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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데이터의 구조화: 쟁점·사실·판단의 분리 · Volume 48 · Chapter 2 · First edition

판결문은 자료의 표가 아니다

판결문이 읽는 사람을 설득하는 글이라는 점은 구조화에 어떤 조건이 되는가?

Length
about 2,700 words · 12 min
Sources
2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2.1판결서가 갖추는 법정 기재 형식
  3. 2.2항소이유에 답하는 설득의 글
  4. 2.3글의 흐름과 자료의 칸
  5. 2.4한 문서에 갈린 여러 의견
  6. 2.5칸에 담기는 목소리의 구분
  7. 2.6구조화 기록의 성격과 한계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 장은 판결문이 읽는 사람을 설득하는 글이라는 점이 구조화에 어떤 조건이 되는지를 묻는다. 판결서가 갖추는 법정 기재 형식과 항소이유에 답하는 글의 성격을 세우고, 글의 흐름을 자료의 칸으로 옮길 때 생기는 이질감을 살핀다. 한 문서에 갈린 여러 의견과 칸에 담기는 목소리의 구분을 지나, 구조화 기록의 성격과 한계를 맺는다.

2.1판결서가 갖추는 법정 기재 형식

미정으로 남긴 자리를 정하기 전에, 판결문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팀은 판결문 1만 건을 쟁점, 인정된 사실, 판단의 세 칸으로 나누어 적기 시작하면서 그 글의 성격을 판결서에서 찾았다.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판결서에 적을 항목을 열거하고 있으므로, 그 열거가 판결문의 골격을 이룬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은 판결서의 바탕을 이렇게 정한다. "판결서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판결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1.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2. 주문 3. 청구의 취지 및 상소의 취지 4. 이유 5. 변론을 종결한 날짜. 다만, 변론 없이 판결하는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하는 날짜 6. 법원" (민사소송법 제208조). 판결서는 글쓴이가 항목을 고르는 문서가 아니라, 법이 가리킨 여섯 항목을 갖춘 문서다. 각 호가 여섯 자리임은 이 사례에서 나뉘어 적는 자리의 수와 그대로 겹친다.

이어지는 항이 이유의 내용을 더듬는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은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고 정한다. 이유는 무엇이나 길게 쓰는 자리가 아니다. 주문을 떠받칠 만큼 당사자의 주장과 공격·방어방법에 대한 판단을 표시하는 자리다. 팀이 원심의 사실 인정을 전한 뒤 상고심의 판단을 이어 쓴 문장에서, 그 안에 담긴 판단들을 함께 본 까닭도, 이유가 그 판단들을 담는 자리임에 있다.

다만 제3항이 예외를 둔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은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제1심 판결로서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과 제216조제2항의 판단에 관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표시할 수 있다. 1. 제257조의 규정에 의한 무변론 판결 2. 제150조제3항이 적용되는 경우의 판결 3. 피고가 제194조 내지 제196조의 규정에 의한 공시송달로 기일통지를 받고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의 판결"이라고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판결마다 이유의 길이가 같지는 않다. 이 세 경우에 한해 이유를 간략하게 적을 수 있으므로, 한 판결문의 판단 표시가 짧다는 사실만으로 층을 지어낼 수는 없다.

끝으로 서명의 자리를 남겨둔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4항은 "법관이 판결서에 서명날인함에 지장이 있는 때에는 다른 법관이 판결에 그 사유를 적고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판결서는 판결한 법관의 서명날인을 거쳐 비로소 완성된다. 판결문에 남는 글씨가 그 형식 안에서 쓰인 것임을 전제로 삼아야, 그 글을 뜻대로 나누어 적는 일이 비로소 뜻을 얻는다.

2.2항소이유에 답하는 설득의 글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판결서가 갖추어야 할 형식을 열거하면서, 그 가운데 이유의 기재 방법을 별도로 규정한다. 이어서 판결문의 성격을 논하기에 앞서, 그 이유란 당사자의 공격·방어에 대한 응답으로서 작성된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판결서가 법이 정한 형식으로 쓰인 문서라는 점은 이미 확인된 바이지만, 형식의 항목을 갖추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판결문이 담은 내용의 성격을 파악할 수 없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은 판결서의 이유에 관하여,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고 정한다. 이 규정에서 주목할 것은 이유의 기재가 주문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재판소가 주문을 먼저 내세워 그 이유를 설명하는 형식을 취하더라도, 그 설명은 당사자가 제출한 공격·방어방법을 상대로 삼아 작성된다. 따라서 판결문의 이유는 당사자의 말에 재판소가 응답하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위 조문이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고 규정한 대목은, 판결문이 당사자의 말을 담고 있음과 동시에 그 말에 대한 판단을 담고 있음을 함께 보여준다. 이 판결문은 연구팀이 정한 세 칸 가운데 쟁점과 판단을 한 자리에 놓는다. 즉, 당사자가 무엇을 다투었는지와 재판소가 그 다툼에 대하여 내린 대답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다는 뜻이다. 항소이유에 대한 응답이 그렇다. 항소심의 판결문은 제1심 판결을 공격하는 상대방의 논거를 받아 그 타당성을 따져 보이는 글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은 판결서의 이유가 갖추어야 할 내용의 최저한을 정할 뿐, 그 내용을 문장 단위로 어떻게 나누어 적을지까지 규정하지 않는다. 이 규정은 기재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지, 기재의 형식을 문장 단위로 정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 문장 안에 당사자의 주장과 원심의 사실 인정과 상고심의 판단이 함께 놓이는 경우, 그 문장을 어떻게 셋으로 나눌 것인지에 관한 규칙은 이 규정에서 직접 찾아낼 수 없다. 연구팀이 작성하려는 규칙 초안은 결국 이 규정이 정한 바의 바깥에 위치한다.

판결문이 항소이유에 대한 응답과 설득을 담은 글이라는 점을 세운다면, 문장마다 누구의 말인지 가르는 작업은 글의 성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판결문의 문장을 옮길 때 그 안에 담긴 말이 누구의 말인지 가르는 일은 단순한 기계적 분류가 아니다. 그 말이 담긴 자리, 즉 재판소가 당사자에게 응답하는 자리라는 성격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글의 성격을 확인하는 작업은 셋으로 나누는 규칙 자체의 확정과는 별개의 일이다. 규칙 초안을 세우는 것은 이 성격을 근거로 삼되, 그 확정은 별도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

2.3글의 흐름과 자료의 칸

설득의 글이었다는 규정은 판결문을 낱문장의 모음이 아니라 이어진 산문으로 보게 한다. 그런데 연구팀이 쟁점·인정된 사실·판단의 세 칸에 옮겨 적기 시작하면, 이 흐름은 잘게 끊긴다. 이 글이 맞춰 넣을 칸의 모양과 판결문이 실제로 놓이는 자리가 서로 어긋날 때 생기는 이질감이 이 절의 주제이다.

글의 이어짐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민사소송법 제208조가 판결서의 항목으로서 밝힌다. 이 절의 취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 규정을 인용하면, "판결서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판결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1.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2. 주문 3. 청구의 취지 및 상소의 취지 4. 이유 5. 변론을 종결한 날짜. 다만, 변론 없이 판결하는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하는 날짜 6. 법원"이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이 목록에 쟁점이나 인정된 사실이라는 항목은 없다. 항목이 나뉘는 곳은 당사자·주문·청구의 취지·이유의 경계이고, 쟁점·사실·판단은 그 안의 어느 항목에도 대응하여 놓이지 않는다. 글로 이어지는 판결문을 세 칸에 옮길 때 먼저 마주치는 낯섦이 여기서 나온다.

그중에서도 '이유'라는 항목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는 규정이 따로 밝힌다. 같은 조 제2항은,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고 적는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조문이 놓는 자리는 '판단'이며, 판단이 대상으로 삼는 자료는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이다. 다시 말해 이 항목은 판단의 자리만을 규정하고, 사실의 인정이라는 별도의 자리를 두지 않는다. 사실을 인정하는 문장은 이 항목 안에 놓이되, 판단의 자료라는 지위에서만 놓인다. 세 칸 가운데 사실 칸을 따로 두는 나눔은 조문이 그려 놓은 자리와 맞지 않으므로, 어디까지를 사실 칸으로 옮길지에는 흔들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같은 조 제3항이 두는 예외는 항목의 범위를 다시 줄인다. 그 단서를 그대로 옮기면,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제1심 판결로서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과 제216조제2항의 판단에 관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표시할 수 있다"고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이 예외가 적용되는 판결서에는 판단의 자리가 더 좁아진다. 쟁점 칸이나 사실 칸을 무엇으로 채울지에 관한 규칙은, 그 판결서의 범위 안에서는 다른 형태를 띠어야 한다. 판결문마다 칸에 담길 자료가 넉넉하지 않은 까닭이 이 조항에서도 드러난다.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의 다수의견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처분이 "하나의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 한 문단은 당사자의 주장, 원심의 사실 인정, 상고심의 판단을 함께 담는다. 세 칸 가운데 어느 한 칸을 찾아가려 하면 나머지 둘은 그 문단 안에 남는다. 따라서 한 문단이 한 칸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나눔이 시작된다. 문장을 어떤 순서로 가를지, 그리고 앞뒤 문장의 관계를 어떻게 표시할지에 관한 규칙은 다음 장의 몫이다. 연구팀이 작성하기 시작한 견주어 보기는, 이 견낌을 표시한 기록에 그치며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이루지 않는다. 어느 층이 서로 섞이는지와 층을 가르는 표지의 나열은 다루지 않고 남겨 두었다.

2.4한 문서에 갈린 여러 의견

칸에 갈린 글줄의 이질감을 살핀 뒤에는 판결문 한 편이 여러 목소리를 함께 담는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연구팀이 첫 판결문을 쪼개어 적으며 겪은 혼란은 문장의 겉모양만이 아니라 문장마다 다른 화자가 서 있다는 데서도 나왔다.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은 그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이 결정에서 세 번째 쟁점에 관한 판시는 "다수의견"과 "제1 처분에 관한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으로 갈라져 있고, 두 의견은 같은 사건의 같은 문서 안에 놓인다.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전체 압수·수색 과정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준항고인이 전체 압수·수색 과정을 단계적·개별적으로 구분하여 각 단계의 개별 처분의 취소를 구하더라도 준항고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된 개별 처분의 위법이나 취소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해 압수·수색 과정 전체를 하나의 절차로 파악하여 그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이 압수·수색 절차 전체를 위법하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에 따라 전체적으로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할 것인지를 가려야 한다"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 판단 기준을 다수의견이 밝힌 것임을 표시하지 않고 옮기면, 문서 안의 다른 목소리와 뒤섞인다.

같은 쟁점에 관해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다른 경로를 제시한다.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은 "준항고법원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압수·수색을 취소할 것인지 여부 및 취소한다면 어느 범위에서 취소할 것인지를 형사법적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결국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압수·수색 과정에 관하여 위법 여부를 가린 후 결과에 따라 압수·수색 과정 전부를 취소할 수도 있고 또는 압수·수색 과정을 단계적·개별적으로 구분하여 일부만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민사소송법 제163조의2).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은 모두 "전체"와 "구분"을 쓰지만, 구분된 처분을 따로 판단할 수 있는지에 관한 태도가 갈린다. 두 문장을 각각 다른 뜻으로 읽히게 하는 것은 화자 표시다.

그런데 이 문서에서 목소리가 갈리는 자리는 세 번째 쟁점에 한정된다. 앞의 두 쟁점에 관한 판시는 "[1]", "[2]"의 번호로 나누어져 있으나 그 안에 화자를 가르는 표지는 붙지 않았다. 요약 부분에서도 "[3]"에 "[다수의견]"이 붙는 데 비해 "[1]"과 "[2]"에는 같은 표시가 없다. 같은 문서 안에서도 화자 표시가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함께 놓이는 셈이다.

문서 한 편 안에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나란히 놓인다는 사실은 판결문을 하나의 표로 옮기면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표의 한 칸에는 하나의 값이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2011모1839의 세 번째 쟁점에 관한 판단은 한 자리에 두 값이 함께 놓인다. 연구팀이 쟁점·인정된 사실·판단의 세 칸으로 나누어 적기로 한 뒤 겪어야 할 문제는, 한 칸에 어느 목소리를 넣을 것인가이다. 이 자료가 밝히는 것은 판결문이 한 문서에 갈린 의견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며, 어느 목소리를 어느 칸에 옮길 것인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5칸에 담기는 목소리의 구분

여러 목소리가 한 문단에 놓일 때, 자료의 한 칸에 무엇을 옮겨 적을지 가르려면 먼저 그 문장이 누구의 말인지 밝혀야 한다. 앞 절에서 확인한 대로 판결문은 한 문서에 갈린 의견을 함께 담을 수 있으므로, 문단의 어느 부분이 재판부의 판단이고 어느 부분이 원심이나 당사자에게 돌아갈 것인지 나누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연구팀이 첫 판결문에서 마주한 문단은 원심의 판단을 인용한 뒤 이어지는 문장 안에 당사자의 주장과 원심의 사실 인정, 상고심의 판단이 함께 놓인 경우였다(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처럼 한 문단 안에 겹친 목소리를 그대로 한 칸에 옮기면, 쟁점과 인정된 사실, 판단이 서로 섞이게 된다.

누가 말하는가를 가르는 일은 판결서가 갖춰야 할 항목에서 출발한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은 판결서에 적어야 할 사항을 적으면서, "판결서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판결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사항으로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주문, 청구의 취지 및 상소의 취지, 이유, 변론을 종결한 날짜, 법원을 차례로 들고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라고 하면서, 이유 안에 당사자의 주장과 그에 대한 판단이 함께 놓임을 밝히고 있다(민사소송법 제208조). 이 규정은 판결서의 이유에 여러 목소리가 함께 놓일 수 있음을 구조적으로 예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유 안에 놓인 문장은 그 출처에 따라 나뉠 수 있다.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의 판결요지는 쟁점 [1]에 관하여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파일 전부를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이하 ‘복제본’이라 한다)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현장의 사정이나 전자정보의 대량성으로 관련 정보 획득에 긴 시간이 소요되거나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라고 설시한다. 같은 결정의 판결요지는 쟁점 [2]에 관하여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피압수·수색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라고 이어진다(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 문장들에는 법리를 설시한 대목과 그 법리를 사건에 적용하는 대목이 함께 놓여 있다.

문제는 그 안에서 다시 목소리가 갈리는 경우다. 위 결정은 쟁점 [3]에 관하여 "[다수의견]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루어진 현장에서의 저장매체 압수·이미징·탐색·복제 및 출력행위 등 수사기관의 처분은 하나의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라고 설시하고, 같은 쟁점에 관하여 "[제1 처분에 관한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 컴퓨터용디스크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저장매체’라 한다)에 관한 압수 절차가 현장에서의 압수 및 복제·탐색·출력과 같은 일련의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고 각 단계의 개별 처분이 구분될 수 있어 개별 처분별로 위법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이상, 그에 관한 취소 여부도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는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과정이 모두 종료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라고 덧붙이고 있다(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같은 쟁점을 두고 달리 갈리는 의견이 한 문서 안에 함께 실려 있으므로, 어느 의견의 말인지 표시하지 않고 한 칸에 옮겨 적으면 두 목소리가 하나로 뭉개진다.

이 사례에서 연구팀이 작성한 문장별 구분의 규칙 초안은 확정된 규칙이 아니다. 익명 처리된 판결문에서 가려진 당사자 표기가 사실관계의 어느 쪽에 남을지, 판결요지가 이유의 어느 층까지를 요약한 것으로 볼지, 법리 설시와 포섭이 한 문장에 섞인 경우 어떤 규칙으로 나눌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다만 이 견줌에서 분명한 것은 한 문단에 놓인 목소리를 가르는 일이 판결문을 정해진 칸에 옮겨 적는 작업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문장마다 누구의 말인지 가르는 규칙이 확정되기 전까지, 두 사람이 따로 나눈 뒤 견주어 본 표시는 그 자체로 한 가지 구분의 시도에 그친다.

2.6구조화 기록의 성격과 한계

문단 안의 목소리를 가르는 초안을 세웠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법적 평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이 1만 건의 판결문에서 만드는 기록은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라, 글로 된 판결문을 정해진 칸에 나누어 적은 작업의 표시에 그친다. 그러한 표시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담지 않는지 가늠하려면, 판결서에 무엇이 적히도록 되어 있는지부터 법문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은 판결서에 적힐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208조(판결서의 기재사항 등) ①판결서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판결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1.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2. 주문 3. 청구의 취지 및 상소의 취지 4. 이유 5. 변론을 종결한 날짜. 다만, 변론 없이 판결하는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하는 날짜 6. 법원" (민사소송법 제208조) 이 사항들은 판결문이라는 글의 기본 뼈대이며, 쟁점·사실·판단의 칸으로 옮길 때 반드시 거쳐 가는 자리들이다. 다만 이 사항들이 적힌다는 것이 곧 그 글이 자료의 표와 같은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칸에 무엇을 담을지 정하는 데는 이유의 범위를 그은 조문도 함께 살핀다. 같은 법 제208조 제2항은 이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208조(판결서의 기재사항 등) (…) ②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 이 조문은 이유가 당사자의 주장과 판단을 함께 담되,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만 쓰여도 좋다는 취지를 밝힌다. 따라서 기록을 채울 때는 이 범위를 벗어난 무엇을 기록 자체에서 찾아낼 수 없다. 같은 조 제3항은 제1심의 일정한 판결에서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과 제216조제2항의 판단에 관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표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이러한 판결문에는 이유의 결이 짧게 남기 마련이다. 이 경우에 남은 글을 그대로 옮겨 적을 때, 적히지 않은 판단까지 기록에서 끌어내지 않아야 한다.

기록이 법적 평가를 끌어내지 못하는 까닭은, 판결문에 담긴 판단이 어떤 목소리와 함께 놓이는지 그 자체로 읽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의 판시사항은 먼저 판단 대상의 나뉨을 다음과 같이 짚는다. "[3]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루어진 현장에서의 저장매체 압수·이미징·탐색·복제 및 출력행위 등 일련의 행위가 모두 진행되어 압수·수색이 종료된 후 전체 압수·수색 과정을 단계적·개별적으로 구분하여 각 단계의 개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가 있는 경우, 당해 압수·수색 과정 전체를 하나의 절차로 파악하여 그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이 압수·수색 절차 전체를 위법하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에 따라 전체적으로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할 것인지를 가려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위법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 문장은 다루어야 할 쟁점의 범위를 가리킬 뿐이고, 그 쟁점에 대한 답변을 바로 확정해 주지는 않는다. 판시사항만 옮겨 적은 칸에 판단의 결과를 보태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한 쟁점에 관하여 이 결정의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수의견] (…)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준항고인이 전체 압수·수색 과정을 단계적·개별적으로 구분하여 각 단계의 개별 처분의 취소를 구하더라도 준항고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된 개별 처분의 위법이나 취소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해 압수·수색 과정 전체를 하나의 절차로 파악하여 그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이 압수·수색 절차 전체를 위법하게 할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에 따라 전체적으로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할 것인지를 가려야 한다"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 문장에는 판단의 틀과 그 전제가 함께 담겨 있다. 같은 결정에는 "제1 처분에 관한 대법관 김용덕의 별개의견"이 이어지고, 그 별개의견은 다른 정리된 견해를 함께 적고 있다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한 문단에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함께 놓이면, 어느 쪽을 어떤 칸에 옮길지 정하는 것이 작업의 출발점이다. 목소리를 정확히 옮겼다고 해서, 그 문장 사이에서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기록이 다루는 것은 법적 평가가 아니라 글의 자리 배치에 가깝다. 연구팀이 견줌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판결문의 문장들을 쟁점·사실·판단의 칸에 옮기면서 무엇을 어느 칸에 두었는지 밝힌 작업의 표시이다. 익명 처리된 판결문에서 가려진 당사자 표기가 사실관계의 어느 쪽에 남는지, 판결요지가 이유의 어느 층까지를 요약한 것으로 볼지, 법리 설시와 포섭이 한 문장에 섞인 경우 어떤 규칙으로 나눌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미정인 자리는 미정으로 두고, 정해진 칸에 옮겨 적는 표시만 남기는 태도가 이 작업의 한계를 이루며, 그 한계 안에서만 기록이 쓰인다.

Statutes referred to

Decisions referred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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