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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데이터의 구조화: 쟁점·사실·판단의 분리 · Volume 48 · Chapter 1 · First edition

세 칸으로 나누다 멈춘 첫 문단

판결문을 쟁점·인정 사실·판단의 세 칸에 넣으려 할 때 무엇이 먼저 막히는가?

Length
about 3,000 words · 13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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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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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mmary
  2. 1.1세 칸 앞에서 멈춘 첫 문단
  3. 1.2한 문장에 겹친 세 목소리
  4. 1.3원심과 대법원이 갈린 구조
  5. 1.4어느 칸에도 놓이지 않는 문장
  6. 1.5견주기가 남긴 작업의 표시
  7. 1.6규칙이 비어 있는 세 자리
  8.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 장은 판결문을 쟁점·인정 사실·판단의 세 칸에 넣으려 할 때 무엇이 먼저 막히는지를 묻는다. 연구팀이 첫 판결문에서 마주한 한 문단을 관찰한 대로 적고, 한 문장에 세 목소리가 겹친 모습과 원심과 대법원이 갈린 구조를 살핀다. 그러한 문장이 어느 칸에도 곧바로 놓이지 않는다는 점과, 규칙이 비어 있는 세 자리를 밝혀 둔다.

1.1세 칸 앞에서 멈춘 첫 문단

판결문 한 건을 펼치자마자 연구팀은 적기를 멈추었다. 네 칸을 정한 뒤 이 판결문 전체를 세 칸에 나누어 적기로 한 첫 문단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읽기 어려운 대목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문단은 원심의 판단을 옮긴 뒤 상고심의 판단으로 이어지는 격식을 따랐고, 그 안에 서로 다른 자리에서 나온 말이 한 줄로 꿰어져 있었다. 여기서 무엇을 관찰했는지만을 적는다. 문장이 왜 그렇게 놓였는지 따져 묻지 않고, 세 칸 가운데 어디에 넣을지도 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에서 이 문제가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부터 살핀다. 이 판결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룬다. 판결요지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 이외의 전자정보를 다루는 기준을 이렇게 세운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에 있어 저장매체 자체를 외부로 반출하거나 하드카피·이미징 등의 형태로 복제본(이하 ‘복제본’이라 한다)을 만들어 외부에서 그 저장매체나 복제본에 대하여 압수·수색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이하 ‘유관정보’라 한다) 이외에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이하 ‘무관정보’라 한다)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유관정보와 무관정보를 가르는 이 문장은 이 판결의 판단을 전하는 말이다.

그 판단은 이어지는 문장에서 조건을 더한다. 같은 판결요지는 이렇게 이어진다. "그러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유관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무관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앞 문장이 세운 원칙에 예외를 덧붙이는 이 문장 역시 이 판결의 판단이다. 문단을 읽으며 목소리를 세는 쪽에서 볼 때, 두 문장은 같은 자리에서 나온 말로 함께 놓여 있다.

수사기관이 무관정보를 지우지 않고 둔 경우를 다루는 대목도 이 판결의 판단이다. 같은 판결요지는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뒤에도 무관정보를 그대로 보관한 경우를 놓고, "무관정보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위법함과 치유되지 않음을 함께 적은 이 문장에도 판단만 들어 있다. 여기까지 읽은 범위에서 목소리가 겹친 자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팀이 처음 펼친 문단은 이와 달랐다. 그 문단 안에는 당사자의 주장, 원심이 인정한 사실, 상고심의 판단이 한 문장 안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뒤가 상고심의 판단으로 꺾이면서 앞의 말과 뒤의 말이 한 줄로 이어졌고, 앞뒤 사이에 누가 말했는지를 밝히는 표시가 없었다. 세 칸에 넣기 전에 한 사람이 남긴 목소리를 세어 보는 자리에서, 이 문단은 목소리의 자리가 문장 안에 섞여 있는 상태로 놓여 있었다.

이 문단을 놓고 본 것이 여기까지이다. 목소리가 함께 놓인 모습만을 적었다. 왜 그러한 문장이 생겼는지는 여기서 따지지 않았고, 어떤 목소리를 어느 칸에 넣을지도 여기서 정하지 않았다. 세 칸을 채우기 전에 문장마다 남의 말이 아닌 말과 남의 말을 가르는 작업이 먼저 있다는 사실만, 멈춘 자리에 남긴다.

1.2한 문장에 겹친 세 목소리

한 문단 안에 여러 목소리가 함께 놓인 모습을 확인한 뒤, 팀은 그 목소리를 한 문장 안에서 가르는 일로 눈을 돌렸다. 첫 판결문에는 원심의 판단을 옮긴 뒤 상고심의 판단으로 이어지는 문장이 있었고, 그 문장 안에는 당사자의 주장과 원심의 사실 인정, 상고심의 판단이 함께 놓여 있었다. 팀은 이 셋을 한 번에 읽고는, 어느 한 칸에 미리 배정하기 전에 각 목소리가 문장의 어느 자리에서 갈리는지를 살피기로 하였다.

가장 먼저 떠오른 자리는 접속사였다. 앞 문장이 원심의 판단을 옮기는 대목에서 끝나고 뒤 문장이 상고심의 판단으로 이어지는 곳에서 목소리가 바뀐다는 점이 분명하였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에서도 원심 판단과 대법원 판단은 한 자리에 이어 놓인 채 서술된다. 그 판결은 절차 위반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루면서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원칙을 밝히고, 바로 이어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로 예외로 넘어간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접속사 한 마디를 사이에 두고 판단의 방향이 갈리는 셈이므로, 문장이 끊기는 자리를 표지로 삼는다는 생각은 팀에게 유효한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접속사만으로는 목소리가 다 갈리지 않았다. 위 인용의 앞뒤를 보면, 앞쪽 문장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조문의 내용을 옮긴 것에 가깝고, 뒤쪽 "다만 …" 이하는 법원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을 담는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즉 한 문단 안에 조문의 내용과 법원의 판단이 이어져 놓인다. 팀이 세 칸으로 나누려 한 대상은 이 둘을 서로 다른 자리에 두어야 하는 글이었다. 접속사로 문장은 끊을 수 있어도, 그 끊긴 자리가 조문과 판단 가운데 어느 쪽에 놓이는지를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목소리의 주인은 셋이었다. 앞 문단의 문장에서 원심의 판단을 옮긴 부분은 원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을 상고심이 옮겨 적은 것이고, 상고심 자신의 판단이 뒤따라오는 부분은 상고심의 목소리이다. 그 사이에 당사자의 주장이 함께 놓일 때도 있었다. 이 셋을 한 문장 안에서 가르려면 누가 말하고 있는지를 먼저 밝혀야 하는데, 판결문의 글은 주어를 생략하거나 앞 문장의 주어를 그대로 받아 적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어가 드러나지 않는 문장에서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내는 일은 문장을 끊는 것보다 한 단계 앞선 과제로 남았다.

그래서 팀은 목소리를 세 칸 가운데 어느 한 칸에 미리 배정하지 않기로 하였다. 문장에서 갈리는 자리를 찾아 표시하고, 그 자리마다 누구의 말인지 여백에 적어 두되, 어느 칸에 들어갈지는 정하지 않고 남겨 두었다. 판결문을 정해진 칸에 나누어 적는 작업의 표시일 뿐,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새로 내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 견줌의 기록은 한 문장에 겹친 목소리를 가려 읽는 데서 멈추었다.

1.3원심과 대법원이 갈린 구조

세 칸에 나눈 뒤에 남는 물음은, 한 문단의 어디에서 원심이 끝나고 상고심이 시작되는지이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에는 원심의 판단과 대법원의 판단이 한 자리에서 갈린다. 층을 나누는 표지가 무엇인지 이 문단에서 살피면, 앞에서 맡긴 세 칸의 경계가 조금 분명해진다.

사실 인정이 갈리는 자리는 판례의 말에서 직접 확인된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압수·수색이 끝나기 전에 발견한 무관정보를 어떻게 다룰지 적으면서,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무관정보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보관한 사실을 전제로 삼은 뒤에 그 사실을 위법이라 부르는 부분까지가 한 자리에 놓여 있다. 이렇게 사실의 앞자리와 평가의 뒷자리가 한 문장에 겹치면, 세 칸 가운데 어느 한 칸에 미리 넣기 어렵다.

법리 설시가 갈리는 자리도 같은 판례에서 확인된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증거 배제의 범위를 적으면서,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고 판시하였다. 이 문장은 앞 문단에서 보관한 무관정보가 위법하다는 판단과 나란히 놓인다. 한쪽은 사실을 평가한 결론이고 다른 쪽은 그 결론이 어떤 증거에까지 미치는지를 적은 규칙이다. 한 문단 안에서 두 성격의 문장이 이어지므로, 층의 표지가 없으면 둘이 같은 층에 있는 것으로 읽힌다.

포섭에 가까운 자리도 빼둘 수 없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위법한 수집의 예외를 적으면서,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규칙의 예외 조건과 그 예외가 성립하는 평가가 한 문장에 겹쳐 있다. 이 문장이 어느 층인지 가르는 일은 앞서 보관 사실과 위법 평가를 가른 일과 같은 난관에 부딪힌다.

이 겹침은 법적 평가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이 사례의 작업은, 판결문에 적힌 글자를 정해진 칸에 나누어 적는 표시에 그친다.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말을 새로 꺼내는 대신, 문장마다 누구의 말인지 가르는 규칙 초안과 층의 표지 목록을 함께 두어야 한다. 표지 목록이 붙은 뒤에야, 한 문단 안에서 원심과 대법원이 갈린 자리를 칸의 경계로 옮겨 적을 수 있다.

1.4어느 칸에도 놓이지 않는 문장

규칙 초안을 세우면서 문장마다 누구의 말인지 가르는 작업에서, 세 칸 어느 쪽에도 곧바로 놓이지 않는 문장의 모양을 함께 적기로 했다. 그러한 문장 가운데 하나는 법리 설시와 포섭이 한 문장에 섞인 경우다. 이 모양을 밝히는 데에는 판결문의 층을 읽는 법이 그대로 쓰인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시사항 [1]은 압수·수색의 대상을 정하는 쟁점을 여러 갈래로 나누어 적고 있다. 그 가운데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기존 압수·수색 과정에서 취득한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다루는 부분이 다음과 같다.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기존 압수·수색 과정에서 취득한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하드카피·이미징 등 형태의 복제본을 탐색, 복제 또는 출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더라도 위법한지 여부(적극)"(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이다. 이 문장은 복제본을 다루는 행위가 허용되는지와 그 위법성이 사후에 달라지는지를 한 자리에 묻고 있다. 그러므로 문장 안에는 압수·수색의 대상에 관한 법리가 먼저 서 있고, 그 법리가 복제본이라는 사정에 놓이는 판단이 함께 놓인다.

같은 판결의 판결요지 [1]는 그러한 묶음이 풀리는 모양을 보여 준다. 그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으로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복제본은 더 이상 수사기관의 탐색, 복제 또는 출력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수사기관은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기존 압수·수색 과정에서 출력하거나 복제한 유관정보의 결과물을 열람할 수 있을 뿐이다.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압수·수색절차가 종료됨에 따라 당연히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위법하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여기서 '다르지 않다'는 문장이 법리를 세우고, 이어지는 '따라서'가 그 법리가 복제본에 놓이면 어떠한지를 밝힌다. 그러므로 판결요지는 설시와 포섭을 끊어 적지 않고 한 흐름으로 이어 놓았다.

판시사항 [2]에는 법리와 판단의 결합이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판시사항 [2]의 끝을 보면,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이라는 대목이 있다. 이 대목은 어떠한 사정을 살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그러한 사정이 이 사건에서 어떻게 놓였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문장 안에는 판단의 기준만 서 있고, 그 기준에 사정을 놓는 일은 비어 있다. 반면 판결요지 [2]는 그 기준을 사정의 나열과 함께 적었다. 그 일부는 다음과 같다.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이 문장은 살필 사정을 적으면서도 사정의 결론은 미정으로 둔다. 그러므로 '살피다'와 '고려하다'가 지시하는 작업은 셈의 결과가 아니라 나열의 모양에 그친다.

이 모양들은 세 칸의 앞선 표지에 이미 놓인 문장들과 구별된다. 판결문의 한 문단에 '원심은 …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로 이어지는 문장이 있는 경우, 그 안에는 당사자의 주장, 원심의 사실 인정, 상고심의 판단이 함께 놓인다. 그러나 법리 설시와 포섭이 한 문장에 섞인 경우, 문장의 주인은 하나이되 문장이 세우는 것과 문장이 놓는 것이 함께 있다. 그러므로 이 모양을 쟁점의 칸에 두면 포섭이 함께 들어오고, 판단의 칸에 두면 법리가 함께 들어온다. 인정된 사실의 칸은 그러한 문장이 세우는 법리의 자리를 놓지 않으므로 더욱 맞지 않는다. 확정된 손해나 고의에 대한 판단을 새로 만들지 않는 범위에서 살피더라도, 문장이 어느 칸에도 곧바로 놓이지 않는 까닭은 문장 안에 법리와 판단이 함께 있기 때문이지, 이 문장의 결론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러므로 세 칸을 적는 작업에서 그러한 문장은 표시를 할 자리만 남기고, 그 문장을 넣을 칸을 새로 만들지 않기로 한다. 네 번째 칸을 더하는 일은 글로 된 판결문을 정해진 칸에 나누어 적기로 한 작업의 모양을 바꾸는 일이므로, 문장이 어느 칸에도 놓이지 않는 사실은 문장 옆에 표시로만 남긴다. 문장을 억지로 끊어 두 칸에 나누어 넣는 일 역시 삼간다. 나뉜 자리가 같은 문장의 앞뒤를 잇지 못하게 되면, 법리가 서 있는 자리를 따로 읽은 뒤에 그 법리가 무엇에 놓였는지를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모양은 정해진 칸에 나누어 적는 작업의 바깥에 남기는 표시로만 둔다.

1.5견주기가 남긴 작업의 표시

법리 설시와 포섭이 한 문장에 섞인 문장들을 모아 적은 데서 멈추지 않고, 두 사람이 따로 나눈 뒤 그 결과를 견주어 본다면 어떤 흔적이 남는지 살필 차례이다. 견주어 본 기록에서 표시가 어긋난 자리를 관찰한 대로 적는다. 그 표시를 확정된 손해나 고의에 대한 판단으로 읽거나, 옳은 자리를 고르는 일로 바꾸지는 않는다.

앞에서 본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관한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시사항은 쟁점을 열거하는 대목과 그에 대한 답변을 한 덩어리로 묶고 있다. 판시사항 [1]은 먼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유관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무관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이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를 쟁점으로 내세운다. 뒤에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경우, 무관정보 부분에 대한 압수가 위법한지 여부(적극) 및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거나 피고인 등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한 경우, 위법성이 치유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가 이어진다. 같은 행에 쟁점과 판단이 함께 놓인 이 모양은, 쟁점 칸에 무엇을 옮길지 판단 칸에 무엇을 옮길지에 대한 표시가 한 사람의 손에서도 갈릴 수 있음을 보인다.

판시사항 [1]은 다시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기존 압수·수색 과정에서 취득한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하드카피·이미징 등 형태의 복제본을 탐색, 복제 또는 출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더라도 위법한지 여부(적극)"(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를 덧붙인다. 판시사항 [2]도 같은 결을 이어가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와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법원이 위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이라 적는다. 기준어와 답변이 한 줄에 붙은 이 표기는, 판시사항만을 가진 자료에서 쟁점의 제목과 판단의 내용을 갈라 적을 때 무엇을 근거로 삼아야 하는지 그 자리를 그대로 드러낸다.

나눈 뒤 견주어 보면 두 사람이 같은 문장을 쟁점 쪽과 판단 쪽에 각각 다르게 옮긴 곳이 남는다. 앞 문단의 표기에서 괄호 안의 답변을 판단 칸에 두는 사람과, 그 문장 전체를 쟁점 칸에 두는 사람이 갈리는 자리를 관찰할 수 있다. 이 견주기의 기록은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글로 된 판결문을 정해진 칸에 나누어 적은 작업의 표시에 그친다.

판결 이유에서 확인한 내용도 같은 구분을 요구한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무관정보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한다. 이 문장에는 사실의 전개와 법적 평가가 함께 놓여 있다. 어느 한 칸만을 정해 두는 표시로는 그 안의 결합이 남는다.

결국 견주어 본 뒤 남는 표시는 자리를 정해 주지 않고, 서로 어긋난 자리를 가리킬 뿐이다. 판시사항의 기준어와 답변이 한 줄에 붙은 모양, 그리고 사실과 평가가 한 문장에 놓인 모양은 그대로 기록으로 남는다. 이 표시를 정답을 고르는 일로 바꾸지 않는 한, 견주기는 작업의 흔적을 남기는 일에 머무른다.

1.6규칙이 비어 있는 세 자리

작업의 표시가 어긋난 자리를 관찰한 기록까지는 이미 남았다. 이제 그 기록 가운데 표시를 붙일 규칙이 아직 서 있지 않은 자리를 차례로 적어 둘 차례이다.

첫째로 남는 자리는 익명 처리된 판결문에서 가려진 당사자 표기가 어느 쪽에 적히는지이다. 이 견줌의 판결문에는 당사자 이름 자리에 가림 표시가 놓여 있고, 그 표시가 사실관계의 당사자 쪽에 남는지 아니면 판단의 쪽에 남는지에 관한 규칙은 미정이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요지는 절차 위반을 다루면서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와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법원이 위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 적는다. 이 판시사항은 수사기관의 행위를 쟁점의 한쪽 당사자 자리에 놓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익명 처리된 글에서 그 자리의 표시가 어느 칸에 남을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둘째로 남는 자리는 판결요지가 이유의 어느 층까지를 요약한 것으로 볼지이다. 이 견줌의 판결문에서 판결요지와 이유는 길이와 층위가 서로 다르다. 같은 판결의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먼저 밝히고(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이어서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원칙을 서술한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요지가 원칙의 문장까지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요지가 예외의 조건까지 담은 것으로 볼지, 아니면 예외의 판단을 이유의 몫으로 남길지에 관한 규칙은 미정이다.

세째로 남는 자리도 같은 대목에서 갈린다. 같은 판결의 요지는 예외의 경우를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까지 서술한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그 뒤에 놓인 판단 기준의 나열인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문장은(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요지의 어느 층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규칙이 서 있지 않다. 요지와 이유 사이의 경계를 어느 문장에서 그을지가 미정으로 남는다.

넷째로 남는 자리는 법리 설시와 포섭이 한 문장에 섞인 경우의 나눔이다. 앞서 적은 예외의 문장은 법원이 사용할 수 있는 예외의 요건을 서술하면서 그 평가가 이 사건에서 성립하는지까지 함께 말하고 있다. 요건의 서술과 사안의 대응을 어느 순서로 끊어 적을지에 관한 규칙은 미정이다. 같은 판결의 요지가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기존 압수·수색 과정에서 취득한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하드카피·이미징 등 형태의 복제본을 탐색, 복제 또는 출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복제본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더라도 위법한지 여부(적극)"라 적는 대목에서도(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쟁점에 대한 답과 그 답이 놓인 사정이 한 자리에 붙어 있다. 이 자리를 세 칸 중 어디에 둘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렇게 규칙이 비어 있는 자리는 당사자 표기의 자리, 요지가 닿는 층의 깊이, 법리와 포섭이 섞인 문장의 나눔으로 셋이다. 이 견줌의 기록은 세 자리 모두를 미정으로 남겨 두었다. 여기에 규칙 초안을 세우거나 그 자리를 확정하는 일은 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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