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사법 자동화 논의는 지연과 비용, 불투명성 같은 인간 사법의 실패를 전통이나 정당성의 대가로 미화하여 보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인간 절차와 자동 대안을 수여·지위·다툼·회복의 동일 기능으로 대칭 평가하고 개혁의 이익을 당사자에게 귀속시킬 때 성립한다.
8.1인간 사법의 실패 보존 금지
인간 사법의 실패를 보존하지 않는 원칙은 무엇인가. 이 편의 명제는 인간 관여의 표지를 그 자체로 보호하지 않으며, 지연과 비용, 불투명성과 편향 같은 실패를 정당성의 대가로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 법원이 늦고 비싸서 권리행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상태는 보호할 전통이 아니라 고쳐야 할 결함이다. 이 물음이 해결되지 않으면 자동화 논의가 인간 실패의 미화와 기계 낙관의 대립에 갇혀, 당사자는 어느 쪽 실패에 복종할지만 선택하게 된다. AI는 서류 정리와 쟁점 예시, 절차 안내와 비용 절감을 통해 접근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그 효율이 과거 판결 데이터에 박힌 편향을 그대로 학습하여 반복한다면 접근의 확대는 차별의 확대가 된다. 현행 판결 이유와 항소와 상고의 해설은 제III-17권 등에 맡기고 이 장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정당화 기능을 지키는 개혁의 기준을 묻는다.
8.2대칭적 기능 평가의 세 조건
이 명제가 성립하는 조건은 세 가지이다. 첫째, 인간 절차의 각 요소가 수여 확인과 당사자 지위, 다툼의 실효성과 회복 실행 중 무엇을 담당하는지 식별해야 한다. 담당하는 기능이 없는 관행은 효율화 또는 폐지의 대상이다. 둘째, 자동 대안도 같은 기능 목록에 따라 대칭적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이상적인 인간 법원과 실제로 불완전한 인공지능을 맞세우는 비교는 금지된다. 셋째, 개혁의 이익이 당사자에게 도달하는 경로가 명시되어야 한다. 법원 내부의 업무 경감에만 그치는 효율은 공적 정당화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공공 도구의 조달과 지원 구조에 관한 구체적 설계는 제IV-12권에 맡기고 이 장은 그 도구가 어떤 기능을 개선했는지를 물을 평가 기준에 집중한다.
8.3반론: 권력 견제로서의 절차 마찰
가장 강한 반론은 인간의 느림과 번거로움이 오히려 권력을 견제하는 마찰이며, 매끄러운 자동화가 그 마찰을 없애면 통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비효율이 안전장치라는 주장이다. 경청할 이유가 있다. 모든 마찰이 낭비는 아니며 숙고와 이의제기, 중지의 시간은 카테콘적 기능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지연이 숙고는 아니다. 당사자를 기다리게 하면서도 검증과 반박, 회복의 능력이 자라지 않는 시간은 소비일 뿐이다. 이에 대한 응답은 마찰을 기능별로 구분하자는 것이다. 권한 남용을 멈추게 하는 마찰은 설계에 남기고, 자원이 없는 사람의 청구를 탈락시키는 마찰은 자동화와 지원을 통해 없앤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없앨지는 선언이 아니라 어떤 능력이 확보되어야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8.4기능 훼손 시 자동화 중단 조건
이 원칙은 인간 실패의 제거가 정당화 기능도 함께 제거한다는 점이 확인되면 수정되어야 한다. 예컨대 특정 대면 절차를 없앴더니 이유 확인과 이의 응답의 실효성이 함께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그 자동화는 중단하고 설계를 되돌린다. 반대로 자동 대안이 수여와 지위, 다툼과 책임을 더 잘 보장하는데도 인간 조직의 존속을 요구한다면 그 요구는 폐기된다. 실패를 보존하지 않는다는 말은 과거를 부정하는 구호가 아니라 각 관행의 기능을 묻고 그 기능을 더 잘 수행할 주체를 찾는 규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