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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의 연결망: 주장·증거·반증·대체 설명 · II-03 · Chapter 1 · First edition

주장을 푸는 일: 문장에서 입증 명제로

한 문장에 섞인 여러 주장을 어떻게 나누어 각각 입증 명제로 세울 것인가?

Length
about 2,300 words · 10 min
Sources
1 statutes · 2 decisions
As of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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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mmary
  2. 1.1한 문장에 섞인 복수 주장
  3. 1.2요건에서 입증 명제로의 이동
  4. 1.3행위와 결과의 분리
  5. 1.4인식과 의도의 명제
  6. 1.5미정 항목을 명제로 적기
  7. 1.6명제 목록과 남은 경계
  8. Statutes referred to
  9. Decisions referred to

Synthetic case The parties and facts in this chapter come from the volume's synthetic case, not from a real matter.

Summary

한 문장에 섞인 여러 주장을 어떻게 나누어 각각 입증 명제로 세울 것인가를 묻는다. 한 문장에 섞인 복수 주장의 분리와 요건에서 입증 명제로의 이동, 행위와 결과의 분리, 인식과 의도의 명제를 차례로 살핀다. 미정 항목을 명제로 적는 방법과 명제 목록이 남긴 경계를 다룬다.

1.1한 문장에 섞인 복수 주장

대화는 청구 문장 하나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하며 자료를 내밀었는데, 그 자료가 법적 평가를 다투는 자리는 아니다. 먼저 한 문장 안에 겹쳐 있는 주장을 하나하나 풀어 놓고, 각 주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적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증거를 낸다는 사실이 곧 그 증거의 법적 의미를 확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의 인정은 어디까지나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상대방이 세 건의 변경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를 제출한 것은 자료가 있다는 뜻이지, 그 자료가 어떤 사실을 말하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이미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계약 해지라는 주장과 손해 배상이라는 주장은 묻는 것이 다르다. 전자는 변경 합의의 성립과 그 합의에 따른 해지의 유무를, 후자는 손해액과 그 산정 기준을 향한다. 청구 문장 하나 안에 두 주장이 겹쳐서 들어올 수 있지만, 나눈 뒤에는 각각에 대하여 따로 무엇을 입증할지 묻아야 한다.

상대방은 세 이메일을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본다. 반면 우리 측은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으로 본다. 같은 자료를 놓고 나뉜 이 평가는, 자료를 내밀었다는 사실과 그 자료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갈라 놓은 뒤에야 제대로 비길 수 있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이메일 하나에 기재된 액수와 같다는 것도, 그것이 어느 거래에 관한 기록인지를 확정한 뒤에야 이메일과 얽힐 수 있다.

나눈 문장에 없는 사실을 보태지 않는다는 점은, 이 장면에서 특히 중요하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모두 미정이다. 미정으로 남은 항목을 추측으로 메우지 않고 빈칸으로 적어 두는 편이, 이후 입증 명제를 세우는 일을 오히려 정확하게 만든다. 계산서가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계산서에 담긴 내용일 뿐, 그 출발값이 옳다는 평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1.2요건에서 입증 명제로의 이동

청구 문장을 해지와 손해 배상으로 나눈 뒤에는, 각 문장이 어떤 사실을 법정에 내놓아야 하는지 따로 적는 일이 남는다. 상대방은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함께 제출했지만, 그 제출 자체가 어느 문장의 요건을 채웠다는 뜻은 아니다. 법적 요건을 읽고 그 안의 낱말 하나하나를 곧바로 사실 문장으로 옮기면, 무엇을 어느 자료로 대어야 하는지가 눈에 보인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은 부인대상 행위 당시의 인식을 요건으로 두면서, 그 인식의 소재를 문장 안에서 밝힌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00조 제1항 제1호의 수익자에 대하여 판례는 "이때 각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이하 ‘수익자’라 한다)가 행위 당시 회생채권자 등을 해하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부인할 수 없으나, 그와 같은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 자신이 선의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 같은 법 제100조 제1항 제3호의 채권자에 대해서도 판례는 "채권자는 채무자가 행위 당시 다른 회생채권자 등과의 평등을 해하게 되는 것을 알았다고 추정되므로, 채권자 자신이 선의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 이 인용은 요건 문장에 "안다"가 들어 있을 때 그 앎을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가리킨다. 이 장면의 이메일 발신 계정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행위 시점의 인식을 별도의 문장으로 세워야 한다.

전득자에 이르면 요건 문장이 더 갈라진다. 판례는 관리인이 전득자에게 부인권을 행사하는 경우 "전득자가 전자인 수익자 내지 중간 전득자에 대하여 각각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00조 제1항에서 정하는 부인의 원인이 있음을 알아야 하고(같은 법 제110조 제1항 제1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전득자의 악의에 대한 증명책임은 전득자에 대한 부인권을 행사하는 관리인에게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 앞의 수익자 문장과 이 문장은 인식의 주체도, 그 인식의 대상도 다르다.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미정인 채로, 이메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와 함께 하나의 문장에 묶어 두면 어느 쪽 인식을 말하는지 가려지지 않는다.

행위 자체가 요건에 들어맞는지도 따로 묻는다. 판례는 채무 소멸에 관한 행위에 대하여 "그 시기가 채무자의 의무에 속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회생채권자 등을 해하여 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하면서, 자금 차입과 변제가 함께 놓인 사정에서 "차입과 변제 등이 이루어진 시기와 경위, 방법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특정 채무의 변제 등이 당해 차입금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고"라는 조건을 달았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 이 문장은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에 적힌 액수와 같다는 사정을, 그 지급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를 묻는 문장과 분리해 두도록 이끈다. 이메일 세 건이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세 합의가 언제 성립했는지가 정해지지도 않는다.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도 같은 식으로 옮겨 적는다. 판례는 행위의 상당성을 판단할 때 "행위 당시 회생회사의 재산 및 영업 상태, 행위의 목적·의도와 동기 등 회생회사의 주관적 상태를 고려함은 물론, 변제행위에서는 변제자금의 원천, 회생회사와 채권자의 관계, 채권자가 회생회사와 통모하거나 회생회사에 변제를 강요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등을 기준으로 하여 신의칙과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 이 인용은 계산서가 택한 시점과 상황을 사실 문장으로 따로 세울 때 무엇을 함께 적어야 하는지 보여 준다. 그 상당성 유무에 관한 판단 기준이 곧 이 장면의 결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요건을 읽은 뒤 그 안의 인식·행위·조건을 각각 사실 문장으로 옮기면, 제출된 자료가 어느 문장에 붙는지와 그 문장이 비어 있는지가 함께 드러난다. 이메일과 지급 기록, 계산서는 각각 다른 명정에 놓이고, 성립 시점과 권한 범위, 거래의 특정,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를 냈다는 사실이 법적 평가가 아니듯, 요건에 낱말이 있다는 사실이 그 낱말이 이미 증명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1.3행위와 결과의 분리

입증 명제를 요건 문장에 놓고 읽는 방식을 확인한 뒤, 이번에는 그 명제 안에서 행위와 결과를 서로 떼어 놓는 작업으로 나아간다. 상대방이 제시한 자료는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로, 각각이 서로 다른 자리에 놓여 있다. 이들 자료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 묻기에 앞서, 자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 법적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두어야 한다.

행위와 결과를 나누는 척도는 무엇을 묻고 무엇을 답하는지에 있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은 수표 교부라는 행위가 누구에게 어떤 경위로 이루어졌는지를 먼저 적시한 뒤에, 그 행위가 부인의 대상이 되는지를 나중에 판단한다. 그 판결은 “위 수표 교부 경위가 ①과 같다면 이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고 거액의 어음채무 등을 결제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던 갑 회사가 특수관계인인 을에게 재산을 교부한 것으로 갑 회사의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를 해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00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인의 대상이 되고”라고 말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 여기서 교부가 행위라면 부인의 대상이 됨은 그 행위의 평가이고, 평가는 행위 서술 뒤에 별도의 문장으로 주어진다. 이메일 발송과 자금 지급도 그대로 옮겨 적는 자리와 그 의미를 묻는 자리를 떼어 두어야 한다.

행위 명제를 세울 때는 발송과 지급 그 자체만 남기고, 그 안에 평가나 인식을 섞지 않는다. 이 판결은 행위의 경위를 “갑 회사가 차용금의 변제, 증여, 대여 등 어떠한 명목으로든 을에게 교부하고, 을이 이를 정의 대리인 무를 통해 자신의 채무변제 명목으로 교부하여, 정이 다시 병 회사에게 대여 등의 명목으로 교부한 것”처럼,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하였는지로 구성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 같은 방식으로 세 건의 변경 이메일이 어떤 계정에서 나와 누구에게 갔는지를 적고, 지급 기록의 액수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는 미정으로 남겨 둔다. 발신 계정이 그 문안을 보낼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행위 밖의 물음이므로 이 명제에 끼워 넣지 않는다.

결과 명제는 행위 뒤에 달라진 상태를 따로 세운다. 손해액이 얼마가 되었는지, 계약 관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행위를 그대로 옮기는 자리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이 판결은 변제 행위의 평가에서 “변제자금의 원천, 회생회사와 채권자의 관계, 채권자가 회생회사와 통모하거나 회생회사에 변제를 강요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등을 기준으로 하여 신의칙과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말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 원천과 관계가 행위와 함께 놓이는 평가의 기준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전문가 계산서가 출발값으로 삼은 금액이 지급 기록의 액수와 같더라도,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정해지기 전에는 손해액의 크기를 결과로 확정할 수 없다.

행위에서 결과에 이르는 사정을 채우지 않은 채 두 명제를 나란히 놓으면, 결론을 지어내는 대신 무엇이 비어 있는지가 드러난다. 이 판결은 상당성의 판단에서 “행위 당시 회생회사의 재산 및 영업 상태, 행위의 목적·의도와 동기 등 회생회사의 주관적 상태를 고려함은 물론”이라고 말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 목적과 의도가 행위 자체의 서술이 아니라 판단의 재료로 별도로 다루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세 번의 별도 합의라는 상대측 견해와 같은 문안의 반복이라는 우리 측 견해는 각기 다른 성립 시점을 놓고 다투는 것이고, 어느 쪽이 맞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하지 않은 채 남겨 둔다.

행위와 결과를 각각 다른 명제로 세우면, 자료가 보여 주는 사실과 법적 평가의 사이가 벌어진 그 틈이 남는다. 증거에 의하지 않은 사실 인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틈은 앞으로 채울 자리로 남는다.

1.4인식과 의도의 명제

행위와 결과를 갈라놓은 뒤에 마주치는 문제는 인식과 의도의 자리다. 상대방은 세 건의 변경 이메일을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보려 하고, 우리 측은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으로 본다. 이 대립을 풀려면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를 알았는지와 같은 인식 사실을, 이메일 발송이라는 행위에서 떼어 하나의 명제로 세워야 한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은 인식 요건을 다룬다. 인식 사실의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먼저 밝혀져 있는데,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00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인대상 행위 당시 수익자가 다른 회생채권자 등을 해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는지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수익자)"라 정리되었다. 같은 판결은 "[2] 회생절차 관리인이 부인대상 행위의 전득자에게 부인권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전득자가 전자인 수익자 내지 중간 전득자에게 부인의 원인이 있음을 알았는지에 관한 증명책임 소재(=관리인)"이라 하여, 안다는 사실이 별도의 요건으로 놓인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이메일의 발신 계정이 어떤 권한을 갖는지 알았는지는 행위와 나란히 서는 별개의 질문이다.

같은 판결은 채권자 쪽의 인식도 같은 틀로 다룬다. "[6]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00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부인대상 행위 당시 채권자가 다른 회생채권자 등과의 평등을 해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는지에 관한 증명책임 소재(=채권자)"라 하여, 알지 못함이 항변의 한 축이 된다는 점을 밝힌다. 이 인용은 발신 계정의 권한을 상대방이 몰랐다는 사정을 그대로 남기고, 알았다는 결론을 미리 적지 말라는 뜻을 이 사례에 준다.

의도는 더 조심스럽게 다룬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75291 판결은 "여기에서 행위의 상당성 유무는 행위 당시 회생회사의 재산 및 영업 상태, 행위의 목적·의도와 동기 등 회생회사의 주관적 상태를 고려함은 물론, 변제행위에서는 변제자금의 원천, 회생회사와 채권자의 관계, 채권자가 회생회사와 통모하거나 회생회사에 변제를 강요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등을 기준으로 하여 신의칙과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목적·의도·동기가 판단의 자료로 쓰인다는 점을 적시한다. 이 사례에서는 세 건의 이메일을 어떤 생각으로 보냈는지가 합의 횟수를 가르는 재료가 되고, 그 생각은 발송 행위를 묘사한 문장 밖에 따로 놓아야 한다.

행동과 생각이 함께 움직이는 듯 보이는 장면에서도 두 층위는 분리된다. 같은 판결은 "[7] 회생절차상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다른 회생채권자 등에게 유해하지만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및 행위의 상당성 유무에 관한 판단 기준"을 다루면서, "[8] 채무초과 상태로 어음부도 직전에 있던 채무자 회사가 자신의 은행 대출계좌 등에서 인출한 자금으로 자기앞수표를 발행받은 다음 이를 특정 채권자에 대한 기존 채무의 변제를 위해 교부하면서 기왕에 담보조로 제공하였던 당좌수표 등을 회수하였으나 수표를 교부한 당일 또는 다음날 약속어음 등을 결제하지 못하여 결국 부도가 난 사안에서, 위 수표 교부행위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하였거나 불가피하다고 인정되어 일반 회생채권자 등이 회생회사 재산의 감소나 불공평을 감수하여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를 남긴다. 여기서 수표 교부는 행위이고, 그 뒤에 놓인 생각은 동기라는 이름으로 따로 취급된다.

따라서 이 장면의 명제를 세울 때 인식과 의도는 각각 한 문장에 담는다. 상대방이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를 알았는지, 세 이메일이 어떤 생각에서 나왔는지는 미정으로 두고, 알았다는 결론을 값으로 박아 넣지 않는다. 앞서 분리한 행위 명제와 결과 명제에 인식과 의도를 겹쳐 쓰지 않고, 이 둘을 별도의 명제로 놓는다. 남은 미정 항목은 그 자체로 값이 없으므로, 그 항목에 무엇을 끼워 넣을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채 둔다.

1.5미정 항목을 명제로 적기

행위와 인식을 떼어 낸 뒤에 남는 물음은, 판사문으로 만들 자료가 아직 비어 있는 항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이다. 미정으로 남은 항목에도 값을 채워 넣지 않고, 다루어야 할 사실이라는 성격을 그대로 지닌 채 한 문장으로 적어 두는 일이 이 자리의 과제이다.

사실의 인정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가리키는 한 기준을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이렇게 둔다.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전문개정 2007. 6. 1.](형사소송법 제307조)" 이 기준은 판사문을 쓰는 자리에도 그대로 이어져, 확정된 값을 내세울 때는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하고 값을 비워 둘 때는 비워 둔 채로 남겨야 한다는 점을 알려 준다. 미정 항목이 값이 아니라 사실로 서술된 채 남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성립 일자를 적어 넣어 값을 채워 넣는 대신, 성립 시점이 아직 정하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한 문장을 만들어 둔다. 이 문장은 성립을 부정하지도 확정하지도 않으며, 뒤에 이어질 판사문에서 찾아야 할 값이 무엇인지를 가리킬 뿐이다. 성립 시점이 미정이라는 사정에서 나아가 성립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로 성립을 전제로 하는 결론을 적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무엇인지도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 각 항목마다 한 문장으로,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 미정이라는 사실,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이 무엇인지 미정이라는 사실, 계산서가 쓴 대안 상황이 무엇인지 미정이라는 사실을 차례로 적어 둔다. 지급 기록에 적힌 금액이 한 이메일의 액수와 같다는 사정은 별개의 사실로 옮겨 적고, 그 금액이 같은 거래에 관한 것이라는 결론은 미정 항목에 붙이지 않는다.

미정 항목은 값이 비어 있는 자리이지 판단이 미처 끝나지 않은 자리가 아니다. 판사문을 만드는 이는 값을 채울 책임이 아니라, 채워야 할 값과 이미 채워진 값을 구별해 두는 일을 맡는다. 이 구별을 지킨 채 미정 항목을 문장으로 옮겨 두었으므로, 남은 일은 앞서 만든 명제들을 한 목록에 모으는 것이다.

1.6명제 목록과 남은 경계

미정 항목을 명제로 옮긴 데서 멈추지 않고, 앞서 뽑아낸 문장들을 한 자리에 모으면 주장과 자료가 만나는 지점이 드러난다. 여기서 묻는 것은 목록에 무엇을 채워 넣을 것인가가 아니라, 제출된 자료가 그 목록의 어느 항목 앞에 놓이는가이다.

먼저 성립과 권한의 두 항목을 붙여 놓는다.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과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는 각각 하나의 명제로 남아 있고, 세 이메일은 어느 쪽 명제를 향해 놓이는지를 가리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 장면을 평가할 때 법문은 사실의 인정 방법에 관해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자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립 시점이나 권한 범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 조문이 먼저 가리킨다.

그다음으로 대상과 금액의 항목을 놓는다.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미정으로 남아 있고, 그 금액이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다는 사정은 이 항목에 관한 자료의 위치를 표시할 뿐이다. 같은 법문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덧붙인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금액의 일치가 지급 기록의 대상을 가리켜 주는지 아닌지는 이 단계에서 적어 두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계산의 항목을 붙인다.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이고,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이 어느 명제에 놓이는지도 아직 적혀 있지 않다. 자백의 신빙성을 다투는 자리에서 대법원은 판단에 참고할 사정을 들며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9도675 판결). 이 말은 자백의 자리에서 나온 것이므로, 지금의 목록에서는 계산서와 다른 자료가 서로 어긋나는지 보는 방향을 가리킬 뿐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놓인 항목의 목록만으로 이 장면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명제 목록이 채워진 것은 아니고, 자료가 어느 항목에 놓일지가 표시된 것이다.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 자리에서 다루지 않고, 부존재 주장과 한정된 범위도 아직 다루지 않은 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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