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주장된 사실과 확인된 사실을 나누고 그 출처를 구분해 기초 사실표에 올리는 방법을 묻는다. 사실의 출처 네 갈래, 기록의 작성 시점과 서술, 전언의 서로 다른 서술, 추정과 간접사실, 불리한 사실을 포함한 기초 사실표의 마무리를 차례로 살핀다.
3.1주장된 사실과 확인된 사실
재분류로 사건의 경계가 굳어진 뒤에는, 경계 안에 들어온 사정들을 사실의 성격에 따라 나누는 일이 남는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를 함께 주장하며 계약서 여러 버전과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한꺼번에 내놓았으므로, 먼저 그 자료에서 나온 주장과 자료로 확인된 사실을 갈라 기초 사실표의 앞 두 자리를 채워야 한다. 자인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의 범위를 넓게 잡되, 확인의 기준을 넘겨 출처별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의 평가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확인의 기준은 민사소송법 제288조가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88조(불요증사실)는 "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다만, 진실에 어긋나는 자백은 그것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88조)고 규정한다. 같은 사정이 두 번 다루어지지 않도록 사실란을 나누는 근거가 이 조문이다. 단서가 인정하는 자백 취소의 여지는 열어 두되, 자백의 존재 여부는 일단 사실란에 적어 둔다.
현저한 사실의 범위는 넓게 읽되 무한정 넓히지 않는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그 경계를 분명히 한다. 위 판결은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고 판시한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해 같은 일에 대해 다른 표현을 쓰고 있어도, 그 문서가 기록에 남았다는 사실 자체와 문서가 전하는 내용은 구별해 적는다. 민사로 제출한 설명과 기관에 낸 설명이 함께 남아 있더라도, 두 문서의 존재는 확인된 사실로 넣되 각 문서가 주장하는 내용은 주장란에 둔다.
다른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을 그대로 끌어오는 것도 같은 경계 안에서 다룬다. 위 판결은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고 덧붙인다. 확정판결의 존재는 확인된 사실로 적고, 그 판결의 이유에 담긴 사실관계는 이 사건에서 확인된 사실로 옮기지 않는다. 같은 논지에서 위 판결은 다른 하급심판결의 인정 사실을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 판단을, 판결문이 증거로 제출된 적도 없고 당사자가 주장한 바도 없던 사안에서 잘못이라 지적한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이 사건의 적용에 이르러서는, 제출된 문서의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르고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목록에 이름이 있으나 파일이 없다. 목록에 이름만 있는 항목은 그 목록이 작성되었다는 사실까지만 확인된 사실로 적고, 항목이 가리키는 내용은 확인된 사실로 옮기지 않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계약의 적용 버전과 변경 합의의 권한,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모두 미정으로 남긴다. 자인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을 이렇게 넓게 묶어 두었으므로, 남은 일은 각 사실이 어떤 경로로 알려졌는지를 표시하는 것이다.
3.2사실의 출처 네 갈래
주장과 확인을 나눈 뒤에는 각 사실에 대해 그것이 알려진 경로를 표시하는 일이 남는다. 경로를 표시하면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흐름을 거쳐 화면에 도착했는지 드러나고, 이는 출처의 형식과 증거의 평가를 뒤섞지 않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경로의 첫 갈래는 직접 관찰이다. 직접 관찰은 보고자는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현장에 있었고, 자기의 오감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밝힌 경우를 가리킨다. 이 경우 사실은 그 사람의 감각을 거치지 않은 중간 단계 없이 전해진 것으로 표시된다. 사례에서 자금 기록의 원자료 일부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나 파일로 남아 있지 않다면, 그 기록을 세웠다고 하는 이가 원자료를 직접 보았다는 경로와, 원자료를 본 적 없이 남의 말을 옮겼다는 경로를 구별하여 표시한다. 경로 표시는 그 기록 자체를 믿을 수 있는지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경로의 두 번째 갈래는 전언이다. 전언은 보고자가 자기가 직접 본 바를 말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들은 내용을 옮긴 경우를 가리킨다. 계약서 여러 버전 가운데 어느 버전을 썼는지와 관련하여, 당시 합의에 참여했다는 사람이 뒤에 남긴 말을 그 자리에 없던 다른 직원이 옮겨 적었다면 그 사실은 전언으로 표시된다. 민사소송법 제299조 제1항은 "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은 소명에 쓸 증거가 곧바로 조사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밝히는 것으로, 전언으로 들어온 사실을 판정하기 전에 그 경로를 먼저 확인하라는 취지에 맞닿는다.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그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게 하여 소명에 갈음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3항은 "제2항의 선서에는 제320조, 제321조제1항·제3항·제4항 및 제322조의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정한다. 이처럼 보증금 공탁이나 선서로 소명에 갈음하는 통로가 열려 있어도, 전언이라는 경로 표시는 그대로 남는다.
경로의 세 번째 갈래는 기록이다. 기록은 말이나 행동이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문서·메시지·계산서 같은 물적 형태로 남아 그 자체로 전해진 경우를 가리킨다. 사례에서 상대방이 내놓은 계약서 여러 버전, 변경 이메일, 전문가 계산서는 모두 기록으로 표시된다. 다만 그 가운데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목록에 이름이 있으나 파일이 없으므로, 목록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과 그 내용이 실물로 확인된 사실을 각각 기록으로 표시한다. 기록으로 표시된 사실이라도 작성자가 누구인지, 언제 작성되었는지, 누구의 말을 담고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된다.
경로의 네 번째 갈래는 추정이다. 추정은 사실이 직접 관찰되거나 전해지거나 기록으로 남지 않았으나, 이미 확인된 다른 사실에서 도출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사례에서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당시 의사결정을 뒤에 와서 해석한 것으로, 같은 일에 대해 다른 표현을 쓰고 있다. 이 문서에 담긴 서술은 기록으로 들어오지만, 그 서술이 당시 의사결정이라는 사실에 대한 직접 관찰이나 전언은 아니다. 오히려 그 문서를 근거로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한다면 그 사실은 추정으로 표시된다.
한 사실에 두 갈래 이상이 겹치는 일도 있다. 같은 상대방에 대해 민사로 제출한 설명과 기관에 낸 설명이 함께 남아 있는 경우, 두 설명이 모두 기록으로 들어오고, 그 기록이 말하는 바가 서로 다르면 그 사실에 대한 경로 표시가 둘로 갈라진다. 이때 출처란에는 갈래만 적는다. 자인된 사실이나 현저한 사실의 범위를 넓혀 잡은 확인의 기준이 이미 넘겨졌다는 이유로, 출처 표시를 그대로 증거의 능력이나 신빙성의 등급으로 읽지 않는다. 출처 표시는 사실이 어디로 들어왔는지를 가리킬 뿐이고, 그 사실을 받아들일지 말지의 판단은 별개의 자리에서 이뤄진다.
3.3기록의 작성 시점과 서술
출처 표시를 마친 뒤에 남는 것은 기록에 쓰인 말을 언제 쓴 것인지 가르는 일이다. 이 사례에서 계약서의 여러 버전과 변경 메시지,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르고, 그 서술도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표현을 쓰고 있다. 기록을 시점 순으로 놓되, 문서에 쓰인 표현을 당시 의사결정의 확인된 사실로 바꾸어 적지 않아야 한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사건 밖의 판결문에 담긴 사실관계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1]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로 판시사항을 정리한다. 확정판결이라는 기록 자체의 존재와 그 기록 안에 쓰인 사실관계의 서술을 가르는 선이 여기에 있다. 계약서 각 버전의 존재와 그 조항에 쓰인 문장도 같은 방식으로 나누어 본다. 문서가 있다는 확인과 그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관한 해석은 서로 다른 놓이에 있다.
같은 판결은 원심의 태도를 두고 "[2]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로 정리한다. 제출되지 않은 문서 안의 서술을 사실로 삼은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당시 의사결정의 표현을 담고 있지만, 그 표현 자체가 당시의 사실을 확인해 주지는 않는다. 목록에 이름이 있으나 파일이 없는 메시지와 원자료는 서술을 옮길 자리가 비어 있는 채로 둔다.
문서에 쓰인 표현을 그대로 옮길 때에는 언제 쓴 것인지, 무엇을 서술한 것인지 함께 적는다. 계약서 버전마다의 작성 시점, 변경 메시지의 발신 시점, 설명 문서의 작성 시점을 각각 표시한다. 같은 일에 대해 다른 표현을 쓴 문장이 있다면 두 문장을 나란히 두되, 어느 문장이 당시 의사결정의 사실인지 판단하지 않는다. 표현의 차이가 사실의 차이인지는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할 일이다. 이 사례의 적용 계약 버전, 변경 합의의 권한,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법적 평가를 이루지 않는다. 판결문이나 설명 문서 같은 기록은 그 기록에 쓰인 서술을 전할 뿐이고, 서술된 사실관계의 확정은 별도로 이루어진다. 이 사례에서는 계약서의 여러 버전과 변경 메시지,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를 작성 시점 순으로 놓고, 각 기록이 쓴 말을 쓴 말 그대로 기록해 두는 것으로 그친다. 문서에 쓰인 표현을 당시 의사결정의 확인된 사실로 바꾸어 적지 않는 것이 이 자리의 규칙이다.
3.4전언과 서로 다른 서술
작성 시점의 배열이 문서의 서열을 정리해주지는 않았다. 같은 행위를 두고 상대방이 민사 서면에 적은 설명과 기관에 낸 설명이 함께 남아 있으므로, 이제는 각 서술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같은 항목에 나란히 놓고 살펴보아야 한다.
전언의 출처를 가를 때, 다른 소송에서 인정된 사실을 옮겨 적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소극으로 보았다. 민사 서면에 인용된 다른 사건의 인정 사실도 이 서술들 사이에서 그저 하나의 출처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이에 따르면 한 서술이 다른 서술보다 우선한다고 미리 정해 둘 수 없다.
판결은 이어서,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를 제시하였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서술의 출처가 기록에 실제로 들어와 있는지가 그 서술을 다루는 방식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민사소송법 제299조는 소명의 방법에 관하여 「①소명은 즉시 조사할 수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목록에 이름이 있으나 파일이 없는 메시지와 원자료는 이 기준 앞에서 그 제출 상태를 그대로 적어 둘 수밖에 없다.
같은 조 제2항은 「②법원은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 하여금 보증금을 공탁하게 하거나, 그 주장이 진실하다는 것을 선서하게 하여 소명에 갈음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3항에서 「③제2항의 선서에는 제320조, 제321조제1항·제3항·제4항 및 제322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덧붙인다 (민사소송법 제299조). 이는 소명의 수단이 정해진 경로를 따른다는 점을 보여줄 뿐, 여기서 서술의 진위를 판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계약 해지와 손해에 관한 행위 항목마다 민사 서면의 표현과 기관 제출 설명의 표현을 나란히 두고, 각 항에 출처를 함께 표기하기로 한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일을 다르게 부르는 부분도 그 문서의 서술로만 항목에 남는다. 두 서술 가운데 어느 쪽이 확인된 사실인지는 이 자리에서 정하지 않으며, 확인된 사실이라는 표기도 아직 붙이지 않는다.
3.5추정과 간접사실
같은 행위를 달리 표현한 두 서술을 나란히 두는 것으로 서술의 충돌을 그대로 남겨 두었다. 이제 그 충돌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문서에 직접 적힌 바 없는 사실을 어떻게 표시할지가 문제로 남는다.
자료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사실은 추정으로 표시하고, 그 추정이 딛는 간접사실을 따로 적어 둔다. 이 사건에서 계약 해지의 의사가 언제 누구에게 도달했는지, 변경 합의에 관한 권한이 실제 행사된 시점이 어느 때인지,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이 무엇인지에는 미정이 남아 있다. 이 셋을 확인된 사실의 항목에 올리지 않고 추정의 항목에 올려 두는 것이 첫 단계이다.
추정의 경로가 무엇인지를 밝힐 때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도움이 된다. 그 판결은 내심적 사실을 간접사실로 입증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추정의 출발점에 놓이는 사실이 곧 간접사실이며, 그 사실과 표시하려는 사실 사이의 연결 상태는 경험칙에 비추어 정리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례에서 간접사실은 작성 시점이 다른 계약서 버전들, 변경을 알리는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가 제출된 순서와 각 문서에 적힌 날짜들이다.
한편 간접사실의 모임이 곧 결론은 아니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같은 문제를 두고, 경영자의 배임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에 관해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한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자료가 모여 있고 손해가 계산된 문서가 함께 제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해지의 시점이나 변경 권한의 귀속, 손해액의 기준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여기에서 분명해진다.
한편 추정에 쓰이는 전언 자체의 무게를 정하는 문제는 별도의 판단을 요구한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과 함께 다른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에 의하여 진술의 신빙성이 보강될 수 있는지, 반대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두루 살펴 판단할 때" 전언의 신빙성을 결정하는 길을 밝힌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해 같은 일에 대해 다른 표현을 쓰고 있고, 민사와 기관에 낸 설명이 함께 남아 있다면, 그 문서들 각각은 간접사실의 후보일 뿐이며 추정의 한 갈래로만 취급된다.
결국 이 사례의 기초 사실표에는 세 줄기가 나뉘어 놓인다. 확인된 사실의 줄기, 출처가 다른 전언의 줄기, 그리고 추정과 그 추정이 딛는 간접사실의 줄기이다. 추정의 경로를 건너뛰어 이를 확인된 사실이나 법적 평가의 결론으로 옮겨 적지 않는 것이 이 단계의 규율이다.
3.6기초 사실표의 마무리
추정으로 표시한 항목과 간접사실을 따로 적어 둔 데서 멈추지 말고, 이제 그 모든 항목을 한 표에 모아 사실 인정의 재료가 되는지를 가려야 한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은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표를 완성하는 일은 사실표에 이름이 오른 항목과 그 출처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지, 어떤 사실이 믿을 만한지 등급을 매기는 일이 아니다.
사실 인정의 마지막 단계를 어디에 두는지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이 규정은 자료의 제시에 관한 것과 분리하여 읽어야 한다. 변론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가 먼저 모이고, 그 위에서 법원이 판단하는 단계가 뒤에 온다. 기초 사실표는 그 앞단의 모으기를 마무리하는 문서이므로, 이 문장은 표의 각 칸을 법적 결론으로 채울 근거가 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08조 역시 같은 구분을 전제로 한다.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증거의 증명력이 무엇인지 정하는 일은 사실표에 이름을 올리는 자료에 요구되는 일이 아니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와 같은 의미와 한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판례는 채택과 사용의 판단이 법원의 일로 남는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같은 표에 여러 출처를 함께 적어 두는 행위는 어느 출처가 우월한지 밝히는 일이 아니다.
그 판례는 자유심증의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문장은 자유심증이 무제한의 판단이 아니며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묶여 있다는 점을 함께 말한다. 기초 사실표에 올린 항목이 나중에 판단의 대상이 되더라도, 표 자체는 그 판단을 미리 정하지 않아야 한다.
위 판례에 함께 실린 반대의견은 판단의 밑에 놓인 자료를 다루는 데에도 신중을 요구한다. "진술조서의 진술기재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같은 반대의견은 이어서 "단순히 추상적인 신빙성의 판단에 그쳐서는 아니 되고,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하여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라고 덧붙인다. 이 말은 표의 칸을 채울 때에 이미 어느 쪽 말에 무게를 둘지 적어 두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같은 사건에서 대표이사의 진술이 검찰에서와 법정에서 달랐던 점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는 그 판례가 살핀 사정이고, 여기서 다루는 계약 분쟁에서의 진술과는 별개의 일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서 여러 버전과 변경 이메일, 자금 기록, 전문가 계산서를 한꺼번에 내놓았다. 여기에 더하여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의 의사결정을 해석해 같은 일에 대해 다른 표현을 쓰고 있고, 같은 상대방이 민사로 낸 설명과 기관에 낸 설명이 함께 남아 있다. 이 자료들의 작성 시점이 서로 다르고, 목록에 이름이 있으나 파일이 없는 메시지와 원자료가 섞여 있다. 기초 사실표에는 각 문서의 작성 시점과 그 문서를 만든 사람, 문서가 가리키는 시점이 함께 적혀야 한다. 누락된 파일도 목록에 올린 채로 누락 상태 그대로 표시한다. 미정인 사항, 즉 적용되는 계약의 버전과 변경 합의에 관한 권한의 귀속,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미정으로 남긴다. 표를 마무리하는 일은 이 세 가지가 미정이라는 사실까지도 표에 적어 두는 일이다.
자유심증주의는 사실 인정의 마지막 단계에 관한 규정이다. 따라서 이 사례의 기초 사실표에는 주장된 사실과 확인된 사실, 그 출처와 작성 시점이 한 줄씩 함께 보이면 족하다. 불리한 사실까지 같은 표에 올라 있어야 하고, 추정으로 표시한 항목은 추정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자료가 모여 있는 상태를 그대로 옮겨 적고, 자료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판단의 자리에 맡겨 두는 것이 이 표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