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기록이 사실의 자리를 대신하는 환경에서 법원은 기록의 형식적 완결성이 아니라 관측과 보존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경로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는 기록의 생성·수정·누락 이력이 추적 가능하고 당사자가 원자료에 접근할 수 있으며 미확인 사실을 부존재로 단정하지 않을 때 성립한다.
1.1독립 확인 경로라는 기준
법원이 마주하는 것은 사실 자체가 아니라 사실을 옮겨 적은 자료다. 출입 기록, 통신 내역, 화면 기록, 시스템 로그, 요약된 진술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가 이미 결정된 산출물이다. AI가 이 기록의 생성·요약·검색·정리를 맡을 때 선별의 흔적이 더 감춰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이 물음이 해결되지 않으면 기록을 만든 체계에 맞서는 당사자는 다툴 대상을 찾지 못해 구제받을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이 편의 중심 명제는 기록이 사실을 대신하는 환경에서 법원이 살펴야 할 바가 기록의 형식적 완결성이 아니라, 그 기록이 어떤 관측에서 어떻게 보존되었는지를 별도로 확인할 경로의 유무라는 점이다.
1.2내적 정합성과 진실성의 구별
기록은 언제나 선별을 포함한다. 무엇이 기록되었고 무엇이 빠졌는지가 밝혀지지 않으면, 기록의 내적 일관성은 외부 사실과의 연결 없이 스스로를 확인하는 데 그친다. 같은 체계가 생성하고 정리한 자료가 서로 맞아떨어져 보이는 현상은 정합성일 뿐이며, 관측된 사실의 진실성과는 별개의 조건이다. 「METR 기술 과업 평가」가 보여 주는 것은 기술 과업의 성공 범위이지 법정에서의 정확도가 아니며, 「International AI Safety Report 2026」도 발전 관측의 출발점으로 읽되 법정 정확도의 근거로 삼지 않는다. 모델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이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정확해지는 것은 옮기는 손이지, 옮길 대상의 독립성이 아니다.
1.3반증 접근의 세 가지 조건
성립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기록의 생성 시점과 담당, 수정 이력, 누락된 범위가 추적 가능해야 한다. 둘째, 당사자가 기록과 다른 설명을 구성할 원자료나 독립 관측 경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존재하지 않은 사실로 단정하지 않아야 한다. 해시·보관 연계의 기술적 절차는 제1총서 I-26과 제2총서 II-02에 맡기고, 이 편은 그 절차가 실제 반증 접근을 뒷받침하는지를 조건으로 삼는다. 현행 증명책임의 법리는 제3총서 III-09에서 다루며 여기서는 그 변경을 주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법원은 기록의 출처를 넘어 반대 설명을 심리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기록은 사실의 자리를 차지한 대체물로 남는다.
1.4반론: 증명 접근 비용과 차등 배분
가장 강한 반론은 확인 요구가 증명에 접근하지 못한 사람을 더 멀리 밀어낸다는 점이다. 원자료 제출과 독립 관측을 요구할수록 자원 없는 당사자는 본안에 다가서지 못하며, 기록 없는 증명은 사실상 증명의 포기를 뜻할 수 있다. 이 지적은 타당하며, 비용과 접근의 문제는 제9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이 반론이 성립한다고 해서 기록을 사실과 동일시하는 일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 해답은 확인의 강도를 쟁점의 중요도와 오류의 회복 가능성에 따라 나누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함께 정하는 데 있다. 형식적 완결성만으로 외부 사실과의 단절을 극복하는 제도가 확인되지 않는 한, 기록은 증거의 출발점이지 사실의 대체물이 아니라는 판단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