 해석이 조문의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자리에서 판단된다.

4.2문구가 남긴 해석의 자리

문구가 전제하는 것은 확인되었으므로, 이제 그 문구가 어느 범위까지를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로 남기는지가 문제이다.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자 형벌조항으로 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며, 동시에 형벌조항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원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원칙이 적용된다는 이 한 문장이, 해석이 놓일 수 있는 자리를 먼저 가른다.

결정은 그 다음에 법집행자의 해석이 다루지 못하는 범위를 적시한다. 판단의 주체가 법전문가이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이는 해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확정된 의미내용을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 갑이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를 가리는 일이 남는다 해도, 이 문구는 그 가림의 결과가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남긴다.

해석이 허용되지 않는 자리가 있으면, 남는 쪽에만 해석이 놓인다. 같은 결정이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이 사람마다의 가치관과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전제한 것은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판단의 결과가 사람마다 갈리는 사안에서 해석으로 채울 수 있는 범위가 이미 다 차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사례에서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와 추천과 처분 사이의 시차가 얼마여야 하는지와 같은 물음은, 이 결정의 문구만으로는 그 답이 정해진 자리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이 결정의 문구가 세운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분리하여 읽어야 한다. 위 인용은 모두 '공익'의 불명확성을 다루는 가운데 나온 것이고, 그러한 판단이 나온 까닭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범자인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에 이르기 위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따라서 이 문구가 모든 범죄 구성요건에 공통되는 보충적 해석의 상한을 정해 놓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점은 같은 결정에 따르는 보충의견이 다루는 대상이 '공익'이 아니라 '허위의 통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보충의견은 "법조문 자체의 문언이나 관련 조항의 체계상 그와 같은 구체화의 취지를 명백하게 드러내지 아니한 결과, 당초 입법취지와는 달리, 확대된 법률의 해석, 적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여기서 문제된 것은 문언과 체계가 구체화의 취지를 드러내지 못한 상태에서 해석이 확대된 경우이다. 이 사례에서 조문이 풀어 쓴 문장 없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만을 두고 있는 형편은 이와 같은 구체화의 취지가 드러나는지 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요구한다.

따라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2008헌바157 결정은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원칙이 적용되는 자리에서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만으로는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 결정의 문구가 보충적 해석 자체를 배제하거나, 이 사례의 미정 사항에 대한 기준을 세웠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와 같은 물음은 이 결정의 문구만으로는 미정으로 남는다.

4.3배임죄 조항의 접근 방식

보충적 해석이 허용되는 자리를 밝힌 앞선 논의에 이어, 헌법재판소가 배임죄 조항에 같은 질문을 어떻게 놓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업무상 배임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를 먼저 묻는다. 결정은 그 판단을 위해 조문에 적힌 두 개념의 뜻이 얼마만큼 파악 가능한지를 살핀다.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이 얼마만큼 드러나 있는지에 대해, 결정은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은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자기가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함이 분명하다. 대법원도 이득액의 의미에 관하여 객관적 교환가치, 즉 실질적인 이득액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이 인용은 조문의 문구가 실질적 이득의 가액이라는 구체적 범위로 파악된다는 점을 전한다.

그와 함께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도 결정이 함께 다룬 개념이다. "또한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 대법원은 손해발생 위험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으로 판시하여, 손해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이 인용은 손해의 범위를 법원이 엄격한 기준으로 좁혀 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 두 개념의 파악 가능성을 근거로, 결정은 명확성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이처럼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 개념과 업무상 배임죄에서 손해라는 개념은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즉 이 결정은 조문의 문구가 파악 가능한 개념으로 읽힌다는 점을 들어 명확성원칙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결정은 다른 헌법상 원칙에 대한 심사도 함께 전한다. 비례원칙에 대해서는 "특별법 배임조항이 배임행위로 취득한 이득액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를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행위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라고 밝히고, 과잉금지원칙에 대해서도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범위 안에 있으므로 업무상 배임조항이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라고 말한다. 아울러 특별법 배임조항을 두고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는 결론과, 업무상 배임조항에 대해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는 결론이 함께 놓인다.

다만 이 결정에는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이 실려 있다. 그는 "특별법 배임조항은 오로지 ‘배임행위에 따른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처벌의 정도를 달리함으로써 수많은 양형인자 가운데 법익침해라는 불법요소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라고 하면서, "특별법 배임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본다. 그러나 이 반대의견은 비례원칙에 관한 것이며, 배임죄 조항의 문구가 얼마만큼 해석으로 보충되는지를 묻는 명확성 문제의 자리를 새로 정하지는 않는다. 결국 이 결정은 조문의 두 개념이 합리적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명확성원칙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하였고, 그 판단이 서는 자리는 개념의 뜻이 법원의 해석으로 좁혀지는 지점이다.

4.4두 결정의 나란한 견줌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관한 판단을 마친 자리에서, 같은 헌법재판소가 2008헌바157에서 밝힌 태도와 2014헌바99에서 밝힌 태도를 나란히 놓고 그 차이를 읽어 보아야 한다. 두 결정이 같은 문제를 놓고 같은 자리를 두고 갈라졌는지, 아니면 대상 조항의 성질이 달라 서로 다른 자리를 다루었는지가 여기서 가려진다. 이 견줌은 두 결정 사이의 고리를 새로 만들지 않고, 적힌 문장이 서로 닿는 자리와 어긋나는 자리만을 드러내는 데 그친다.

2008헌바157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의 결론으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을 들어, "(…) 수범자인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결정에서 조항의 구성요건이 쓰인 자리에 "공익"과 같은 추상어가 놓여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그 뜻이 법조문 안에서 객관적으로 고정되지 않는 것으로 읽혔다.

같은 결정에서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은 조항의 문언이 스스로 그 자리를 좁힌다고 보았다. 그들은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에서 반대의견을 적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하여 ‘허위의 통신’ 가운데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는 행위의 범위를 대폭 축소시키고 있는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 부분에 대하여 객관적 구성요건 행위와 같은 정도의 명확성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표현은 구성요건의 자리마다 같은 강도의 명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반대의견이 봤을 때 조항이 스스로 범위를 줄였다면, 법원의 해석이 그 줄어든 범위를 끌어내리는 데 필요한 자리를 맡게 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의 다섯 번째 쟁점에서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56조 중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과 과잉금지원칙의 관계를 다루면서, "대법원은 경영상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수용하여 기업 경영인의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 판단을 할 때 엄격한 해석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범위 안에 있으므로 업무상 배임조항이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대법원의 해석이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조항의 적용 범위를 다루는 틀로 함께 거론되었다.

2008헌바157의 다수 의견이 본 것은 조항이 스스로 무엇을 금지하는지 말하지 못하는 자리였다. "공익"이라는 낱말이 법조문 밖의 가치 판단에 따라 움직이므로,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으로 뜻이 고정될 수 없다는 점이 그 까닭으로 놓였다. 2014헌바99가 거론한 대법원의 해석은, 반대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이라는 기준으로 손해의 범위를 좁힌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인용은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의 판시 가운데 대법원의 해석을 옮긴 부분에서 나온 것이다. 한쪽에서는 해석이 낱말의 뜻을 고정하지 못했고, 다른 쪽에서는 해석이 낱말의 뜻을 구체화하는 틀로 쓰였다.

두 결정은 서로의 결론을 바꾸지 않았고, 그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뒤집었다고도 할 수 없다. 2008헌바157에서 반대의견이 보충의견과 달리 본 것은 같은 조항을 두고 명확성의 강도를 어디에 두는가의 문제였고, 2014헌바99에서 대법원의 해석이 함께 인용된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다루는 자리였다. 이 자리들에는 차이가 남는다.

이 사례에서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처분 시점과 수량이 그 판단에 무엇을 보태는지는 이 견줌이 담은 문장 밖에 있다. 두 결정이 보여 준 것은 한쪽에서 법조문의 추상어가 수범자에게 무엇이 금지되는지 말하지 못한 것으로 읽혔고, 다른 쪽에서 법원의 해석이 조항의 자리를 구체화하는 틀로 함께 놓였다는 점이다. 갑이 조문을 읽고도 자기 행위가 금지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하는 까닭은, 부정한 수단이라는 낱말이 어떤 결합을 가리키는지가 정해지지 않은 자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4.5메울 수 있는 모자람

두 결정의 견줌에서 남은 물음은, 헌법재판소가 문언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다고 보았는지에 관한 것이다. 2008헌바157 결정은 구성요건의 표지가 불명확하면 법집행자의 해석으로 확정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2014헌바99 결정은 개념이 합리적으로 파악되면 보충으로 메울 수 있는 자리로 보았다. 그 한계가 어디에 놓이는지를 두 결정이 밝힌 말에서 가려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먼저 적용되는 기준을 이렇게 적시하였다. 명확성 원칙의 엄격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르는 대목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며, 동시에 형벌조항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원칙이 적용된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이 기준을 놓고 볼 때, 형벌조항의 빈자리는 아무 수준으로나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결정은 보충이 왜 가능한 자리를 찾지 못했는지를 설명한다. 무엇을 금지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아 해석의 출발점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해석으로 파악할 개념이 없다면 보충의 시도는 출발조차 할 수 없다.

그 결정은 끝으로 수범자에게 무엇이 금지되는지 알려 주는 기능을 놓고 판단하였다. 문언의 모자람이 바로 그 고지 기능을 무너뜨린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범자인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 고지되지 않는 금지는 보충으로 되살릴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그와 달리 법집행자의 축적된 해석이 개념을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법원이 확정해 놓은 의미가 보충의 틀로 작용한다. "대법원도 이득액의 의미에 관하여 객관적 교환가치, 즉 실질적인 이득액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이 결정이 보충을 받아들인 까닭은, 문언이 빈틈을 보이더라도 법원이 그 뜻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같은 결정은 ‘손해’ 개념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 법원이 마련한 판단 기준이 모자람을 메운다. "대법원은 손해발생 위험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으로 판시하여, 손해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확정된 기준이 있으면 문언만으로는 비어 보이는 자리도 채워진다.

결국 헌법재판소가 그어 놓은 선은,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으로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는지에 있다. 확정되지 않으면 메울 수 없고, 확정되어 있으면 메울 수 있다. 갑의 사례에서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의 시차는 얼마여야 하는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도 미정이다. 앞의 두 결정이 보여 주는 것은, 이런 물음에 법원의 해석으로 객관화된 기준이 붙어 있는지가 보충의 가능성을 가른다는 점이다.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면, 보충이 아니라 입법자의 몫이 된다.

4.6넘겨지는 구체화의 문제

앞에서 보았듯이 보충적 해석이 메울 수 있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가른 것은 조문의 문언이 남긴 여백이었다. 그렇다면 보충적 해석으로 채울 수 있는 자리를 넘어서는 때, 즉 법 해석자에게 더 넘겨질 수 없는 문제가 남을 때 무엇이 남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장의 결정들이 그 경계를 어디에 두는지를 따라가 보자.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의미를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으로 확정할 수 있는지를 물으면서 그 한계를 적시하였다. 헌법재판소 2010. 12. 28. 2008헌바157 결정은 "공익"이 구체적인 표지를 정한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고 보았다. 나아가 같은 결정은 어떠한 표현이 "공익"을 해하는지의 판단이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전문가라도 마찬가지이며,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조문이 그 뜻을 풀어 쓰지 않고 상위 규범의 한계를 그대로 옮겨 적었을 때, 법 집행자가 읽어서 채울 수 있는 여백은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같은 결정의 보충의견은 구체화의 부재가 낳는 결과를 다른 방향에서 보여준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은 "법조문 자체의 문언이나 관련 조항의 체계상 그와 같은 구체화의 취지를 명백하게 드러내지 아니한 결과, 당초 입법취지와는 달리, 확대된 법률의 해석, 적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조문이 담은 개념이 그 자체로 구체화를 요구하는데 이를 드러내지 않으면, 해석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넓어진다. 갑의 사례에서 조문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쓰면 처벌한다고만 정하고 그 뜻을 풀어 쓴 문장은 없다.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이 조문이 말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는 미정이다. 즉 지금의 자료만으로는 이 공백이 해석으로 메울 수 있는 자리인지, 아니면 입법이 넘겨받아야 할 자리인지를 가를 근거가 남아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반대편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결정은 업무상 배임죄의 손해 개념이 합리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지를 묻면서, 대법원이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으로 그 인정기준을 판시하였음을 근거로 삼았다. 이득액에 관하여도 이 결정은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자기가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함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법원이 이미 개념의 내용을 판시로 밝혀 둔 경우, 법문의 모자람은 더해지는 규칙으로 메워진다. 이와 달리 갑의 사례에서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가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는 판시로 정해진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점들은 자료 안에서 답이 정해진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렇게 대조하면 이 장이 남기는 선택의 기준이 드러난다. 한쪽에는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이나 법원의 판시로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되는 자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그 확정이 불가능하여 수범자에게 금지되는 것이 무엇인지 고지하지 못하는 자리가 있다. 갑이 조문을 읽고도 자기 행위가 금지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하는 까닭이 바로 후자의 형편에 닿아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 장의 자료는 그 물음의 기준을 제시하되, 갑의 행위에 대한 결론은 내려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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