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단일 정보 생태계가 자료의 생성부터 해석까지 지배해 확인 경로가 중첩되면 서로 맞장구치는 설명들이 독립 증거를 밀어내게 된다. 법원이 독립 증거를 확보하려면 대체 가능한 관측 경로와 자료·도구 접근권, 공급자 이해충돌 통제가 도입 조건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5.1생태계 독점과 독립 증거의 소멸
하나의 정보 생태계가 자료의 생성·저장·검색·해석을 함께 지배하면, 법원이 마주하는 설명들은 서로를 확인하는 모양을 갖추면서도 독립 증거의 자리를 차지한다. 같은 원천에서 나온 설명들만 남은 사건에서 반대쪽 당사자는 무엇을 근거로 무엇을 다툴지 특정하지 못해 구제받을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이 편의 중심 명제는 독립 증거의 소멸이 확인 경로의 중첩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므로, 법원이 독립 증거를 구할 수 있으려면 관측 인프라의 대체 가능성과 접근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5.2단일 원천 반복과 독립성의 착시
일치하는 설명의 수가 늘어도 독립성은 늘지 않는다. 여러 모델이 같은 자료를 같은 방식으로 요약하고 동일한 결론을 내놓아도 그 근원이 같다면, 그것은 하나의 관측을 여러 번 읽은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공급자가 자료·도구·업데이트를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그 공급자를 심리하는 사건마저 독립된 자료를 구하기 어렵다. 「CEPEJ 유럽 사법 AI 윤리헌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관한 방향은 참고 규범이며, 같은 원천의 설명을 독립 증거로 집계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은 이 편의 논증이다. 기술 과업의 평가가 능력의 관측에 머무는 한, 생태계의 지배 구조는 기술 성능만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5.3대체 경로 확보와 이해충돌 통제
성립 조건은 대체 가능한 관측 경로의 확보, 자료와 도구에 대한 접근권, 이해충돌의 통제다. 법원은 공급자의 동의 없이도 그 공급자에 관한 사실을 심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공이 유지하는 독립 관측 수단과 반증 접근 지원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독립 경로의 유무를 배치와 도입의 사전 조건으로 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대체 수단의 존재를 이름만으로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고, 어떤 자료를 어느 시점에 누가 어떤 조건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악의적인 악용, 통제 실패, 편리한 도구에 대한 평범한 제도적 의존은 서로 다른 근거와 대응을 필요로 하므로 하나로 묶지 않는다.
5.4반론: 시장 자율론과 사전 도입 조건
가장 강한 반론은 시장과 기술이 발전하면 대체 수단이 자연히 생겨나므로 제도적 개입은 불필요하거나 경직되어 혁신을 막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체 수단이 생기는 시점과 당사자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며, 반박 기회가 먼저 사라지면 나중에 등장한 대체 수단으로도 복구하지 못할 손실이 남을 수 있다. 해답은 시장을 막는 것이 아니라 대체 가능성의 확인을 도입 조건으로 삼고, 확인에 실패한 경우 개입의 근거와 한계를 함께 기록하는 데 있다. 공공 전문성과 당사자의 반박 능력이 자라나지 않는다면 확보한 것은 시간뿐이며, 그 시간을 다음 능력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회복의 기회만 줄어든다. 독립 관측 경로가 사실상 다수 확보되어 공급 지배가 증명에 영향을 주지 않음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이 편의 개입 제안을 해당 사건에 적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