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두 진술의 차이가 사실 모순인지 표현 차이인지, 설명되지 않은 부분은 어디인지를 묻는다. 불일치를 나누는 첫 기준과 모순이 성립하는 자리, 표현 차이로 남는 서술을 차례로 살피고, 설명 가능한 불일치와 설명 공백의 표시, 철회 뒤 남는 독립 자료를 더한다.
7.1불일치를 나누는 첫 기준
표시한 불일치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은 그 자체로 사실 인정의 판단에 들어선다. 자유심증주의 규정은 법원이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다룬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을 말할 뿐이다. 따라서 두 서술의 차이가 모순인지 표현 차이인지를 스스로 분류하는 규칙으로 옮겨 읽을 수 없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주장하며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함께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제출 사실만으로 차이의 성격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그보다 앞서 두 서술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 관계자 A는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하였다. A의 서술에는 두 갈래의 근거가 함께 얹혀 있다. 들은 내용과 본 내용은 관찰의 대상이 다르고,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한 대목은 작성 시점이 사건과 떨어져 있다. 대상과 시점이 다른 대목을 한 줄로 견주어 같은 사실 항목에 대한 두 말로 삼으면, 차이는 곧 모순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므로 불일치 표시를 붙일 때 이미 그 대목이 어느 관찰에 기초하고 어느 부분에서 서술의 범위를 넓혔는지를 함께 적어 두어야 한다.
손해액 계산서에 붙은 참고 자료 목록에도 같은 구분이 필요하다. 상대방 측은 계산서와 함께 참고 자료 목록을 제출하였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제출 자료에 없는 메시지의 내용은 알 수 없다.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두 항목을 모순의 항목으로 옮기기에 앞서, 우선 설명 공백으로 남겨 두는 편이 정확하다. 설명 공백은 두 서술이 서로 어긋났다는 뜻이 아니다. 서술이 닿지 못한 자리를 표시할 뿐이다.
한편,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와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역시 미정이다. 미정의 항목은 표현 차이와 모순 양쪽 모두로 나아가기 전에 확인이 필요한 자리로 둔다. 같은 사실 항목에 대해 두 서술의 말이 다르더라도, 그 차이가 어휘와 범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인지는 각 서술이 무엇을 관찰하고 무엇을 더하였는지에 달려 있다. 자유심증주의 규정이 요구하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민사소송법 제202조)을 이 자리에 끌어오면 판단의 기준을 잃는다. 그 규정은 사실주장의 진실을 판단하는 법원의 임무를 정할 뿐, 불일치를 스스로 나누는 규칙을 주지 않는다. 이에 대한 판단은 다음 자리에서 다루되, 그 전에 확인한 것은 차이의 성격을 가르는 첫 기준이 서술의 출처와 범위를 먼저 밝히는 일이라는 점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선언한다. 이 조항 역시 증거의 힘을 법관이 판단한다는 원칙만을 담는다. A의 진술에 담긴 회의 내용과 문서 내용이 한 서술로 겹쳐 있고, 계산서의 기준 시점과 누락된 메시지가 확인되지 않은 이 사례에서, 증명력 판단에 앞서 그 서술이 무엇에 기초하고 어디서 범위를 넓혔는지를 나누어 두는 것이 우선한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결국 불일치를 나누는 첫 기준은 서술의 출처와 범위를 표시하여 대조의 자리를 좁히는 데 있다. 그 기준을 세우는 한, 두 서술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구체적 항목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7.2모순이 성립하는 자리
앞에서 두 서술을 가른 첫 기준을 세웠다면, 이제 그 기준 아래에서 모순이 언제 비로소 성립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같은 사실 항목 위에 놓인 두 서술이 그 항목의 값에 관해 서로 양립할 수 없을 때, 불일치는 표현 차이를 넘어 모순에 이른다. 모순은 서술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생기지 않는다. 하나의 항목에 두 값이 동시에 참일 수 없을 때에만 성립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함께 제출하였다. 관계자 A는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이었다. A의 서술 안에는 관찰과 기억에 기초한 부분과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근거로 끌어온 부분이 함께 놓였다. 회의 참석 인원의 수와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는 미정이다. 미정인 항목은 모순의 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사실 항목으로서 확정되어야 한다.
확정된 사실 항목에 대해 두 서술이 충돌하면, 그 충돌의 성격을 증거에 의한 사실 인정의 틀 안에서 확인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사실 인정의 근거를 이렇게 정한다.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모순의 성립 여부도 서술의 문장 대 문장이 아니라, 각 서술을 떠받치는 증거에 기초하여 판정한다. A의 진술 가운데 직접 들은 회의 내용과 사건 뒤 설명 문서에서 옮겨온 내용을 서로 다른 근거 위에 놓고 보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 서술 안에 섞인 두 근거가 같은 사실 항목에 대해 다른 값을 낳는다면, 그때 모순이 성립한다.
A가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한 부분은 근거의 시점이 서술의 시점과 어긋난다. 이 어긋남 자체가 곧 모순인 것은 아니다. 설명 문서가 당시의 기록을 정리한 것인지, 아니면 뒤의 이해를 앞의 시점에 덧입힌 것인지에 따라 갈린다. 그 구별은 문서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상대방 측 손해액 계산서에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정도 같은 방향에서 읽는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과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이 미정인 한, 계산서와 다른 서술 사이의 불일치가 모순인지 아닌지는 열려 있다.
자유심증의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거의 평가 방식을 이렇게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시는 모순이 확인된 뒤 어느 서술을 채택할지를 법관의 판단에 맡긴다. 따라서 모순이 성립했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한 서술이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같은 판결은 자유심증의 한계도 함께 그린다.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A의 진술에서 관찰에 기초한 부분과 추론을 더한 부분을 분리한 뒤에야, 이 한계가 이 사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말할 수 있다.
같은 판결은 진술이 달라진 경우의 판단 기준도 제시한다.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A의 서술 안에서 회의 내용에 관한 기억과 뒤 문서에 근거한 설명이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이 기준을 댈 자리이다. 두 부분이 같은 사실 항목에서 다른 값을 낳는다면 모순이 성립하고, 같은 값을 다른 말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면 모순이 아니다. 이 구별이 서 있는 자리는 증거에 의한 사실 인정이며, 그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어느 서술이 옳다고 정하지 않는다.
7.3표현 차이로 남는 서술
모순이 성립할 수 있는 자리를 확인한 뒤에도, 서면에 드러난 차이가 사실 항목에 관한 양립 불가능함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이름으로 남는다.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가 함께 제출된 이 사례에서, 관계자 A의 서술은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로 묶고 있으므로, 문언의 차이가 어느 항목에 관한 것인지 먼저 나누어 읽어야 한다. 표현 차이로 남는 서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문서의 진정이 추정되는 경우 그 차이를 어떻게 다룰지가 이 자리의 질문이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의 형식에 대해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한다. 이 추정은 문서가 그 형식을 갖춘 이른바 진정한 문서라는 점에 관한 것이지, 문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과 일치한다는 뜻까지 담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손해액 계산서에 서명이나 날인이 있다 하더라도, 서술 내용의 진실함은 별도로 확인할 문제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표현 차이를 사실 모순으로 확대하지 않으려면, 진정의 추정을 서술 내용의 진실함까지 밀어 넣지 않는 이 구획을 먼저 지킨다.
형사소증법 제313조 제1항은 진술서등의 증거 능력을 다루면서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면서,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관하여 "그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둔다. 같은 조 제2항은 작성자가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3조)고 하되,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에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를 신문할 수 있었을 것을 요한다"(형사소송법 제313조)고 덧붙인다. 이 규정들이 반복해 묻는 것도 성립의 진정함이며, 서술 내용의 진실함은 그 뒤의 판단에 맡겨진다.
A의 서술에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된 것은, 문서의 성립 시점과 서술에 담긴 추론의 방향이 겹치는 자리이다. 위 규정의 문언이 성립의 진정함만을 표지로 삼는 이상, 설명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였다는 서술까지 뒷받침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A가 회의에서 들은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이 서로 다른 문언으로 표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두 서술 사이에 사실 모순이 성립한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 무엇이 직접 관찰에 기초하고 무엇이 그 뒤의 추론인지가 이 사례에서 표현 차이를 실제 모순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손해액 계산서에 붙은 참고 자료 목록과 제출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메시지·원자료는, 표현 차이를 확인하는 작업 자체가 완결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회의 참석 인원의 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미정으로 남고, 미정인 채로 서술의 차이를 확정할 수 없다. 한편 계산서 등이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와 구별되어야 한다. 이 구별을 지킬 때, 서면 사이의 문언 차이는 확정되지 않은 항목을 가리키는 표시로 남으며, 어느 한 서술을 우월하다고 하는 판단으로 성급히 넘어가지 않는다.
7.4설명 가능한 불일치
표현 차이가 형식의 차이에 그치는지를 살핀 뒤에는 차이를 설명하는 말이 제시되었는지로 눈을 돌린다. 서술 사이의 간격이 보일 때 설명이 함께 나오면, 그 간격을 어떤 종류의 것으로 읽을 것인가. 설명이 제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설명의 타당함을 확인한 결과와 같지는 않다.
먼저 설명이 따라온 자리를 본다. 상대방이 제출한 손해액 계산서에는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때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과,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는 서로 다르다.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계산서의 산출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계산서의 내용이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는 별도의 판단을 요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라고 규정한다. 자유심증 아래에서 증명력의 판단은 법관에게 맡겨지지만, 그 판단은 제시된 근거를 마주한 뒤에야 비로소 성립한다. 미제출된 원자료를 끌어들여 계산을 채우는 일은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근거의 추가에 해당하므로, 이 자리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진술의 자리에도 같은 구분이 적용된다. 관계자 A는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하면서,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했다. A의 서술 안에서 무엇을 직접 보았고 무엇을 들었는지가 가려지지 않은 채로, 설명 문서가 함께 인용되면 그 자리는 설명이 붙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들은 내용에 대한 설명과 본 내용에 대한 설명은 각각 다른 자료를 전제로 하므로, 한 서술 안에서 합쳐지는 순간 그 구분은 지워진다.
부분적인 설명이 나머지 부분까지 덮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 판결은, 진술 중 상당한 부분의 신빙성을 배척한 뒤 나머지 부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신빙성을 배척하는 진술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 등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라고 설시했다. 이 판례의 논리는 진술의 부분에 관한 것이지만, 서술 안에서 설명이 덮는 범위를 정하는 데에도 같은 구분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설명이 붙은 자리와 붙지 않은 자리를 함께 묶어 한 덩어리로 다루면, 나머지 부분의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된다.
따라서 차이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면, 그 설명이 어떤 부분에 붙었고 어떤 부분에 붙지 않았는지부터 표시한다. 설명이 제시되었다는 사실은 그 설명이 타당함이 확인된 결과로 읽히지 않는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미정이다. 이들 자리에 설명이 붙어 있지 않은 한, 차이는 설명된 것으로 처리되지 않고 설명이 없는 상태 그대로 남는다.
7.5설명 공백의 표시
설명 가능한 차이를 확인한 뒤에도, A의 서술에는 무엇이 들은 것이고 무엇이 확인한 것인지 드러나지 않은 자리가 남는다. 그 자리를 찾아 표시하는 일은, 남은 부분이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를 밝히는 일에서 시작한다. A는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하고,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하였다. 여기서 들은 내용은 타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16조가 정하는 취급 규정의 대상이 된다.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을 증거로 하려면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A의 서술에 섞인 전문에 해당하는 부분의 자리를 표시하는 데 필요한 기준을 준다.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 아닌 타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전문에 해당하는 부분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만 증거가 될 수 있는지를 말할 뿐이며, 그 부분이 서술 안에서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자리를 채우는 사실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에 관한 부분은 다른 성격을 갖는다. A가 자신이 열람한 문서의 범위가 미정이므로, 어느 문장이 직접 확인에서 나온 것인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그 범위가 밝히지 않은 채 서술에 남는 자리는, 관찰과 추론이 갈리는 지점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에서 설명 공백이다. A가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한 자리는 별도의 공백을 만든다. 그 문서는 사건 뒤에 작성된 것이므로, 당시의 의사결정에 어떤 자료가 놓여 있었는지를 말하는 관찰과 그 자료를 훗날 설명하기 위하여 꾸민 서술이 함께 놓이는 셈이다. 둘 사이의 간격이 설명되지 않은 채 서술 안에 남는다.
상대방이 제출한 손해액 계산서에는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이 미정이므로, 계산서가 그 메시지에 기초하여 무엇을 계산에 넣었는지도 미정이다. 그 자리는 계산서 바깥에 놓인 자료에 대한 설명이 비어 있는 자리이다.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이 미정이라는 점은, 손해액이 어느 시점의 어떤 상태를 기준으로 삼았는지가 서술되지 않았다는 뜻에서 같은 성격의 공백이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제1항은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이 규정은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자료의 자리를 정할 뿐이며, 제출되지 않은 메시지에 무엇이 있었는지나 기준 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주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가 미정이라는 점도 같은 방식으로 표시한다. 회의의 규모와 참석자가 누구였는지가 확인되지 않은 채 남으면, A가 들은 회의 내용이 어떤 자리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비어 있게 된다. 이 자리는 회의 자체의 결여라기보다, 서술이 그 회의에 관하여 말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에서의 공백이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제출 여부만으로 공백이 채워졌다고 보지 않는다. 공백을 표시하는 일은 남은 자료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를 나란히 적어 두는 것으로 끝나며, 그 표시가 공백을 메우는 것은 아니다.
7.6철회 뒤 남는 독립 자료
설명 공백으로 표시한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를 살핀 뒤에는, 이제 진술이 흔들리거나 철회된 뒤에도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자료가 따로 있는지 묻는다. 상대방은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함께 제출했고, 관계자 A의 서술은 들은 내용과 직접 확인한 내용이 섞여 있다. A의 진술에서 어느 부분이 빠지더라도 그 자리에 놓일 자료가 남는지가 이 글의 문제이다.
남는 자료의 성격을 가르려면 우선 그 자료가 진정한 것인지가 정해져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의 진정을 두고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선언한다.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손해액 계산서가 이 추정에 놓이는 자료인지는 각 문서의 서명이나 날인 유무로 가려진다. 다만 이 추정은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되었다는 데 그치며, 문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과 맞는지까지 정해주지 않는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318조의2는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는 자료의 자리를 열어 놓는다. 그 조문은 "제312조부터 제31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공소제기 전에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하였거나 그 조사에 참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한다(형사소송법 제318조의2). 이 규정은 진술의 증명력을 낮추는 방향에서만 자료를 쓸 수 있게 한다. A의 서술에 담긴 회의 내용이 흔들렸을 때, 남은 문서가 그 서술을 대신 확정하는 자료가 되지는 못한다.
철회된 진술의 자리에 남는 자료가 무엇인지는 각 자료의 출처로 가려진다. A가 자신이 직접 열람했다고 밝힌 문서는 A의 관찰에 기초하지만, 그 범위는 미정이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가 아니라 사후에 만들어진 기록에 그친다. 손해액 계산서에 붙은 참고 자료 목록 가운데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결국 진술이 철회되거나 흔들린 뒤에도 남는 자료는 따로 확인해 두어야 하며, 그 자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철회된 진술이 보전되지는 않는다. 남은 자료의 증명력은 자료마다 다투어져야 하고,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과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처럼 미정으로 남은 자리는 그대로 미정으로 둔다. 설명 공백이 메워졌는지도 남은 자료의 존재로 곧바로 정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