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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데이터의 구조화: 쟁점·사실·판단의 분리 · Volume 48 · Chapter 7 · First edition

층을 알아보는 표지

판결문의 문장에서 그 말이 누구의 것인지는 어떤 표지로 알아보는가?

Length
about 2,400 words · 10 min
Sources
0 statutes · 1 decisions
As of
2026-10-11
On this page
  1. Summary
  2. 7.1층을 가르는 표지 목록
  3. 7.2당사자 주장의 표지
  4. 7.3원심 판단을 가리키는 표지
  5. 7.4판단을 여는 표지
  6. 7.5사실 서술의 표지
  7. 7.6한 문장에 겹친 표지
  8.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이 장은 판결문의 문장에서 그 말이 누구의 것인지를 어떤 표지로 알아보는지를 묻는다. “…라고 주장한다”, “원심은”, “…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표현을 목록으로 정리한다. 그 표현이 어느 층의 표지인지에 따라 나누어 적고, 한 문장에 표지가 겹칠 때의 모습을 살핀다.

7.1층을 가르는 표지 목록

문장마다 누구의 말인지 묻는 규칙 초안을 세우고 나면, 다음 일은 그 규칙을 판결문에 실제로 대조할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문장 속에 섞인 당사자 주장과 사실 인정, 심급의 판단을 가르려면 눈에 보이는 표현이 있어야 하고, 그 표현의 모음이 곧 층을 가르는 표지 목록이 된다. 표지는 문장에 붙은 표시이므로 그 자체로 층을 이룬 것이 아니며, 표지가 놓인 자리에서 어느 층의 말인지 읽어 내는 데 쓰일 뿐이다. 표지 목록에는 원문에 실제로 나타나는 표현만을 올리고, 사안에서 새로 지어낸 표시는 올리지 않는다.

표지 목록에 담을 문장은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원문에서 찾아야 한다. 표지는 문장에 실재하는 낱말이므로, 그 판결문에 등장하지 않는 표현을 목록에 추가하면 원문에 없는 층의 경계를 스스로 만들어 붙이는 셈이 된다. 반대로 목록에 없는 표현을 만났을 때 임의로 어느 층에 집어넣으면, 표지 목록은 규칙의 모음이 아니라 정답지의 역할을 하게 된다. 목록에 없는 표현을 만나면 미정으로 남기고, 확정은 뒤의 검토에서 한다.

그러나 이 판결의 자료가 제공한 내용은 판시사항과 판결요지뿐이다. 판시사항에는 "[1]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유관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무관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이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라는 표현이 놓여 있다. 이 문장에서 쟁점을 묻는 형식과 그 쟁점에 대한 답변의 방향과 한정을 함께 적는 표시가 함께 나타난다. 판시사항에 나타난 이 표시들만으로는 누가 어떤 주장을 하였는지, 어느 심급이 어떤 사실을 인정하였는지를 적는 자리가 확정되지 않는다.

원문의 층을 가르는 표지 목록을 확정하려면 판결문 본문이 있어야 하는데, 본문은 이 판결의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당사자의 말을 옮기거나 원심의 판단을 적거나 상고심의 결론을 서술하거나 사건을 지시하는 표현이 원문 어디에 몇 번 나타나는지, 그 표현이 어떤 문장과 이어지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확인되지 않은 표지를 목록에 올릴 수 없고, 목록에 올리지 않은 표지로 층을 표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층을 가르는 표지 목록의 자리는 마련되었으되, 목록 자체의 확정은 미정으로 남는다. 목록에 올릴 표현과 그 표현이 어느 층의 표지인지는 판결문 본문에서 원문의 표현을 그대로 모아야 하고, 그때 표지에 붙일 층의 이름은 앞서 세운 규칙 초안에서 가져온다. 목록에 없는 표현을 임의로 어느 층에 넣지 않고, 원문에 없는 표지를 새로 만들어 붙이지 않는 두 가지 방침은 표지 목록을 세우는 내내 그대로 지킨다.

7.2당사자 주장의 표지

앞 단위에서 모은 표지 목록은 누가 말했는지를 가르는 척도로 쓰이되, 각 표지의 자리는 원문의 문장에 새겨져 있다. 그중에서도 당사자의 말을 옮기는 표지에 해당하는 것은…라고 주장한다류의 표현이고, 이 표지가 붙은 문장을 어느 칸에 옮길지가 이 절의 논점이다. 그 문장이 사실의 칸에 함께 적히는 순간, 주장이 인정된 사실로 둔갑하게 되므로 표지의 자리는 칸의 경계와 직결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절차에 어긋나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한다고 정하면서도, 증거로 삼을 수 없는 사정을 넓게 열거하는 대신 소급되지 않는 예외를 조건과 함께 두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위법한 증거의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건을 밝히면서,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조문의 예외 문구가 붙어 있음을 표지 목록의 관점에서 보면, 조문 안에도 사용 조건이 함께 놓여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판결문의 한 문단은 당사자의 주장과 원심의 인정 사실, 그리고 법원의 판단을 한 문장에 함께 실을 때가 있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무관정보 부분에 대한 압수의 위법성을 밝히면서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무관정보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하였다. 이 문장에 당사자의 말을 옮기는 꼬리표가 붙지 않았으므로 주장의 표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같은 문장이라도 당사자가 자기의 견해를 밝혔다는 뜻의 꼬리표가 붙어 있으면 그 꼬리표가 가리키는 말은 그대로 주장의 칸에만 옮겨 적어야 한다. 그 내용을 사실의 칸에 적어 올리거나, 표지를 떼고 인정된 사실처럼 확정해 쓰는 것은 앞선 견줌의 규칙에 어긋난다. 표지는 글에 붙은 자국이고, 그 자국을 지운 채 옮기면 누구의 말인지 가르는 잣대가 사라진다.

한편 당사자의 말을 옮기는 꼬리표와 앞심의 판단을 가리키는 꼬리표가 한 문단 안에서 겹쳐 나오면, 앞쪽 꼬리표는 주장에, 뒤쪽 꼬리표는 판단에 대응한다. 이때 앞쪽 표현에 붙은 말은 표지의 뜻을 그대로 따라 주장의 칸에만 적히고, 뒤쪽 표현이 가리키는 자리는 다른 층의 표지로 다루어진다. 어느 표지가 붙었는지를 먼저 적어 두면, 나중에 세 칸의 자리를 옮기더라도 문단의 층이 뒤섞이지 않는다. 이 같은 표지 표시는 인용된 문장을 제자리에 놓는 작업의 자국일 뿐, 인정된 사실이나 확정된 손해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7.3원심 판단을 가리키는 표지

…라고 주장한다 표현이 당사자의 말을 가르는 표지였다면, 판결문 가운데에는 앞심의 판단을 그대로 옮긴 문장도 함께 놓인다. 그런 문장은 세 칸 가운데 어느 칸에 적어야 하는지를,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문장을 살피며 가늠해 본다. 여기서는 그 표현이 놓인 자리를 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며, 두 심급의 판단을 실제로 가르는 일은 다루지 않는다.

이 판결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둘러싼 여러 쟁점을 함께 다룬다.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무관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를 두고,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수사기관으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 문장은 이 법원이 쟁점에 대해 내린 판단 그 자체이다. 판결문 안에서 이런 문장과, 앞심의 결론을 전하는 문장은 겉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자리를 달리한다.

원심의 판단을 전하는 표지는 보통 원심은 …라고 판단하였다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 표현 앞부분은 원심이 무엇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옮기는 자리이고, 뒤에 이어지는 「그러나」 또는 「살펴보면」 뒤가 이 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므로 원심은 …라고 판단하였다로 끝나는 문장 자체는 이 법원의 결론이 아니다. 앞 단위에서 …라고 주장한다가 붙은 문장을 주장의 칸에만 적었던 것과 같은 이치로, 원심은 …라고 판단하였다가 붙은 문장은 앞심 판단을 가리키는 표지로 읽고 판단의 칸과는 구분해 둔다. 다만 그 문장이 속한 문단 전체가 곧 어느 한 층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므로, 문장마다 표지를 살펴 자리를 정하는 수고가 남는다.

이 판결은 무관정보를 그대로 보관한 경우의 위법성에 관해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에서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리고 복제본에 대한 사후 영장 발부가 위법하다는 결론도 함께 내린다. 이와 같은 판단의 문장들은 이 법원의 층에 놓인다. 앞심에서 달리 보았더라도, 표지가 붙지 않은 채로 이 법원의 결론을 서술하는 문장을 원심의 말로 오인하지 않도록 문장의 주어를 확인하는 것이 요긴하다.

판결요지에서 대법원이 정리한 쟁점의 범위를 보면, 두 심급이 갈리는 지점이 어디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관정보에 대한 압수의 위법성과 위법성 치유 여부, 복제본 탐색의 허용 여부가 쟁점으로 열거되어 있다. 그러나 판결요지는 이유의 어느 층까지를 요약한 것으로 볼지가 미정이고, 그 요약이 원심 판단과 대법원 판단을 각각 어떻게 담아내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표지에 의지해 문장의 출처를 가르는 작업은 그렇게 미정으로 남은 자리를 함께 표시해 가며 진행된다.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내리는 일이 아니라, 글로 된 문장을 셋으로 나누어 적는 표시의 문제로 한정되는 까닭이다.

결국 원심은 …라고 판단하였다는 앞심의 판단을 전하는 표지로 두고, 이 법원이 직접 내린 결론과는 분리해 기록한다. 문장 안에 원심의 판단과 상고심의 판단이 한데 놓인 경우에도, 표지의 위치를 기준으로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를 좁혀 두 심급의 말을 나눈다. 이 견줌이 바로 이 법원의 결론으로 읽히지 않게 표시해 두는 일, 그 한 가지에 그친다.

7.4판단을 여는 표지

…라고 할 수 있다류의 표현이 앞 문단에서와 마찬가지로 한 문단의 결론을 내리는 자리에 놓이지만, 그 표현이 가리키는 판단의 주체와 대상이 어디까지인지는 그 자체로 가려지지 않는다. 이 문제를 다루기 전에 그 표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라고 할 것이다류의 표현은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결론 문장에 그대로 쓰여 있다. 판결요지[1]는 우연히 발견한 무관정보의 처리에 관하여 같은 판결에서 "수사기관으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설시한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이 인용은 …할 수 있다류로 끝나는 문장이 판단의 결론을 이루는 자리에 놓임을 보여준다. 같은 판결요지[2]는 절차를 어겨 수집한 증거와 그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두고 같은 판결에서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밝힌 뒤, 예외가 성립하는 조건을 덧붙인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이 인용은 …것이 원칙이다류로 끝나는 문장 역시 판단의 결론에 놓인다는 점을 함께 보인다.

따라서 연구팀은 …라고 할 것이다류의 표현이 붙은 문장을 판단의 칸에 적기로 한다. 이 규칙은 문장이 놓인 자리를 따라 판단의 칸으로 옮겨지는 것일 뿐, 문장 안에서 법리 설시와 포섭이 저절로 가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위 판결요지[2]의 예외 사정 나열처럼 한 문장에 조건의 구체적 요소가 겹쳐 실릴 수 있고, 그 안에서 어떤 대목이 법리이고 어떤 대목이 이 사건에 대한 포섭인지는 이 규칙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또한 표지의 어형이 같다고 판단의 층이 같은 것은 아니다. 위 인용 앞문은 …할 수 있다로, 뒷문은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로 끝나는데도 둘 다 판단의 결론을 이룬다. 반대로 …라고 판단하였다류의 표현이 붙은 문장은 앞심의 판단을 전할 뿐, 그 문장이 쓰인 자리가 이 법원의 결론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표지는 문장이 어느 칸에 들어갈지 여는 열쇠일 뿐, 문단 전체의 층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라고 할 것이다류의 표현은 판단의 문을 여는 표지로 읽는다. 표지가 열어 준 판단의 문 안에서 법리 설시와 포섭을 실제로 나누는 일은, 표지의 어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미정의 과제로 남는다.

7.5사실 서술의 표지

표지 목록이 판단의 층만 가르기 시작하면, 곧 남는 문제가 서술된 사실을 어느 칸에 둘지이다. 연구팀이 만든 세 칸 가운데 사실의 칸은 쟁점이나 판단과 달리, 글쓴이의 평가가 아니라 글 안에 적힌 행위와 정황을 옮겨 적는 자리다. 이 자리는 어떤 표현이 글로 된 대목을 사실 서술로 여는지 가르는 표지가 있어야 채워진다. 그 표지 가운데 하나가 문장 앞에 붙는 이 사건에서류의 표현이다.

서술 대목이 사실의 층에 놓인다는 점을 보이려고, 압수·수색 절차의 경위를 적은 다음 구절을 옮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르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이 구절은 법문의 내용을 그대로 적은 것이므로 조문을 인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연구팀은 이 구절을 사실의 칸에 두지 않고 조문 인용으로 따로 표시하기로 한다.

이 사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글로 적은 자리로 가보자.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결요지는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의 수사를 위하여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으로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이 문장은 수사기관이 한 행위의 성격을 가리키고 있으므로, 사실의 칸에 행위로 적어 두는 대상이 된다. 다만 다르지 않다는 말이 법적 평가를 함께 담고 있는지는 미정으로 둔다.

사실 서술에 당사자 표기가 섞여 들어오면 자리는 달라진다. 같은 판결의 판결요지는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무관정보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적었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여기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라는 표기는 보관 사실과 동의 사실을 적은 자리에 함께 놓여 있다. 익명 처리된 판결문에서 가려진 당사자 표기가 사실관계의 어느 쪽에 남을지는 미정으로 둔다.

사실의 칸에 옮긴 문장을 법적 평가로 읽어들이지 않는다는 전제도 함께 세운다. 앞서 옮긴 대목 가운데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결론을 적은 구절은 사실 서술이 아니다. 같은 판결의 판결요지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유관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무관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더 이상의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이 구절은 할 수 있다는 법적 정리를 담고 있으므로 판단의 층에 둔다.

결국 이 사건에서류의 표현이 붙어 글 안의 행위와 정황을 적어 내려간 자리는 사실의 칸에 적되, 그 안에 섞인 조문 인용이나 법적 평가 구절은 따로 표시해 둔다. 서술문을 그대로 평가로 읽으면 사실과 판단이 한 자리에 겹치게 마련이다. 연구팀은 이 표지가 여는 자리를 사실의 칸에 넣고, 표지 안에 담긴 평가의 조각은 표시만 해 두기로 한다.

7.6한 문장에 겹친 표지

표지를 겹쳐 두는 자리에 이르러, 한 문장 안에 둘 이상의 층이 겹친 자리를 찾아 표시해 두는 일이 남는다. 앞서 사실 서술의 표지로 ‘이 사건에서’ 따위의 표현을 확인한 데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목록만으로 갈라지지 않는 문장을 모아 두는 장에 들어선다. 이 자리에서 겹친 문장을 임의로 잘라 내거나 분할 규칙을 확정하지는 않는다. 원심과 상고심을 가르는 일은 뒤로 미룬다.

겹친 표지의 자리는 글자 그대로의 문장에서 찾는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시사항은 한 문장 안에 질문의 겹을 쌓아 두고 있다. "[1]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종료되기 전에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유관정보)를 적법하게 탐색하는 과정에서 이와 무관한 전자정보(무관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이 그러한 정보에 대하여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경우, 무관정보 부분에 대한 압수가 위법한지 여부(적극) 및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거나 피고인 등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한 경우, 위법성이 치유되는지 여부(소극)"라 적힌 문장에서, 묻는 자리마다 표지가 함께 놓인다. 물음의 끝에 붙은 괄호와 그 안의 판단 표시는 각 물음에 딸린 것으로 읽히므로, 겹친 자리임을 먼저 표시해 두고 나누는 일은 다음에 맡긴다.

겹친 표지의 자리는 판단의 줄기 안에서도 드러난다. 같은 판결의 판시사항 [2]는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와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법원이 위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 이어 둔다. 여기서는 한 문장 안에 물음의 층과 판단의 층이 함께 놓였다는 표시만을 남긴다. 물음의 끝과 판단의 끝을 가르는 기준은 이 자리에서 정하지 않는다.

겹친 표지를 받아 적을 때에는 인용의 앞뒤를 끊지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한다. 위 판결의 요지에서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라 적힌 문장에는 단서와 조건이 함께 놓여 있다. 그러한 단서와 조건을 떼어 내지 않고 그대로 옮겨 두어야, 겹친 표지의 자리가 지워지지 않는다.

겹친 자리를 표시해 두는 일은 분할을 확정하는 일과 다르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 및 정도, (…)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 하였다. 이 문장에 담긴 사정의 나열과 판단의 방향이 한 자리에 겹쳐 있다는 표시만을 남기고, 어느 대목을 어느 칸에 둘지는 미정으로 둔다.

목록만으로 갈라지지 않는 자리를 따로 모아 두는 까닭은, 한 문장에 겹친 표지를 억지로 나누면 원문의 자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 판결의 요지 가운데 "수사기관이 유관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무관정보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라 적힌 문장은 사실의 나열과 판단이 함께 이어진다. 여기서 자른 자리를 표시해 두는 것으로 그치고, 나누는 규칙은 정하지 않은 채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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