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배임죄 조항이 왜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는지를 묻는다. 2014헌바99 결정요지가 배임죄 조문의 문언과 틀 위에 위헌제청이 붙인 물음을 놓고 명확성 심사의 잣대를 적용한 방식을 읽으며, 판례의 축적이 그 판단에서 맡은 몫을 살핀다. 개별 배임 판례가 세운 구체 기준의 내용은 다루지 않고, 해석이 채울 수 있는 빈자리가 무엇인지만을 밝힌다.
6.1배임죄 조문의 문언과 틀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배임죄를 처벌한다. 그 조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은 범죄의 자격, 행위, 결과를 나란히 놓고 이를 모두 채운 사람을 처벌한다. 앞에서 문언이 남긴 공백을 모아 두었는데, 이제 그 공백 가운데 어느 것이 이 문장에서 직접 읽을 수 있는지 가려야 한다. 그래서 이 장은 조문의 문언을 먼저 훑고, 판례가 그 뜻을 어떻게 채웠는지를 살펴본다.
우선 대상이 되는 표현을 문언에서 찾아야 한다. 조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자격과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는 행위 태양을 함께 요구한다. 이어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라는 결과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는 손해를 요구한다. 문언은 이 네 요소를 나열한 채 그 뜻을 풀어 쓰지 않는다. 따라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재산상의 이익"이 언제 취득되는지, "손해"가 언제 성립하는지는 문언만으로는 가리기 어렵다.
같은 조문의 다른 항을 놓고 대조하면 그 비어 있는 자리가 더 분명해진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제1항은 자격과 행위를 적고 곧바로 형벌로 이어지는 반면, 제2항은 자격과 행위 사이에 "임무에 위배하는"이라는 수식을 끼워 넣고, 행위 뒤에 이익과 손해를 덧붙인다. 두 항을 나란히 놓고 보면 제2항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조문의 배치에서 드러나지만, 그 어구의 뜻은 어디서도 풀이되어 있지 않다.
문언이 뜻을 풀어 쓰지 않는 표현은 처벌 범위를 가름하는 문턱이 된다. 앞에서 나눈 공백 가운데 이 문장에 걸리는 것은 자격의 경계와 행위 태양의 뜻이며, 결과에 해당하는 이익과 손해의 시기도 함께 남는다. 조문은 고의를 요구하지 않으며, 고의의 범위나 인식의 시점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이 목록은 관찰한 문언의 나열이며, 곧 확정된 요건이나 학설이 아니다. 문언에 없는 요소를 덧붙여 확정하지 않는 한, 이 네 자리와 그 사이의 관계는 그대로 비어 있다.
이 틀에서 판례가 맡는 일은 바로 그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이 적어 놓은 어구 가운데 뜻이 정해지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일이 이 장의 출발점이며, 그 어구를 두고 제기된 주장이 무엇을 겨냥했는지는 그 뒤에 놓인 결정에서 살펴야 한다. 문언의 틀을 먼저 가름해 두어야 판례가 무엇을 채웠는지, 그리고 그 채움이 문언의 경계를 넘었는지를 따질 수 있다.
6.2위헌제청이 붙인 물음
배임죄 조문에서 명확성 심사의 대상이 되는 표현을 가른 뒤에 남는 물음은, 그 문언을 읽은 사람이 자기 행위의 처벌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지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헌바99 결정에서 위헌제청이 붙인 물음을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명확성 원칙과 직접 맞닿아 있다. 결정요지가 밝힌 심사 대상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가. 업무상 배임행위를 처벌하는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2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중 형법 제356조 가운데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특별법 배임조항’이라 한다) 및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6조 중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이하 ‘업무상 배임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이 인용은 심사가 구 특별법 제3조 제1항의 해당 부분과 형법 제356조 중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에 한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위헌제청이 붙인 첫 번째 물음은 이 두 조항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에 미치는지였다.
같은 결정요지는 나머지 세 물음도 함께 밝힌다. "나. 특별법 배임조항이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이고, "다. 특별법 배임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이며, "라. 업무상 배임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이다. 이 셋은 각각 비례원칙·평등원칙·과잉금지원칙과 결부된 물음이다. 명확성 원칙을 다루는 관점에서 보면, 첫 번째 물음이 나머지와 구별되는 지점은 그 심사가 문언의 뜻을 행위자가 예측할 수 있는가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물음에 대해 결정요지는 두 개념을 가리켜 심사의 실마리를 삼았다. 먼저 이득액에 관하여,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은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자기가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함이 분명하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했다. 이 문장은 이득액이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뜻이 분명하다고 판단했음을 전한다.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려고, 결정요지는 "대법원도 이득액의 의미에 관하여 객관적 교환가치, 즉 실질적인 이득액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덧붙였다.
손해에 관해서도 같은 방향의 판단이 이어진다. 결정요지는 "또한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밝혔고, 대법원이 밝힌 위험의 기준을 그대로 옮겼다. "대법원은 손해발생 위험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으로 판시하여, 손해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는 인용이 그것이다. 손해의 개념과 범위가 엄격하게 해석된다는 점은, 이 개념을 둘러싼 행위자의 예측과 무관하지 않다.
명확성 논의와 나머지 물음의 구별도 같은 결정요지 안에서 드러난다. 비례원칙에 관하여 결정요지는 "특별법 배임조항이 배임행위로 취득한 이득액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를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행위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보았다. 평등원칙에 관한 판단도 이득액의 뜻을 전제로 한다. "특별법 배임조항에서 말하는 이득액이란 업무상 배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하는 것이고 법원도 이와 같이 해석하고 있으므로, 특별법 배임조항이 형식적 의미의 이득액을 규정했기 때문에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는 판단이 이어진다. 이 둘은 가중처벌의 기준과 그 적용의 형평을 문제 삼는다. 과잉금지원칙에 관한 물음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대법원은 경영상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수용하여 기업 경영인의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 판단을 할 때 엄격한 해석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범위 안에 있으므로 업무상 배임조항이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는 판단이 뒤에 놓인다. 이 세 물음이 형벌의 무게와 적용의 형평, 입법재량을 겨냥한 것이라면, 명확성 물음은 문언의 뜻이 행위자에게 읽히는지를 겨냥한다.
이로써 위헌제청이 붙인 물음 가운데 첫 번째가 무엇을 겨냥했는지가 드러난다. 그것은 배임죄 조항의 이득액과 손해라는 표현이, 그 표현에 기대어 자기 행위의 처벌 가능성을 가늠하려는 사람에게 읽히는 뜻을 묻는 물음이다. 앞에서 가른 문언의 범위 안에서, 이득액과 손해가 가지는 뜻이 행위자의 예측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는 다음 물음의 자리에 놓인다.
6.3명확성 심사의 잣대
위헌제청이 겨눈 배임죄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첫째 심사 잣대로 들었다. 배임죄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묻는 첫 물음은, 그 문언이 읽는 이에게 무엇을 금하는지 말해 주는가였다. 헌법재판소는 이 물음에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은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자기가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함이 분명하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밝혔다. 이로써 ‘이득액’이 무엇을 헤아리는 값인지가 심사의 첫 대상이 되었다.
이득액의 뜻을 밝힌 뒤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해석을 함께 살폈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대법원도 이득액의 의미에 관하여 객관적 교환가치, 즉 실질적인 이득액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 판시는 조문의 뜻이 법원의 해석을 통해 한층 또렷해졌음을 뜻한다. 문언에 이미 실질 이득이 담겨 있다는 판단에, 법원이 같은 방향으로 그 범위를 좁혀 왔다는 사정이 보태진 셈이다.
손해의 범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가 놓였다. 헌법재판소는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정리했다. 같은 결정은 “대법원은 손해발생 위험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으로 판시하여, 손해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기록했다. 손해를 넓게 헤아리되 그 문턱을 경제적 관점에서 엄격히 잡는 법원의 기준이, 뜻을 가늠할 잣대로 함께 인용된 것이다.
이 두 개념을 함께 놓고 헌법재판소는 심사의 결론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이처럼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 개념과 업무상 배임죄에서 손해라는 개념은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판시했다. 명확성 심사가 통과한 까닭은 두 개념 모두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이 판시는 개념의 뜻만을 놓고 한 결론이다. 이득액과 손해의 뜻이 선명한 만큼, 그 밖의 요건까지 일러 주는지까지 밝힌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배임죄 조항의 유지 판단에서 명확성이 통과한 자리는 바로 여기에 머문다. 이득액이 무엇이고 손해가 어디까지인지는 파악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반면 어떤 행위가 배임에 걸리는지, 처분과 추천 사이에 필요한 시차가 얼마인지, 이익을 어떻게 가르는지,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는지는 이 판시가 다루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그 자릿수까지 채운 것이 아니라, 이득액과 손해 두 개념의 가늠 가능성을 놓고 판단했을 뿐이다. 이 경계를 지켜야 그 뒤에 놓인 판례 축적의 자리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
6.4판례 축적이 맡은 몫
명확성 심사의 잣대가 국민의 예측 가능성에 놓였다면, 그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은 어디에서 오는지가 다음 물음이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배임죄의 뜻이 판례의 축적으로 채워져 왔다는 사정을 그 답의 하나로 삼았다. 배임죄 조항은 재산상 이익과 손해 같은 핵심 개념을 쓰면서 그 뜻을 직접 풀어 쓰지 않는다. 이 공백을 판례가 메워 왔다는 점이 조항 유지 판단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했는지를 이 결정에서 읽는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면서 먼저 이득액의 개념을 다루었다. 그 판단은 이렇게 이어진다. "가.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은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자기가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함이 분명하다. 대법원도 이득액의 의미에 관하여 객관적 교환가치, 즉 실질적인 이득액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이 인용은 이득액의 뜻이 법원의 해석으로 구체화되어 왔고, 그 해석의 결과가 실질적 이득의 합산액으로 모아진다는 점을 함께 밝힌다. 즉 이득액이라는 조문의 낱말이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판례의 축적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이 명확성 판단의 근거가 된다.
같은 결정은 손해의 개념도 같은 방식으로 다루었다. 손해의 범위를 판례가 엄격하게 그려 왔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하여 다음 문장을 옮긴다. "또한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 대법원은 손해발생 위험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으로 판시하여, 손해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 인용은 손해가 현실적 손해와 그 발생의 위험을 함께 담되, 그 위험의 인정 기준은 판례가 정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조문이 비워 둔 경계를 판례가 구체화해 온 셈이다.
이 두 개념의 명확성이 함께 확인된 뒤 헌법재판소는 결론을 내린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은 문장에 담겨 있다. "이처럼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 개념과 업무상 배임죄에서 손해라는 개념은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판례의 해석 축적이 이득액과 손해의 뜻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명확성 심사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개별 배임 판례가 세운 구체 기준의 내용 자체는 이 자리에서 다루지 않으나, 그러한 기준이 쌓여 왔다는 사실이 조항 유지를 떠받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와 같은 방식은 곧 이 사례에서 갑을 둘러싼 부정한 기교의 뜻에도 참고가 된다. 나아가 이득액 개념의 명확성은 비례원칙 심사에서 "나. 특별법 배임조항이 배임행위로 취득한 이득액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를 단계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행위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라는 평가와 맞물린다. 나아가 같은 결정은 평등원칙 논의에서 "다. 특별법 배임조항에서 말하는 이득액이란 업무상 배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하는 것이고 법원도 이와 같이 해석하고 있으므로, 특별법 배임조항이 형식적 의미의 이득액을 규정했기 때문에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이 인용은 법원의 해석으로 확정된 이득액의 뜻이 형식적 의미의 낱말과 다르게 정리되어 왔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다. 곧 판례의 축적은 명확성 심사에서뿐 아니라 평등원칙 심사에서도 같은 방향의 근거가 된다.
한편 이 결정은 경영상의 판단에 관한 법리도 같은 축적의 산물로 다룬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대법원은 경영상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수용하여 기업 경영인의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 판단을 할 때 엄격한 해석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범위 안에 있으므로 업무상 배임조항이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인용은 법원이 고의의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세워 왔다는 점을 과잉금지원칙 심사의 배경으로 삼는다. 조문의 뜻이 판례에 의해 좁혀져 왔다는 사정이 같은 방향에서 기능한다.
그러나 판례 축적이 채운 자리가 어디까지인지는 별개의 물음으로 남는다. 이 결정의 반대의견은 "특별법 배임조항은 오로지 ‘배임행위에 따른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처벌의 정도를 달리함으로써 수많은 양형인자 가운데 법익침해라는 불법요소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은 이득액의 뜻이 명확하게 정리되었다고 하여 입법이 선택한 기준 자체까지 합리화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 준다. 판례의 축적이 명확성 심사에서 맡은 몫은 조문의 낱말을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이와 같은 한계는 갑의 사례에서 추천과 처분 사이의 시차, 이익으로 삼을 대금의 범위처럼 아직 미정으로 남은 쟁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6.5해석이 채울 수 있는 빈자리
판례의 축적이 배임죄의 뜻을 채워 왔다는 확인에서 나아가, 이제는 그러한 해석이 명확성 심사와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과 이를 가중처벌한 특별법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다룬 2015. 2. 26. 선고 2014헌바99 결정에서 이 물음을 직접 다루었다. 나아가 합성 사례의 조문은 뜻을 풀어 쓴 문장 없이 부정한 기교의 사용만을 처벌 근거로 삼으므로, 해석이 어디까지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지 가늠하는 일이 요구된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를 처벌한다고 정한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문에서 파생한 이득액과 손해의 뜻이 판례에 의하여 구체화되었음을 들어 명확성을 인정하였다. 특별법 조항의 이득액에 관하여 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14헌바99 결정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은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자기가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함이 분명하다. 대법원도 이득액의 의미에 관하여 객관적 교환가치, 즉 실질적인 이득액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이 인용은 조문에 적시되지 아니한 계산의 기준이 판례에 의하여 정해졌다는 점을 보여 준다. 아울러 같은 결정은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 대법원은 손해발생 위험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으로 판시하여, 손해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이 판단에서 해석은 넓은 개념을 좁혀서 가리는 역할을 맡았다.
해석이 조문의 빈자리를 메우는 일이 명확성 판단에서 허용되는 까닭은, 헌법재판소가 확인한 바와 같이 판례의 축적이 법의 적용 대상에게 예측의 지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위 이득액과 손해에 관한 인용에 이어 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14헌바99 결정은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렸다. "이처럼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 개념과 업무상 배임죄에서 손해라는 개념은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 결국 조문이 뜻을 풀어 쓰지 않았다 하여 곧바로 위헌에 이르는 것은 아니고, 해석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파악될 수 있으면 족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의 작용은 조문이 허용하는 뜻의 범위 안에서만 유효하다. 헌법재판소가 세운 기준 역시 자구의 뜻에서 벗어나지 아니하는 선에서 확정된 것이다. 같은 결정이 "특별법 배임조항에서 말하는 이득액이란 업무상 배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하는 것이고 법원도 이와 같이 해석하고 있으므로, 특별법 배임조항이 형식적 의미의 이득액을 규정했기 때문에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판단한 것도, 확정된 실질 이득액의 합산이라는 해석이 조문의 뜻 안에 머물러 있음을 전제로 한다. 한편 경영상 판단과 고의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같은 결정은 "대법원은 경영상의 판단에 관한 법리를 수용하여 기업 경영인의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 판단을 할 때 엄격한 해석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의 범위 안에 있으므로 업무상 배임조항이 국가형벌권 행사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과잉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고 보았는데, 이 판단에서도 엄격한 기준의 적용은 경영상 판단의 법리가 형법상 고의의 뜻에 부합하는 선에서만 이루어진다.
합성 사례의 조문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사용만을 처벌의 요건으로 삼고 그 뜻을 풀어 쓰지 않았다.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그러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그리고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형법상 배임죄에서와 같이 판례의 축적이 이 조문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지는, 위 헌법재판소 판단이 전제한 바와 같은 해석의 축적이 존재하는지에 달려 있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인용한 판단에서 확정된 판례 기준의 존재를 명확성의 근거로 삼았으므로, 그러한 기준이 확인되지 아니한 자리에서 조문의 빈자리를 해석이 대신 규율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조문의 뜻이 누구에게 어떤 행위를 금지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6.6다음 조문에 남긴 물음
해석이 조문의 빈자리를 채운다고 하여 그 경계가 저절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명확성 심사가 통과된 자리는 그렇더라도, 심사가 그 자리를 무엇으로 보고 통과시켰는지를 다음 문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따로 살펴야 한다. 여기서는 배임죄 심사에서 확인한 물음이 무엇인지 가려내고, 그 물음이 다음에 다룰 조문에 어떻게 남는지를 적는다.
헌법재판소는 업무상 배임죄의 핵심 개념이 특정될 수 있다는 이유로 명확성 심사를 통과시켰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2014헌바99 결정은 우선 이득액을 가리켜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은 업무상 배임죄로 인하여 자기가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을 뜻함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조문이 두지 않은 계산 기준을 판례가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으로 확정한 것이다.
그 결정은 손해의 범위도 좁게 특정되었다고 보았다. 같은 결정은 "또한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라 함은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대법원의 기준을 옮겨 "대법원은 손해발생 위험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 즉 경제적 관점에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과 사실상 같다고 평가될 정도의 위험”으로 판시하여, 손해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적었다. 위험을 폭넓게 포함하면서도 그 인정 기준을 엄격히 묶어 둔 것이 명확성 판단을 떠받친다.
그러나 이 판단은 판례와 대법원 해석이 그 개념을 그렇게 읽어 왔다는 사정에 기대고 있다. 그 사정이 없는 조문에 같은 결론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 결정은 결국 "이처럼 특별법 배임조항의 이득액 개념과 업무상 배임죄에서 손해라는 개념은 합리적으로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은 그 두 개념이 합리적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판단에 묶여 있다.
물음은 그 지점에서 남는다. 넓은 표현이 어느 시점의 누구에게까지 예측 가능해야 하는지, 즉 행위자인가 수사기관인가 법원인가는 이 결정이 끝내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배임죄 심사에서 확인한 물음은 이처럼 남은 채 다음에 놓이는 조문에 그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