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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과 증거구조: 새로운 증거의 명백성 · 제28권 · 제14장 · 초판

남는 물음과 재검토 조건

이 권이 끝까지 답하지 못한 물음은 무엇이고, 무엇이 밝혀지면 다시 살펴야 하는가?

분량
약 2,4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1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14.1남은 세 물음의 자리
  3. 14.2알고도 내지 못한 증거의 신규성
  4. 14.3뒤집힌 진술의 보강 문제
  5. 14.4증거물 보관의 수준
  6. 14.5다시 살펴야 할 조건
  7. 다룬 법령
  8.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알고 있었으나 내지 못한 증거의 신규성, 뒤집힌 진술의 보강, 증거물 보관의 수준이라는 세 물음을 남긴 채로 이 권을 정리한다. 세 물음이 각각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밝히고, 어떤 사실이 밝혀지면 그 자리를 다시 살펴야 하는지를 조건의 형태로 적는다. 이 장은 남은 물음에 대한 새로운 결론을 내기보다 다시 검토할 자리를 표시하는 데 그친다.

14.1남은 세 물음의 자리

보관 상태가 재심 청구의 경계를 가른다는 결론에 이르자, 새로운 증거의 틀이 어디까지 밝혀졌고 무엇이 끝내 남았는지 되짚어 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재심의 이유를 일곱 가지로 적는다. 그 가운데 서류나 증거물이 위조되었거나 변조되었음이 증명된 경우와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는, 확정된 유죄를 뒤를 때 자주 함께 등장한다. 이 두 가지의 자리를 먼저 확인하면 남은 물음이 어디에 놓이는지 드러난다. 이 사례에서 피고인의 자백과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 혈액형 감정은 원판결을 떠받친 증거이고, 보관 중이던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나온 사실은 그 증거들의 자리를 흔든다.

재심이유의 틀을 따르면, 그 떠받침을 흔드는 사정이 어느 호에 들어가는지부터 살핀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로 하고, 제2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로 한다. 이 사례의 유전자 검출과 목격자의 새 말은 각각 제1호와 제2호의 문구를 가리키지만, 두 호 모두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요구하므로 이 사례에서 그 증명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미정이다. 이 나열된 사실들은 확정된 유죄의 증거들이 흔들리는지 살필 재료일 뿐이고,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로 한다. 이 문구는 두 가지 요건을 함께 둔다. 하나는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이고, 다른 하나는 그 증거가 무죄 등을 인정할 만큼 명백한 때이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앞의 쟁점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재심사유인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와 관련하여 그 증거가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하는지 여부(적극)"로, 뒤의 쟁점을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함께 평가하여야 할 기존 증거의 범위"로 놓는다. 이 두 쟁점이 이 권이 세운 틀의 지붕이고, 남은 물음은 이 지붕 아래에서 자리를 받는다.

앞에서 확인한 틀 안에서 끝내 답하지 못한 물음은 셋이다. 첫째는, 원판결 당시 알았으나 내지 못한 증거가 새로운 증거에 해당하는지이다. 위 결정의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본다. 이 사례에서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 미정이고, 이 나열된 사실들은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가 아니라 확정된 유죄의 증거들이 흔들리는지 살필 재료일 뿐이다. 둘째는,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미정인 채로 증거의 신규성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이다. 셋째는,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가 미정인 채로 그 증거물이 어떤 역할을 떠맡을 수 있는지이다. 이 셋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틀이 벌린 자리이고, 미정 사항은 미정으로 남는다.

결국 새로운 증거의 틀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두 요건을 자리표로 삼아 증거의 흔들림을 살피는 방법을 세웠고, 남은 물음은 그 자리표 옆에 놓였다. 이 사례의 유전자 검출과 목격자의 새 말, 증거물의 보관 상태는 각각 그 물음에 대고 서 있지만, 물음의 답은 이 권의 정리된 자료에서 나오지 않았다. 남은 물음을 미리 닫지 않고 열어 둔 채로 이 장의 남는 물음 자리를 확인하는 것으로 한 구절을 맺는다.

14.2알고도 내지 못한 증거의 신규성

남은 세 물음 가운데 첫째는 원판결 당시 이미 알았으나 끝내 내지 못한 증거가 새로운 증거에 해당하는지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사유의 하나로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들고 있다. 이 조항이 말하는 "새로 발견된 때"의 뜻이 피고인이 알고 있었으나 제출하지 못한 증거까지 포섭하는지가 여기서 가려져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새로 발견된 때"를 풀이한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우선 그 의미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로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신규성은 증거를 새로 알아낸 경우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알았더라도 당시에 낼 수 없었다면 나중에 낼 수 있게 된 때에도 인정된다. 이 사건에서 유전자가 검출된 증거물과 목격자의 새 말이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에 어떤 식으로 알려져 있었는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앞의 풀이가 이 사례에 그대로 적용되는지 아닌지는 사실관계가 채워진 뒤에야 판단된다.

이 결정은 다만 신규성이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본다. 과실이 있으면 신규성이 없다는 뜻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측이 원판결 당시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왜 내지 못했는지는 미정이다. 감정에 필요한 검사나 신청 절차가 무엇을 요구했는지도 밝혀져 있지 않다. 따라서 과실이 있었는지는 지금 단정할 수 없다.

한편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다른 기준을 둔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는 피고인이 언제 알았는지, 왜 내지 못했는지가 신규성을 가르지 않는다. 법원이 그 증거를 새로 알게 되었는지만 본다.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된 사실은 법원이 판결 확정 뒤에야 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이 유전자 감정 결과를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미정이다.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이렇게 갈리는 까닭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문언에 있다.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그 조항이 "그 문언상 ‘누구에 의하여’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다수의견과 같이 그 증거가 법원이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것임과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해석에 해당하며"(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본다. 다수의견은 그에 맞서 "재심은 당해 심급에서 또는 상소를 통한 신중한 사실심리를 거쳐 확정된 사실관계를 재심사하는 예외적인 비상구제절차"(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라는 점을 내세운다. 확정된 유죄가 가볍게 흔들리지 않도록 지키려는 자리와, 뒤늦게 밝힌 진실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리가 여기서 맞선다. 확정된 유죄를 떠받친 자백과 목격자 진술, 혈액형 감정이 흔들리는지 살피는 작업은 어느 쪽 기준을 택하든 그 앞에서 먼저 놓인 문제이다.

14.3뒤집힌 진술의 보강 문제

신규성의 경계를 묻는 물음에서 다음으로 남는 것은, 목격자의 새 말이 유죄를 떠받치던 증거들을 얼마나 흔드는지이다. 20년 전의 유죄는 자백과 한 사람의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 위에 서 있었고, 그 목격자는 이제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진술이 뒤집힐 때 재심 법원은 그 말 하나를 떼어 놓고 보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는 기존 증언을 겨냥한다. 재심은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형사소송법 제420조). 이 사례에서 목격 진술이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에 해당하는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그 진술이 유죄의 한 축이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목격자의 새 말 자체가 무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에는 다른 길이 열린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새 말을 그 자리에서 잘라 판단하지 말라는 지시이므로, 자백과 혈액형 감정이 함께 놓인다.

같은 결정은 평가의 도를 정한다.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의심이 가는 정도로는 모자라는 셈이다.

범위를 두고 의견이 갈린 점도 적어 둔다. 다수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을 함께 보았고, 별개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에서는 어느 쪽으로 잡아도 자백과 혈액형 감정이 판단의 자리에 들어오지 않기 어렵다.

한 가지를 분명히 둔다. 제420조의 문언과 이 결정의 판시는 증언이 뒤집힐 때마다 그것을 믿을 만한지 살펴 보강이 있는지를 새로 묻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확인할 것은, 새 말과 모순되는 기존 증거들이 함께 놓였을 때 확정된 유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이다. 그 판단이 서면 남은 물음이 비로소 손에 잡힌다.

14.4증거물 보관의 수준

증거물이 흔들린 뒤에는 그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왔는지가 남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면서,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의 상태에 관하여 그 증거물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를 하나로 들고 있다. 그 조문은 다음과 같다. "1.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 (형사소송법 제420조). 같은 조 제5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형사소송법 제420조)를 별도의 재심이유로 정하고 있다. 증거물의 위조·변조는 그 자체의 흠결을 증명의 대상으로 삼는 사유이고, 새로운 증거의 발견은 달라진 증거관계 안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근거를 찾는 사유이므로 둘은 그 갈래가 다르다. 이 사례에서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어느 쪽으로도 그대로 놓이지 않는다. 유전자의 검출 자체가 위조나 변조의 증명을 뜻하지 않고,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도 미정이기 때문이다.

증거물의 상태가 새로 발견된 증거의 가치를 가르는 경우에, 그 증거가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 떼어 놓고 판단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밝혔다. "[2] [다수의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유전자 검출을 새로 발견된 증거로 본다면, 이 검출이 명백한 증거에 이르는지는 유죄를 떠받치던 자백과 목격자 진술, 혈액형 감정과 함께 놓고 보아야 한다.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미정인 채로는, 이 검출이 그 셋을 뒤흔드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판단할 수 없다.

그 같은 결합 평가에는 새로 발견된 증거와 모순되는 기존 증거만 끌어들이는 범위에 관하여 다른 견해가 있다.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의 별개의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 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같은 별개의견은 이어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각 사안에 따라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덧붙인다. 어느 쪽을 따르든 간에 이 사례에서 유전자는 유죄의 확정판결이 기초로 삼은 셋의 증거와 함께 놓여야 하고, 그 보관 상태는 이 증거물에서 나온 말들을 어떤 무게로 읽을지에 관여한다.

그러나 보관 경위가 미정인 채로는 이 증거물의 값을 단정할 수 없다. 이 사례에서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유전자 검출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역시 미정이다.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증거물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다고 할 수 없고,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이르렀다고 할 수도 없다. 미정인 사항을 채워 넣어 증거물의 가치를 확정 짓는 것은 이 자리에서 하지 않는다.

한편 신규성의 판단 기준에는 결함이 남을 수 있다. 같은 결정의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보아,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제출할 수 있었던 증거를 신규성이 있는 증거에서 뺀다. 이 사례에서 증거물과 그 감정 가능성을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알았는지가 미정이라, 그 증거물이 제출할 수 있었던 것인지 판단할 근거가 아직 없다.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왔는지가 밝혀질 때, 이 증거물에 대한 알 수 있었는지의 여부도 함께 놓이고, 남는 물음의 셋째 갈래인 보관의 수준은 그제야 비로소 재심이유 안에서의 자리를 찾는다.

14.5다시 살펴야 할 조건

보관의 수준이 셋째 물음으로 남는다고 정리한 데서 출발하여, 이제 어떤 사실이 밝혀질 때 이 권의 구성을 다시 검토할 수 있는지를 조건의 형태로 적어 둔다. 남은 세 물음에 대한 새로운 결론은 내지 않고, 판결요지가 정한 범위 안에서 조건만을 표시한다.

먼저 조문의 틀을 확인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이유를 열거하면서, 그 제5호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 사례에서 새로 발견된 것으로 주장되는 유전자 검출 결과와 목격자의 새 말이 이 요건에 닿는지 가리려면, 신규성과 명백성을 각각 따로 살펴야 한다.

신규성의 기준에 관하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하였다. 이 사례에서 피고인 측이 원판결 당시 증거물과 그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가 미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이 첫째 조건은 그 사실이 밝혀져야 비로소 비로소 채워진다.

명백성의 판단에 관하여 같은 결정은,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으로 보아서는 아니 되고,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판시하였다. 이 사례에서 자백과 목격자의 당시 진술, 혈액형 감정이 함께 놓여 있는 한, 유전자 검출 결과는 홀로 서지 않고 이 셋과의 관계에서만 그 무게가 가려진다.

세째로,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와 목격자의 새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밝혀져야, 당시 진술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가 말하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에 닿는지도 별개로 검토할 수 있다. 이 두 사실이 미정인 한, 목격자의 새 말은 재심이유의 어느 항에 놓일지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이 사례의 구성은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보관이 어떤 상태였는지, 경찰의 암시와 그 새 말의 경위, 원판결 당시의 인식이 채워질 때마다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때마다 위 결정이 정한 신규성과 명백성의 기준을 그대로 두고, 이 권이 세운 증거구성의 틀만 다시 들여다보면 된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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