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의뢰한 질문이 전문 분야에 맞는지, 전문가가 받은 자료가 의견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를 묻는다. 감정 사무의 출발점과 촉탁이 정하는 맡김 범위, 질문과 전문 분야의 짝을 차례로 살피고, 감사기준이 묶는 자료와 감사조서에 남은 범위, 손해액과 상당인과관계를 더한다.
10.1감정 사무의 출발점
증인의 법정 진술 능력과 자격 판단을 별도로 남겨 둔 채, 이번 장에서는 전문가 의견이 어떤 자리에서 시작되는지를 묻는다. 감정 사무는 누가 맡는가에서 출발하며, 그 맡김의 근거는 오로지 법정의 지정 행위에 있다. 민사소송법 제335조는 감정인의 지정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335조(감정인의 지정) 감정인은 수소법원·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가 지정한다." 이 조문은 감정 사무가 누구의 손을 거쳐 정해지는지에 관한 출발점을 명확히 한다. 지정의 주체는 수소법원, 수명법관, 수탁판사로 한정되어 있다.
민사소송법 제335조가 가리키는 지정은 감정 업무의 담당자를 확정하는 절차의 첫 단계이다. 지정된 자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지, 어떤 질문을 다루게 되는지,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의견을 내는지는 지정 행위만으로 곧바로 정해지지 않는다. 지정이 있은 뒤에야 의뢰 질문과 자료 범위가 구체화되며, 전문가 의견의 적합성은 그 구체화된 틀 안에서 비로소 논의될 수 있다. 지정에 기초한 감정 사무가 제대로 시작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곧 이 틀을 밝히는 일과 맞물린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주장하면서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함께 제출했다. 상대방 측 손해액 계산서에는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제출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 관계자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미정이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335조의 지정 조문이 이 사례에서 뜻하는 바는 이와 같다. 회의에 참석했다는 관계자 A가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하더라도, 그 진술이 감정 사무를 맡게 된 전문가의 의견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정의 틀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하는 대목도 마찬가지이다. 그 인용이 어떤 자료 범위 안에 들어가는지, 어떤 의뢰 질문에 대한 답인지 가려지는 것은 지정 이후에 맺어질 틀의 문제로 남는다.
지정된 전문가의 명성이나 경력이 그 의견을 미리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지정이 누구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를 가리는 일은 감정 사무의 출발점을 분명히 하는 작업이며, 이 출발점이 선 뒤에야 전문가 의견의 적합성을 논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제출된 문서와 계산서가 어떤 관찰과 추론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묻는 질문도, 감정 사무가 지정된 경로부터 차례로 따라가야 한다.
10.2촉탁이 정하는 맡김 범위
지정을 통해 사무의 담당자가 가려졌다면, 이제는 그 담당자에게 무엇이 맡겨지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그 맡김의 범위를 정하는 근거는 민사소송법 제341조의 감정 촉탁 규정에 놓여 있다.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촉탁을 발할 수 있으며, 촉탁을 받을 상대는 공공기관·학교, 상당한 설비를 갖춘 단체, 외국의 공공기관이다. 즉 사무는 개인 전문가가 아니라 기관이라는 단위로 맡겨진다.
민사소송법 제341조 제1항은 감정의 촉탁에 관하여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공기관·학교, 그 밖에 상당한 설비가 있는 단체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에 감정을 촉탁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선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민사소송법 제341조). 이 인용에서 맡김의 주체와 상대가 분명히 드러난다. 법원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상당한 설비를 갖춘 기관이 감정 사무를 떠맡는다. 선서 규정을 배제하는 단서는 당사자 사무를 대리하는 자가 아닌 기관의 공적 성격을 전제한 예외이다.
개인이 아니라 기관에 맡겨진 사무인 만큼, 기관은 결과를 산출한 사람을 곧바로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기관이 지정한 사람을 세워 그 결과의 내용을 설명하게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341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에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공공기관·학교, 그 밖의 단체 또는 외국 공공기관이 지정한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서를 설명하게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제2항의 경우에는 제339조의3을 준용한다"라고 덧붙인다. 설명의 기회가 열리는 자는 기관이 지정한 사람이며, 법원이 필요성을 인정한 때에 한정된다.
촉탁 규정은 기관에 무엇을 구체적으로 의뢰할지, 어느 범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답변할지를 열거하지 않는다. 그 틀 안에서 정해지는 의뢰 질문과 답이 촉탁에 담긴 맡김의 범위를 구성한다. 이와 구별하여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에 붙은 참고 목록과 그에 관한 의문, 회의 참석자 수나 문서 열람 범위처럼 미정인 사정은 별개의 판단 대상이다. 촉탁이 정한 범위 밖에서 제기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촉탁의 맡김 범위와 겹쳐 읽히지 않는다. 자료가 제출되었다는 사실이 곧 그 자료의 관찰과 추론을 법적으로 평가한 결과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촉탁이 정하는 맡김 범위는 법원의 필요 판단, 기관의 수임, 그리고 그 안에서 확정된 의뢰 질문과 자료 범위로 한정된다. 기관이 지정한 사람이 설명에 나서는 경우에도 설명의 대상은 그 범위를 넘지 않는다. 촉탁의 틀 밖에서 더해진 질문에 대한 답은 전문가 의견의 범위로 섞이지 않으며, 그 밖의 미정 사정은 미정으로 남는다.
10.3질문과 전문 분야의 짝
촉탁의 틀 안에서 맡김 범위가 가려졌다면, 이제 그 범위 안에 놓인 의뢰 질문이 감정인의 전문 분야에 맞물리는지 살핀다. 민사소송법은 감정인을 지정할 주체를 먼저 밝히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335조는 "감정인은 수소법원·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가 지정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누가 지정할 수 있는지만을 정할 뿐, 지정받을 감정인이 어떤 분야의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정의 형식을 확인하는 것으로는 질문과 전문 분야가 맞물렸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 다음에 마주치는 것이 감정 촉탁의 조문이다. 민사소송법 제341조 제1항은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공기관·학교, 그 밖에 상당한 설비가 있는 단체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에 감정을 촉탁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선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민사소송법 제341조). 촉탁을 받을 기관의 자격을 보는 이 문장은 질문의 내용과 분야의 짝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 사례에서 회계와 손해액 계산을 맡길 기관이 해당 조항에 맞는지는 정해졌으나, 그 기관이 다루어야 할 분야의 경계는 조항 안에서 찾아지지 않는다.
촉탁 기관이 지정한 사람에 대해서도 규정은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341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에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공공기관·학교, 그 밖에 단체 또는 외국 공공기관이 지정한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서를 설명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설명의 기회를 주는 문장이지 설명자의 전문 분야를 가르는 문장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A의 진술이 섞인 분야가 설명 절차에 비추어 적절한지는 이 조항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이 사례를 이 규정들에 놓고 보면, 질문과 분야의 짝은 두 조문이 정하는 바의 밖에 있다. 상대방이 내민 손해액 계산서에 어떤 분야의 계산 기준이 적용되었는지는 미정이고, 회의에서 A가 직접 확인했다는 문서의 범위도 미정이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결국 의뢰 질문이 어느 분야에 속하는지, 그 분야에 어떤 자격 요건을 요구하는지에 관한 기준을 두 조문에서 새로 세울 수는 없다.
10.4감사기준이 묶는 자료
의뢰한 질문이 전문 분야에 맞물리는지 살핀 뒤에는, 그 전문가가 답변의 근거로 삼을 자료가 어디까지인지 가려야 한다. 감사 의견의 경우 그 자료의 경계를 정하는 것이 회계감사기준이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은 감사인의 수행 기준을 이렇게 적는다.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이는 감사인이 임의로 자료를 고르거나 방법을 정하지 않고, 인정된 기준에 묶여 감사를 하도록 한 규정이다.
그 기준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는 같은 조 제2항이 정한다. "제1항의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의 독립성 유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유지에 필요한 사항 등을 포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 정한다." 따라서 기준의 내용은 법률 본문이 아니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고 금융위원회가 사전승인한 방식으로 마련된다. 이 조문은 감사 자료의 범위를 세부 항목으로 나누어 보여주지 않고, 그 구성을 정하는 주체와 절차만 밝힌다. 조문에 없는 항목이나 수치를 감사기준의 내용으로 여기는 것은 이 규정에서 나아간다.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함께 제출한 상대방 측 자료에 대해서도 같은 구분이 필요하다. 감사인이 감사를 실시할 때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삼는가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고, 제출된 자료의 목록 자체가 그 범위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관계자 A가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했다 해도, 그 가운데 어느 부분이 감사 자료에 해당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손해액 계산서에 붙은 참고 자료 목록에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도, 이 법령 조문이 자료의 범위를 직접 정하지는 않는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모두 미정이다. 회계감사기준이 정하는 바에 따라 판단할 여지가 남는다 해도, 조문이 밝히지 않은 세부 항목을 지어내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삼가야 한다.
감사 의견이 어떤 자료에 기초하는지는 회계감사기준이 묶는 범위 안에서 판별할 일이다. 그 기준의 내용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고 금융위원회가 사전승인하는 절차를 거쳐 마련되며, 법률 제16조는 그 틀만을 규정한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라는 점도 같은 이치에서 이해된다.
10.5감사조서에 남은 범위
감사기준이 의견의 자료를 묶는 까닭을 확인한 뒤에는, 그 자료가 어떤 모습으로 남는지가 문제이다. 회계감사의 절차와 정보가 문서로 기록되는 까닭부터 살펴보자. 외부감사법 제19조 제1항은 감사조서가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다음과 같이 정한다. "감사인은 감사를 실시하여 감사의견을 표명한 경우에는 회사의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하였던 감사절차의 내용과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 및 정보의 분석결과 등을 문서화한 서류(자기테이프·디스켓, 그 밖의 정보보존장치를 포함한다. 이하 “감사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9조). 이 문구는 조서에 남는 대상이 감사절차의 내용, 입수한 정보, 그 분석결과임을 밝힌다. 회의록이나 설명 문서처럼 의견의 근거로 주장된 자료도, 이 세 가지에 놓이지 않으면 조서의 자리는 정해지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관계자 A의 진술은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묶는다. 위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각 단계의 절차와 입수 정보가 구분된 문서이다.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가 미정인 채로 하나의 서술만 남으면, 어느 부분이 입수한 정보이고 어느 부분이 그 정보의 분석결과인지 조서로 가려내기 어렵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하는 대목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작성 시점이 뒤인 문서가 입수 정보인지 분석결과인지 아니면 별도의 참고자료인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조서가 담아야 할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이 갈라지지 않는다.
조서는 보존의 대상이기도 하다. 같은 법 제19조 제2항은 "감사인은 감사조서를 감사종료 시점부터 8년간 보존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3항은 "감사인(그에 소속된 자 및 그 사용인을 포함한다)은 감사조서를 위조·변조·훼손 및 파기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두 항은 조서에 남은 기록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방이 제출한 손해액 계산서의 참고 자료 목록에 이름이 오른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을 때, 그 누락된 내용을 조서의 범위 밖에서 추측으로 채울 수는 없다.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이 미정인 것은 미정으로 남는다. 조서는 이미 문서화된 것을 지키는 기록이지, 비어 있는 자리를 대신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같은 이유로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이나 회의 참석 인원의 수가 미정인 대목도 조서의 범위로만 읽어야 한다. 회계기록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적용된 절차와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가 어디까지 문서화되었는지가 곧 조서에 남은 범위이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조서에 남은 범위 안에서 기록된 절차와 정보를 확인하고, 그 밖의 자리는 확인되지 않은 채로 두는 것이 이 조문이 정한 태도이다.
10.6손해액과 상당인과관계
감사조서가 남긴 범위를 밝힌 뒤에는 손해액 계산서가 그 범위 위에서 무엇을 계산하는지 살필 차례이다. 상대방이 제출한 손해액 계산서에는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다. 그런데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경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기준과 계산서의 산출 범위를 함께 놓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은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제3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할 때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 기준은 상당인과관계를 한 가지 사실에 기대어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과 발생의 개연성과 법령의 목적, 행위의 태양, 피해의 정도를 함께 놓고 본다. 손해액 계산서가 산출한 숫자는 이 판단의 한 자료일 뿐이며, 숫자 자체가 상당인과관계를 확정하지는 않는다.
같은 판결은 법령의 목적을 함께 고려해야 할 까닭을 분명히 하였다. "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령의 목적이 사회 구성원 개인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공공일반의 이익이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면, 설령 공무원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을 계기로 하여 제3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주장하며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함께 제출하였다. 그러나 계산서를 제출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상대방이 계산서에 참고 자료 목록을 붙였다 하여,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내용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은 또 감사인이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를 하였다는 점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3자에게 있음을 밝혔다. 상대방이 손해액 계산서를 제출한 취지가 손해배상청구권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데 있다면, 상당인과관계의 판단 기준은 그 계산서의 방법 검증으로 대신할 수 없다. 관계자 A가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하면서,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진술이 상당인과관계의 판단 기준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와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미정이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을 추측으로 채우지 않는 한, 손해액 계산서는 제출된 자료의 범위 안에서 상당인과관계 판단의 한 자료로 놓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