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권이 닫지 못한 물음이 무엇이며 어떤 조건이 되면 판단을 다시 열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가치 증가분의 환수 범위, 대가 없이 받은 선의 제3자의 지위, 유죄판결 없는 재산 환수의 정당화 요건을 남은 물음으로 되돌아본다. 새로운 판례나 조문의 변경, 사실관계의 확정이 재검토의 조건임을 밝히며 맺는다.
14.1닫지 못한 물음의 목록
제3자 앞에서 집행의 경계를 살펴본 뒤에도 자금의 출처와 명의, 취득 시점의 확인은 끝내 마무리되지 못한다. 이 권이 끝까지 닫지 못한 물음은 셋이다. 먼저 배우자 자금이 들어간 비율이 얼마인가, 다음으로 은행이 대출 당시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면 설정된 근저당권이 존속하는가, 마지막으로 추징 집행의 대상과 범위는 어디까지인가가 그 셋이다. 합성 사례에서 기는 주가조작으로 얻은 자금으로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를 취득하였고, 그 아파트에는 은행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 배우자와 은행의 주장은 각각 확인 중인 사정에 관한 것일 뿐, 확정된 사실로 놓일 수 없다.
물음의 셋은 어느 하나도 앞 장의 확인만으로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 그 까닭을 조문의 뜻에서 가늠한다. 범죄수익의 범위를 정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는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 또는 그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이라고 범죄수익을 가리킨다. 이 정의에 비추면 주가조작으로 얻은 자금은 범죄수익에 들지만, 그 자금과 배우자 자금이 함께 들어간 아파트는 이 정의만으로는 어느 항목에 놓일지 단정하기 어렵다.
같은 조 제2조제4호는 “범죄수익,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및 이들 재산과 그 외의 재산이 합쳐진 재산을 말한다”라고 범죄수익등을 정한다. 자금이 섞인 재산을 따로 둔 이 정의는 배우자 자금의 비율이 확인되어야 무엇이 얼마만큼 범죄수익등에 들지 가려진다는 뜻이다. 비율이 미정인 한 첫 번째 물음은 열린 채 남는다. 다만 이 정의가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을 “범죄수익의 과실로 얻은 재산, 범죄수익의 대가로 얻은 재산 및 이들 재산의 대가로 얻은 재산, 그 밖에 범죄수익의 보유 또는 처분에 의하여 얻은 재산”(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이라고 적은 대목은 자금의 출처가 확인되면 아파트가 어느 쪽에 들지 판단하는 출발점이 된다.
두 번째 물음은 몰수의 요건 등에서 다루는 권리의 존속 문제와 맞닿는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제2항은 “지상권·저당권 또는 그 밖의 권리가 설정된 재산을 제8조제1항에 따라 몰수하는 경우 범인 외의 자가 범죄 전에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 또는 범죄 후 그 정황을 알지 못하고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에는 그 권리를 존속시킨다”라고 정한다. 은행이 대출 당시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사정이 확인되면 근저당권은 존속한다. 그런데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에 대한 몰수인지, 아니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재산인지가 먼저 정해져야 이 항이 적용될 자리가 생긴다. 그 전제가 미정이라 두 번째 물음 역시 열려 있다.
세 번째 물음은 앞에서 본 제3자 집행의 경계와 이어진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의 집행 대상에 관하여 “그 집행 대상을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로부터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 판단은 집행의 대상이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로부터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앞 단위가 확인한 대로 자금·명의·시점의 확인은 제3자 앞에서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이 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이 다루는 사건에 관한 것이고, 합성 사례의 아파트는 그 사건의 사실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앞 인용은 추징 집행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데 참고할 판단의 틀일 뿐, 이 사례의 결론을 대신하지 않는다. 배우자 자금이 들어간 비율, 근저당권의 존속 여부, 추징 집행의 대상과 범위는 모두 확인 중이며, 확인이 끝나지 않은 셋은 이 권이 끝까지 열어 둔 물음으로 남는다.
14.2가치 증가분의 환수 범위
세 물음을 세우면서 남긴 가치 증가분의 몰수 범위 문제는, 몰수와 추징의 대상이 무엇으로 정해지는지를 조문에서 확인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 물음을 풀기 위해 범죄수익의 범위를 정한 정의 조항과 몰수의 요건을 정한 조항을 함께 읽는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범죄수익을 넓게 잡아, 재산의 형태나 그 파생 경로를 구분하여 규정한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가.는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 또는 그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이라고 정의한다. 같은 조 제3호는 "범죄수익의 과실로 얻은 재산, 범죄수익의 대가로 얻은 재산 및 이들 재산의 대가로 얻은 재산, 그 밖에 범죄수익의 보유 또는 처분에 의하여 얻은 재산"(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을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으로 정한다. 합성 사례에서 기는 주가조작으로 얻은 자금으로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를 취득하였는데, 그 취득은 조문상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에 해당하는지가 그 자금이 지불된 대가인지에 달린다. 같은 조 제4호는 "범죄수익,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및 이들 재산과 그 외의 재산이 합쳐진 재산"(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을 범죄수익등으로 정한다. 배우자 자기 자금 일부가 들어간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그 아파트는 조문에 따라 이들 재산과 그 외의 재산이 합쳐진 재산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
몰수의 범위는 이러한 정의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는지가 한계가 된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은 몰수 요건을 "제8조제1항에 따른 몰수는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다만, 범인 외의 자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을 취득한 경우(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의 취득이 제4조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에는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경우에도 몰수할 수 있다."(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라고 정한다. 배우자가 범인 외의 자인지, 그리고 그 명의 취득이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 이루어진 것인지는 확인 중이며, 그 판단에 따라 몰수의 가능성이 갈린다.
재산에 다른 권리가 설정된 경우의 처리는 같은 조 제2항이 정한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제2항은 "지상권·저당권 또는 그 밖의 권리가 설정된 재산을 제8조제1항에 따라 몰수하는 경우 범인 외의 자가 범죄 전에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 또는 범죄 후 그 정황을 알지 못하고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에는 그 권리를 존속시킨다."라고 선언한다. 합성 사례에서 은행의 근저당권이 범죄 전에 설정되었는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지 못하고 설정되었는지에 관하여 은행은 대출 당시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나, 그 근저당권의 존속 여부는 미정이다. 이처럼 몰수와 추징의 대상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범죄수익의 정의와 범인 외의 자의 귀속 여부, 그 자의 권리 취득 시기와 선악의 판단이 함께 작용하여 정해진다.
14.3대가 없이 받은 선의 제3자
앞 단위가 몰수와 추징의 대상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 경계를 그어 둔 데서 출발하여, 이번에는 그 경계 바깥에 선 제3자의 지위를 물어야 한다. 즉 범인으로부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재산을 받은 사람이 그 정황을 알지 못하였다면, 추징 집행의 대상에서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 물음에 답하는 자료로서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이 있다. 그 결정은 특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가 범인 외의 자에 대하여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적법절차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는지를 다루었다. 결정은 먼저 심판대상조항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에게 범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제3자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까지 확대하여 제3자에게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 이 설명에 따르면 제3자에 대한 집행은 형사적 제재가 아니라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가 없이 재산을 받은 사람이 그 형벌이 아니라 집행의 대상이 되는 위치에 서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집행이 제3자에게 미치려면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결정에 의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되어 있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 따라서 집행이 이 제3자에게 미치는 전제로서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사실이 요구된다. 결정은 이 전제를 다른 자리에서도 되풀이하여,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진 경우에는" 몰수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제3자로부터 불법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집행을 받는 위치에 놓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 구분에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대가 없이 재산을 받은 선의의 제3자는 어느 쪽에 놓이는가. 결정이 밝힌 구분에 따르면, 그가 불법재산의 취득 당시 정황을 알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 재산은 심판대상조항의 집행 대상이 되는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가 정황을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에만 그 재산이 집행의 범위 안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취득의 시기, 대가의 유무, 정황에 관한 인식의 내용과 정도는 자료로 주어진 법문이나 판시에 확인되어 있지 않다. 결정은 이들 요건을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관하여 추가로 밝힌 것이 없다. 그러므로 대가 없이 받은 선의 제3자의 지위가 집행 범위의 어느 한계에 정확히 놓이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결정은 집행 범위 자체의 한정도 함께 밝혔다. 그 집행 대상은 "특정공무원범죄로 취득한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하여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뒷받침하면서, "그 범위는 범인이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 재산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되고, 제3자는 사후적으로 집행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 즉 제3자에 대한 집행이라 하여 그 소유 재산 전반이 망라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로부터 비롯된 부분으로 제한된다. 대가 없이 받은 재산이 이 한정된 범위 안에 놓이는지 여부는 앞서 본 정황 인식의 판단과 함께 놓고 보아야 한다. 끝으로, 제3자는 그러한 집행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다툴 수 있다. 결정은 "제3자는 각 집행절차에서 소송을 통해 불복하는 등 사후적으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집행에 대하여 다툴 수 있다"고 확인하였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 대가 없이 받은 선의의 제3자라 하더라도 그에게는 이 사후적 판단의 길이 남게 된다.
14.4유죄판결 없는 환수의 요건
선의 제3자에 대한 집행이 판사유형으로 확인된 뒤에는, 그보다 넓은 범위에서 유죄판결 없이 재산을 환수하는 경우가 무엇으로 정당화되는지가 남는다. 몰수는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이 그 출발점에 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몰수의 요건을 다음과 같이 둔다. "① 제8조제1항에 따른 몰수는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다만, 범인 외의 자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을 취득한 경우(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의 취득이 제4조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에는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경우에도 몰수할 수 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귀속의 사실이 원칙이고, 범인 외의 자의 악의 취득이 그 예외인 구조다. 이 사례에서 배우자가 취득한 시점과 그 취득 당시의 인식이 확인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므로, 어느 쪽이 적용될지는 정하여지지 않았다.
설정된 권리를 가진 재산에 대해서는 존속의 조건이 따로 놓인다. 같은 법 제9조 제2항은 "지상권·저당권 또는 그 밖의 권리가 설정된 재산을 제8조제1항에 따라 몰수하는 경우 범인 외의 자가 범죄 전에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 또는 범죄 후 그 정황을 알지 못하고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에는 그 권리를 존속시킨다." 범죄 전의 취득과 범죄 후의 선의 취득이 함께 존속의 사유로 열려 있다.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대출 시점과 그때의 인식에 달려 있는데, 은행이 대출 당시의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주장만으로 그 비율과 존속 여부가 정하여진 것은 아니다.
유죄판결 없는 환수에서 정당화 요건이 어디서 확인되는지를 묻는다면, 집행의 대상을 넓힌 규정이 놓은 한계를 함께 읽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은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해 "심판대상조항은 제3자에게 범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제3자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까지 확대하여 제3자에게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다." 제3자에게 범죄의 인정을 전제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 환수의 근거로 분명히 드러나고, 그 책임이 물적 유한책임으로 한정된다. 이 사례에서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가 집행 대상에 놓일지 여부는 그 자금의 출처와 귀속이 확인되어야 판단된다.
정당화 요건의 둘째 층은 대상과 범위의 한정이다. 같은 결정은 "심판대상조항은 그 집행 대상을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로부터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제3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 취득한 재산 자체와 그로부터 비롯된 부분이 한계를 이룬다. 아파트의 취득에 들어간 자금이 범죄수익에서 나온 비율과 배우자 자신의 자금이 들어간 비율이 아직 나뉘지 않았으므로, 그 범위 안 어디까지 집행이 미치는지는 미정이다.
절차의 측면에서도 정당화의 근거가 같은 결정에 나타난다. "제3자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89조). 또한 제3자는 각 집행절차에서 소송을 통해 불복하는 등 사후적으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집행에 대하여 다툴 수 있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 사전의 통지가 없는 집행이라도 사후의 다툼이 남는다는 점이 함께 읽힌다. 이 사례에서 은행과 배우자가 그 경로를 밟을지는 아직 정하여지지 않았다.
결국 유죄판결 없는 환수는 범인 외의 자에 대한 범죄의 인정을 전제로 삼지 않으면서, 대상과 범위를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로부터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하고, 사후적으로 다툴 자리를 남기는 틀 안에서만 정당화된다. 남은 확인 사항인 취득 시점과 자금 출처, 배우자 자금의 비율과 근저당권의 존속 여부가 정하여지면 그 정당화가 이 사례에 실제로 미치는지가 가려진다. 다만 그 확인이 반드시 같은 결론을 낳는다고는 할 수 없다.
14.5재검토의 조건과 맺음
앞에서 확인한 대로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재산의 몰수는 요건을 갖춘 때에만 가능하며, 그 요건의 충족 여부는 사실의 확인을 전제로 한다. 이에 남은 물음을 다시 열 조건으로 무엇이 있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법령의 요건을 정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은 “제8조제1항에 따른 몰수는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다만, 범인 외의 자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을 취득한 경우(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의 취득이 제4조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에는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경우에도 몰수할 수 있다.”(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라고 규정한다. 아파트에 배우자의 자금이 섞여 있고 배우자가 그 취득의 정황을 알았는지는 미정이므로, 이 단서의 적용 여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같은 조 제2항은 “지상권·저당권 또는 그 밖의 권리가 설정된 재산을 제8조제1항에 따라 몰수하는 경우 범인 외의 자가 범죄 전에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 또는 범죄 후 그 정황을 알지 못하고 그 권리를 취득하였을 때에는 그 권리를 존속시킨다.”(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고 선을 긋는다. 은행의 근저당권이 범죄 전에 설정되었는지, 또는 범죄 후 설정되었으되 정황을 모르고 취득한 것인지는 확인 중이다. 따라서 근저당권의 존속 여부는 그 사실이 밝혀진 뒤에 판단할 문제로 남는다.
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은 제3자 귀속재산에 대한 추징 집행의 정당화를 다루면서 “특정공무원범죄로 취득한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하여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힌다. 이 사례에서 취득 자금의 출처가 주가조작으로 얻은 것이라는 사실은 관찰된 것이나, 그 자금이 아파트에 얼마만큼 들어갔는지는 확인 중이다. 앞 인용이 뜻하는 바는 환수의 정당화 사유가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에 있다는 점이다.
같은 결정은 다만 제3자의 불이익이 한정된 범위에 머문다는 점을 함께 적시한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제3자는 그 정황을 알고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집행을 받게 되는데, 그 범위는 범인이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 재산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되고, 제3자는 사후적으로 집행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헌법재판소 2020. 2. 27. 2015헌가4 결정) 이 사례에서 배우자 자금이 들어간 비율과 근저당권의 존속 여부는 미정이다. 앞 인용에 따르면 집행의 대상과 범위는 범죄행위로 얻은 재산과 그로부터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하므로, 배우자의 지분에 관한 판단은 그 사실이 확인된 뒤에야 열릴 수 있다.
다시 열 조건은 이와 같이 셋이다. 첫째, 유죄판결 없는 환수의 요건을 다룬 새로운 판례가 등장하면, 요건과 정당화의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둘째,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의 요건이나 권리 존속의 규정이 변경되면, 범인 외의 자의 귀속과 제3자의 권리에 관한 판단 기준도 바뀐다. 셋째, 아파트의 취득 시점·자금의 출처·명의와 실제 소유의 관계, 배우자 자금의 비율과 근저당권의 설정 시기가 확정되면, 위 인용된 조문이 이 사례의 사실에 어떻게 맞는지 다시 대조할 수 있다. 다만 미정의 사실이 확인되면 반드시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확인된 사실이 위 조문의 단서나 판례가 둔 조건에 들어맞는지를 다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권은 유죄판결 없는 환수의 요건과 정당화를 확인하는 자리에서, 사실의 확정을 기다리는 물음을 남겨 둔 채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