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이 장은 확인 질문과 평가 질문을 어떻게 나누고 반대 설명은 어떤 순서로 검토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확인 질문이 다루는 대상과 복합 질문 속 숨은 전제를 드러내는 순서를 차례로 살피고, 임의성 확인의 자리를 묻는 질문, 평가 질문이 넘지 못하는 선과 반대 설명 검토의 순서를 더한다.
8.1확인 질문과 평가 질문의 분리
독립 자료가 남는다고 해서 그 자료의 의미까지 확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남은 자료와 진술을 나란히 놓고 무엇을 먼저 물어야 할지가 문제로 된다. 모순과 설명 공백을 밝힌 뒤에는 그 둘을 확인 질문과 평가 질문으로 나누어 순서를 정하게 된다. 확인 질문은 관찰된 바를 묻고, 평가 질문은 그 관찰에서 무엇이 따라 나오는지를 묻는다. 어느 쪽 질문을 앞에 두든, 관찰과 추론을 가르는 법적 평가를 질문 자체에 미리 담지 않는다는 전제는 같다.
확인 질문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관찰의 범위와 내용이다. 소명의 수단을 두고 민사소송법 제299조제1항은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이 확인 질문의 방향을 가리킨다. 즉시 조사할 수 있는 대상을 먼저 물어 놓아야, 뒤의 평가가 붙들릴 자료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이 사례에서 관계자 A는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한다. 확인 질문은 이 둘을 나누어 묻는 일부터 시작한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와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는 미정이다. 따라서 확인 질문의 대답으로 적히는 것은 미정인 사항을 확정한 사실이 아니라, 물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의 표시이다.
평가 질문은 확인된 관찰에서 무엇이 추론되는지를 다룬다. 손해액 계산서의 기준 시점과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지 않는지는, 관찰 자체가 아니라 관찰에 이어 붙는 추론의 문제이다. 확인 질문에서 기준 시점과 작성 시기가 각각 어떻게 되는지 물어 놓고, 평가 질문에서 그 두 시점이 서로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를 따로 묻는다. 두 질문을 한 문장에 섞으면, 대답이 관찰인지 추론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미정인 사항은 미정으로 남겨 두고, 평가 질문은 확인 질문의 대답이 확정된 뒤에 이어지는 것으로 자리를 정한다.
반대 설명의 검토는 평가 질문의 뒤를 잇는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주장하며 내놓은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는 각자 관찰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추론의 출발점이 된다. 손해액 계산서에 붙은 참고 자료 목록과 함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이 미정인 상태에서 반대 설명을 세울 때는, 확인 질문으로 확정된 자료만을 그 반대 설명의 바탕으로 삼는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소명의 수단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99조제2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그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게 하여 소명에 갈음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제2항의 선서에는 제320조, 제321조제1항·제3항·제4항 및 제322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덧붙인다. 소명의 수단을 넓히는 이 조항도, 확인 질문과 평가 질문이 서로 다른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을 바꾸지 않는다.
이 사례의 적용에서 확인 질문은 들은 것과 열람한 것을 나누어 묻는 데서 시작하고, 평가 질문은 그 대답들이 서로 맞물리는지, 그리고 사건 뒤 문서가 앞 시점의 판단에 관여했는지를 따로 묻는다. 반대 설명은 확인된 범위 안에서만 검토하고, 미정으로 남은 참석 인원과 기준 시점과 누락된 메시지는 확정된 사실의 자리에 두지 않는다. 질문의 순서를 이렇게 나누어 두면, 대답 하나가 관찰인지 추론인지의 구별이 질문 단계에서 미리 정해지지 않는다. 구별은 대답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비로소 다루어진다.
8.2확인 질문이 다루는 대상
확인 질문을 평가 질문과 나누어 묻는 순서를 확인한 뒤, 이제 그 확인 질문이 실제로 무엇을 대상으로 삼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관계자 A의 진술에는 자신이 직접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이 하나의 서술로 뒤섞여 있고,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까지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되어 있다. 그러므로 확인 질문은 무엇을 들었고 무엇을 열람했는지의 경계를 먼저 가르는 데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소명의 방법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299조 제1항은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비추어 보면, 확인 질문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확정하는 데 겨냥하여야 한다. A가 진술의 근거로 삼는 자료가 무엇인지 특정되지 않으면, 그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가 무엇인지도 함께 가려지지 않는다.
확인 질문은 먼저 A가 회의에서 실제로 들은 내용에 관한 것이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는 미정이므로, 질문은 참석자가 몇 명이었는지를 확정하는 방향으로 짜이지 않는다. 오히려 A가 어떤 발언을 누구로부터 들었는지를 구분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듣지 않은 내용이 진술에 섞이지 않았는지를 묻는다. 들은 말과 전해 들은 말을 나누는 것이 이 질문의 첫 과제이다.
다음으로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를 묻는다. A가 확인했다고 한 문서의 종류와 범위는 미정으로 남아 있고,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 가운데 어느 것을 직접 펼쳐 보았는지 특정되지 않았다. 확인 질문은 열람한 문서와 열람하지 않은 문서를 갈라 놓은 뒤에야, 문서에 적힌 내용에 관한 진술에 어느 한계까지 신뢰를 둘 수 있는지 판단할 바탕을 이룬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의 위치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A는 그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하였으나, 작성 시점이 사건 뒤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되어 있다. 확인 질문은 그 문서를 작성할 때 무엇에 기대었는지를 묻고, 당시에 존재한 자료에 의한 것인지 사건 뒤의 회상에 의한 것인지를 구별하게 한다. 나아가 상대방 측 손해액 계산서에 붙은 참고 자료 목록 가운데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도 같은 예로 삼는다.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미정이므로, 확인 질문은 그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를 단정하지 않은 채 제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자료가 무엇인지를 적는 데 그친다.
이상의 확인 결과는 모두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의 범위를 정하는 작업으로 한정된다. 확인 질문이 열람 범위와 참석 인원, 누락 자료를 확정한다 하여 그 자료의 법적 평가까지 함께 정하여지는 것은 아니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확인 질문의 대상은 평가에 앞선 사실의 경계에 머문다.
8.3복합 질문 속 숨은 전제
확인 질문으로 확정한 범위 안에서 복합 질문은 여러 주장을 하나의 문장에 묶어 두고, 어느 전제가 어느 증거에 의존하는지 가린다.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는 각기 다른 사실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하나의 질문으로 일괄 답변을 받아내면 진술이 어느 대상에 관한 것인지 뒤섞인다. 상대방 측 손해액 계산서에는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미정 사항을 확인된 사실로 적으면 계산서가 무엇에 기초하는지 묻는 자리가 막힌다.
복합 질문을 뜯어보면 그 안에 자료의 제출 여부를 사실로 가정하는 전제가 끼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따라서 제출 여부와 관찰 범위를 나란히 묻는 문장은 전제를 먼저 드러내고 나눌 대상으로 삼는다. 민사소송법 제299조는 소명의 방법에 관하여 "제299조(소명의 방법) ①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 ②법원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그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게 하여 소명에 갈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민사소송법 제299조). 이 규정은 확인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무엇으로 삼는지를 먼저 가리게 한다.
숨은 전제를 드러내는 작업은 주장의 진실을 전제하지 않고 문장의 구조만을 확인하는 일이다. 관계자 A는 자신이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하면서,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했다. 이렇게 겹친 서술은 청취한 내용, 열람한 문서,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각각의 확인 대상으로 쪼개지 않으면 하나의 관찰처럼 읽힌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와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는 미정이며, 미정 사항을 문장의 전제로 끌어들이면 확인 질문의 대상이 사라진다.
전제를 쪼개고 나면 각 조각이 확인 질문의 답을 기다리는 자료인지, 평가의 대상인지 구분할 자리가 남는다.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과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미정이며, 이 두 가지를 계산서의 정확성 논증에 미리 넣어 두면 확인과 평가가 뒤바뀐다. 계약서와 변경 이메일이 무엇을 정하는지 묻는 자리를 계약 해지의 타당성을 논하는 자리로 옮겨 놓으면, 자료의 범위를 먼저 확인할 기회가 없어진다. 복합 질문 속 전제를 하나씩 드러내어 확인 대상으로 삼는 이 절차가 이후의 평가를 위한 자료의 경계를 만든다.
8.4임의성 확인의 자리를 묻는 질문
섞인 전제를 쪼개어 확인 대상으로 삼는 작업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물어야 할 것이 있다. 그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인지, 임의로 되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인지다. 확인 대상을 나누는 일과 임의성을 가리는 일은 같은 순서에 놓이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은 전자를 내용 평가의 준비로 두고, 후자를 증거 능력의 관문으로 둔다. 형사소송법 제317조 제1항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이 아닌 것은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이 문장이 묻는 자리는 분명하다. 임의성이 없는 진술은 내용이 아무리 정교해도 증거가 되지 못한다. A가 들은 회의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엮었다면, 그 서술 전체가 임의로 된 것인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임의성을 의심할 사유는 새로 만들어 넣을 필요가 없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진술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고, 이를 의심하게 만드는 정황이 있다면 확인 절차가 선행된다. 이 사례에서 A의 진술에는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되어 있다. 그 인용이 어떤 상태에서 진술에 들어갔는지, 진술 당시의 기억과 문서의 기재가 어떻게 엮였는지는 미정이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을 채우지 않은 채 확인 질문만을 앞세우는 것이 조문이 마련한 순서다.
서류의 경우에도 같은 순서가 적용된다. 형사소송법 제317조 제2항은 "전항의 서류는 그 작성 또는 내용인 진술이 임의로 되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 아니면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상대방이 제출한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는 모두 서류에 해당한다. 이 서류들의 내용인 진술이 임의로 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는지 묻는 자리가, 그 내용이 정확한지 따지는 자리보다 앞선다. 손해액 계산서에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 임의성의 증명은 미완이다. 미정인 기준 시점이나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을 추측으로 채우는 것은 임의성의 확인 절차와 격리되어야 한다.
조문은 진술을 기재한 서류의 일부에 대해서도 같은 예를 따른다. 형사소송법 제317조 제3항은 "검증조서의 일부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것인 때에는 그 부분에 한하여 전2항의 예에 의한다"고 말한다. A가 회의 참석 사실과 문서 열람 사실을 함께 진술한 부분이 서류로 옮겨졌다면, 그 부분에 한해 임의성의 질문이 적용된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는 미정이며, 미정인 범위를 임의성 확인의 대상에 억지로 넣지 않는다.
확인 질문은 진술 내용의 평가보다 앞자리를 차지한다. 평가는 관찰과 추론의 비중을 따지는 작업이고, 임의성 확인은 그러한 평가가 성립할 수 있는지 묻는 작업이다. 임의성에 의심이 남아 있는 진술을 내용 면에서 아무리 분해해 보아도 증거로 쓰이는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다. 상대방 측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순서를 정확히 지키는 것이 확인 질문의 자리다.
8.5평가 질문이 넘지 못하는 선
임의성이 확인된 뒤에야 진술 내용의 평가로 넘어갈 수 있다면, 평가 질문 앞에 놓인 선은 무엇인지가 다음 문제이다. 확인 질문이 진술의 자격을 다루었다면 평가 질문은 그 진술 안에서 무엇이 관찰이고 무엇이 추론인지 가려내는 일에 머물러야 한다. 평가 질문이 관찰 사실을 새로 만들 수 없으므로, 확인에서 남은 공백은 추측으로 메울 수 없다.
평가 질문이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은 진술 안의 구성이다. 관계자 A는 회의에서 들은 내용과 문서에서 직접 확인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묶어 말하면서,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들었다. 여기서 질문자는 들은 내용, 열람한 문서의 내용, 사건 뒤 작성된 문서의 내용을 한 덩어리로 묶은 서술을 세 층으로 갈라 놓아야 한다. 관찰에 기초한 부분과 추론이 더해진 부분이 섞여 있으면, 평가는 그 섞임을 먼저 드러내는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다. 이 점은 평가 질문이 넘지 못하는 선을 분명히 한다. 상대방이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함께 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자료들의 내용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손해액 계산서에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 평가 질문은 제출된 자료의 표면에 머물러야 한다.
미정으로 남은 항목은 평가 질문이 추측으로 채울 영역이 아니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미정이다. 이 네 항목 모두 확인 질문에서 밝혀내지 못한 사실이다. 평가 질문이 기준 시점을 임의로 골라 계산의 타당성을 따지면, 미정인 사실을 이미 정해진 사실 위에 세운 판단이 된다. 민사소송법 제299조는 소명의 방법으로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법원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그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게 하여 소명에 갈음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즉시 조사 가능한 증거에 의한 소명이고, 선서로 갈음하는 경우까지 열거되어 있다. 이 사례에서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을 상상해 채우는 일은 이 조문이 정한 소명의 방법에 들지 않는다.
평가 질문의 자리는 이렇게 정해진다. 관찰과 추론을 나눈 뒤, 관찰 부분에 대해서만 그 관찰의 범위를 확인된 범위 안에서 묻는다. 추론 부분에 대해서는 그 추론이 어떤 관찰 위에 세워졌는지를 추궁하되, 관찰 자체를 새롭게 단정하지 않는다. 확인에서 남은 공백은 공백으로 남기고, 그 공백이 설명에 미치는 영향만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선을 넘지 않는 한 평가 질문은 진술을 정리하는 역할에 머물고, 진술을 대신해 사실을 만들어내는 역할로 넘어가지 않는다.
8.6반대 설명 검토의 순서
확인 질문이 관찰과 추론의 경계를 드러낸 뒤에도 남는 것은 두 설명 가운데 어느 쪽이 자료에 더 부합하는지의 문제이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주장하며 계약서,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손해액 계산서를 함께 제출했고, 관계자 A는 회의에서 들은 내용과 직접 확인한 문서 내용을 하나의 서술로 진술했다. 이에 맞서는 설명을 세울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순서는, 반대 설명 자체를 확인 가능한 질문의 형태로 옮겨 놓는 일이다.
확인 질문으로 옮겨진 반대 설명은 그 진술이 어떤 관찰에 기초하는지 묻는다. 형사소송법 제317조는 진술의 임의성을 두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이 아닌 것은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서류에 관해서는 "그 작성 또는 내용인 진술이 임의로 되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 아니면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A가 회의에서 들은 내용과 문서를 열람해 확인한 내용을 하나로 엮어 말할 때, 그 두 부분이 각각 어떤 경로로 수집되었는지 가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확인 질문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설명이 우세한지 따지는 것은, 관찰의 근거를 묻는 대신 추론의 결과만 비교하는 일이 된다.
확인이 끝난 뒤에야 평가 질문이 놓인다. A가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당시 의사결정의 근거로 함께 인용한 부분은, 관찰보다 추론의 비중이 크다는 의심을 낳는다. 그 설명 문서가 무엇을 근거로 작성되었는지, 작성 시점이 의사결정 시점과 어떻게 떨어져 있는지는 확인 질문의 대상이다. 확인된 사실 위에 놓인 추론이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갖는지는 평가 질문의 대상이다. 두 질문을 섞으면 사건 뒤에 만들어진 문서의 내용이 당시의 관찰 사실처럼 굳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반대 설명을 검토할 때에는 그 설명이 제시하는 자료의 법적 성격도 함께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299조는 소명에 관해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보증금 공탁이나 선서로 소명에 갈음할 수 있는 여지도 열어 둔다. 상대방 측 손해액 계산서에는 참고 자료 목록이 붙어 있으나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제출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제출된 계산서 자체와 그 계산이 딛고 있는 원자료는 서로 다른 자리에 놓이며, 목록에 올라 있다는 사실만으로 원자료가 조사 가능한 상태에 놓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례에서 남은 공백은 명확하다. 회의 참석 인원의 정확한 수, A가 직접 열람한 문서의 범위, 계산서가 채택한 기준 시점, 누락된 메시지의 내용은 미정이다. 미정인 사항을 추측으로 채워 어느 설명이 우세한지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제출되지 않은 메시지의 내용을 상상하는 일은 반대 설명의 확인을 마치지 않은 채 평가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 잘못이다. 자료가 제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자료가 어떤 관찰에 기초하고 어떤 추론을 더했는지에 대한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제출 범위와 평가 범위를 함께 흐리지 않아야 한다.
확인 질문으로 반대 설명의 근거를 따지고, 평가 질문으로 관찰과 추론의 비중을 가린 뒤, 남은 공백을 공백으로 남기는 것. 이것이 반대 설명을 검토하는 마지막 순서이다. 순서를 거꾸로 뒀을 때 생기는 왜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평가의 바탕에 놓이는 데서 나온다. 남은 공백은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 확인의 과제로 두어야 하며, 채워 넣은 상상으로 결론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