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형법 제51조가 형을 정할 때 들여다보도록 둔 사정은 무엇이고 그 자리는 어디인지 묻는다. 제51조가 세운 양형의 조건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범인을 둘러싼 인적 사정과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에 생긴 사정을 거쳐 양형 이유와 항목의 대응을 살핀다.
3.1제51조가 세운 양형의 조건
법정형이 그어 놓은 선 안에서 형을 확정하려면 그 폭을 좁힐 기준이 필요하다. 형법 제51조는 이 기준을 조문 안에 적어 두고 있다. 조문의 머리에 서는 그 자리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 문장은 형을 정할 때 반드시 참작할 사항의 틀을 제시한다. 선고 전에 회사 자금을 반환한 정과 반환하지 못한 무의 사정을 놓고도,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 무엇을 헤아려야 하는지 먼저 이 틀에서 찾는다.
조문은 참작할 사항을 넷으로 나누어 둔다. 형법 제51조 제1호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이라 적고, 같은 조 제2호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라 적는다. 두 항목은 범인을 둘러싼 인적 요소와 피해자와의 연관을 각각 담는다. 앞 절이 피해 회복이나 합의가 법정형의 범위를 바꾸지 못함을 확인한 바로 그 자리를, 이 항목들은 형을 정하는 참작의 영역으로 옮겨 놓는다. 따라서 정이 회사와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이 틀 안에서 다루어질 자리를 얻는다.
나머지 두 항목은 범행 그 자체의 모습을 다룬다. 형법 제51조 제3호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라 적고, 같은 조 제4호는 "범행 후의 정황"이라 적는다. 동기와 수단, 결과는 행위의 내면과 수단, 그리고 남긴 해악을 함께 본다. 범행 후의 정황은 행위가 끝난 뒤에 생긴 사정을 담는다. 무가 지시를 받고 자금 이체를 실행에 옮긴 경위는 동기와 수단을, 회사 자금 40억 원이 빠져나간 결과는 제3호의 자리를, 정의 반환과 합의는 범행 후의 정황으로 헤아릴 여지가 생긴다.
다만 제51조가 각 사항을 형량에 얼마나 반영할지까지 적고 있지는 않다. 조문은 "참작하여야 한다"(형법 제51조)고만 선언한다. 손해 확정 시점,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 합의가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은 조문에 적힌 바가 없다. 이 항목들이 서열을 갖는지, 어느 쪽이 더 무겁게 작용하는지도 문장 안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앞 절이 법정형의 선에서 확인하지 못한 자리를 조문이 여기서 다시 비워 두는 셈이다.
그러므로 제51조는 형을 정하는 데 필요한 사정의 범위를 네 항목으로 구획할 뿐이다. 회사 자금 사건에서 두 사람을 둘러싼 여러 사정은 이 구획 안에 놓일 자리를 찾는다. 반면 그 사정이 형량을 얼마만큼 움직일지, 이 사례에서 확정 손해나 고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 조문이 답하지 않는다. 제51조가 세운 것은 형을 정할 때 헤아릴 조건의 목록이며, 그 목록 밖의 판단은 이 문장에 맡겨져 있지 않다.
3.2범인을 둘러싼 인적 사정
형법 제51조가 양형의 조건을 네 항목으로 나누어 둔 자리에서, 이제 제1호가 모아 둔 범인의 인적 사정을 살핀다. 제1호는 흩어져 있는 몇 가지 사정을 한 항목 안에 묶어 두었다. 그 묶인 문구를 낱말 단위로 풀어 읽되, 문구에 없는 사정을 끼워 넣지 않는 것이 이 절의 일이다.
형법 제51조 제1호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정의 첫째로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을 들고 있다. 이 한 줄 안에 낱말이 네 가지 놓여 있다. 연령, 성행, 지능이 범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가리키고, 환경이 범인을 둘러싼 처지를 가리킨다. 네 낱말은 쉼표와 접속사로 이어져 있으나 제1호의 문구는 이를 하나의 조건으로 묶어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정으로 두고 있다. 조문이 네 낱말을 한 항목에 묶어 둔 까닭까지 밝히지 않았으므로, 각 낱말의 지위를 항목 문구 안에서만 가늠했다.
연령은 범인의 나이를 가리키는 낱말이다. 이 낱말이 놓인 자리에서 형을 정할 때 범인의 나이를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뜻이 확인된다. 나이 얼마를 기준으로 형량이 오르거나 내린다는 규칙은 제51조 제1호의 문구에 적혀 있지 않다. 연령을 나머지 세 낱말과 나누어 따로 가늠할 근거 역시 문구 안에 보이지 않는다. 회사 자금을 빼돌린 이 사건에서 정과 무의 연령은 미정이다.
성행과 지능은 범인의 성품과 사고 능력을 각각 가리키는 낱말이다. 제1호가 이 둘을 나란히 놓았으므로,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성품과 사고 능력을 함께 들여다보아야 한다. 성행과 지능을 얼마의 점수로 환산한다는 식의 기준은 조문에 없다. 이 둘을 어느 쪽이 앞서는 순서로 놓을지도 문구가 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무가 지시를 받고 자금 이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사실은 성행이나 지능의 평가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환경은 범인을 둘러싼 처지를 가리키는 낱말이다. 제1호는 환경을 연령·성행·지능과 한 줄에 묶어 두었으므로, 범인의 처지 역시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정의 하나로 놓여 있다. 환경에 무엇을 넣을지는 조문이 밝히지 않았고, 문구 밖의 처지를 새로 끼워 넣는 것은 이 항목을 읽는 자리에서 삼가야 할 일이다. 제1호가 네 낱말 사이에 경계를 긋지 않았으므로, 어느 처지를 환경으로 보고 어느 처지를 성행으로 볼지도 문구만으로 가르지 않는다. 정이 선고 전까지 전액을 반환하고 회사와 합의서를 작성한 사정과 무가 반환하지 못한 사정은 제1호의 네 낱말 어디에 놓일지 미정이다.
형법 제51조 제1호가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을 한 항목에 묶어 둔 자리가 이러하다. 네 낱말을 각각 형을 정할 때 들여다보아야 할 범인의 사정으로 읽되, 그 낱말들이 얼마만큼 형량을 움직이는지는 이 항목의 문구가 말해주지 않는다. 이 항목이 범인 쪽 사정만을 모아 두었다는 점까지 문구에서 확인되며, 그 바깥의 사정은 이 항목의 몫으로 삼지 않았다. 두 사람의 손해 확정 시점과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 합의가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은 미정으로 남는다.
3.3범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인을 둘러싼 인적 사정을 다룬 뒤에는, 제51조가 범인의 옆에 두는 상대인 피해자를 가리키는 항목이 남는다. 형법 제51조 제2호는 양형에 참작할 사항으로 "2. 피해자에 대한 관계"라고만 적고 있다 (형법 제51조). 문구가 짧은 만큼, 이 항목에 무엇이 들어가는지가 문제이다.
이 항목이 가리키는 것은 범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와 맺고 있던 관계이다. 관계의 성격이 범행과 결부되어 있으면 그 사실은 양형에서 헤아릴 만하다. 이 사례에서 정과 무는 모두 회사 자금을 다루는 위치에 있었고, 피해자는 회사이다. 두 사람은 회사와 고용 관계를 맺고 있었다. 다만 그 관계가 어떤 성격인지는 확인된 사실 안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관계는 범행 전에 이미 맺어진 것으로, 범행과 함께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점에서 관계는 범행의 동기나 수단처럼 행위 안에 들어 있는 요소와 다르다. 관계 자체가 범행을 이루지 않지만, 범행을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회사 자금이 빠져나간 자리에 회사와의 관계가 놓여 있는 까닭이다.
다만 관계의 종류나 친소가 형량을 올리거나 내리는 방향을 정하는 규칙은 만들지 않는다. 가깝고 멀고를 따져 그에 비례하는 형량을 매기는 방식은 이 항목에서 찾아볼 수 없다. 형법 제51조는 앞 항목에서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을 묶어 두었고, 이 항목도 짧은 문구 하나로 관계만을 적어 두었다. 문구가 방향을 알려 주지 않으므로, 관계의 사정은 형을 정함에 있어 참작할 목록에 오를 뿐이다.
정과 무의 관계가 각각 다르면 그 차이는 살펴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관계의 차이가 곧 형량의 차이로 이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 두 사람의 손해 확정 시점과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는 미정이다.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도 확정된 바가 없다. 관계의 차이를 세워 두 사람의 형량을 대응시키는 일은 이 항목의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는다.
정이 선고 전까지 전액을 회사에 반환하고 회사와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범행 이후의 사정으로 남는다. 합의는 범행 당시의 관계를 바꾸지 않고, 그 이후에 새로 생긴 사정이다. 그 사실을 어느 항목에서 어떻게 헤아릴지는 뒤의 검토에서 남는다. 이 항목의 자리는 범행 당시의 관계에 두어진다. 관계와 합의를 한 자리에서 겹쳐 보지 않는 까닭이다.
결국 "피해자에 대한 관계"는 참작의 한 항목 자리를 차지할 뿐, 관계에 따라 형량이 오르내린다는 규칙을 세우지는 못한다. 관계의 종류와 친소를 세워 그대로 형량에 대응시키는 방식은 이 항목에서 끌어내기 어렵다. 이 항목이 남기는 것은 관계를 헤아려야 한다는 지시뿐이다.
3.4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항목 자리로 살핀 데서 이어져, 형법 제51조 제3호가 세 요소를 한 항목에 묶어 두는 구성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형법 제51조는 양형의 조건으로서 형을 정함에 있어서 참작하여야 할 사항을 넷으로 적는데, 그 셋째 항목에 범행을 둘러싼 세 요소를 한 줄로 묶어 놓았다. 형법 제51조 제3호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라 하였다. 이 항목은 범행이 왜 일어났는가를 묻는 동기, 어떻게 실행되었는가를 보는 수단, 무엇이 남았는가를 표시하는 결과를 나란히 놓는다. 세 요소가 각각 독립된 항목으로 갈라지지 않고 한 자리에 함께 놓여 있는 구성을 먼저 확인하는 일은, 세 요소가 서로 다른 차원에서 범행의 모습을 그린다는 점을 드러낸다.
동기는 범행에 이르게 된 까닭을 가리킨다. 사례에서 회사 자금 40억 원이 빠져나간 까닭이 무엇이었는지에 관하여는 미정으로 남아 있다. 정과 무가 각자 어떤 생각으로 이 자금 이체에 가담했는지도 함께 미정이다. 다만 제3호가 놓아 보는 자리는 형법 제51조 제3호가 참작할 사항으로서 "범행의 동기"를 삼는 자리이다. 동기를 형을 정할 때 보아야 할 사정 가운데 하나로 둔다는 점이 이 항목에서 확인된다. 동기의 종류가 형량을 얼마만큼 움직이는지, 어떤 동기가 어떤 몫의 형량을 낳는지는 이 조문에서 수로 제시되지 않는다.
수단은 범행이 실행에 옮겨진 방식을 가리킨다. 무가 지시를 받고 자금 이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된 사실은 그 방식을 둘러싼 한 부분이다. 형법 제51조 제3호는 그 방식을 "수단"으로 함께 참작하도록 두고 있다. 이로써 실행의 방식이 형을 정할 때 놓아 보아야 할 사정 가운데 하나임이 드러난다. 다만 어떤 수단이 결과의 무게와 따로 얼마의 형량을 낳는지, 두 사람이 같은 이체에 가담하면서도 각자의 실행 방식이 얼마씩을 담당하는지는 이 항목에서 정해지지 않는다.
결과는 범행으로 생긴 손해를 포함하는 측면을 가리킨다. 사례에서 확정 손해는 미정이다. 정이 선고 전까지 전액을 회사에 반환한 사실과 무가 반환하지 못한 사실은 확정 손해를 뜻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51조 제3호는 "결과"를 동기·수단과 함께 참작하도록 두는 자리이다. 이로써 범행이 남긴 것이 형을 정할 때 놓아 보아야 할 사정 가운데 하나임이 확인된다. 다만 결과의 크기를 얼마로 정할 것인지, 두 사람에 대하여 각각 어떤 결과가 귀속되는지는 이 조문에 제시되어 있지 않다.
형법 제51조 제3호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를 한 항목 안에 모아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정으로 삼는다. 세 요소가 항목 자리에서 함께 놓이는 구성을 확인한 것으로 족하고, 어느 하나가 얼마의 형량을 낳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3.5범행 후에 생긴 사정
동기와 수단, 결과를 한 항목에 묶어 둔 자리를 읽고 나면 남는 것은 범행이 끝난 뒤에 생긴 사정이다. 형법 제51조 제4호는 형을 정함에 참작하여야 할 사항으로 "범행 후의 정황"을 꼽는다. 같은 조문의 머리에서는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밝힌다(형법 제51조). 그러므로 범행의 실행이 모두 끝난 뒤에 벌어진 일도 형량을 정하는 재료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 항목이 다루는 자리는 시점에 관한 것이다. 제51조는 참작하여야 할 사항을 연령과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그리고 범행 후의 정황의 순서로 놓는다. 그 가운데 앞의 세 항목은 범행의 진행과 겹치는 사정을, 제4호는 범행이 끝난 뒤에 생긴 사정을 적어 둔 자리로 보인다. 항목의 배치만으로 두 영역의 경계가 뚜렷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제4호가 별도의 항목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범행 후의 사정을 형량의 재료로 받아들인다는 뜻이 된다.
회사 자금 40억 원이 빠져나간 사건에서 정은 선고 전까지 전액을 회사에 반환하였고, 회사와 합의서가 작성되었다. 반환과 합의는 범행의 실행이 끝난 뒤에 벌어진 일이다. 형법 제51조 제4호가 적어 둔 "범행 후의 정황"에 그 자리는 놓인다. 그러나 형법 제51조 제4호는 항목의 이름과 그 자리를 밝혔을 뿐, 어느 사정이 얼마만큼의 형량을 만드는지는 적고 있지 않다. 같은 조문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하는 구조(형법 제51조)에서 회복이나 합의가 형량을 얼마나 내리는지를 읽어 내기는 어렵다. 그 무게는 이 항목의 문장이 정하지 않는 문제로 남는다.
무가 반환하지 못하였으나 지시를 받고 자금 이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사실도 함께 살핀다. 가담의 정도는 범행에 가담한 방식에 관한 사정이다. 형법 제51조 제3호는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를 한 항목에 모아 두었고, 제4호는 "범행 후의 정황"을 별도로 둔다. 무의 가담 정도가 범행의 수단과 겹치는지, 아니면 범행 후의 사정에 가까운지는 이 두 항목의 문장만으로 구획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 가담 정도가 어느 호에 놓일지, 또 그에 따른 형량 범위가 얼마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두 사람의 손해 확정 시점,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 합의가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은 모두 미정이다.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는 확정된 사실로 볼 수 없다. 앞의 항목이 참작하여야 할 사항을 적어 둔 자리라면, 범행 후의 정황도 같은 방식으로 읽힌다. 형법 제51조가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고 선언한 자리에서, 제4호는 범행 후의 정황이 그 사항의 하나임을 밝히는 데 머무른다. 그 사정을 참작할 것인지의 여부와, 참작한다면 얼마만큼의 형량으로 이어질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결국 형법 제51조 제4호는 범행이 끝난 뒤에 생긴 일도 형량의 재료로 삼을 수 있음을 선언한다. 그 사정이 무엇이고 어느 무게를 갖는지는 항목의 문장이 정하지 않는다. 이 사례의 반환과 합의는 그 문장 안에 들어갈 자리를 얻었을 뿐이다.
3.6양형 이유와 항목의 대응
범행 후의 정황을 제51조 제4호가 양형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자리를 확인한 뒤, 이어서 묻는 것은 그 항목들이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가이다. 양형의 조건을 열거한 조문의 문구를 먼저 두어야 판결이 사정을 어떻게 배열하는지 읽을 수 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하여야 할 사항으로 네 가지를 든다.
>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형법 제51조)
조문은 참작하여야 한다고 명하고 있다. 법원이 형을 정할 때 이 항목들을 빠짐없이 살핀 자리를 정한 것이며, 어느 항목을 얼마나 무겁게 볼지는 여기서 정하지 아니한다. 정이 선고 전까지 회사 자금 40억 원을 전액 반환한 사실과 회사와 합의서가 작성된 사실은 제4호의 범행 후의 정황에 놓인다. 무가 반환하지 못한 채 남은 사정은 제4호에서 남의 자리를 찾는다.
이 사례에서 두 사람의 처지는 제4호 안에서 갈린다. 정에 관하여 판결문이 양형 이유로 적는 자리는 회복과 합의의 인정이며, 그 인정이 형량을 얼마나 내릴지는 미정이다. 무에 관하여는 반환의 부재와 함께 지시를 받고 자금 이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가담의 정도가 놓일 자리가 남는다. 손해 확정 시점과 고의의 법적 평가는 판결이 확정하여야 할 문제이지, 앞에서 확인한 사실이 스스로 정하지 아니한다.
한편 제51조가 참작하여야 할 사정을 늘어놓은 자리는 형을 낮추는 별도의 근거가 되는 자리와 다르다. 형법 제53조는 감경의 한 사유로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를 든다.
> "제53조(정상참작감경)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20. 12. 8.]" (형법 제53조)
두 조문의 말을 대조하면 경계가 드러난다. 제51조는 형을 정하면서 참작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제53조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자가 형량의 판단이 거쳐야 할 사정을 놓는 자리라면, 후자는 사정이 감경의 사유로 인정될 때 형의 범위를 낮추는 자리를 따로 둔다. 정의 반환과 합의가 제51조 제4호의 참작 대상이 되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같은 사실이 제53조의 참작할 만한 사유에 이르는지는 감경의 요건을 따로 살펴야 하며, 이 자리에서 그 요건을 새로 세우지 아니한다.
결국 판결문의 양형 이유는 제51조가 놓은 항목을 하나씩 대응시켜 읽을 수 있다. 정과 무의 사건에서 제1호의 연령·성행·지능·환경, 제2호의 피해자인 회사와의 관계, 제3호의 동기·수단·결과, 제4호의 범행 후 정황이 각각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 중 제4호가 이 사례의 양형 이유에서 넓은 자리를 차지함은 앞서 본 사실에서 확인된다. 다만 합의가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과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는 미정으로 남으며, 제53조에 따른 감경이 되는지의 문제도 여기서 결론 내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