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피해 회복과 가담 정도가 특별양형인자의 칸에서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는지 묻는다. 형법 제51조가 둔 사정과 특별양형인자의 사정이 어떻게 겹치고 갈라지는지를 살피고, 피해관계 사정의 범위와 행위 후의 정황과 회복, 회복과 가담의 작용 방향을 거쳐 금액의 칸과의 관계를 맺는다.
10.1양형의 조건이 둔 사정
금액이 남긴 다음 저울을 접으면서 회복과 가담이 양형의 어느 항목에 놓이는지가 다음 질문으로 남았다. 두 사람은 함께 기소되었으나 회사에 반환한 정도가 달랐고, 가담의 모양도 달랐다. 이 차이를 형법이 정한 틀 안에서 읽으려면 우선 형법 제51조가 양형의 조건으로 적은 사정부터 확인해야 한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항을 넷으로 적는다. 그 조문은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선언한 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을 차례로 든다(형법 제51조). 이 목록은 양형 판단이 거쳐야 할 항목을 정한 것이므로, 항목을 새로 만들어 사정을 늘리지 않는 태도가 요구된다.
형법 제51조가 적은 네 항목은 각기 다른 자리를 가리킨다. 첫 항목은 범인을 둘러싼 조건을 다룬다. 조문은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을 그 안에 넣는다(형법 제51조). 회복이나 가담 가운데 어느 것도 범인의 연령이나 성행에 속하지 않으므로, 이 항목은 두 사정의 자리로 잡히지 않는다. 둘째 항목은 범인과 피해자의 맺은 관계를 다룬다. 조문이 든 "2. 피해자에 대한 관계"는 회복과 가담을 직접 가리키는 표현을 담지 않는다(형법 제51조). 이에 따라 두 사람이 다루어야 할 사정은 나머지 두 항목 가운데서 찾아야 한다.
정이 선고 전까지 회사에 40억 원을 전액 반환하고 회사와 합의서를 작성한 사정은 형법 제51조의 어디에 놓이는지가 문제이다. 반환과 합의는 범행 자체의 모양을 바꾸지 않고 범행이 끝난 뒤에 이루어진다. 조문이 든 네 항목 가운데 이 사정과 가장 가까운 항목은 "4. 범행 후의 정황"이다(형법 제51조). 이 항목은 범행이 끝난 다음에 생긴 정황을 형을 정하는 데 참작할 것으로 적는다. 따라서 회복은 범행 후의 정황으로 참작될 자리가 열려 있고, 손해 확정 시점이나 합의가 형량에 반영되는 비중은 아직 미정이다.
무가 지시를 받고 자금 이체를 실행에 옮긴 사정은 다른 항목을 향한다. 이 사정은 범행에 끼어든 모양과 무게를 다룬다. 조문은 범행과 직접 맞닿은 항목으로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를 든다(형법 제51조). 이 항목은 범행을 이루는 요소들을 한 자리에 묶는다. 다만 형법 제51조가 이 항목에 가담의 등급을 새롭게 나누지는 않으므로, 무의 가담 정도가 형량 범위로 어떻게 굳는지는 이 조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손해 확정 시점이 회복과 가담에 각각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역시 미정이다.
이로써 형법 제51조가 정한 조건의 자리는 둘로 나뉜다. 회복과 합의는 "범행 후의 정황"에 놓이고, 가담은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에 놓인다(형법 제51조). 이 배치는 조문이 적은 항목 안에서의 일이다. 조문에 없는 사정을 만들어 목록을 넓히지 않는 한, 정과 무의 차이는 이 두 항목 사이의 저울로만 읽힌다.
10.2피해관계 사정의 범위
형법 제51조가 열거한 사정의 자리를 밝힌 뒤, 이 항목에 무엇이 담기고 무엇이 담기지 않는지가 남는다. 회복과 가담이 어느 항목에 걸리는지 본 뒤에는, 피해와 가담의 크기를 가늠할 때 이 조문이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형법 제51조 제3호는 형을 정함에 참작할 사항으로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를 들고 있다. 이 문구는 동기와 수단, 결과를 나란히 두면서도 모두 범행과 결부된 것으로 한정한다.
그 한정의 기준은 조문이 쓴 말에서 나온다. 형법 제51조 제3호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라고 적으면서, 참작할 사정을 범행에 묶어 두었다. 이 사례에서 자금 40억 원이 빠져나간 결과는 그 자체로 범행의 결과에 해당한다. 따라서 손해의 규모가 크다는 사실은 제3호가 다루는 범위 안에 들어온다. 다만 조문이 결과의 산정 방법이나 확정 시점을 적고 있지는 않다. 손해가 언제 확정되는지는 이 항목에서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미정으로 남는다.
범위의 바깥을 가르는 일도 같은 기준에서 이뤄진다. 형법 제51조 제3호가 참작할 것으로 적은 것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이므로, 범행 이전이나 이후에 생긴 사정은 그 문구에 그대로 담기지 않는다. 정이 선고 전에 전액을 반환하고 회사와 합의서를 작성한 사정은 범행의 결과와 겹치지 않는다. 그 사정은 범행이 끝난 뒤에 생긴 것이므로, 조문상으로는 "범행 후의 정황"(형법 제51조) 쪽에 놓인다. 제3호가 결과를 참작하라고 한 것은 범행 당시에 이미 벌어진 손해를 보라는 뜻이며, 그 손해를 메운 뒤의 상황까지 결과로 삼으라는 뜻은 아니다.
가담 정도의 자리는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형법 제51조 제3호가 적은 것은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이며, 행위자의 지위나 역할을 직접 적은 항목은 아니다. 무가 지시를 받고 이체를 실행에 옮긴 사실은 수단의 모습과 겹치기는 하나, 조문이 그 사실에 등급을 붙이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는 미정으로 남는다. 그러므로 가담의 요건이나 단계를 새로 정하는 것은 이 항목의 몫이 아니다. 다만 가담의 정도가 수단의 모습과 결부되는 한에서, 그 사실이 결과와 아울러 참작될 자리는 남는다.
따라서 피해관계 사정의 범위는 손해의 규모와 범행의 동기·수단에 머무른다. 회복과 합의는 여기서 빠지며, 가담의 등급은 이 항목이 새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 이 사례에서 손해 확정 시점과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 합의가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은 미정으로 남는다. 확인된 사실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10.3행위후의 정황과 회복
피해 규모와 가담 정도가 담기는 자리를 살핀 뒤에 남는 물음은, 행위가 끝난 뒤에 생긴 사정이 양형에서 어디에 놓이는지이다. 형법 제51조는 이 물음에 대하여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열고, 그 넷째 항목으로 "범행 후의 정황"을 든다. 이 항목은 앞서 본 피해관계 사정과 나란히 서며, 양형의 조건으로 삼아야 할 사정의 한 가지를 적는다.
형법 제51조의 구조를 따라 읽으면, 첫 번째 항목부터 넷째 항목까지가 모두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는 한 문장에 종속된다. 따라서 넷째 항목의 "범행 후의 정황"도 다른 항목과 마찬가지로 참작하여야 할 사정을 가리키는 자리에 놓인다(형법 제51조). 조문이 참작을 요구하는 대상은 "범행 후의 정황"(형법 제51조)이라는 이름의 사정이며, 그 사정 안에 무엇이 들지를 별도로 열거하지는 않았다.
정이 선고 전까지 회사 자금 전액을 반환한 일과, 회사와 합의서가 작성된 일은 모두 행위가 끝난 뒤에 생긴 사정이다. 조문이 "범행 후의 정황"(형법 제51조)이라 적은 자리는 이러한 행위후의 사정을 형을 정함에 있어 참작하여야 할 사항으로 두는 자리이다. 반환과 합의서 작성은 모두 행위가 종료된 뒤에 생긴 사실이므로, 그 명칭이 적힌 항목과 사정의 성질이 서로 맞닿는다. 다만 이 항목이 회복의 한 가지 형태만을 한정하여 두지는 않았으므로, 반환과 합의서 작성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 조문 안에서 가릴 수는 없다.
반환과 합의서 작성은 시점과 형식이 서로 다르다. 정의 반환은 선고 전에 이루어졌고, 합의서는 그 작성 사실만이 확인된 상태이다. 형법 제51조는 "범행 후의 정황"이라고 적으며 회복이 일어난 시점의 한계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이 두 사정의 시점이 각각 양형에 들어오는 범위는 이 조문만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반환 시점과 합의서 작성 시점이 참작의 범위에 미치는 효과는 미정으로 남는다.
합의의 요건에 관하여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조문이 회복이나 합의에 필요한 요건을 따로 적지 않았으므로(형법 제51조), 회사와 작성된 합의서가 그 자체로 무엇을 뜻하는지 이 조문 안에서 새로 정할 수는 없다. 합의서의 작성 사실과 그 내용이 참작되어야 할 범위, 그리고 정과 무 사이에서 합의가 반영되는 비중은 미정이다. 조문이 참작의 대상으로 정한 것은 "범행 후의 정황"(형법 제51조)이라는 사정의 명칭뿐이며, 합의의 요건이나 합의가 미치는 비중은 그 안에 담기지 않았다.
정이 반환한 금액과 합의서 작성의 사실은 조문이 두는 "범행 후의 정황"(형법 제51조)에 관한 확인된 사실이다. 이 사실은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무가 반환하지 못하였다는 사실 역시 같은 자리에서 다루되, 조문이 회복의 유무를 그 항목의 요건으로 정하지 않았으므로(형법 제51조) 그 차이가 어떠한 형량 값으로 이어질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반환과 합의서 작성은 참작하여야 할 사정의 한 가지로 자리할 뿐, 그 자체로 형량의 크기를 정하지는 않는다.
10.4양형기준을 정하는 근거
형법 제51조가 ‘범행 후의 정황’으로 받아들인 반환과 합의가 법원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물으려면, 그 사정들이 법관의 양형 판단을 실제로 이끄는 방식을 함께 보아야 한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하여야 할 사항을 열거하되, 각 사항이 얼마의 형량 값을 갖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반면 법원조직법은 양형기준을 정하는 주체와 그 기준을 만들 때 지켜야 할 내용을 적어 두고 있다. 이 두 조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개별 사정의 자리가 정해진다.
위원회가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근거와 그 성격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그 조문은 “위원회는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에서 주목할 점은 양형기준이 ‘참고할 수 있는’ 것이라는 데 있다. 기준은 양형의 결과를 미리 확정짓지 않고, 법관이 판단을 모아 가는 데 도움이 되는 틀에 머무른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반환과 합의가 가진 무게는 양형기준 안에서의 자리를 찾는 문제이지, 기준이 값을 대신 정해 주는 문제는 아니다.
양형기준을 만들 때 지켜야 할 원칙도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2항이 적고 있다. 그중 범죄의 죄질과 책임을 반영하라는 요구는 “1. 범죄의 죄질, 범정 및 피고인의 책임의 정도를 반영할 것”이라는 문장에 담겨 있다. 자금 이체가 실행된 결과의 무게를 잴 때, 반환 여부와 무관하게 행위가 남긴 피해의 크기를 함께 헤아려야 한다는 취지가 이 원칙에서 읽힌다. 회사의 자금이 빠져나간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 회복이 그것의 무게를 모두 덜어 주지는 않는다.
반면 피해 회복과 가담의 정도를 양형 요소로 삼을 수 있는 근거는 제81조의6 제3항에서 확인된다. 그 항은 “2. 범죄의 중대성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는 사정”, “6. 범행 후의 정황”을 함께 고려하여야 할 사항으로 적고 있다. 반환과 합의가 ‘범행 후의 정황’의 하나로 들어오고, 지시를 받고 이체에 가담한 정도는 ‘중대성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는 사정’의 하나로 들어온다. 다만 이 조문은 그 사정들을 재료로 삼으라는 뜻만을 담을 뿐, 어느 사정이 얼마만큼 반영되어야 하는지는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회복과 가담의 무게가 형량의 어느 값으로 정해질지는 미정이다. 선고 전의 전액 반환과 합의서 작성이 형법 제51조 제4호의 ‘범행 후의 정황’ 안에 자리하는 한, 그것은 양형기준이 고려하도록 예정된 재료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은 각 사정의 구체적인 형량 값을 법문으로 정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서 회복의 정도와 가담의 정도가 형량을 가르는 비율은 이 조문들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앞서 본 형법 제51조의 참작 사항이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이 마련한 틀 안으로 들어와 그 자리를 얻되, 값은 여전히 남는다.
10.5회복과 가담의 작용 방향
양형기준이 범행의 죄질과 책임의 정도를 반영하도록 정해진 취지를 본 뒤에 남는 질문은, 개별 사정이 실제로 형량을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가이다. 회복과 가담은 형법 제51조의 다른 항목에 자리를 잡고 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항으로 "범행 후의 정황"을 든다. 이 조항의 네 번째 항목이 피해 회복의 사실을 형에 반영할 자리를 마련한다. 회사는 자금을 돌려받았고 합의서도 작성되었으므로 이 사정은 그 항목 아래에서 읽힌다.
가담 정도는 다른 항목에서 다룬다. 같은 형법 제51조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를 참작할 사항으로 든다. 지시를 받고 이체를 실행에 옮겼다는 무의 역할은 범행의 수단과 그가 결과에 기여한 정도와 관련이 있다. 무가 반환하지 못한 사정과 정이 전액을 반환한 사정은 각각 다른 항목에 놓인다. 따라서 두 사정은 하나의 등가로 환산되지 아니하고, 서로 다른 방향에서 형량에 작용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은 양형기준을 설정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범행 후의 정황"과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를 나란히 정하고 있다. 이 둘은 나란히 놓여 있고 한쪽이 다른쪽을 밀어내는 것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같은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은 또 "범죄의 중대성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는 사정"을 고려하도록 정한다. 회복이 감경의 방향으로 작용하는지, 가담이 가중의 방향으로 작용하는지는 그 사정의 구체적 내용에 달려 있다.
한 항목에 놓인 사정이 다른 항목과 겹치는지를 살피는 일도 남는다. 형법 제51조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와 "범행 후의 정황"을 각각 다른 번호로 들고 있다. 이 열거는 두 사정을 구분하여 참작할 자리를 둔 것으로 읽힌다. 정의 반환 행위는 범행이 끝난 뒤에 벌어진 일이므로 그 네 번째 항목의 사실이고, 무의 이체 행위는 범행의 실행에 속하므로 세 번째 항목의 사실이다. 무의 지시자 관계가 동기에 관한 사실로 추가로 놓일지는 이 사례에서 확인된 사실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각 사정이 형량에서 몇 퍼센트의 비중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정하는 바가 없다. 형법 제51조는 참작하여야 할 사항을 열거할 뿐이고,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은 양형기준이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할 뿐이다. 두 사정이 서로 상쇄된다고 보거나, 합산하여 하나의 수치로 만든다고 보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합의가 반영되는 비중과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는 미정으로 남는다.
형법 제51조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과 "피해자에 대한 관계"도 함께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 항목에 놓인 사실을 다른 항목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정이 반환한 금액과 회사의 합의서는 범행 후의 정황에 관한 것이고, 무의 지시에 따른 이체는 범행의 수단과 결과에 관한 것이다. 이 사례에서 확인된 사실은 손해의 확정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아니하므로, 두 사람의 형량 범위도 이 사례의 사실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10.6금액의 칸과 이 장의 저울
회복과 가담의 작용 방향을 나눈 뒤 남는 물음은 두 사정을 놓고 형을 정할 때 무엇을 함께 읽어야 하는지이다. 앞서 살핀 금액의 칸은 범행의 결과를 가름하는 자리에 놓이고, 이 장이 따라온 회복과 가담은 그 결과가 벌어진 뒤의 사정에 놓인다. 형법 제51조는 두 자리를 같은 목록 안에 두고,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라고 적는다. 이 규정이 정과 무의 형을 정할 때 무엇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하는지의 출발점이 된다.
같은 목록은 곧이어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을 차례로 적는다(형법 제51조). 금액의 칸이 걸리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는 범행이 벌어진 시점까지의 사정을 담는다. 정이 회사에 반환하고 회사와 합의서를 작성한 일은 이와 달리 "범행 후의 정황"에 놓인다. 무가 지시를 받고 이체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은 앞 장에서 본 가담의 문제이며, 목록의 항목으로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쪽에서 읽힌다. 목록은 네 항목 사이에 순서나 무게를 적지 않으므로, 각 항목에 담긴 사정이 형량에 얼마만큼 다가가는지는 목록만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회복이 네 번째 항목에 놓인다고 하여 앞 항목의 사정보다 가볍게 놓이는 것도 아니며, 가담이 세 번째 항목에서 읽힌다고 하여 그 항목의 다른 사정에 섞여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형법 제51조가 네 항목을 함께 참작하도록 적은 뜻은, 항목마다 담긴 사정을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 함께 두고 보라는 것으로 읽힌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은 양형기준을 세울 때 무엇을 함께 보아야 하는지를 한층 넓게 적는다. 동조 제3항은 고려할 사항을 열거하며, "5.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6. 범행 후의 정황", "7. 범죄 전력", "8. 그 밖에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차례로 둔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앞의 네 항목으로는 "범죄의 유형 및 법정형", "범죄의 중대성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는 사정", "피고인의 나이, 성품과 행실,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를 적는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 형법 제51조가 네 항목으로 묶은 사정을 법원조직법 조항은 항목을 나누어 다시 적고, 그 밖의 필요한 사정까지 둔다. 금액의 칸과 회복의 사정이 서로 다른 항목에 놓이면서도 한 번의 형 정함 안에서 함께 읽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여덟 번째 항목이 남긴 여지이다. 항목에 적힌 사정만으로 모자라는 자리는 "그 밖에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사항"으로 열려 있으나, 그 열린 자리에 무엇을 넣을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사례에서 정의 반환과 합의, 무의 실행에 옮김이 각각 어느 항목에 놓이고 어느 항목에서 다시 읽힐지가 그 자리를 채우는 방식을 가른다.
같은 조항은 형량이 저울을 놓는 자리를 더 가른다. 동조 제2항은 "1. 범죄의 죄질, 범정 및 피고인의 책임의 정도를 반영할 것", "3. 같은 종류 또는 유사한 범죄에 대해서는 고려하여야 할 양형 요소에 차이가 없으면 양형에서 서로 다르게 취급하지 아니할 것"을 원칙으로 적는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앞의 원칙은 죄질과 범정, 책임의 정도가 형량의 자리를 이루는 요소임을 가리키고, 뒤의 원칙은 같은 요소의 차이 없이 형량을 다르게 두지 말 것을 가리킨다. 회복과 가담이 각각 양형에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는지를 본 뒤에도, 두 사정이 서로 상쇄되거나 계산된 비중을 갖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금액의 칸이 범행의 결과로 놓이는 자리와 회복이 범행 후의 정황으로 놓이는 자리는 서로 갈라져 있고, 무의 가담이 어느 항목에서 읽힐지도 목록이 정해 두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회복과 가담이 형량에 담기는 크기, 그리고 손해 확정 시점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는 정해지지 않은 채 남는다. 정이 반환하고 합의한 사실과 무가 지시를 받고 이체한 사실은 적혀 있으나, 그 사실들이 저울에서 어느 쪽으로 얼마큼 기우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금액의 칸이 놓이는 자리와 회복·가담이 놓이는 자리를 함께 두고도, 저울의 어느 쪽이 얼마나 기우는지는 이 사례의 사실만으로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