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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과 증거구조: 새로운 증거의 명백성 · 제28권 · 제8장 · 초판

새 증거를 옛 증거 사이에 넣기

새 증거는 옛 증거들과 함께 놓일 때 유죄의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분량
약 2,4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1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8.1유죄를 받치는 세 기둥
  3. 8.2재심이유가 가리키는 문
  4. 8.3새 증거의 신규성 요건
  5. 8.4명백성이 요구하는 무게
  6. 8.5새 증거와 옛 증거의 배치
  7. 8.6증거구조의 유지와 흔들림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자백, 목격 진술, 감정이라는 세 기둥으로 이루어진 증거구조에 새 증거를 넣어 보고 그 구조가 유지되는지를 판단하는 틀을 분석한다. 재심이유가 가리키는 문에서 출발해 새 증거의 신규성 요건과 명백성이 요구하는 무게를 함께 놓아 보고, 새 증거와 옛 증거의 배치를 살핀다. 각 기둥 자체의 신빙성 문제와 과학적 증거의 무결성 문제는 이 장에서 다루지 않는다.

8.1유죄를 받치는 세 기둥

명백성 판단이 멈춘 자리에서 새 증거는 옛 증거 사이로 들어가야 한다. 이 문제를 다루려면 먼저 확정된 유죄가 무엇을 떠받치고 있는지 세워 보아야 한다. 지금의 사건에서 유죄는 자백,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 혈액형 감정이라는 세 가지 근거 위에 섰다.

첫 번째 기둥은 피고인의 자백이다. 피고인이 자신이 저질렀다고 말한 내용은 재판에서 유죄의 핵심 근거가 되었다. 자백의 신빙성 자체는 이 자리에서 다루지 않으며, 자백이 확정된 유죄 안에서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지만 살핀다. 자백은 남은 두 기둥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 기둥은 목격자 한 사람의 진술이다. 목격자는 사건 당시의 장면을 본 것을 증언함으로써 자백과 독립된 사실 관계를 보탰다. 그러나 이 목격자는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지금 말하고 있다. 그 말의 시기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장에서는 목격 진술의 새 이야기를 검증하지 않고, 진술이 유죄 기둥 가운데 하나라는 구조만 둔다.

세 번째 기둥은 혈액형 감정이다. 증거물에서 나온 혈액형이 피고인의 것과 일치한다는 내용은 과학적 겉모습을 가진 근거로 함께 놓였다. 이제 보관되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었는지 확정되지 않았다. 혈액형 감정의 무결성은 이 자리에서 판단하지 않으며, 감정이 세 기둥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만 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이유를 열거하면서 "재심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조문은 확정된 유죄를 흔드는 사유를 정해 둔 것이며, 지금의 세 기둥이 어떤 사유와 맞닿는지는 다음에 살필 일이다. 조문은 여기서 인용을 멈춘다.

이렇게 놓인 세 기둥은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유죄를 떠받치는 근거가 하나하나 무엇인지 펼쳐 놓은 틀일 뿐이다. 자백의 신빙성, 목격 진술의 새 말, 혈액형 감정의 무결성은 모두 미정으로 남겨 두고, 이 틀 안에서 증거들이 서로를 받치는 구조만 밝힌다. 20년이 지난 지금 새 증거가 이 구조의 어느 자리를 흔드는지는 다음 논의로 넘긴다.

8.2재심이유가 가리키는 문

문: 새 증거를 옛 증거 사이에 넣기

세 기둥이 무엇으로 세워졌는지를 밝힌 뒤에 남는 물음은, 확정된 유죄를 뒤엎을 새 증거가 이 형사소송법의 어디로 들어가느냐이다. 재심은 아무 때나 열리는 문이 아니므로,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적은 항목 가운데 어떤 항목이 증거를 둘러싼 사정을 받아들이는지부터 읽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칠 개로 적고 있다. 그 가운데 유죄를 선고받은 자의 이익에 증거의 새로움이 걸린 문은 같은 조 제5호에 있다.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라는 문장이다. 확정판결 뒤에 나온 유전자 검출 결과가 그 유죄의 범위를 줄이거나 없앨 증거라면, 이 호가 가리키는 자리에 놓이는 셈이다.

그보다 앞에 놓인 제1호와 제2호는 증거물과 증언의 위조·변조 또는 허위를 말한다. 제1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로 적고, 제2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형사소송법 제420조)로 적는다. 두 호 모두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것을 요구하므로, 목격자가 지금 와서 당시의 암시를 말한 사실만으로는 그 문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목격자의 새 말이 확정판결의 형식을 거쳐 허위로 증명되었는지는 지금으로서 미정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된 경우를 두고, 단서에 "다만, 원판결의 선고 전에 법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한다"고 밝힌다. 경찰의 암시가 이 호의 범위에 닿는지는 암시의 방식과 시기가 미정인 채로 판단할 수 없다.

이 사례에서 목격자의 새 말과 유전자 검출 결과는 각기 다른 호를 겨냥한다. 하나는 옛 증언의 허위를 겨냥하고, 다른 하나는 유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의 새로움을 겨냥한다. 형사소송법이 두 자리를 따로 두었으므로, 새 증거를 어느 문에 넣을지 정할 때 조문에 없는 요건을 더하거나 원판결에서 이미 확정된 사실관계로 대신 메우지 않아야 한다.

8.3새 증거의 신규성 요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가 증거의 자리를 열어 놓았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메울 증거가 옛 기록 밖에서 나온 것인지 가려낼 차례이다. 판례는 신규성의 의미를 이렇게 적는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말한다"고 선언한다. 이 문장은 신규성이 기록의 바깥에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음을 뜻한다. 소송절차 안에서 발견되지 못했거나 발견되었더라도 내놓지 못했어야 한다는 두 갈래가 있다.

그 문턱을 넘는지 살피는 데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람을 정해야 한다. 같은 결정은 "증거의 신규성을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하여 위 조항이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그 대상을 법원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고 열어 두고,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한정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법원의 시선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인 쪽이 옛 절차 안에서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새 증거의 자리에 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 한정에 대하여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다른 기준을 둔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두 견해가 엇갈리는 자리는 피고인에게 돌릴 수 있는 소송절차상의 과실이 있을 때이다.

이 사례에서 수사기관이 보관해 온 증거물에서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검출된 것은 확정된 유죄 선고 뒤의 일이다. 그 검출 결과가 옛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한 것임은 기록의 흐름상 분명하다. 문제는 발견된 뒤의 제출 가능성이다.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이 증거물과 감정 가능성을 알았는지가 미정이므로, 그 증거물을 내놓지 못한 데 돌릴 과실이 있는지 역시 미정이다. 신규성을 부정할 근거도, 인정할 근거도 이 자리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목격자의 새 말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그가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진술은 옛 소송절차 밖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말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원판결 당시 피고인 측이 암시의 존재와 방식을 알았는지가 미정이므로, 이 진술의 신규성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경찰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 역시 미정이다.

혈액형 감정과 달리 유전자 검출은 새로운 기법의 결과이고, 그 자체로 기록에 없던 사실을 가리킨다. 그러나 신규성은 기법의 낯섦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위 결정의 문장은 증거의 제출 가능성과 소송절차상의 과실을 함께 본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의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 감정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도 미정이다. 남은 사실들이 정해질 때까지 새 증거의 신규성은 미정으로 남는다.

8.4명백성이 요구하는 무게

신규성이 문턱을 넘는 경우에 한하여 이제 묻는 것은 그 증거의 무게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이유로 정한다.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증거가 "명백한" 무게를 갖추어야 한다.

그 무게를 어떻게 측정할지에 관하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판단의 방식부터 분명히 한다. 명백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판단은 새 증거만 떼어 놓고 매기는 점수가 아니다. 새 증거는 옛 증거들과 나란히 놓인 뒤에 비로소 무게가 드러난다.

함께 평가한 뒤에 요구되는 지점은 다음과 같이 정해진다.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의심이 생기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확정된 판결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의 무게가 요구된다. 합성 사례에서 그 무게를 확인할 때에는 원판결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자백,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이 평가의 상대에 놓인다.

한편 이 결정의 별개의견은 함께 볼 기존 증거의 범위를 넓힌다.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 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다수의견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증거로 범위를 좁힌다. 별개의견은 확정판결이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부른다.

그 범위의 차이에도 두 의견이 함께 놓는 것은 하나다.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평가·판단하는 길은 닫혀 있다. 따라서 위 합성 사례에서 유전자 검출 결과와 목격자의 새 말을 읽을 때에는, 그것이 자백과 옛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 사이에서 어떤 무게로 작용하는지가 문제이며, 어느 증거까지 그 측정에 불러올지는 앞서 확인한 두 견해의 차이로 남는다. 어느 쪽 범위를 택하더라도 요구되는 무게의 수준, 즉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8.5새 증거와 옛 증거의 배치

명백성이 요구하는 무게의 기준을 세운 뒤에는 그 무게를 어디에 실을지가 남는다. 유전자가 검출된 증거물과 목격자의 새 말을 자백, 옛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의 세 기둥 사이에 놓을 때, 법원은 무엇과 무엇을 나란히 보아야 하는가.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 물음에 관하여 새로 발견된 증거를 홀로 보지 않도록 요구한다. 그 결정이 새 증거의 평가 범위에 관하여 판시한 바는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 만일 법원이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명백성 여부를 평가·판단하여야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무죄 등을 인정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치를 가지는 경우에만 재심 개시가 허용되어 재심사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데, 이는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이전과 달라진 증거관계 아래에서 다시 살펴 실체적 진실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의 하나로 정한 재심제도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판시는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기존 증거를 새 증거 곁에 끌어들여 함께 보게 한다.

같은 결정의 별개의견은 더 나아가 모든 구 증거를 함께 보기를 권한다. 그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 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유전자의 감정 결과는 목격자의 새 말과 나란히 놓이는 한편, 그 둘은 자백·혈액형 감정을 비롯한 옛 증거와 한 자리에서 견주어진다.

다만 그 별개의견도 구 증거 안에서의 솎아내기를 미정의 영역으로 남긴다. "새로 발견된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구증거들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나 모순성은 실제 각 사안에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바,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원이 각 사안에 따라 새로운 증거와 확정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 암시를 주었는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배치의 지도는 그 구멍을 메우지 않은 채 그려진다.

그렇게 그려진 지도 위에서 유전자 감정 결과는 자백과 혈액형 감정에 맞서고, 목격자의 새 말은 옛 목격 진술에 맞선다. 그런데 배치는 증거를 겹쳐 놓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판시가 요구하듯, 함께 놓인 증거들이 서로 모순되는지 살피는 일이 그 배치의 마침이다. 유전자와 혈액형 감정이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지, 새 말과 옛 진술이 같은 사건을 말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쟁점은 유죄를 떠받쳐 온 세 기둥이 새 증거 앞에서 흔들리는지로 이어진다.

8.6증거구조의 유지와 흔들림

새 증거를 세 기둥 사이에 놓은 배치의 결과를 모아, 이 유죄 확정을 떠받친 증거 구조가 유지되는지 아닌지를 살피는 일만 남았다. 이 판단은 세 기둥 가운데 어느 것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각각 세는 일이 아니라, 확정판결의 증거 관계가 통째로 어떤 상태에 이르렀는지를 묻는 일이다. 형사소송법은 그 묻는 법을 직접 쓰지 않고, 재심의 사유를 형사소송법 제420조에서 정한다. 그 가운데 다섯 번째가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 한다(형사소송법 제420조). 이 문장이 바로 증거 구조의 흔들림을 재심 사유로 옮겨 오는 통로다.

이 통로를 지나려면 새로 발견된 증거 하나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은 판단의 단위를 이렇게 끊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에서 함께 놓고 보아야 할 것은, 수사기관이 보관한 증거물에서 검출된 다른 사람의 유전자와 그 유전자가 닿는 혈액형 감정, 그리고 목격자 한 사람의 옛 진술과 그 진술이 놓였던 자리다. 세 기둥은 각자 서 있지 않고 서로를 밀고 있으므로, 한쪽이 흔들린 여파가 나머지로 흘러간다.

흔들림은 다만 단계별로 그어진다. 확정판결에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사례의 확정된 유죄는 자백,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의 세 가지에 얹혀 있는데, 목격자는 당시 경찰의 암시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고 증거물에서는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나왔다. 그러나 암시가 어떤 방식이었는지, 증거물이 어떤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는지, 그 유전자가 누구의 것인지는 미정이다. 유전자 하나와 진술 하나가 세 기둥을 흔들 의심을 만드는 것은 이르더라도, 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단계에 이르렀는지는 이 미정 사실이 채워져야 비로소 말할 수 있다. 이 판단을 지금 앞당겨 내리면 자료가 정한 자리를 넘어서는 것이다.

구조가 유지되는지 흔들리는지를 물을 때 어느 증거까지 손에 잡을 수 있는지도 함께 정해야 한다. 앞서 인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은 그 범위를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으로 나누어 놓았다. 다수의견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로 그 범위를 한정하며(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의 별개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본다. 이 사례의 자백, 옛 목격 진술, 혈액형 감정은 어느 쪽 범위를 택하든 함께 잡히므로, 이 세 가지를 놓고 흔들림을 묻는 일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앞 장에서 목격자의 새 말이 신규성의 문턱을 넘는지가 먼저 정해져야 하고, 그 뒤에 비로소 이 구조의 흔들림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자리에서 확정된 것은 판단의 틀뿐이다. 새 증거는 단독으로 평가되지 않고, 확정판결이 놓아 둔 증거들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 놓인다. 흔들림은 의심의 수준에서 그치면 안 되고 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흔들림이 어떤 크기인지를 말하기에 앞서 암시의 방식, 보관 상태, 유전자의 출처와 목격자의 새 말이 이루어진 시점이 아직 비어 있다. 그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은 채로 남고, 목격 진술이 뒤집힌 뒤 자백과 혈액형 감정을 다시 세우는 보강 문제는 이 자리를 넘어서는 별개의 물음이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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