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경쟁 설명을 구별하는 추가 관찰이 무엇인지, 설명되지 않은 예외가 어디에 남는지를 묻는다. 자료와 평가의 경계, 설명을 가르는 관찰, 예측이 겹치는 자료, 물증이 없는 자리의 진술을 차례로 살핀다. 자백 신빙성의 판단 기준과 남는 예외가 설명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6.1자료와 평가의 경계
최선형을 세우는 작업만으로는 성립 시점과 지급 기록의 대상 거래, 계산서의 기준 시점이 정해지지 않는다고 정리한 뒤에 남는 물음은, 이 장에서 자료와 그 법적 평가를 어디에서 가르는가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과 그 자료에 어떤 법적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이 글은 그 경계를 먼저 밝히고, 이 장이 설명력을 가늠하는 일만 맡음을 분명히 하려 한다.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하는 상대방은 변경 이메일 세 건과 자금 지급 기록 한 건, 전문가 계산서 하나를 제출했다. 세 이메일은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고, 지급 기록의 금액은 그중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으며, 계산서는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는다. 이 사실들은 모두 제출된 자료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메일 세 건이 세 번의 별도 합의인지,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인지는 자료의 제출 여부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우리 측은 반복 발송으로, 상대측은 별도 합의로 각각 읽고 있다.
여기서 민사소송법 제294조의 조사의 촉탁은 다른 문제를 다룬다. 법원이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조사를 촉탁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업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자료를 모으는 절차의 수단이다. 이 조문은 모인 자료에 어떤 설명이 붙는지를 정하는 기준을 두지 않으므로, 이 사례의 설명력을 가늠하는 근거로 끌어오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민사소송법 제299조의 소명의 방법도 이 문제의 기준이 아니다.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그 요건을 다룰 뿐, 두 경쟁 설명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설명력이 있는지는 다루지 않는다.
이 장의 범위는 설명력을 가늠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어느 거래에 관한 지급 기록인지,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무엇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미정인 사항은 이 장에서 확정하지 않고 그대로 남긴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와 같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삼는다.
6.2설명을 가르는 관찰
자료의 존재와 법적 평가를 나눈 뒤에는, 남은 자료 가운데 어느 것이 설명력을 가르는 관찰인지 고르는 일이 놓인다. 두 설명이 각기 다른 예측을 내놓는 자료만이 여기에 해당하고, 두 설명이 같은 예측을 내놓는 자료는 가르는 관찰이 아니다. 설명의 경쟁이 무엇을 추가로 요구하는지를 이 기준에서 확인하기로 한다.
가르는 관찰이 무엇인지 가리려면 두 설명이 내놓는 예측을 나란히 놓고 대조해야 한다. 변경 이메일 세 건에 관하여 우리 측은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을,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를 각각 설명으로 제시한다. 이 두 설명은 이메일이 몇 건 작성되었는지에 관하여 같은 예측을 내놓는다. 따라서 이메일의 수 자체는 두 설명을 가르는 관찰이 아니다.
다른 관찰은 두 설명에 서로 다른 예측을 요구할 수 있다. 발신 계정이 누구에게 귀속되고 그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하여는 두 설명이 갈릴 여지가 있다. 다만 합성 사례에서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는 미정으로 남아 있고, 이 사실은 자료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확인된 자료가 없다는 사정이 곧 어느 설명의 예측이 맞았다는 뜻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관찰이 두 설명을 가른다고 하더라도 그 관찰을 법정에 내놓는 방법은 별도로 규율된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제1항은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는 수단으로 쓰일 서류와 진술을 따로 두고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영상녹화물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진술함에 있어서 기억이 명백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기억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에게 재생하여 시청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기억 환기의 필요가 인정되는 때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 조문들은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를 다룬다. 설명이 서로 다른 예측을 내놓는지를 가르는 관찰을 고르는 작업과, 그 관찰을 증거로 내놓는 일은 서로 다른 차원에 있다. 두 설명을 가르는 관찰을 찾았다고 하여 그 관찰의 증명력이 함께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증명력은 별도로 다투어진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의 액수와 맞는다는 관찰이 어느 설명에서 온 것인지는 다음에 살피되, 그 관찰 자체의 증명력은 그 문제와 분리하여 다룬다.
6.3예측이 겹치는 자료
두 설명이 같은 예측을 내놓는 자료는 설명을 가르지 못하므로, 이 메일 세 건과 지급 기록과 계산서가 어느 쪽 예측에서만 나타나는 관찰인지 묻는다. 세 건은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고, 지급 기록의 금액은 그중 한 건에 적힌 액수와 같으며, 계산서는 그 액수를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는다.
우리 측 설명은 세 건을 같은 문안의 반복 발송으로 본다. 이 설명이 맞다면 발신 계정 하나, 금액의 일치, 계산서의 출발값은 모두 그대로 나타나야 한다. 상대측 설명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본다. 이 설명이 맞더라도 발신 계정 하나는 그대로 나타나고, 금액의 일치도 한 건에서만 요구되므로 역시 나타난다.
따라서 금액이 서로 맞는다는 관찰은 두 설명 가운데 어느 쪽에서 온 것인지 가르지 못한다. 그 관찰이 변경 합의의 성립이라는 결론으로 곧장 옮겨 가는 것은 앞서 정의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 합의가 몇 번 성립했는지, 성립 시점이 언제인지는 이 관찰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왔다는 점도 같은 형편에 놓인다. 권한 범위가 미정인 채로는, 한 사람이 세 번 보낸 편지와 권한 있는 사람이 세 번 보낸 합의서를 이 계정 하나가 갈라놓지 못한다.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도 미정이므로, 그 금액이 한 이메일에 적힌 액수와 같다는 사실만으로 그 거래가 변경 합의에 따른 것임이 정해지지 않는다.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이 미정인 점도, 그 계산서가 두 설명 가운데 어느 쪽을 전제로 쓰인 것인지를 밝히지 못한다.
다만 한계가 관찰을 모두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는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를 따로 두고 있는데, 그 제1항은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설명을 가르지 못하는 자료도 진술의 증명력을 다루는 자리에서는 그 흐름을 가늠하는 데 쓰인다.
지급 기록과 계산서의 금액이 서로 맞는다는 관찰이 바꾸어 놓는 것은 설명 사이의 우열이 아니라, 그 관찰을 근거로 삼은 진술이 어디까지 타당한지의 물음이다. 세 이메일과 금액의 일치와 계산서의 출발값이 한 자리에 모인 관찰을, 성립 시점과 권한 범위와 거래의 대상과 계산 기준이 모두 미정인 채로 변경 합의의 성립으로 옮기지 않는 방식으로 이 자료를 읽는다.
6.4물증이 없는 자리의 진술
세 이메일의 문안이 되풀이된다는 관찰에서 멈추면, 남는 자리는 문서가 비운 자리다. 지급 기록과 계산서가 쓰지 않는 물음, 즉 변경 합의가 실제로 오갔는지의 여부는 두 쪽의 진술에만 의지한다. 이때 진술 하나를 믿는 방식을 가르는 기준을 대법원 2008도8137 판결이 밝히고 있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객관적 물증이 없는 자리에서 진술 하나로 사실을 인정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밝히는데, 그 판결은 "금원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합성 사례의 변경 이메일을 만든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가 미정이므로, 이 판결의 문언은 계약 변경 합의를 뒷받침할 물증이 비어 있는 쟁점에 그대로 옮겨 읽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판결이 어떤 항목을 함께 보는지는 진술을 읽는 순서를 가르친다. 앞서 인용한 기준에 덧붙여 그 판결은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다는 관찰이, 진술을 만든 사람의 이해관계를 가리는 일에 쓰이지는 않는다.
진술을 만든 쪽이 궁박한 처지에 있는지는 특히 살핀다. 그 판결은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합성 사례의 발신 계정이 어떤 권한 안에 있었는지가 미정이므로, 세 이메일을 보낸 쪽의 처지가 진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함께 미정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진술이 여러 토막으로 나뉘어 있을 때의 처리 방식이 남는다. 그 판결은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심사해 본 결과 그 중 상당한 금원제공 진술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 등이 밝혀져 그 부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라면, 여러 차례에 걸쳐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시하고, 나아가 "나머지 일부 금원수수 사실을 인정하려면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 세 이메일이 각각 별도의 합의라는 설명과 같은 문안의 반복이라는 설명 가운데 어느 쪽으로 읽어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이 기준은 금원수수 쟁점을 다룬 판결의 말로만 남기고 합성 사례에 결론으로 옮기지 않는다.
6.5자백 신빙성의 판단 기준
진술이 문서 자료를 대신한 자리에서 신빙성의 판단이 전면에 놓인 것이라면, 진술 중에서도 자백은 그 무게가 가장 크므로 신빙성을 의심할 근거가 무엇인지가 분명해져야 한다.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9도675 판결이 다루는 쟁점은 자백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 이 판결이 세우는 기준을 설명의 후보 가운데 하나로 놓고 읽는다.
자백이 법정진술과 다르거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심을 품을 수는 없다. 대법원 2009도675은 그 까닭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이 법정진술과 다르다거나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이라는 사유만으로는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 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정한 사유 또는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0도5442 판결 등 참조)."(대법원 2009. 4. 9. 선고 2009도675 판결) 자백을 지지하거나 깎아내리는 요소가 진술 내용 자체에 있기도 하고, 동기와 경위에 있기도 하며, 다른 정황증거와의 관계에 있기도 하다는 뜻이다.
세 이메일이 세 번의 합의를 이루는지,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인지에 관한 판단에서 상대측이 내세우는 진술이 자백의 지위에 놓인다면 그 신빙성은 이 기준에 따라 가려진다. 진술 내용 자체의 객관적 합리성, 진술에 이른 동기와 경위, 그리고 지급 기록이나 계산서 같은 정황증거 중 그 진술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있는지가 함께 놓인다. 다만 발신 계정의 권한 범위와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미정이므로, 저촉 또는 모순의 유무는 지금 단정할 수 없다.
이 판결의 기준에서 자백은 다른 증거를 대신하는 열쇠가 아니라 여러 정황 가운데 하나로 놓인다.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자백 한 건만으로 변경 합의의 성립 시점이나 권한 범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정한 사유가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과정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가 판단의 축으로 남는다.
자백의 신빙성 유무는 진술 자체의 합리성과 동기·경위, 그리고 정황증거와의 관계를 함께 놓고 판단하는 문제다. 이 기준을 이 사례에 적용한 설명과 그 설명이 살아남는지는 앞선 관찰이 맡는다. 신빙성이 있는 자백으로 인정되더라도 그 자백이 담지 못하는 예외가 남을 수 있으므로, 남는 예외의 자국이 그 설명력에 무엇을 남기는지는 다음 쟁점의 몫으로 둔다.
6.6남는 예외와 설명력
자백의 신빙성 유무 판단 기준을 읽고 나면, 남는 물음은 설명에 닿지 않은 예외가 두 설명에 무엇을 남기는가이다. 앞 절의 대법원 2009도675 판결은 자백의 신빙성 유무 판단 기준이라는 쟁점만을 다루었고, 이어지는 관찰은 그 판단이 채 설명하지 못한 나머지를 겨눈다.
같은 발신 계정에서 나온 변경 이메일 세 건에 대해, 우리 측은 같은 문안이 반복 발송된 것으로, 상대측은 세 번의 별도 합의로 본다.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의 요건과 범위를 정하는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제1항은,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조는 증명력 다툼의 수단을 넓히되, 그 수단이 닿는 대상이 진술의 증명력임을 분명히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영상녹화물의 재생 시청에 관하여 "제1항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영상녹화물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진술함에 있어서 기억이 명백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기억을 환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에게 재생하여 시청하게 할 수 있다."고 하여, 예외를 좁게 둔다. 반복 발송이냐 별도 합의냐의 대립 앞에서, 이 조는 한 설명을 무너뜨릴 자료가 어떤 자리에 서는지를 가르는 틀이 된다.
지급 기록의 금액이 한 이메일에 기재된 액수와 같다는 사정은, 상대측 설명에 힘을 실는 방향의 관찰로 보인다. 그러나 지급 기록이 어느 거래에 관한 것인지는 미정이고, 금액의 일치가 곧 같은 거래의 증거라는 뜻은 아니다. 계산서가 그 금액을 손해액 계산의 출발값으로 삼았다는 점 역시 같은 방향의 관찰이지만, 계산서가 쓴 기준 시점과 대안 상황은 미정이라 손해액 산정의 기초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전제는, 이 두 관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관찰이 모여도 설명이 모든 예외를 품지는 못한다. 상대측의 세 별도 합의 설명은 반복 발송의 정황을 완전히 삼키지 못하고, 우리 측의 반복 발송 설명은 금액의 일치와 계산서의 출발값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는 예외를 보고 곧바로 어느 설명을 파기하기 어렵다. 예외가 남는 자리는 설명의 약점을 드러내는 자리이면서, 그 약점이 설명 전체를 무너뜨릴 만한 것인지 가를 자료가 더 모여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에 남는 예외는 두 설명의 설명력에 자국을 남긴다. 그 자국이 어느 설명에서 더 크게 남는지는 미정이고, 미정인 채로 두 설명을 함께 놓고 본다. 반증이 미치는 파급 범위는 다음 장의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