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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비용과 공익소송: 패소 부담의 재설계 · Volume 42 · Chapter 3 · First edition

원칙 옆의 문: 예외와 일부 패소

법원이 원칙과 다르게 정할 수 있는 여지는 조문에 어떻게 적혀 있는가?

Length
about 2,700 words · 12 min
Sources
2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3.1예외 조문의 문장 구조
  3. 3.2예외 사유의 문언 범위
  4. 3.3다르게 정한다는 여지
  5. 3.4일부패소 조문의 읽기
  6. 3.5비용 분배 문구의 폭
  7. 3.6두 조문이 남긴 재량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법원이 원칙과 다르게 정할 수 있는 여지가 조문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묻는다. 제99조의 예외 사유와 제101조가 정한 일부 패소의 경우를 문언이 실린 범위에서 읽고, 비용 분배 문구의 폭을 분석한다. 재량이 열리는 지점과 멈추는 지점을 두 조문에 따라 가리며, 비용의 구체적 항목은 제5장 이하에서 다룬다.

3.1예외 조문의 문장 구조

제98조의 문언이 스스로 답하지 못한 자리를 끝으로 두고, 이제 그 빈칸을 메울 예외 문장의 생김을 살필 차례다. 앞 장의 원칙이 빈칸까지 그대로 남긴 물음에 법원이 응할 수 있는 길을 조문이 어떻게 열어 두었는지가 이번 절의 관심사다.

민사소송법 제99조는 원칙에 대한 예외로 "법원은 사정에 따라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예외 조항을 여는 머릿말이 "법원은 사정에 따라"라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문구는 예외의 성립을 조문이 미리 정해 놓은 사건에 묶지 않고, 대신 판단의 주체를 법원으로 특정한다. 소각장 허가 다툼의 소송비용을 놓고 법원이 예외를 적용할지 말지를 가르는 자리가 바로 이 문구 뒤에 놓인다.

이어서 조문은 부담의 대상이 되는 비용을 두 갈래로 나눈다. 하나는 "승소한 당사자"가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아 발생한 소송비용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아 발생한 소송비용이다. 전자는 승소자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기 때문에 생긴 비용이라서 승소자의 몫으로 넘기는 구조이고, 후자는 상대방이 지켜야 할 권리를 지키느라 치러야 했던 비용이라서 승소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다. 두 갈래는 모두 행위와 비용을 원인으로 엮지만, 그 행위를 누가 했는지에 따라 배분의 방향이 갈린다.

그 뒤에 나오는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99조)는 문구는 예외의 효과가 전액에 한정되지 않고 액수를 나눌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동시에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99조)고 적은 것은 예외 적용이 법원에 맡겨진 판단이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결론이 아님을 뜻한다. 이 점은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71657 판결이 정한 취지에서도 확인된다. 그 판결은 "소송비용의 패소자부담 등 민사소송법이 정한 원칙과 함께 소송의 형태와 경과, 상소심인 경우 불복범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 간에 실질적인 불합리와 불평등이 없도록 신중하게 그 부담을 정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71657 판결)고 밝힌다. 조문이 "사정에 따라"라고만 열어 둔 자리를 법원이 채우되, 원칙의 무게와 사건의 모양을 함께 살펴 부담을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각장 소송에서 300명의 주민이 부담할 비용이 전부인지 일부인지, 그리고 그 일부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조문이 값을 적어 두지 않았다.

조문의 문장 구조를 앞 장의 원칙과 견주면, 예외가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원칙이 정한 부담의 주체를 같은 비용에 대해 조건 아래 되돌리는 모양임이 드러난다. 제98조가 빈칸으로 남긴 자리를 두고, 제99조는 "사정"이라는 단어로 판단의 여지를 열어 두는 대신 예외 사유의 목록 자체를 적지 않는다. 판결 주문 끝줄에 적힌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문장만으로는 그러한 사정이 무엇인지가 정해지지 않으므로, 어떤 사정이 예외를 여는지 남은 범위는 문언을 더 읽어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문제다. 다만 그 범위를 가리는 데에는 이미 확정된 부담의 틀이 함께 작용한다. 같은 판결은 "소송비용액확정결정절차에서는 상환할 소송비용의 액수를 정할 수 있을 뿐이고 소송비용부담재판에서 확정한 상환의무 자체의 범위를 심리·판단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71657 판결)고 밝힌다.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되는지, 그리고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도 이 문장 구조 안에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3.2예외 사유의 문언 범위

앞 절에서 예외 문장의 구조를 살핀 데 이어, 이제 그 문장에 열린 사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한다. 제99조가 예외의 근거로 적어 놓은 사유의 폭은 문언에서 그대로 읽어야 하며, 문언에 담기지 않은 사정을 예외의 요건으로 추가할 자리는 없다.

민사소송법 제99조는 예외가 허용되는 사정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법원은 사정에 따라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99조) 이 문언은 예외 사유를 두 갈래로만 적는다. 하나는 승소한 당사자 자신이 권리의 늘림이나 지킴에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여 생긴 비용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비용이다. 문언이 이 둘에 그치는 한, 예외가 서는 까닭도 이 둘 가운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두 갈래는 서로 겨누는 방향이 다르다. 첫 갈래는 승소한 당사자의 행위가 그 자신의 권리에 필요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조건으로 삼는다. 승소한 당사자라 하더라도, 그가 한 행위가 권리의 늘림이나 지킴에 필요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행위로 말미암은 비용을 그가 부담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갈래는 상대방의 권리에 필요하였던 행위로 말미암은 비용을 가리킨다. 승소한 당사자의 행위가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였다면, 그 비용 역시 전부나 일부를 승소한 당사자가 부담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느 갈래에 놓이느냐에 따라 부담의 근거가 달라지므로, 문언의 범위를 읽는 일은 곧 두 갈래의 경계를 밝히는 일과 같다.

이 사례에서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적혔다. 소각장 허가를 다투는 주민 300명의 소송에서 어느 행위가 어느 갈래에 놓이는지는 문언이 정한 두 자리에 비추어 살필 일이다. 다만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 것인지는 미정이다.

제99조의 문언에 담기지 않은 사정을 예외의 요건으로 새로 더할 자리는 없다. 예컨대 소송의 규모나 당사자의 경제 사정, 승소한 당사자가 어떤 결심으로 소송에 응했는지와 같은 사정은, 문언이 적어 놓은 두 갈래에 들어맞지 않으면 예외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 문언이 "전부나 일부"를 함께 적고 있다는 점도 같은 방향에서 읽힌다. 부담의 정도를 가르는 데에는 열려 있으나, 부담을 정당화하는 사유 자체는 여전히 두 갈래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도 미정이다. 문언의 범위 밖 사정을 이유로 미정인 항목이 정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옆 마을이 회의를 멈추었지만, 이 문언의 범위를 읽는 일만으로는 다음 소송의 제기 여부가 가려지지 않는다. 예외 사유를 문언에 적힌 둘로 한정하여 읽으면, 예외가 서는 근거가 뚜렷해지는 대신 그 밖의 사정을 이유로 한 부담 전가는 자리가 없어진다. 이 문언의 범위를 이렇게 읽는 한, 어떤 사정을 예외의 요건으로 삼을지는 문언이 적어 놓은 두 갈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문언이 적어 놓지 않은 사정을 조건으로 끌어들이는 순간, 문언이 그린 예외의 범위는 흔들리게 된다.

3.3다르게 정한다는 여지

제99조가 허용하는 예외 사정의 문언을 읽고 나면, 남는 질문은 그 예외가 법원에게 얼마의 폭을 주는지이다. 조문은 사정을 열거하되 법원이 비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남겨 두었다. 그런데 재량이 열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과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99조가 법원에게 여는 자리를 먼저 그대로 확인한다. 예외를 선언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법원은 사정에 따라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99조) 이 문장은 승소한 당사자에게 비용을 지우는 두 가지 길을 함께 열어 두고, 어느 쪽이든 전부나 일부로 범위를 정할 수 있게 한다. 조문이 쓴 "할 수 있다"는 법원이 예외를 정하도록 명하는 대신 여지를 주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예외가 선언되는가의 문제와 예외의 범위가 얼마인가의 문제는 서로 떼어 놓고 읽어야 한다.

그 폭이 어디까지 열려 있는지는 판례의 말로도 확인된다.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71657 판결은 비용을 정하는 자리에서 법원이 헤아려야 할 사정을 이렇게 밝혔다. "소송비용의 패소자부담 등 민사소송법이 정한 원칙과 함께 소송의 형태와 경과, 상소심인 경우 불복범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 간에 실질적인 불합리와 불평등이 없도록 신중하게 그 부담을 정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71657 판결) 이 판례가 뜻하는 것은 부담을 정하는 자리가 원칙의 문장 하나로 닫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그 사정들이 이 사례에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또 어느 쪽이 무거운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같은 판례는 그 폭이 어디서 닫히는지도 함께 가르친다. 확정된 부담을 다시 정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장은 이렇다. "소송비용액확정결정절차에서는 상환할 소송비용의 액수를 정할 수 있을 뿐이고 소송비용부담재판에서 확정한 상환의무 자체의 범위를 심리·판단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71657 판결) 따라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여지는 부담을 정하는 재판이 열리는 자리에 머문다. 석 달 뒤 확정을 신청하는 절차는 그 앞에서 이미 정해진 부담의 틀을 다시 벌리지 못한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소각장 허가를 다투어 승소한 지방자치단체의 편에 섰고,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주민 300명이 부담하는 비용의 총액 안에서 제99조가 여는 자리가 어디인지는 다음 소송에서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재량이 열려 있는 범위 안에 무엇이 들어갈지, 법원이 어느 행위를 권리의 증대나 보존에 필요하지 않았다고 볼지는 미정이다. 조문이 예로 든 두 가지 사정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가르는 일도 역시 미정이다.

석 달 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 신청된 액수가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지도 미정이다. 제99조가 "전부나 일부"를 허용한다는 문구는 확정액의 크기를 조정하는 자리를 열어 두지만,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정해진 바 없다. 문구가 크기의 조정을 막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 조정이 이 사례에서 어느 방향으로 이뤄질지는 별개의 일이다. 앞의 사실만 가지고 뒤의 결과를 끌어내면 재량이 열려 있다는 점을 결과의 근거로 삼는 셈이 된다.

옆 마을이 회의를 멈춘 것은 회의록에 적힌 금액을 본 뒤의 일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는 관찰된 사실의 나열에 그치며 미정이다. 여기 적은 것은 어떤 항목이 확정 손해이고 누가 고의를 가졌다는 법적 평가가 아니다. 회의가 멈춘 까닭에 대한 판단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제99조는 법원이 원칙과 다르게 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두되, 그 여지 안에서 무슨 결과가 나올지까지 미리 정하지 않는다. 재량이 열려 있다는 점만으로 어떤 비용이 누구에게 얼마큼 돌아갈지 단정할 수 없다. 이 사례의 비용 부담은 그 문장이 두는 폭 안에서 이후의 판단을 기다린다.

3.4일부패소 조문의 읽기

법원이 원칙과 다르게 정할 수 있는 폭을 확인한 뒤에는, 승패가 갈린 경우에 그 폭이 어떻게 열리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주민 300명이 소각장 허가를 다투었고 판결 주문의 끝줄에서 소송비용의 부담이 정해졌으므로, 이 경우의 비용 정함은 어디에서 그 근거를 찾을 것인지가 문제이다. 민사소송법 제101조는 일부패소의 경우에 관하여 이렇게 적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101조에 따르면 "일부패소의 경우에 당사자들이 부담할 소송비용은 법원이 정한다. 다만, 사정에 따라 한 쪽 당사자에게 소송비용의 전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01조) 이 문장은 일부패소의 경우에 비용의 부담 주체를 미리 정해 두지 않고 법원이 정하도록 맡기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101조는 "일부패소의 경우에 당사자들이 부담할 소송비용은 법원이 정한다"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 있다. 여기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법원이 정한다'는 서술어이다. 조문은 부담의 주체와 범위를 미리 지정하는 대신 정하는 권한을 법원에 맡긴다. 동시에 '일부패소의 경우에 당사자들이 부담할 소송비용'이라는 주어가 정하는 대상을 한정한다. 법원이 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부담할 소송비용이다. 다른 비용이나 다른 사람이 부담할 비용이 이 문장의 대상은 아니다. 이 구조는 일부패소의 경우에 당사자들이 어떤 비율로 나눌지를 조문 안에서 찾아볼 수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주민 300명이 원고이고 소송비용의 부담을 판결 주문에서 인정받지 못한 경우, 그 부담이 주민 사이에서 어떻게 나뉠지는 제101조의 문장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이는 앞에서 확인한 재량의 열림과 별개로, 일부패소에서 법원이 정할 방식을 조문이 특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말한다.

민사소송법 제101조는 비율을 적지 않으면서도 '법원이 정한다'고만 적었다. 조문이 비율이나 기준을 열거하지 않는 까닭은, 이 문장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만 문장의 형태 자체가 비율의 미정을 가르친다. 비율이 조문에 적혀 있었다면 법원이 정할 대상은 그 비율의 적용 결과에 머물렀을 것이다. 지금의 문장은 부담의 주체와 양을 모두 법원의 정함에 맡긴다. 여기서 '법원이 정한다'는 표현을 '법원이 정하여야 한다'처럼 의무의 문장으로 읽는 것은 조문의 어조에 맞지 않는다. 조문은 정함의 권한을 법원에 두었고, 정함의 결과를 미리 가르치지 않았다.

그 뒤에 오는 단서는 한 쪽 당사자에게 소송비용의 전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도, 민사소송법 제101조 단서에 "사정에 따라"라는 조건을 단다. 이 문장은 일부패소에서 법원이 정하는 방식 가운데 한 가지를 예시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허용의 문장이므로, 전부 부담을 정하는 것이 법원에 요구되는 결과는 아니다. 단서에 달린 "사정에 따라"(민사소송법 제101조)라는 조건을 빼면 한 쪽 당사자가 전부를 부담하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단서는 앞 문장의 정함에 대한 예외라기보다, 정함의 한 방식을 조건과 함께 열어 놓은 것이다. 따라서 판결 주문의 끝줄에서 소송비용의 부담이 원고들에게 정해진 경우에도, 그 정함이 단서에 따른 것인지는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민사소송법 제101조는 일부패소의 비용을 나눌 때의 기준이나 산정 방식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4,200만 원의 변호사 보수가 신청된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 것인지,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는 이 조문의 문장에서 정해지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도 미정이다.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에 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제101조의 일부패소 문장은 정함의 권한을 법원에 맡기고, 단서에서 한 쪽 당사자의 전부 부담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구조 안에서 비용을 정하는 방식이 남는 자리는, 다음 문구의 폭을 읽을 때의 출발점이 된다.

3.5비용 분배 문구의 폭

제101조가 정한 바를 받아, 이제 그 문구가 실제로 열어 놓은 범위를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101조는 일부패소의 경우에 관하여 "일부패소의 경우에 당사자들이 부담할 소송비용은 법원이 정한다. 다만, 사정에 따라 한 쪽 당사자에게 소송비용의 전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민사소송법 제101조). 이 문장은 비용의 분배 주체를 법원으로 지정하면서, 그 결과의 폭은 따로 정하지 않는다.

앞 문단에서 읽은 대로 조문은 법원이 비용 부담을 정하도록 위임한다. 그 위임의 범위가 어느 만큼 넓은지 조문 자체는 말하지 않으며, 사정에 따른 전부 부담이라는 단서만이 유일한 경계를 이룬다. 단서가 요구하는 사정이 무엇인지도 조문에는 적혀 있지 않다. 법원이 정한다는 문구는 정하여야 한다와 정할 수 있다 사이의 어느 지점을 가리키는지 밝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분배의 결과가 어느 쪽으로 정해지는지는 조문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소각장 허가를 다투는 소송에서 주민 300명이 일부 패소하였다면 법원은 그들 사이의 부담을 정하여야 하고, 그러한 정함이 어느 쪽으로 기울 수 있는지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그 문구가 열어 놓은 폭은 정함의 대상에도 미친다. 민사소송법 제101조는 당사자들이 부담할 소송비용을 법원이 정하도록 두면서, 정할 비용의 범위나 항목을 조문 안에 적지 아니한다. 조문이 분배의 결과만을 법원에 맡기고 있을 뿐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적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사례의 판단이 남는 자리를 그대로 보여 준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변호사 보수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되는지는 이 조문이 답할 문제가 아니다. 그 금액의 범위는 다른 규정과 절차에 맡겨진 사항이며, 제101조는 이미 확정된 비용을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만을 다룬다. 따라서 확정의 금액과 분배의 비율은 서로 다른 물음이고, 앞의 물음이 먼저 끝나야 뒤의 물음이 시작된다.

한편 단서는 전부 부담이라는 한 가지 결과만을 적어 둔다. 민사소송법 제101조 단서는 "다만, 사정에 따라 한 쪽 당사자에게 소송비용의 전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단서는 사정에 따라라는 조건을 달면서도, 그 사정의 내용을 열거하지 아니한다. 그 결과 단서는 분배의 폭을 한 방향으로 넓히되,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 전부 부담이 아니라면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하여 조문은 말이 없고, 그 나눔의 비율을 가르는 기준도 조문 밖에서 찾아야 한다.

비용의 구체적 항목이나 금액 산정 방식을 가르치는 일은 이 장의 범위 밖에 있다. 회의록에 적힌 4,200만 원이 확정 손해인지,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는 모두 미정이다. 제101조가 열어 놓은 폭 안에서 이 가운데 어떤 사정이 사정에 따른 전부 부담을 정당화하는지는 이 조문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다. 법원이 어떤 사정을 어떻게 가려야 하는지도 함께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비용 분배 문구의 폭은 넓되 미정의 자리를 함께 남긴다. 법원이 정하여야 한다는 문장만으로 분배의 기준이 생기지는 않고, 단서의 사정이라는 표현만으로 어떤 판단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확정 손해와 고의에 관한 법적 평가는 이 사례에 기록되지 않았다. 제101조는 분배를 맡길 자와 그 결과가 가질 수 있는 모양만을 적어 두었고, 그 안에서 남은 판단은 조문 밖의 사정에 맡겨진다.

3.6두 조문이 남긴 재량

분배 문구의 폭을 살핀 뒤에 남는 물음은, 법원이 그 폭 안에서 무엇을 정하고 무엇을 미정으로 남기는지이다. 민사소송법 제99조와 제101조는 이 물음에 대하여 각각 다른 자리에서 재량을 열어 둔다.

민사소송법 제99조는 승소한 당사자에게까지 비용을 넘길 수 있는 사정을 규정한다. 이 조문은 "법원은 사정에 따라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99조). 이는 승소자의 비용까지 상대방에게 넘길 수 있거나, 승소자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불필요한 행위에 든 비용을 스스로 감수하게 만들 수 있음을 뜻한다. 주민 300명이 승소했더라도 소송 중 어떤 행위가 불필요했는지, 어떤 행위가 상대방의 권리 보전에 필요했는지는 판결 뒤에도 판단이 남는다. 조문이 "사정에 따라"라고 열어 둔 자리는, 그 사정의 내용이 따로 적혀 있지 않아 판단의 여지를 그대로 남긴다.

민사소송법 제101조는 일부패소의 경우 비용 분배를 별도로 정한다. 이 조문은 "제101조(일부패소의 경우) 일부패소의 경우에 당사자들이 부담할 소송비용은 법원이 정한다. 다만, 사정에 따라 한 쪽 당사자에게 소송비용의 전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민사소송법 제101조). 여기서 법원은 비율을 나눌 수도 있고, 사정에 따라 한쪽이 전부를 지게 할 수도 있다. 단서가 열어 둔 전부 부담은 원칙적인 분배와 나란히 놓이므로, 법원은 어느 쪽을 택할지 먼저 정한 뒤에 그 사정을 밝힐 자리가 생긴다. 소각장 허가 다툼에서 주민들이 어떤 부분을 이기고 어떤 부분을 잃었는지에 따라 이 재량이 처음으로 작동한다.

두 조문이 겹치는 자리가 있다. 제99조는 행위별로 비용을 따져 승소자에게 부담을 남기고, 제101조는 패소의 비중에 따라 당사자 사이를 나눈다. 따라서 주민 300명이 부분적으로 이긴 사건에서 법원은 제101조로 분배를 먼저 정하고, 제99조로 개별 행위의 비용을 다시 조정할 수 있다. 두 재량이 동시에 남는 셈이다. 어느 조문을 먼저 적용할지, 두 재량이 함께 행사된 결과를 어떻게 합칠지에 대해서는 두 조문이 직접 답을 두지 않는다. 이 자리가 바로 이 장의 물음이 남긴 곳이다.

이 사례에서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취지였다. 그 문구만으로는 어떤 사정에서 어떤 조문의 재량이 행사되었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주문이 남긴 자리에는 제99조의 행위별 판단과 제101조의 분배 판단 가운데 어느 쪽이 반영되었는지가 함께 놓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변호사 보수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 것인지도 마찬가지로 미정이다. 회의록에 적힌 금액은 확정 액수가 아니다.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제99조와 제101조가 남긴 재량이 어떤 식으로 행사될지는 다음 사건에서 판결로 확인될 일이다.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도 함께 미정으로 남는다. 이 장이 다룰 것은 여기까지이고, 확정 손해와 고의에 대한 평가는 이 사례에서 다루지 않았다.

Statutes referred to

Decisions referred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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