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수집에서 봉인과 운반까지의 연속성이 무엇으로 기록되는지를 묻는다. 압수와 봉인 단계에서 누가 무엇을 하였는지가 어떤 장부와 확인으로 남는지를 정리하고, 그 기록을 조문이 요구하는지 여부와 견눈다.
10.1압수 조문의 절차 범위
시점 정보의 정리에서 남은 물음은 수집과 봉인의 연결에 관한 것이었다. 그 문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형사소송법이 압수의 수집 단계에서 무엇을 하도록 정해 두었는지부터 조문의 문언으로 확인해야 한다.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이나 보관 기록의 빈칸을 평가하려면, 우선 그 문서가 어느 법적 행위를 기록한 것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은 압수의 대상을 한정한다. 대상에 관한 기준을 두고 있다는 뜻을 읽기 위하여 조문을 옮긴다.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 단,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항은 물건을 압수할 수 있는 요건을 정할 뿐, 압수한 물건이나 그 내용을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하드디스크가 피고사건과 관계 있는 증거물인지의 여부는 여기서 다루지 않으며, 제106조가 봉인의 방식이나 기록의 양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만이 이 자리에서 확인된다.
제2항은 제출명령을 둔다.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그대로 적는다. "법원은 압수할 물건을 지정하여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에게 제출을 명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이에 의하면 물건을 지정하고 제출을 명하는 행위가 압수의 한 경로로 마련되어 있다. 조문은 제출명령의 대상자로 소유자·소지자·보관자를 들고 있으나, 그 명령에 따른 제출을 누구의 손에서 누구에게로 옮겼는지 기록하는 장부를 정하지는 않았다. 압수 현장에서 작성된 확인서가 이 제출의 경위를 담는지, 아니면 다른 행위를 담는지는 문언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정보저장매체에 관한 제3항은 2011년에 신설된 규정이다. 그 문언을 그대로 옮긴다.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항은 정보저장매체를 직접 압수하기에 앞서 범위를 정한 출력 또는 복제를 원칙으로 삼는다. 다만의 단서는 그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목적 달성이 현저히 곤란한 때에 한하여 매체 자체의 압수를 허용한다. 이 사례에서 수사관이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한 행위는 이 항이 말하는 복제와 겉으로는 겹치지만, 그 복제의 범위를 언제 정했는지는 미정이다.
제4항은 제공받은 정보에 대한 통지를 정한다. 조문을 옮긴다. "법원은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항은 정보의 제공이 있었음을 정보주체에게 알리는 의무를 두고 있을 뿐, 제공된 정보의 사본을 어느 형식으로 보관할지는 다루지 않는다.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은 확인서가 이 통지 의무와 연결되는지의 여부도 역시 이 항의 문언에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정리하면 제106조는 압수의 대상, 제출명령, 정보저장매체의 출력과 복제, 정보제공 사실의 통지까지 네 항에 걸쳐 행위를 나열한다. 그 어느 항도 해시값의 계산, 계산 시점의 기재, 복제본의 보관 인계 기록, 분석 도구의 기록을 요구하지 않는다. 수사관이 확인서에 해시값을 적은 일은 조문이 정한 행위의 목록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그 기재가 압수의 절차 범위 안에서 어떠한 자리를 갖는지는 별도로 밝혀야 한다. 그 자리를 찾는 일은 압수의 문언을 넘어 봉인을 규정한 조문으로 이어지며, 그에 관한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10.2봉인이라는 표시의 자리
압수 조문의 절차 범위를 본 뒤, 그 문언 속에서 봉인이 차지하는 자리를 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압수물의 취급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조항은 봉인의 방법이나 봉인의 기록을 따로 요구하지 아니하고, 정보 제공 사실의 통지 의무만을 둔다. 봉인을 무결성의 확정 수단으로 삼기 전에, 우선 조문이 그 표시를 향하여 무엇을 말하는지 밝혀야 한다.
한편 압수 대상이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함께 놓여 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조항은 복제본의 제출을 원칙으로 삼고, 원본의 압수는 예외로 한정한다. 조항의 문언은 복제의 방법과 범위의 지정을 말할 뿐, 그 복제본을 어떻게 봉인하여 보관할 것인지는 정하지 아니한다.
봉인은 통상 압수물의 외관에 부착되어 그 물건이 개봉되지 아니하였음을 표시한다. 그러나 위 조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의 복제본이 제출되는 경우, 그 복제본 자체가 압수물의 지위를 갖는지는 조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봉인이 부착되었다는 사실이 곧 복제본 내용의 동일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며, 봉인의 부착 시점과 해시값의 계산 시점이 일치하는지도 별도로 확인되어야 한다. 봉인의 표시가 어느 시점에 누구에 의하여 부착되었는지는 자료로 확인되지 아니한다.
합성 사례에 놓인 봉인의 사실을 보면, 수사관은 압수 현장에서 노트북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은 뒤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았다. 이 사실은 봉인의 부착 여부와 무관하게 확인된 압수 현장의 행위이며, 봉인이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별도로 밝혀진 바 없다. 법정에 제출된 것은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이다. 보관 기록에는 9일간의 빈칸이 있다.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은 미정이다.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도 미정이다.
봉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무결성의 확정으로 이어지지 아니한다. 위 조항이 정보 제공 사실의 통지를 요구하고 있을 뿐 봉인의 부착을 요구하지 아니하므로, 봉인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압수 절차의 위법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봉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표시가 언제 누구에 의하여 부착되었는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복제본의 동일성을 보증하는 근거로 삼기 어렵다. 합성 사례에서 9일간의 보관 기록 빈칸이 봉인의 존재와 어떻게 결부되는지는, 봉인의 부착 사실이 확인된 뒤에야 비로소 다루어질 수 있다.
10.3확인서와 서명의 의미
봉인의 자리가 확인된 뒤에 남는 물음은 그 옆에 적힌 해시값과 서명의 자리이다. 수사관은 압수 현장에서 노트북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은 뒤 피압수자 무의 서명을 받았다. 이 기록이 무엇을 어떤 형태로 남겼는지를 가리려면, 우선 조문이 그런 서명을 요구하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압수의 방식을 두루 규정하면서, 확인서와 서명에 관한 말은 두지 않는다. 다만 정보저장매체의 처리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고 하였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문언은 복제를 받을 방식을 정할 뿐, 복제의 사실을 증빙하는 서류의 양식이나 그 서류에 필요한 서명을 요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압수자 무의 서명은 조문이 부과한 요건이 아니라, 수사관이 복제의 사실과 해시값의 기재를 현장에서 확인받는 수단으로 남긴 표시이다. 서명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 표시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보여줄 뿐, 복제본의 내용이 그 뒤로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확인해 주지는 아니한다. 무결성은 복제 당시의 해시값과 그 이후의 해시값이 같은지에 달려 있고, 확인서의 서명은 그 두 값을 견주는 절차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다.
이 사례에서 확인서는 해시값과 서명을 함께 담은 문서로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해시값을 처음 계산한 시점이 언제인지 미정이고, 그 9일간의 보관 기록에 빈칸이 있으며,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도 미정이다. 서명의 존재가 이 항목들을 채워 주지 아니한다. 서명은 무의가 확인서에 적힌 값을 보고 서명하였다는 사실까지만 남기며, 그 값이 올바르게 계산된 값인지와는 별개의 물음으로 남겨 둔다.
그러므로 확인서와 서명은 조문이 요구한 형식은 아니지만, 수집과 봉인의 고리에서 복제의 사실을 문서로 고정하는 표시로 기능한다. 이 표시의 존재를 곧바로 무결성의 확정으로 옮기지 아니하며, 그에 따라 증거능력의 유무를 서명만으로 정하지도 아니한다. 서명이 확인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복제본을 뽑은 파일 300개의 선정 기준과 보관 기록의 빈칸을 함께 두고 보아야 비로소 드러난다.
10.4운반 보관 기록의 빈칸
서명의 형식이 갖추어졌다고 해서 수집한 사본의 이력이 연속적으로 기록된 것은 아니다. 압수 현장에서 작성된 확인서가 해시값을 고정한 뒤 그 복제본이 9일 동안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가 보관 기록에 남지 않았다면, 그 빈칸은 무엇을 미정으로 두는가.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정보저장매체의 처리 방식을 정하면서도 그 복제본의 보관과 운반을 누가, 어떻게 기록할지는 별도로 적고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은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항은 복제의 방식과 제출을 요구할 뿐, 그 복제본이 제출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복제본은 확인서 작성 이후 9일 동안의 보관 경로가 기록에서 비어 있고, 조문이 그 기간의 보관자를 특정하도록 요구하지 않으므로 그 공백을 특정 인물이나 특정 시점으로 메울 근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공백이 남기는 것은 다만 사실의 빈자리이다. 해시값이 언제 처음 계산되었는지, 그 9일 동안 복제본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은 무엇이었는지가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파일 300개를 어떤 기준으로 뽑았고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랐는지도 함께 미정이다. 이 항목들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공백 자체가 무결성이 무너졌다는 뜻이나 증거능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한편 제106조 제3항이 정한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한 출력 또는 복제와 제출의 요건은 이 사례에서 파일 300개의 선정 기준과 맞닿아 있다. 범위를 정한 복제와 그 결과물의 선정이 같은 절차 안에서 이루어졌는지가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제출받은 범위가 애초에 정한 범위와 같은지 확인할 길이 남지 않는다. 9일간의 빈칸은 이 범정의 연속성 확인을 가로막는 요소로 남는다.
결론은 한정적이다. 보관 기록의 9일 빈칸은 복제본의 운반과 보관에 관한 사실을 미정으로 두는 상태로 읽어야 하며, 그 빈칸을 특정 시점이나 특정 보관자로 채우는 해석은 성립하지 않는다. 서명이 있었다는 사실과 복제본의 이력이 연속적이었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이며, 후자는 아직 기록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10.5기록 요구의 조문 대조
보관 기록의 9일 빈칸이 수집 단계에서 무엇을 미정으로 두는지는 앞에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압수와 봉인의 기록을 요구하는 조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록 요구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조문으로 대조해 보아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압수의 대상과 방식을 정하면서 정보저장매체의 처리를 별도로 다룬다. 그 제3항은 출력이나 복제를 원칙으로 삼고, 그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만 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하도록 허용한다. 조문은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이 사례에서 수사관이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한 행위는 바로 이 조항이 정하는 제출 방식에 놓인다. 다만 이 조항은 복제의 대상과 조건을 정할 뿐, 복제 과정의 기록을 남길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92조의3은 증거의 조사방식을 규정한다. 그 문장은 "도면·사진·녹음테이프·비디오테이프·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정보를 담기 위하여 만들어진 물건으로서 문서가 아닌 증거의 조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형사소송법 제292조의3)고 선언한다. 조문이 정하는 대상은 '조사'이고, 필요한 사항의 내용은 대법원규칙에 맡긴다. 따라서 이 조문이 압수나 복제 단계의 기록 요건을 직접 두고 있다고 읽기는 어렵다.
이 사례에서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과 피압수자 무의 서명이 수집 단계의 어떤 기록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자료로 제시된 두 조문만으로는 판정되지 않는다. 제106조는 복제의 의무와 예외를 정하되 기록의 형식이나 항목을 열거하지 않고, 제292조의3은 조사방식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한다. 두 조문 가운데 압수와 봉인의 기록을 요구하는 문장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수집 단계의 기록 요건을 제292조의3에서 끌어내는 해석은 성립하지 않는다. 보관 기록의 9일 빈칸이 어떤 법적 의무의 불이행인지에 관한 판단은, 이들 조문이 정한 범위 밖의 요건을 전제로 삼아야 비로소 가능하므로 이 자리에서 확정하지 않는다.
10.6수집 단계의 남김과 넘김
기록 요건의 조문을 나눈 데 이어 이 장에서 남긴 항목을 모아 정리할 차례이다. 수사관은 압수 현장에서 노트북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하고 해시값을 확인서에 적었으며, 피압수자 무가 확인서에 서명하였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복제와 해시 확인의 행위가 확인서라는 문서로 남았다는 사실뿐이다. 앞 절에서 가른 대로 제292조의3은 조사방식의 근거에 그치며, 수집 단계가 지켜야 할 기록 요건을 끌어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수집 단계의 남김은 개별 행위자가 현장에서 만든 문서에 의존하게 되고, 그 문서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담지 않았는지에 따라 흔적이 갈린다.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정보저장매체에 담긴 정보를 받는 방식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이 항에서 “정보저장매체등”이라 한다)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 같은 조문은 "법원은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 사례에서 하드디스크의 내용을 복제한 일은 기억된 정보를 범위 정해 복제하여 제출받는 경로에 놓이며, 그 복제가 누구의 판단으로 범위를 정한 것인지와 그 선택이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무의 서명은 확인서에 대한 부인을 막는 자리 표시일 뿐, 서명이 복제의 시점이나 순서까지 확정하지는 않는다.
확인서에 적힌 해시값도 같은 자리에 선다. 해시값이 언제 처음 계산되었는지 확인서에 드러나지 않으면, 복제 직후의 값인지 그 이전에 얻어 둔 값인지 가르기가 어렵다. 확인서가 모으는 것은 기재된 낱말과 수치, 서명의 자리이다. 여기서 복제본이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와 사용한 분석 도구의 종류와 설정이 함께 남았다면 기록이 두터워졌겠으나, 이 사례에서 그 항목들은 확인서의 바깥에 있다.
이러한 결과를 이 장에서 밝히지 못한 사항으로 돌릴 수는 없다. 보관 기록에 9일간의 빈칸이 있는 일과, 파일 300개를 뽑은 기준과 그 선택이 누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 미정인 일은 모두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자체가 무결성의 확정이나 증거능력의 유무를 뜻하지 않는다. 이 장은 수집과 봉인의 기록 항목만을 두고 그 범위와 한계를 가렸고, 그 안에서 확인한 것은 복제와 해시 확인의 행위가 현장의 문서로 남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문서가 담지 않은 항목이 무엇인지가 남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집 단계에서 넘어간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 둔다. 법정에 제출된 복제본에서 뽑은 파일 300개와 분석 보고서는 복제와 분석이라는 뒤이은 단계에서 생겨난 산출물이며, 그 산출물이 어떻게 다듬어졌는지는 이 장이 다루지 않는다. 남김의 항목은 확인서에 모인 기재로 한정되고, 넘김의 항목은 그 바깥에 놓인 사실들의 목록으로 남는다. 확정된 것으로 되돌릴 수 없는 미정 사항은 미정의 자리에 그대로 두고, 이 장의 결론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