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으로만 받습니다: 이메일과 전자소송

KST법률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명확성 원칙: 경제형벌 조항의 구성요건 · 제38권 · 제9장 · 초판

판례 확립 전의 수법과 적용의 한계

판례가 세우기 전의 수법에 포괄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을 넘어서는가?

분량
약 2,100단어 · 9분
자료
조문 1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9.1판결요지 속의 부정한 기교
  3. 9.2판례가 세운 판단의 틀
  4. 9.3형법 제1조의 행위 당시 기준
  5. 9.4판례 확립 전 행위의 적용
  6. 9.5해석으로 메울 수 있는 범위
  7. 9.6예측 가능성의 경계선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이 장은 판례가 세우기 전의 수법에 포괄 조항을 적용하는 일이 예측 가능성을 넘어서는지를 묻는다. 2013도6962의 판단 방법과 형법 제1조의 행위 당시 기준을 견주어, 판례 확립 전 행위의 적용과 해석으로 메울 수 있는 범위를 살핀다. 갑의 행위에 대한 결론의 도출은 다루지 않고 예측 가능성의 경계선만을 그어 둔다.

9.1판결요지 속의 부정한 기교

앞에서 남긴 물음은 정해진 뜻을 어디까지 확정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 물음에 답하려면 판결요지가 밝힌 문장의 범위를 먼저 가려내야 한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의미와 판단 방법을 판시사항으로 삼는다. 그 판시사항의 제목은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의미와 판단 방법”이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판시사항이 무엇을 다루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나서 그 아래 적힌 문장을 읽는다.

그 판결이 제178조 제1항 제1호의 금지 대상을 소개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의 판결요지는 제178조 제1항 제1호에 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443조 제1항 제8호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 문장은 금지 행위와 처벌 규정이 함께 있음을 말한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이 사례에서 갑의 행위가 이 조문의 금지에 해당하는지는 금지 행위의 뜻이 정해져야 판단할 수 있다.

그 뜻을 적은 문장은 판결요지 안에 들어 있다. 그 판결요지는 “여기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고 정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이 문장은 금지 대상의 뜻을 사회통념과 연결하여 넓게 적고 있다. 이 사례에서 갑의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이 정의에 들어가는지는 이 문장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판단 방법도 같은 판결요지 안에 있다. 그 판결요지는 무엇을 부정하다고 할지에 관해 “이때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 이 문장은 법령 위반 여부와 시장에 미치는 위험을 함께 고려하도록 적는다. 이 사례에서 갑이 조문을 읽고도 자기 행위가 금지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하는 점도 이 문장이 적은 두 가지를 기준으로 놓고 살펴야 한다.

여기까지 확인한 것은 판결요지에 적힌 문장의 범위에 머무른다. 이 문장들에는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가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한 기준이 들어 있지 않다. 이 사례에서 그와 같은 수치나 시점의 기준은 판결요지에 확인되지 않으므로 미정으로 남는다.

9.2판례가 세운 판단의 틀

판결요지의 뜻을 넓히지 않고 읽는 데서 그치면, 남는 물음은 그 뜻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이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판단 방법을 두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443조 제1항 제8호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먼저 조문의 자리를 밝힌다. 이 인용은 판단의 출발점이 행위의 외형이 아니라 금지와 처벌로 이어지는 그 조문이라는 뜻이다.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뜻을 펴 쓰는 문장도 같은 판결요지에 있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여기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고 밝힌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갑이 방송 전에 취득한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한 뒤 처분한 결합이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는,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된다. 그 뜻을 다른 기준으로 옮겨 적을 필요는 없다.

무엇이 부정한지 가르는 기준 역시 같은 판결요지에 적혀 있다. 같은 판결은 "이때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고 판시한다. 취득 일자와 수량, 추천한 방송의 일자와 내용, 처분 일자와 수량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이 사례에서, 그 기록은 두 가지 기준에 비추어 읽힌다.

하나는 금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위험 여부다. 전자는 갑의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묻는다. 후자는 그 행위가 잘못된 판단을 낳고 공정한 경쟁을 해치며 손해를 전가할 위험이 있는지 묻는다. 갑이 조문을 읽고도 자기 행위가 금지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한 대목은 여기서 곧바로 답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판결요지가 행위의 부정성 판단에 둔 것은 사회통념과 그 두 가지 기준이지, 행위자가 행위 시점에 뜻을 알 수 있었는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추천과 처분 사이의 시차는 얼마여야 하는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에 관한 수치 기준은 판결요지에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례의 판단 틀은 시차나 이익의 크기를 자름새로 삼지 않는다. 갑의 행위가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미리 사 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한 뒤 처분한 결합이 기록으로 드러나더라도, 그 결합을 부정하다고 인정할지의 판단은 앞서 밝힌 기준을 이 사례에 적용하여 얻는 결론이다.

9.3형법 제1조의 행위 당시 기준

판례가 세운 판단의 틀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 살핀 뒤에는, 그 틀을 적용할 때의 시간 기준을 형법에서 찾아야 한다. 형법 제1조는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어느 시점의 법령에 따르게 하는지 분명히 적고 있다. 나아가 소급 처벌이 금지되는 구조가 이 조문 어디에서 읽히는지 밝히는 일도 여기서 함께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원칙을 이렇게 적는다.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①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 이 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 모두를 행위 시의 법률에 묶는다. 따라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와 어떤 형벌을 받는지는 행위가 있은 때의 법령으로 정해진다.

형법 제1조 제2항과 제3항은 그 원칙에 대한 예외를 적는다. "②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른다. ③ 재판이 확정된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 (형법 제1조) 두 항은 모두 법률이 바뀌어 처벌이 무거워지는 경우를 다루지 않는다. 가벼워지거나 범죄가 없어지는 경우에만 새 법률을 따르게 했을 뿐이다.

형법 제1조에 흐르는 취지는 이 구조에서 분명하다. 처벌 근거가 되는 법령은 행위가 있은 때에 이미 시행 중이어야 한다. 이에 반하여 행위 뒤에 만들어진 법령을 들어 그 행위를 범죄로 만들거나 처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제1조가 그르다고 본다. 이 취지에서 소급 처벌이 금지되는 까닭이 나온다. 아울러 제1조 제2항·제3항의 예외는 처벌을 가볍게 하는 방향으로만 열려 있다. 이 예외를 확장하여 소급 처벌을 허용하는 읽음은 제1조의 문리에 맞지 않는다.

갑의 사례에 이 기준을 놓고 보면 물음이 구체화한다. 갑의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 그 뒤의 처분은 모두 과거에 벌어진 행위이다.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금지하는 조문의 뜻을 갑이 행위 시점에 알 수 있었는지는 그 시점의 법령에 따라 판단할 일이다. 추천과 처분 사이의 시차와 처분 대금의 이익 산정에 관하여 수치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점은 그대로 남는다.

이렇게 읽을 때 형법 제1조는 판단 틀의 시간 경계를 그어 준다. 판례가 세운 기준이 무엇을 요건으로 삼는지와 별개로, 그 요건을 갑의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행위 당시의 법령으로 가린다. 소급 처벌이 금지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고, 제1조가 예외로 열어 둔 범위를 넘는 해석은 이 조문에 담겨 있지 않다.

9.4판례 확립 전 행위의 적용

형법 제1조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게 한 뒤 남는 물음은, 확정된 판례의 기준을 그 판례가 선고되기 전에 저지른 행위에 대입해도 좋은지이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정한다. 이 조항은 행위의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므로, 기준을 세우는 판단이 언제 내려졌는지는 문언상 별도로 정해진 바 없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금지되는 수법의 뜻을 열거한 뒤 판단 방법을 함께 제시한 바 있다. 그 판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와 관련하여 "여기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시는 개별 열거 대신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같은 판결은 기준을 적용할 때 살펴야 할 사정도 함께 밝히고 있다. 그 판결은 이어서 "이때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두 가지는 판단자가 함께 살피는 요건이며,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 기준을 앞서 본 갑의 사정에 놓고 보면,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여기서 말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정해진 바 없다. 남아 있는 것은 다만 기준을 언젠가 대입할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대상에 대한 평가가 이미 내려진 것은 아니며, 그 평가가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도 아직 열려 있다.

판례 확립 전의 행위에 그 판례가 세운 기준을 대입하는 일은 형법 제1조 제1항이 정한 행위 시의 기준과 긴장 관계에 놓인다. 조문이 행위의 시점을 따라가라 한 이상, 기준이 확정된 시점이 뒤에 있다고 하여 그 자체로 적용이 배제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판결에 확인된 사실이 없으므로, 이 물음도 앞의 항목과 마찬가지로 미정으로 남는다.

9.5해석으로 메울 수 있는 범위

행위 당시의 법률을 기준으로 삼는 형법 제1조와 2013도6962가 세운 판단 방법이 맞물리는 자리를 확인한 뒤, 남는 물음은 그 판단 방법의 뜻을 해석으로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구성요건의 뜻을 밝히는 일과 구성요건에 새로운 요건을 더하는 일은 그 성질이 다르고, 후자의 길을 여기서 열 수는 없다.

2013도6962는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뜻을 사회통념에서 찾았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8조 제1항 제1호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443조 제1항 제8호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조문의 자리를 먼저 밝힌다. 이 판결은 이어 “여기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판례가 풀어 쓴 것은 조문에 이미 들어 있는 문구의 바깥 경계이며, 조문에 없는 요건을 새로 놓은 것은 아니다.

판례는 그 경계를 가늠하는 기준까지 함께 제시한다. 같은 판결은 “이때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이는 부정하다고 인정되는지 가려 담는 판단의 틀을 설명한 것으로, 그 안에서 어떤 행위가 부정한 수단에 해당하는지는 그 행위가 놓인 사정에 따라 판단할 문제로 남는다.

이 틀을 갑의 사정에 견주어 보면, 방송 전 취득과 방송 추천의 결합이 조문이 말하는 부정한 기교에 해당하는지,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 갑이 행위 시점에 그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판례가 제시한 기준은 판단에 참고할 요소를 열거한 것이지, 각 요소의 충족 여부를 확정해 주지 않는다. 취득 일자와 수량, 추천한 방송의 일자와 내용, 처분 일자와 수량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도, 그 기록이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형법 제1조는 “①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선언한다. 이는 구성요건의 뜻을 해석으로 풀 때도 행위 시의 법률이 기준임을 분명히 한다. 해석은 그 법률의 문언과 사회통념 안에서 뜻을 밝히는 일이며, 판례가 제시한 틀도 같은 범위에서 작동한다. 반면 조문에 없는 요건을 만들어 예측 가능성을 보완하는 일은 법률의 뜻을 밝히는 일이 아니라 법률에 무엇을 더하는 일이 되어, 제1조가 정한 기준을 넘어서게 된다.

따라서 해석으로 메울 수 있는 범위는 조문이 담은 문구의 뜻을 판례가 밝힌 틀 안에서 푸는 데까지다. 갑의 행위가 그 틀에 들어맞는지 여부, 필요한 시차의 길이, 이익의 범위, 행위 시점에서의 인식 가능성은 확정되지 않은 채 남는다. 그 자리를 판단의 공백이라 부르는 것과 법문의 공백이라 부르는 것은 서로 다르며, 전자를 후자의 이름으로 메우는 길은 이 자리에서 열리지 않는다.

9.6예측 가능성의 경계선

구성요건을 새로 만드는 길을 막은 뒤에 남는 물음은, 판례 확립 전의 수법을 두고 행위자가 무엇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이다. 앞의 다섯 물음에서 읽어낸 것을 이어 놓으면, 예측 가능성은 수법의 뜻과 판단 기준, 적용 범위에 따라 그 지탱되는 폭이 달라진다. 이 절에서는 그 폭을 가늠해 본다.

먼저 수법의 뜻을 두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3도6962 판결은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의 뜻을 이렇게 밝혔다. "여기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 이 판시는 금지되는 행위의 테두리를 사회통념에 맡기고 있다. 갑이 방송 전에 사 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한 뒤 처분한 결합이 이 테두리 안에 드는지는 그 사회통념이 무엇을 부정하다고 여기는지에 달렸고, 그 자료는 미정이다.

다음으로 판단 기준을 두고 보아야 한다. 같은 판결은 부정함을 가르는 기준을 덧붙여 말했다. "이때 어떠한 행위를 부정하다고 할지는 그 행위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다른 투자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하여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 기준은 수법의 뜻을 빈 껍데기로 두지 않는다. 다만 기준이 제시되었다고 곧 갑의 행위가 여기에 맞는지도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취득과 추천의 결합이 다른 투자자에게 잘못된 판단을 일으킬 위험을 지녔는지는 확정된 사실로 주어지지 않았다.

한편 형법 제1조는 행위 시의 법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①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 이 규정에 비추면, 갑이 행위를 하던 시점에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가 문제가 된다. 앞의 판시가 판단 기준을 주더라도, 그 기준이 판례 확립 이전에 갑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는 별도의 일이다. 취득 일자와 수량, 추천한 방송의 일자와 내용, 처분 일자와 수량은 기록으로 남아 있으나, 갑이 그 시점에 조문의 뜻을 알 수 있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그 밖에 미정인 것도 그대로 두어야 한다. 추천과 처분 사이에 필요한 시차는 얼마인지, 처분 대금 가운데 얼마를 이익으로 삼는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정한 것이 없다. 이 목록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며,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따라서 예측 가능성은 수법의 뜻과 판단 기준이 제시되는 한도에서만 갑을 떠받치고, 그 밖의 자리는 채워지지 않은 채 남는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판례 확립 전의 수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넓지도 좁지도 않은 가운데 놓여 있다. 뜻이 사회통념에 맡겨져 있고 판단 기준이 주어졌으며 적용 범위는 미정이다. 명확성의 이 경계선을 남겨 두고, 형량을 정하는 금액 표현이 지닌 문제를 다음에 살핀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지금 읽는 곳은 PRO SE입니다
RISCON Labsrisconlab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