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반증 하나가 주장 연결을 어디까지 무너뜨리고, 나중에 끼워 넣은 설명은 언제 배제할지를 묻는다. 반증이 겨누는 증명력과 반증이 남기는 연결, 물증 없는 진술의 신빙성, 문서 제출 불이행의 효과를 차례로 살핀다. 사후 가설의 배제 기준과 반증 이후의 재구성을 다룬다.
7.1반증이 겨누는 증명력
남는 예외가 두 설명에 남긴 자국을 본 뒤에는, 그 자국이 어떤 증거를 통해 파악되는지로 물음이 옮겨간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는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의 쓰임새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이 조문이 허용하는 증거는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쓰인다는 점에서, 그 겨냥 지점이 다른 곳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상대측이 제출한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둘러싼 논쟁이 이 조문의 지시를 어느 방향으로 따라야 하는지가 이 자리의 물음이다.
조문이 삼는 대상은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다. 그러한 서류나 진술이라도 어떤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지가 문장의 뒷부분에서 한정된다. 증거로 할 수 있는 목적은 오직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에 해당한다(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이에 따르면 증명력을 다루는 방식은, 그 증거 자체를 새로운 사실의 직접 증명 수단으로 삼는 것과 구분된다. 이메일 세 건이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이라는 우리 측 입장이든, 세 번의 별도 합의라는 상대측 입장이든, 어느 쪽을 논하는 자리에서도 이 조문이 묻는 것은 해당 진술의 증명력이다.
같은 맥락에서 조문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전제로 한다(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증명력의 소재가 그 진술에 놓여 있을 때 비로소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제한이 풀린다. 상대측의 지급 기록 금액이 한 이메일의 기재액과 같고, 계산서가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는다는 사정은, 각각 자료가 가진 표시의 내용일 뿐이다. 그 표시들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무엇인지가 미정인 채로 남아 있는 한, 그 표시를 곧 진술의 증명력에 대한 평가로 읽어들일 수 없다.
영상녹화물에 관한 단서는 같은 조 제2항에 놓여 있다. "제1항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영상녹화물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진술함에 있어서 기억이 명백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기억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에게 재생하여 시청하게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여기서는 재생의 허용 범위가 기억이 명백하지 아니한 사항과 기억 환기의 필요로 한정된다. 제1항이 증명력을 다루기 위한 증거의 쓰임을 넓힌다면, 제2항은 그 쓰임 가운데 영상녹화물이 놓일 수 있는 자리를 좁혀 둔다.
조문을 이 자리에 놓고 읽으면, 증명력을 다루는 증거가 겨누는 지점은 진술의 증명력이며, 그 지점에 이르는 길 자체가 새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메일의 발신 계정 권한 범위,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여전히 미정으로 남는다.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제출된 증거가 주장 연결 가운데 어느 고리를 어떻게 건드리는지는, 그 겨냥 지점과 구분하여 살펴볼 일로 남는다.
7.2반증이 남기는 연결
증명력을 겨눈 반증이 들어왔다면 이제 그 파급 범위를 가려야 한다. 반증 하나로 주장 연결 전체가 무너졌다고 단정할 수 없고, 어느 고리만 끊었는지 따로 밝혀야 한다.
변경 이메일 세 건을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본다. 우리 측은 세 이메일을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으로 본다. 상대측 주장의 연결 구조는 이메일 각각마다 별개의 합의 성립이 놓이는 구조이므로, 한 건의 이메일이 반복 발송임이 드러나면 그 건에 관한 합의 연결만 끊긴다. 나머지 두 건의 합의는 각각 독립된 고리로 남는다.
지급 기록 한 건과 전문가 계산서 하나는 서로 맞물려 있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고, 계산서가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고 있다. 이메일 가운데 한 건의 연결이 끊기면 그 금액을 지급 기록이 어떤 거래에 관한 것으로 볼 것인가가 다시 문제 된다. 그러나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이므로, 계산이 끊긴 연결에 함께 의존하는지 아니면 독립된 출발값을 두는지 판단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미 살핀 바대로,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는 서류의 증거능력과 별개로 받아들여진다. 형사소송법은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8조의2)고 정한다. 반증이 증거로 채택되었다는 사실과, 그 반증이 어느 연결 고리를 끊는다는 평가는 서로 다른 일이다.
반증이 남기는 흔적을 판례가 보여 주는 기준으로 읽을 수 있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 중 상당한 부분이 배척되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본다. 상대측 진술 가운데 한 이메일의 의미가 흔들리면, 그 진술을 통해 주장된 세 합의 전체에 대한 신뢰가 함께 허물어진다.
그럼에도 나머지 고리가 꼭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남은 진술만으로 사실을 인정하려면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고 요구한다. 이 사례에서 남은 두 건의 합의를 세울 근거로 무엇이 제시되었는지, 지급 기록이 그 보강 증거인지 여부는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미정인 상태에서 판단할 수 없다.
반증은 연결망 한가운데를 관통하여도, 모든 고리를 한꺼번에 끊지는 않는다. 반증이 닿은 지점의 연결만을 끊고 남은 고리는 남은 근거로 다시 세울 수 있다. 다만 남은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두터운지, 아니면 진술 하나에 의존한 채로 서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7.3물증 없는 진술의 신빙성
반증이 남긴 연결의 흔들림을 확인한 뒤, 물증이 없을 때 남는 진술 자체를 무엇으로 평가할지가 문제이다.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다면, 오직 제공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먼저 쟁점이 된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이 경우의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원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즉 증거능력과 신빙성이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나아가 신빙성을 판단할 때 살펴볼 요소도 함께 제시되었다. 같은 판결은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고 판시하였다. 이 기준은 진술자에 관한 혐의나 수사 상황이 영향을 줄 수 있는지까지 살피도록 한다.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는 것이다. 따라서 진술의 일관성뿐 아니라 진술자가 처한 상황이 진술 내용에 미친 영향도 함께 살핀다.
상대측이 세 건의 변경 이메일을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본 뒤 금원 제공 진술을 함께 제출하는 경우, 진술의 신빙성은 이메일 자체의 객관적 정황과 함께 평가된다.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온 세 이메일이 같은 문안의 반복인지,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합의 성립을 뒷받침하는지는 미정이다. 물증이 없는 자리에 남는 진술은 이 요소들에 비추어 신뢰할 만한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여러 차례의 진술 가운데 일부가 배척될 때 나머지 진술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이에 관해 같은 판결은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심사해 본 결과 그 중 상당한 금원제공 진술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 등이 밝혀져 그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고 하였다. 일부 진술이 무너지면 전체 진술의 신빙성이 함께 흔들린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남은 진술만으로 사실을 인정하려면 특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같은 판결은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려면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고 판시하였다. 세 이메일 중 한 건에 기재된 금액과 일치하는 지급 기록, 그리고 그 금액을 출발값으로 삼는 전문가 계산서가 이러한 보강에 해당하는지는 미정이다.
이 판결은 "재정경제부 간부의 수뢰사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 중 상당한 액수에 해당하는 부분의 신빙성을 배척하면서도 나머지 적은 액수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이다. 일부 진술의 배척을 나머지 진술에 그대로 파급하지 않고 보강 근거 없이 남은 진술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물증 없는 진술의 신빙성은 진술 자체의 내용과 진술자의 이해관계, 그리고 남은 진술을 뒷받침하는 별도의 근거가 함께 충족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7.4문서 제출 불이행의 효과
물증 없는 진술의 신빙성을 무엇으로 판단할지 살펴본 뒤에, 이 장면에서는 문서를 내지 않았다는 사정이 증명 연결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묻는다. 상대방은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지급 기록, 계산서를 함께 내밀면서 우리 측이 쥐고 있는 문서도 내어 놓으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지가 관심사다.
문서 제출 불이행의 효과는 민사소송법이 직접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349조(당사자가 문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의 효과)는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경우의 법원의 권한을 이렇게 정한다. "당사자가 제347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349조) 이 문장은 법원에 선택지를 줄 뿐, 특정한 인정을 의무로 지우지는 않는다.
조문의 문언에 따라 확인할 점이 셋이다. 첫째, 인정되는 것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이지 상대방의 청구 전체가 아니다. 둘째, 인정의 형식은 진실한 것으로 보는 것이지 자백이나 확정과 같은 결론은 아니다. 셋째, 조문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판단을 법원에 맡긴다 (민사소송법 제349조). 이에 따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상대방 주장이 확정되지는 않는다.
이 장면에서 상대방은 세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를 내밀었다. 그러나 세 이메일의 성립 시점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문서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미정 사항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불이행의 효과는 그 자리에 상대방의 주장을 놓는 데 머문다.
그러므로 증명 연결망의 관점에서 보면, 문서 제출 불이행은 한 연결을 약화시키되 반대 연결을 자동으로 세우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제출한 세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 사이의 연결은 여전히 별개의 판단을 요구한다. 한 이메일의 기재액수와 지급 기록의 금액이 같다는 점, 계산서가 그 금액을 출발값으로 삼는다는 점은 연결의 방향을 보여줄 뿐이다.
7.5사후 가설의 배제 기준
문서 제출 불이행을 다룬 뒤에 남는 물음은, 반증된 설명 뒤에 새로 끼워 넣은 가설이 언제 배제되는지이다. 같은 달의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한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를 주장하고, 우리 측은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으로 본다. 두 설명이 나뉘는 자리에서 새 설명을 받아들일 근거가 어디까지인지 살펴야 한다.
사후에 붙인 설명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 아니라 진술자의 이해관계까지 함께 본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그 판단 기준을 이렇게 밝혔다.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원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이 판결은 같은 자료에서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세 이메일을 별도 합의로 보는 상대측 설명이 이 자리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복 발송이라는 반증을 뚫고 남는 별도의 근거가 서 있어야 한다.
한 설명의 일부가 무너졌을 때 남은 부분은 그대로 끌고 갈 수 없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그 까닭을 이렇게 적었다.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심사해 본 결과 그 중 상당한 금원제공 진술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 등이 밝혀져 그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이어서 같은 판결은 "따라서 나머지 일부 금원제공 진술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 등이 직접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만을 내세워 함부로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상대측이 세 이메일 중 일부만이라도 별도 합의로 남기려 할 때, 남은 이메일의 문안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설명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살아남은 부분을 인정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더 필요하다. 위 판결은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려면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요구하였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세 이메일 가운데 하나에 기재된 액수와 같은 금액이 지급 기록에 나타난다는 사정은 보강으로 나설 여지가 있다. 다만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미정이다.
이 요구가 지나친 자리를 메우지는 못한다. 위 판결은 객관적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 진술만으로 사실을 인정하는 한계를 분명히 하였고, 같은 자료에서 "재정경제부 간부의 수뢰사건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 중 상당한 액수에 해당하는 부분의 신빙성을 배척하면서도 나머지 적은 액수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를 그 적용의 예로 들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이다.
결국 사후 가설은 반증을 넘는 별도의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거나 다른 증거로 뒷받침될 때에만 남고, 남은 부분에 대한 보강이 따로 서 있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배제된다. 상대측의 세 번의 별도 합의 설명이 그 근거를 갖추었는지는 위 기준에 비추어 판가름난다.
7.6반증 이후의 재구성
사후 가설을 배제하는 기준을 세운 뒤에는, 반증을 받아들인 뒤 남은 자료만으로 주장을 다시 짜는 순서가 뒤따른다. 상대방이 제출한 변경 이메일 세 건,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 가운데 어느 것도 새 설명을 끼워 넣는 자리로 쓸 수 없게 되었으므로, 남은 것은 그 자료들의 실제 내용뿐이다. 반증이 성립한 자리를 새로 지어낸 사실로 메우지 않는다면, 재구성의 순서는 먼저 남은 자료의 관계를 확인하고 다음에 그 관계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밝히는 쪽으로 진행된다.
이 경우 재구성의 첫 자리는 세 이메일의 성립이다. 세 건 모두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확인된 자료에 속하므로, 그 자체로 별도의 합의 세 건이 성립했는지에 대한 답이 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는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를 허용하며, 제1항에서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조문은 증명력을 다투는 자리와 증명력을 세우는 자리를 구분하므로, 세 이메일이 같은 문안의 반복인지 별도의 합의인지에 관한 판단도 그 구분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 자리는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이다. 상대방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보고 있으나, 어떤 계정에서 보낸 문자가 계정 명의자의 의사를 대리할 수 있는지는 자료가 정한 바가 없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물증이 없는 경우의 신빙성 판단 기준을 세우며,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라고 밝힌다. 이 기준을 이 사건에 옮겨 보면, 발신 계정이 누구의 권한 아래 있는지에 대한 확인 없이 이메일 내용만으로 합의의 성립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세 번째 자리는 지급 기록의 성격이다. 상대방은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다는 점을 강조하나, 그 금액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자료가 밝히지 않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는 증명력을 다투는 자료를 넓게 받아들이되, 제2항에서 "제1항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영상녹화물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진술함에 있어서 기억이 명백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기억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에게 재생하여 시청하게 할 수 있다."라고 한정한다. 이 한정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자리를 별도로 두므로,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그 자료에 기재된 내용만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전문가 계산서는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지급 기록의 금액을 쓰고 있으나, 그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자료에 남아 있지 않다. 민사소송법 제349조는 문서 제출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를 두고 "당사자가 제347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조문은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뿐이므로,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지는 다른 판단의 몫으로 남는다. 계산서가 쓴 출발값이 지급 기록의 금액과 같다는 사실은 확인되나, 그 출발값이 손해액의 일부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위와 같은 순서를 거쳐도 남는 자리는 자료의 부재 그대로이다. 반증 이후의 재구성은 남은 자료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고, 그 관계를 법적 평가로 바꾸는 것은 별개의 작업이다.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세 이메일의 성립,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의 성격, 계산서의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확인된 자료가 가리키는 자리까지만 두고 남은 자리는 지어낸 사실로 채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