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두 판결요지가 관리인의 법적 지위를 어떤 어구로 묘사했는지를 묻는다. 두 표현의 차이와 공통 분모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지위 묘사의 어구를 읽는 방법을 살핀다. 나아가 그러한 호칭이 감독 논리에 남기는 함의를 정리하고, 책임 요건 논의 앞에서 그치는 경계를 밝힌다.
2.1두 판결이 쓴 지위의 말들
앞 단위가 관리인의 권한 이전과 이해관계인을 위한 지위를 정리한 흐름에서, 이제 그 지위를 부른 말이 판결마다 어떻게 적혀 있는지 원문 그대로 놓고 읽는 일이 남는다. 두 판결은 시점과 사건이 다르지만, 관리인의 지위를 가리키는 표현에서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다만 어느 판결에 어떤 어구가 있는지 먼저 가려내지 않으면, 한쪽의 말을 다른 쪽에 옮겨 붙이는 일이 생긴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을 들어 권한의 전속을 밝힌 뒤 관리인의 지위를 다음과 같이 부른다.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이 판결요지에 담긴 지위의 말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 "일종의 공적 수탁자"이다. 이 사례에서 법원이 신을 관리인으로 간주한 뒤 그 지위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판단하려 할 때, 이 판결이 쓴 말 밖의 표현을 끌어오면 판결이 세운 문구와 어긋난다.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도 같은 결의 말로 정리회사의 관리인을 지칭한다. 그 판결요지는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그 대표자가 아니고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소위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라고 할 것이므로 정리회사는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고 적고 있다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 이 판결이 쓴 지위의 말은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그 대표자가 아니고",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 "일종의 공적수탁자"이다. 같은 자리에 "재산의 관리처분"의 주체가 누구인지까지 함께 밝혀 두어, 지위의 호칭과 권한의 귀속이 한 문장 안에서 이어진다.
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지위를 부르는 뼈대가 같다. 먼저 기관이나 대표자가 아니라는 부정이 놓이고, 이어서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라는 자리가 지정되고, 마지막으로 일종의 공적 수탁자라는 호칭이 붙는다. 다만 쓰인 낱말이 그대로 같은 것은 아니다. 앞 판결은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라고 썼고 뒷 판결은 "소위 이해관계인단체"로 적었으며, 앞 판결은 "공적 수탁자" 사이를 띄우고 뒷 판결은 "공적수탁자"로 붙여 썼다. 이 차이는 인용을 옮길 때 그대로 두어야 할 부분이고, 어느 한쪽 맞춤법을 다른 쪽에 덮어 쓰지 않는다.
또한 한쪽 판결요지에 없는 어구를 다른 쪽에서 가져와 지위의 이름으로 삼으면 안 된다. 앞 판결요지는 권한의 전속을 말하면서 채무자의 업무 수행과 재산의 관리·처분 권한이 모두 관리인에게 전속한다고 밝히지만, 뒷 판결요지가 쓴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는 문구를 그 자리에 그대로 옮겨 놓지는 않는다. 반대로 뒷 판결요지는 이해관계인단체의 구성원으로 주주를 들지만, 앞 판결요지의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이라는 표현에 주주를 끼워 넣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채권자협의회가 제3자 관리인을 요구하고 신이 자신만이 거래처와 기술을 안다고 말한 장면을 두 판결요지의 문구로 평가할 때에도, 판결요지가 쓰지 않은 분류나 호칭을 지위의 이름으로 세우지 않는 것이 읽는 순서이다.
두 판결요지가 지위에 붙인 말을 이 자리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그친다. "공적 수탁자"라는 호칭이 어떤 의무를 담는지, 그리고 이 사례의 신이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 회생절차개시 이전 행위로 인한 이사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이 법원의 선임 판단에 미치는 효과는 무엇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는 위의 정리에 담기지 않았다.
2.2공적 수탁자라는 호칭
관리인의 지위를 부른 두 판결의 표현을 나란히 놓았으니, 이제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이 붙인 호칭을 그 안에서 확인할 차례이다. 이 판결은 정리회사의 관리인을 무엇이라 불렀으며, 그 호칭이 붙은 자리는 어디인지를 판결요지 안에서 읽는다.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은 정리회사 관리인의 지위를 다루며 호칭을 직접 밝힌다.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어떤 지위에 있는지에 대해 위 판결은 이렇게 말한다. "아.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그 대표자가 아니고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소위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라고 할 것이므로 정리회사는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 이 인용에서 호칭은 "일종의 공적수탁자"이다.
그 호칭은 앞에 온 표현 위에 얹혀 있다. 관리인은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그 대표자"가 아니고,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소위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이다. 그 관리자를 지키는 말이 "일종의 공적수탁자"이다. 호칭이 붙은 자리는 곧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 자리이다. 이 자리는 회사의 기관 자리도 아니고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 경계가 함께 그려진다. 위 판결이 배제한 두 지위를 먼저 꺼낸 뒤 호칭을 놓았으므로, 호칭은 그 빈자리 위에만 서 있다.
위 판결은 호칭과 함께 그 자리에 뒤따르는 결과를 한 문장에 담는다. "정리회사는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 이 결과는 관리처분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말이다. 호칭을 붙인 문장이 바로 이 결과로 이어지므로, 공적수탁자라는 호칭과 관리처분권의 귀속은 떼어 읽기 어렵다. 정리회사가 스스로 재산을 관리처분할 수 없다는 뜻이며, 그 관리처분이 관리인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호칭 앞의 "소위 이해관계인단체"라는 표현에 함께 담긴 구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 판결은 그 단체를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것이라 지목한다. 관리인이 맡은 자리는 회사 하나만의 자리가 아니라 회사와 채권자와 주주가 함께 얽힌 자리를 가리킨다. 따라서 호칭은 이해관계인이라는 여러 쪽 사이에 선 관리자의 자리에 붙은 말로 읽힌다.
호칭에 담긴 의무의 내용이 어느 범위인지는 판결요지가 가르치지 않는다. 판결요지가 밝힌 것은 호칭 그 자리와 관리처분권의 귀속뿐이다. 수탁자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다른 법 분야의 법리가 무엇인지도, 그 법리가 이 자리에 함께 오는지도 위 판결은 말하지 않는다. 그 바깥의 수탁자 법리로 의무를 넓히거나 새 뜻을 보태는 일은 이 자리에서 하지 않는다.
합성 사례에서 법원이 관리인을 따로 선임하지 않아 신이 관리인으로 간주된 상황은, 위 판결이 붙인 호칭을 그대로 옮겨 말할 대상으로 놓인다. 그러나 신이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 회생절차개시 이전 행위로 인한 이사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이 법원의 선임 판단에 미치는 효과는 무엇인지는 미정이다. 공적수탁자라는 호칭은 위 판결요지가 붙인 말로만 남는다.
2.3지위 묘사의 어구 읽기
공적 수탁자라는 호칭이 붙은 자리를 확인하고 나서, 그 호칭보다 앞에 놓인 묘사의 어구를 따로 살필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은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채무자의 업무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 권한이 모두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는 배경에서 관리인의 법적 지위를 두고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장은 관리인이 무엇이 아니고 무엇인지를 함께 적고 있으며, 그 둘을 나누어 읽어야 어구의 범위가 드러난다.
먼저 부정되는 자리부터 읽을 수 있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은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라고 선을 그었다. 판결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 권한은 모두 관리인에게 전속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그러나 그 전속이 관리인을 채무자의 기관이나 대표자로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권한의 이전과 지위의 정체성을 나누어 놓은 셈이다. 이 부정은 앞 절에서 확인한 공적 수탁자라는 호칭과 떼어 읽을 수 없는 전제를 이룬다. 채무자를 대표하는 자리라는 설명을 여기에 덧붙인다면, 판결이 그어 놓은 선을 넘어선다.
이어서 판결이 붙인 긍정의 어구가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이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은 관리자를 누구의 관리자인지로 구체화하여, 그 대상이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라고 적었다. 이 표현은 관리인의 지위를 한쪽 당사자만을 위한 자리로 한정하지 않고, 채무자와 채권자 등을 함께 묶은 구성체를 맡는 자리로 그린다. 여기서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이라는 나열은 대상의 범위를 닫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판결은 이 자리에 "이른바"를 붙여 이미 쓰이던 어구를 옮겨 쓰는 방식을 취했다. 판결이 새로 이름을 만든 것이 아니라 통용되던 표현을 빌려 왔다는 표시이다.
마지막에 놓인 "일종의 공적 수탁자"는 앞의 관리자 묘사를 등급을 매겨 새 유형으로 확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드러낸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일종의"라는 수식은 그 어구가 곧바로 성문법상 정해진 지위의 명칭이 아님을 표시한다. 동시에 "공적 수탁자" 앞에 붙은 이 수식은, 이 지위의 내용을 채무자의 대리인이나 기관의 법리로 옮겨 놓는 작업을 막는다. 대리인이나 기관으로 옮겨 놓는다면 판결이 먼저 부정한 자리와 충돌한다. 묘사의 어구들은 각각 앞의 것을 제한하면서 이어지고, 그 순서를 거꾸로 놓으면 판결이 정한 자리가 흔들린다.
이상의 어구들은 관리인의 지위를 묘사한 말들의 자리를 보여줄 뿐, 이 사례의 채권자협의회가 요구하는 제3자 관리인 선임과 신의 자격에 대한 판단 기준을 직접 제시하지는 않는다. 신이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회생절차개시 이전 행위로 인한 이사등의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미정이다.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이 법원의 선임 판단에 미치는 효과 역시 이 판결의 문장 안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이 다룬 쟁점은 장래 발생하는 채권이 담보목적으로 양도된 후 채권양도인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발생하는 채권에 대하여 담보권의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이고, 관리인의 지위 묘사는 그 쟁점 판단의 전제로 쓰였다. 그러므로 이 판결의 어구는 전제의 자리에서만 그 범위를 가진다.
2.4두 표현의 공통 분모
관리인을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하여, 그 호칭이 회사 기관이 아니라는 점과 재산 관리처분권의 귀속이라는 두 축으로 나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나아가 두 판결이 사용한 어구를 그대로 대조하면 서로 어느 지점에서 만나고 어느 지점에서 갈라지는지가 드러난다. 여기서는 판결이 실제로 쓴 말의 수준을 넘어서 두 표현 사이의 대립을 확정짓지 아니하고, 공통되는 부분과 표현상의 차이만을 가려낸다.
두 판결이 함께 두드리는 대목은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정리회사의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은 정리회사의 관리인에 대하여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그 대표자가 아니고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소위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라고 할 것이므로 정리회사는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관리인을 회사 기관으로 보지 않는다는 선언과 함께, 회사가 관리인을 거치지 아니하면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는 결과가 한 문장 안에 놓여 있다.
같은 결의 어구가 회생절차의 관리인에 대해서도 확인된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은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업무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 권한이 모두 관리인에게 전속한 다음,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라고 설시한다. 이 판결은 앞의 판결이 쓴 "공적수탁자"와 같은 표현을 "공적 수탁자"로 이어 쓰면서, 이해관계인 단체의 구성원을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넓힌다. 두 표현의 공통 분모는 여기에 놓인다. 관리인은 회사의 기관이 아니며, 이해관계인 전체를 맡는 지위이고, 그 지위를 일종의 공적 수탁으로 파악한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 두 판결이 붙여 쓴 수식어에는 미묘한 차이가 남는다. 86다카1858 판결은 "공적수탁자라고 할 것이므로" 라고 이으면서 그 뒤에 재산의 관리처분이 관리인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귀속 규칙을 붙인다. 반면 2010다63836 판결은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라고 한 뒤, 회생절차개시 후 발생하는 채권이 담보 목적물에 들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같은 지위 묘사가 각 판결이 처한 쟁점 곁에서 다른 기능을 하는 셈이다. 하나는 권한의 귀속을 가르고, 다른 하나는 그 지위에 기한 행위가 낳은 권리의 소속을 가른다.
이 차이를 법리상 대립으로 읽어버리면 앞선 문장들이 실제로 쓴 말을 넘어선다. 두 판결 모두 관리인을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이자 공적 수탁자로 지목하면서도, 그 지위의 정의를 새로 열지 아니하고 각자 다툼의 한복판에서 인용하듯 끌어온다. 따라서 두 표현의 공통 분모는 관리인이 채무자의 기관이 아니라는 점, 이해관계인을 맡는 지위라는 점, 그 지위를 공적 수탁으로 부른다는 점에 모이고, 차이는 그 지위를 전제로 무엇을 결정하는가에 머문다. 지위를 묘사한 방식이 감독의 논리에 무엇을 남기는지는 이와 구분된 별개의 물음이다.
2.5감독 논리에 남기는 함의
관리자를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 본 표현은 책임의 요건을 확정하지 않았으므로, 이제 그 묘사가 감독을 논하는 자리에 무엇을 남기는지 살필 차례다. 이 절은 감독의 요건이나 수단을 새로 만들지 않으며, 손해배상 책임의 요건으로 넘어가지도 않는다.
두 판결요지가 쓴 말은 지위에 관한 것이었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은 관리인을 채무자나 그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닌 존재로 보았고,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도 정리회사의 기관이나 대표자가 아니라고 하였다. 앞 판결은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고 말하였고(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뒤 판결은 “정리회사의 관리인은 정리회사의 기관이거나 그 대표자가 아니고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소위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라고 할 것이므로”라고 말하였다(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 이 사례에서 채권자협의회가 요구하는 제3자 관리인 선임 문제를 다루는 문장은 아니다.
관리자를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 부르는 방식은 감독의 논의에 한 가지 전제를 남긴다. 앞 판결이 그 지위를 확인하면서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 권한은 모두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는데”라고 전제한 바와 같이, 관리인은 이해관계인 단체를 위하여 권한을 맡은 존재이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뒤 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정리회사는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 감독을 논할 때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전제는 감독의 방향을 가리키지만, 감독의 구체적 수단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앞 판결이 밝힌 바와 같이 관리인의 권한은 채무자의 업무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에 미치고(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뒤 판결 역시 재산의 관리처분이 관리인을 거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 두 판결이 남긴 것은 권한이 어느 존재에게 모여 있는가에 관한 묘사이며, 그 묘사를 감독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는 별도로 살필 문제이다.
그러나 지위에 대한 묘사만으로 감독의 요건이나 수단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앞 판결은 관리인을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 본 이유에서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 권한은 모두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는데”라고 말한 뒤, 그 지위가 담보 목적물의 범위에 미치는 효과를 논하였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뒤 판결은 아예 지위와 재산의 관리처분권자를 한 항목 안에서 다루었다. 두 표현이 감독의 요건을 새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 사례에서 신이 부실의 원인인지 여부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는 미정이다. 관찰된 사실의 정리에 지나지 않는 점을 밝힌 바와 같이,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지위를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 본 판결의 표현은, 감독을 논할 때 무엇을 전제하고 무엇을 유보하는지를 가르는 준거로 남는다.
2.6책임 요건 앞의 경계
지위 묘사를 감독 논리까지 밀어붙인 뒤에는, 이 묘사가 어디까지 법적 평가를 담을 수 있는지 경계를 지어야 한다. 앞서 관리인을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이자 공적 수탁자로 부른 것은 그의 지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데 합성 사례의 채권자협의회는 신이 부실의 원인이라며 제3자 관리인을 요구하였고, 그 요구는 곧 재산의 유용·은닉이나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이라는 요건의 성립 문제와 맞닿는다. 지위에 대한 묘사만으로 그 요건의 충족을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은 지위의 성격을 밝히면서도, 그 묘사가 별도의 쟁점을 결정하기 위한 전제로 쓰인다. 판결은 관리인의 지위를 두고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라고 말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이는 관리인의 행위가 누구의 지위에 기한 것인지 가르는 문장이다. 지위의 명칭을 정할 뿐, 관리인 개인의 잘못을 평가하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그 지위를 전제로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 권한은 모두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는데(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라고 덧붙인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권한의 이전을 확인하는 조문 인용이 함께 놓인다. 이 문장 역시 관리인에게 권한이 모였다는 사실만을 말하며, 그 권한이 어떻게 행사되었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대법원 1988. 8. 9. 선고 86다카1858 판결도 같은 어조로 지위를 정리하면서 "정리회사와 그 채권자 및 주주로 구성되는 소위 이해관계인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수탁자라고 할 것이므로"라고 말하고, 이어서 "정리회사는 관리인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재산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다"고 확인한다. 여기서는 관리처분권의 귀속만이 뒤에 놓인다. 이 판결이 남긴 문장에도 관리인의 책임 요건을 구성하는 표현은 없다.
이렇게 두 판결이 남긴 지위 묘사를 합성 사례에 놓으면, 신은 관리인으로 간주되어 업무 수행과 재산 관리·처분 권한을 지는 자리에 있다. 그러나 신이 재산의 유용·은닉을 하였는지,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해당하는지는 앞의 지위 묘사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관찰된 사실은 신이 부실의 원인이라는 주장과 거래처·기술을 아는 사람이 자기뿐이라는 대답까지이며,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는 미정으로 남는다.
지위에 관한 이 장의 묘사가 여기서 멈추는 이유가 분명하다. 관리인을 무엇이라 부르는지는 권한의 귀속과 감독의 방향을 가리키지만, 책임의 요건은 별도의 문언과 판단을 요구한다. 다음 논의는 관리인에게 맡겨진 업무 수행과 재산 관리의 문언을 그 경계선 삼아, 권한의 범위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