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대체 입증 경로는 어떤 조건과 비용에서 세울 수 있고, 자료는 무엇부터 확보할지를 묻는다. 대체 경로의 기본 단위와 경로별 조건·비용 비교, 소명이라는 짧은 경로를 차례로 살핀다. 문서 확보 경로의 층위와 확보 순서의 판단 기준을 다룬다.
12.1대체 경로의 기본 단위
범위를 좁힌 자인의 나머지 쟁점을 입증하려면 우선 증거를 어떤 순서로 내고 조사받을지가 정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의 입증 경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민사소송법 제289조는 증거 신청의 첫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①증거를 신청할 때에는 증명할 사실을 표시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상대방이 같은 달에 작성된 변경 이메일 세 건을 제출할 때는 각 이메일이 증명하려는 사실을 적어야 한다. 세 건이 하나의 문안을 반복 발송한 것인지, 서로 다른 합의를 문서로 남긴 것인지는 신청 단계에서 표시되어야 할 사실의 문제로 드러난다. 지급 기록과 전문가 계산서도 각각 증명할 사실이 붙을 때 비로소 하나의 경로에 놓인다.
그 신청은 반드시 변론기일에만 할 필요는 없다. 같은 조 제2항은 "②증거의 신청과 조사는 변론기일전에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조항은 신청과 조사가 같은 시기 그룹에 묶인다는 점을 말하며, 이메일 세 건의 발신 계정과 지급 기록의 대상 거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신청을 미룰 이유는 되지 않는다. 다만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라는 뜻은 아니다.
다음 단계는 채택 여부이다. 민사소송법 제290조는 법원의 판단 여지를 다음과 같이 둔다.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를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전문가 계산서 하나만 손해액의 출발값을 뒷받침한다면 그것은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미정인 채로 채택 여부가 갈리므로, 그 부분은 채택 단계에서 새 사실로 채울 수 없다.
이처럼 증명할 사실의 표시, 신청과 조사의 시기, 채택 여부가 차례로 이어질 때 하나의 입증 경로가 성립한다. 경로마다 조건과 소요가 달라지는 것은 바로 이 순서 안에서 가려질 문제로 남는다.
12.2경로별 조건과 비용 비교
한 경로가 신청과 채택과 조사로 이루어진다고 본 뒤에, 이어서 따져야 할 것은 그 경로가 어디에 서 있는 자료를 겨냥하느냐이다. 자료가 들어 있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촉탁을 거쳐야 하는 조사의 조건과 그에 드는 소요가 달라진다.
조사의 촉탁에 관해 민사소송법 제294조는 "법원은 공공기관·학교, 그 밖의 단체·개인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에게 그 업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사 또는 보관중인 문서의 등본·사본의 송부를 촉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촉탁의 상대를 네 갈래로 나누어 두고 있으며, 상대마다 법원이 촉탁할 수 있는 사항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촉탁의 첫 조건은 사항이 그 상대의 업무에 속하는가이다. 공공기관이든 학교든 단체·개인이든 외국의 공공기관이든, 필요한 조사나 등본·사본의 송부를 청하는 사항이 먼저 그 기관의 업무 안에 들어가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94조). 상대방이 제출한 자금 지급 기록이 어느 기관이 보관하는 자료인지가 정해지지 않은 지금, 이 조건이 충족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촉탁의 둘째 조건은 구하는 방법이 조사인가 보관중인 문서의 등본·사본의 송부인가이다(민사소송법 제294조). 규정은 이 두 가지를 함께 두고 있으므로, 보관중인 문서라면 등본이나 사본을 받아 오는 형식으로 촉탁을 청한다. 전문가 계산서에 인용된 금액의 근거 문서가 그 범위에 드는지 여부 역시 자료가 정해 주지 않으므로 미정이다.
촉탁은 법원이 하는 행위이므로, 촉탁의 조건이 맞는 자료라 해도 상대방이 가진 자료를 그대로 끌어오는 수단은 아니다. 세 변경 이메일의 발신 계정이 어느 기관의 업무에 속하는 자료를 이루는지, 아니면 단체·개인이 보관중인 문서인지에 따라 청구할 상대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경로별로 소요되는 시간과 단계의 수가 갈린다.
결국 대체 경로의 비교 기준은 그 경로가 어떤 상대의 어떤 업무에 속하는 자료를 어떤 형식으로 구하는가에 놓인다. 자료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이 촉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규정이 정한 상대와 업무와 형식에 맞을 때에만 이 경로가 열린다.
12.3소명이라는 짧은 경로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경로의 조건과 소요가 달라짐을 확인한 뒤, 이번에는 그 자료를 모으는 데 쓰이는 짧은 경로의 성격을 묻는다. 소명이라는 수단이 정식 증명을 대신할 만한 확신의 통로인지, 아니면 다른 성격의 요구를 담는지가 여기에서 가려진다.
민사소송법 제299조는 소명의 방법을 정하면서, 먼저 증거의 선택 범위를 한정한다. 같은 조 제1항은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99조)고 규정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측이 낸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전문가 계산서는 제출과 동시에 열람할 수 있는 형태여서 이 요건의 문언에 먼저 놓인다. 그러나 자료가 제출된 사실은 그 자체로 법적 평가가 아니며, 이메일 세 건의 관계나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별개의 판단으로 남는다.
같은 조 제2항은 증거 조사의 대신할 방법을 하나 더 둔다. 그 조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그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게 하여 소명에 갈음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99조)고 정한다. 이 사례에서 우리 측이 세 이메일을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으로 본다는 방어는, 법원이 정한 선서나 보증금 공탁의 형식을 빌려 제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가 여기서 결정된다.
같은 조 제3항은 선서의 절차 준용을 정하면서 "제2항의 선서에는 제320조, 제321조제1항·제3항·제4항 및 제322조의 규정을 준용한다"(민사소송법 제299조)고 밝힌다. 선서가 소명에 갈음하는 경우에도 선서 자체의 절차가 규율된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미정인 채 남아 있어도, 선서의 방식은 그 미정을 스스로 채우지 않는다.
이상의 조항을 함께 놓고 보면,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나 법원이 정한 선서라는 짧은 경로를 통해 닿는다. 확신에 이르는 정식 증명과 같은 것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신, 소명에 갈음하는 수단도 조문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열려 있다. 이 사례에서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무엇인지는 미정으로 남고, 소명의 경로는 그 미정의 존재를 지울 수 없다.
12.4문서 확보 경로의 층위
소명이 확보의 출발에 불과함을 확인한 뒤에는, 문서를 손에 넣는 경로가 어느 층위에서 열리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하면서 변경 이메일 세 건,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를 냈고, 우리 측은 그 세 이메일이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이라고 본다. 그 이메일의 발신 계정과 지급 기록, 계산서가 서로 얽혀 있어, 어느 자료를 먼저 달라고 청구할지 정하려면 문서를 가진 사람이 제출을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부터 읽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은 문서의 제출의무를 정하면서, "다음 각호의 경우에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 1. 당사자가 소송에서 인용한 문서를 가지고 있는 때 2. 신청자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을 넘겨 달라고 하거나 보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때 3. 문서가 신청자의 이익을 위하여 작성되었거나, 신청자와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사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작성된 것인 때. 다만, 다음 각목의 사유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며, 이어 "가. 제304조 내지 제306조에 규정된 사항이 적혀있는 문서로서 같은 조문들에 규정된 동의를 받지 아니한 문서 나. 문서를 가진 사람 또는 그와 제314조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의 관계에 있는 사람에 관하여 같은 조에서 규정된 사항이 적혀 있는 문서 다. 제315조제1항 각호에 규정된 사항중 어느 하나에 규정된 사항이 적혀 있고 비밀을 지킬 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한 문서"를 예외로 든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의 예외를 피해간 뒤에도 제2항이 남아, "제1항의 경우 외에도 문서(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그 직무와 관련하여 보관하거나 가지고 있는 문서를 제외한다)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 1. 제1항제3호나목 및 다목에 규정된 문서 2.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라고 규정한다 (민사소송법 제344조). 이 중 제2항 제2호는 바로 자기이용문서라 불리는 거부사유이고, 세 이메일의 발신 계정을 둘러싼 다툼이 여기에 닿는다.
그 거부사유의 뜻을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어느 문서가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판단의 방법도 함께 정해진다. "여기서 어느 문서가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는 문서의 표제나 명칭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에 해당하는 정보, 당해 유형·종류의 문서가 일반적으로 갖는 성향,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설령 주관적으로 내부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결재를 거쳐 작성된 문서일지라도, 신청자가 열람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를 가지는 문서와 동일한 정보 또는 직접적 기초·근거가 되는 정보가 문서의 기재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객관적으로 외부에서의 이용이 작성 목적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는 볼 수 없는 경우, 문서 자체를 외부에 개시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에 기재된 ‘정보’의 외부 개시가 예정되어 있거나 정보가 공익성을 가지는 경우 등에는 내부문서라는 이유로 자기이용문서라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이 기준에 비추면 세 이메일이 하나의 반복 발송이냐 세 번의 별도 합의이냐는 표제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와 작성 목적·소지 경위를 함께 따져 판단해야 한다. 다만 위 결정이 밝힌 사정과 고려 항목을 넘어 새로운 거부사유를 만들어낼 것은 아니다.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아도 제출이 곧바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같은 결정은 그 다음 층위를 이렇게 정리한다. "한편 자기이용문서 등 문서제출 거부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90조에 따라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고,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으므로,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과연 문서제출이 필요한지 및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1항도 "법원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2항은 "문서제출의 신청이 문서의 일부에 대하여만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부분만의 제출을 명하여야 한다"고, 제4항은 "법원은 문서가 제344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문서를 제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문서를 다른 사람이 보도록 하여서는 안된다"고 덧붙인다 (민사소송법 제347조). 즉 신청의 허가 여부는 별개의 판단을 거치며, 그 판단에서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대안 상황이 미정으로 남은 사정도 함께 읽힌다.
이렇게 문서의 제출의무, 거부사유의 범위, 신청의 허가 여부가 서로 다른 층위를 이루고 있음이 드러났다. 변경 이메일 세 건, 지급 기록, 계산서 가운데 무엇을 어느 경로로 달라고 할지는 이러한 층위를 순서에 옮겨 적용할 때 비로소 정해진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전제는, 이 각 층위의 판단을 서두르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12.5확보 순서의 판단 기준
문서 확보 경로의 층위를 확인하고 마친 뒤, 이제는 확보 순서를 정하는 기준에 이른다. 상대측이 같은 달에 작성된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를 함께 제출하였고, 우리 측은 세 이메일을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으로,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각각 보고 있으므로, 무엇부터 확보할지의 순서가 다툼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 확보한 자료의 법적 평가는 뒤의 문제로 미루고, 순서 판단의 재료를 무엇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먼저 살필 것은 대상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한지이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그 기준을 밝히면서 "법원은 제출명령신청의 대상이 된 문서가 서증으로서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제출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였다. 나아가 같은 결정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 문서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항이 청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이지 아니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에 비추면 지급 기록의 금액이 이메일 한 건에 기재된 액수와 같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송의 쟁점에 가까운 자료로 평가할 것은 아니고,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가가 미정인 지금 단계에서는 그 연결의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계산서의 경우에도 순서 판단의 관점은 다르지 않다. 위 결정은 문서제출이 필요한지를 판단할 때 "문서가 쟁점 판단이나 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로 필요한지, 다른 문서로부터 자료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미정이고, 계산서는 지급 기록의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으므로, 그 출발값의 성격을 확인할 다른 자료가 있는지부터 헤아리고 계산서의 확보 시점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따질 것은 신청의 정당한 이유이다. 대법원 2016. 7. 1. 자 2014마2239 결정은 문헌제출이 필요한지와 신청의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함께 고려하여야 할 사정으로 "문서 제출로 얻게 될 소송상 이익과 피신청인이 문서를 제출함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부담이나 재산적 피해 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법인 내부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및 영업 비밀,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와의 비교형량 및 기타 소송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들고 있다.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미정인 이메일 세 건을 둘러싼 다툼에서는, 계정에서 나온 문건의 제출을 요구함으로써 얻을 이익과 그 제출이 상대측에 지울 부담을 가늠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세 이메일에 관하여 우리 측과 상대측의 견해가 갈리는 핵심은 성립 시점과 권한 범위이지, 이메일의 문안 그 자체만이 아니다. 위 결정이 제시한 비교형량의 사정에 따르면, 확보할 자료를 고르는 일은 자료가 많거나 적은 문제로 환원되지 않고, 쟁점에 필요한 정보를 어느 자료가 담고 있는지와 그 자료를 구함으로써 얻을 이익과 부담을 함께 헤아리는 일에 해당한다.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이라는 우리 측의 보는 바와 세 번의 별도 합의라는 상대측의 보는 바가 동시에 놓여 있으므로, 어느 쪽을 먼저 확보할지는 이 비교에 의하여 정해진다.
이상의 기준에 따라 이 사례의 확보 순서는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와 계산서의 기준 시점 및 대안 상황을 가늠할 단서를 먼저 마련한 뒤,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와 연결된 이메일 세 건의 확보 여부를 정하는 방향으로 잡힌다. 다만 이는 확보의 선후를 정하는 절차상의 판단일 뿐이고, 자료가 제공되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의 법적 평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세 이메일의 성립 시점과 지급 기록 및 계산서가 갖는 법적 의미는 미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