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불확실성 속에서 분쟁을 잠정 종결할 권한은 사실의 완전한 확실성이 아니라 이유 제시와 재검토 가능성의 설계에 의해 정당화된다. 이는 다툴 수 있는 이유의 기록과 사유·기한이 명시된 재개 통로, 그리고 기술 갱신과 분리된 규범 변경 절차가 갖춰질 때 성립한다.
5.1불확실성 속 잠정 종결의 정당화
불확실성 속에서 분쟁을 종결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으며 무엇으로 정당화되는가. 이 편의 명제는 종결 권한의 정당화가 사실의 확실성이 아니라 이유 제시와 재검토 가능성의 조건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완전한 진실을 기다릴 수 없으므로 법은 잠정적 종결을 허용하되, 그 종결을 어떤 근거와 범위에서 다시 열 수 있는지 함께 정해야 한다. 이 물음이 해결되지 않으면 종결은 힘 있는 자의 선언이 되고,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판단을 미루는 일과 불확실한데도 되돌릴 수 없게 닫는 일이 구별되지 않는다. AI는 방대한 자료의 대조와 오류 가능성의 정리를 통해 판단자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당사자의 예측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리가 종결의 이유와 재개 조건을 명시하는 일과 함께 이루어질 때만 정당화에 기여한다. 증명책임과 사실인정의 현행 법리 해설은 제III-09권에 맡기고 이 장은 미래 조건에서 종결 권한을 배분하는 규범적 기준을 묻는다.
5.2종결 권한이 성립하는 세 조건
이 명제가 성립하는 조건은 세 가지이다. 첫째, 종결의 이유는 당사자가 다툴 수 있는 형태로 남아야 하며 결과의 선언만으로 이유의 공개를 갈음해서는 안 된다. 둘째, 재개와 불복의 통로는 무제한으로 열어 두지 않고 명확한 사유와 기한, 효과를 갖추도록 설계해야 한다. 승복하지 않을 자유와 집행을 영원히 막을 권리를 혼동하지 않는다. 셋째, 종결 권한의 수여와 변경 절차가 식별되어야 하며 누가 종결 기준을 바꾸고 그 변경이 소급하는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기술 갱신과 규범 변경의 권한이 분리되지 않아 모델 변경이 공개 절차 없이 법적 기준을 바꾸는 상태는 이 조건에 반한다. 유예로 확보한 시간을 무엇에 쓰는지도 논증의 일부이다. 독립 검증과 대체 수단, 회복 능력이 자라지 않는다면 단지 시간을 소비한 것이다.
5.3반론: 종결 없는 상시 갱신론
가장 강한 반론은 초지능이 계속 학습하고 갱신되는 조건에서는 종결 자체가 구식이며, 잠정적 판단의 연속으로 분쟁을 관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종결의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매력적이지만 두 가지를 놓친다. 하나는 당사자의 삶이 판결의 갱신 주기에 맞추어 무한히 대기할 수 없으며, 재산과 지위와 관계의 효력을 확정해야 다음 행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연속적 갱신이 누구의 기준으로 언제 이루어지는지 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개입이 상시화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응답은 종결을 절대적 진실의 선언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잠정적 매듭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매듭은 풀 수 있으나, 푸는 이유와 절차와 비용을 미리 정해 둔다는 점에서 임의적 재개와 다르다.
5.4종결 중심주의의 수정과 폐기 조건
이 명제는 종결 없는 관리가 당사자의 지위와 회복을 더 잘 보장한다는 점이 설계 평가로 확인되면 버려야 한다. 예컨대 모든 관련 분쟁에서 잠정 판단의 연속이 확정적 종결보다 당사자의 계획 가능성을 높이고 권한 남용을 더 잘 통제한다면 종결 중심주의를 수정한다. 반대로 이유 공개와 재검토 통로 없이 종결의 최종성만 강화하는 제안은 이 편의 기준에 따라 거부된다. 불확실성은 판단 회피의 명분도 무조건적 종결의 명분도 아니며, 이유와 책임으로 관리될 때만 공적 질서의 자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