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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불법영득의사: 회사 자금 이동의 형사적 해석 · 제3권 · 제7장 · 초판

불법영득의사의 뜻과 추론의 구조

내심의 사실인 불법영득의사는 자금 이동의 외형에서 어떻게 읽어 내는가?

분량
약 2,4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1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7.1불법영득의사의 개념 틀
  3. 7.2횡령죄 구성요건의 배치
  4. 7.3내심 사실의 추론 구조
  5. 7.4가지급금 장부 기재의 의미
  6. 7.5미반환 자금의 외형
  7. 7.6추론의 경계와 다음 쟁점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내심의 사실인 불법영득의사가 자금 이동의 외형에서 어떻게 읽혀지는지를 묻는다. 불법영득의사를 맡은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로 세우고, 횡령죄 구성요건의 배치 가운데 그 자리를 놓은 뒤 내심 사실의 추론 구조를 밝힌다. 가지급금 장부 기재와 미반환 자금의 외형을 함께 살피되, 사후 반환과 변상 의사가 미치는 효과는 제8장에서 판례와 함께 다룬다.

7.1불법영득의사의 개념 틀

미수와 기수의 문턱을 형법 조문의 문언 안에서 가른 뒤에 남겨 둔 문제가 바로 불법영득의사의 뜻이다. 그 문턱을 넘어서는 시점의 판단은 결국 그 의사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에 달려 있으므로, 형법 제355조의 문언부터 그 안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를 살핀다.

횡령죄의 구성에 관한 형법 제355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55조) 이 문장은 보관하는 자의 행위를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로 나누어 놓았고, 그 행위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따로 풀어 쓰지 않았다. 문언에 행위의 뜻을 밝혀 주는 설명이 붙어 있지 않으므로, "횡령"이라는 낱말에 담긴 의사를 형법 제355조의 문언이 직접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다만 이 조항이 처벌의 대표로 삼는 것은 보관하는 자가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것처럼 다루는 경우이다.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 곧 자기의 재물로 삼아 그 처분의 이익을 자기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바로 불법영득의사이다. 이 문장에 그 뜻 이외의 요건을 더 보태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 의사에 대한 확정된 손해의 인식이나 변제 능력과 같은 요소를 얹지 아니하고, 다만 재물을 자기의 것으로 삼아 그 처분의 이익을 자기에게 귀속시키려는 데까지 그 뜻을 둔다.

그 의사는 행위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므로 밖으로 드러난 사정으로부터 가늠하게 된다. 이 가늠의 작업이 곧 추론의 구조이고, 이 사례에서는 자금의 이동 경로와 장부의 기재, 반환의 경위가 그 사정이 된다. 다만 이 사정들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 그 자체로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에 해당하는 법적 평가는 아니다. 자금 이동의 경위와 그에 뒤이은 반환의 경위가 아무리 분명하게 드러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곧바로 어떠한 법적 평가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의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옮기고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린 뒤에도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이 남아 있다. 회사 장부에는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고,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불법영득의사를 가늠할 때 이 사실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그 의사를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로 세운 뒤에 비로소 논의할 수 있다. 미정으로 남은 항목들도 그 논의의 자료로 남는다. 이처럼 의사를 세우는 작업을 먼저 마치고 나서야, 관찰된 사실들을 그 의사를 가늠하는 자료로 놓고 읽을 수 있다.

7.2횡령죄 구성요건의 배치

불법영득의사를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로 정리한 뒤에 남는 질문은, 그 의사가 형법 제355조의 문언 어디에 놓이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처벌의 대상과 행위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두고 있다. 이 문장은 보관자의 지위와 횡령·반환 거부의 행위를 함께 적고 있으며, 그 행위에 어떤 마음이 붙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말하지 않는다.

그러한 배치 속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구는 전제적 지위를 적은 것으로 읽힌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라고 표현함으로써, 재물에 대한 보관 관계가 먼저 성립해야 함을 분명히 한다. 이에 따라 병이 회사 계좌의 자금을 회사 소유의 재산으로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는지는 문언이 요구하는 첫 확인 대상이 된다.

문언상의 행위는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라는 형태로 나누어져 있다. 이 둘은 각기 다른 모습의 행위를 가리키며, 제1항은 그 중 하나에 해당하는 때만 형벌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긴 사실이 어느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2억 원을 되돌리지 않은 상태가 "그 반환을 거부한" 행위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는 문언이 놓은 행위의 자리를 먼저 확인한 뒤에 다루어야 한다.

제1항은 그 행위에 부수하는 의사나 목적을 별도로 적지 않았다. 전조의 문언에서 "횡령하거나"가 가리키는 행위의 의미를 정하는 자리에,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가 놓이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볼 때 불법영득의사라는 개념은 문언 밖에서 새로 붙인 요건이 아니라, 행위의 성격을 가르는 해석의 결과로 자리한다.

같은 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규정한다. 이 항은 임무 위배와 이익 취득, 손해를 함께 적고 있으므로, 제1항의 보관·횡령·반환 거부와는 구성요건의 자리가 다르다. 따라서 병과 C사의 관계에서 제1항의 구성을 검토할 때는, 제2항의 요건을 끌어올 필요가 없다.

결국 형법 제355조 제1항의 문언은 보관의 지위, 횡령 또는 반환 거부라는 행위, 그리고 그에 따른 형벌의 범위만을 적고 있으며, 그 행위를 낳은 의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단서를 두지 않는다. 병의 자금 이동과 가지급금 항목,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에 관한 기록들은 아직 그 행위의 모습을 이루는 사실의 나열일 뿐이다. 불법영득의사가 그러한 사실 가운데 어디에서 드러나는지는, 문언이 구성요건을 어떻게 배치했는지 확인한 뒤에 남는 다음의 질문이다.

7.3내심 사실의 추론 구조

제355조의 문언이 보관과 처분의 탈선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이제 그 탈선을 뒷받침하는 사정을 어떤 순서로 모아야 하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자금 이동의 기록은 외부에 나타난 사실이지만, 횡령죄의 성립을 가르는 자의 내심은 기록 밖에 있다. 그러므로 자료에 나타난 사실들에서 내심의 사실을 읽어 내는 추론의 자리가 어디에 놓이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자료에 드러난 사실은 먼저 그대로 적어 두어야 한다. 합성 사례에서 C사의 대표이사 병은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옮겼고, 석 달 뒤 6억 원을 회사 계좌로 되돌렸다. 회사 장부에는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으며,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자료가 보여 주는 것은 자금의 이동과 장부의 기재일 뿐, 그 이동을 어떤 마음으로 실행했는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심의 사실은 직접 관찰될 수 없으므로, 외부에 나타난 정황에서 추론할 수밖에 없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라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탈선의 외형을 요구할 뿐, 그 외형을 만든 의사를 별도의 문언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의사는 구성요건의 문언에 적힌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해석하며 함께 읽어 내는 요소로 놓인다. 추론은 문언 밖에서 새 조건을 더하는 작업이 아니고, 문언이 가리키는 행위를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를 가리는 작업이다.

추론의 재료는 사례의 남은 사실들이다.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은 미정이다. 이 항목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추론의 방향을 가리키는 자리에 놓일 뿐 결론을 대신하지 않는다. 미정의 사실을 확정된 사실처럼 다루어 미리 결론을 세우면, 추론의 순서가 뒤바뀐다.

이렇게 정리하면 자료의 사실과 이 사건의 적용은 서로 구분된다. 앞의 사실들은 관찰된 기록이고, 그 기록에서 고의와 손해를 읽어 내는 판단은 뒤에 놓인다.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린 사실은 반환의 외형을 보여 주지만, 그 사실만으로 병의 내심이 어떤 상태였는지가 함께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가 미정인 채 남아 있는 한, 그 미정이 추론을 가로막지도 않고 결론을 대신하지도 않는다.

결국 추론은 관찰된 사실에서 출발해 미정의 사실을 확인하며, 그 결과를 법적 평가에 놓는 순서를 따른다. 이 순서를 지키는 한 자금 이동의 나열이 고의나 손해라는 평가로 직결된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합성 사례의 사실들이 아직 미정으로 남아 있는 동안, 내심의 사실에 관한 판단도 미정의 자리에 머무른다.

7.4가지급금 장부 기재의 의미

추론의 자리와 자금 이동 기록을 나누어 살핀 뒤, 이제 회사 장부에 적힌 '대표이사 가지급금' 항목이 그 추론에서 어떤 몫을 맡는지를 살핀다. 형법 제355조는 횡령죄의 성립 요건으로 재물의 보관과 그 횡령 또는 반환 거부를 내세우며,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이 요구하는 행위의 모습을 사실 기록에서 읽어 내는 작업에 장부 기재가 함께 놓이는 셈이다.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긴 뒤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렸다는 사실은 자금 이동의 기록에 속한다. 그 과정에서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보이는 점도 함께 관찰되었다. 그러나 그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는 미정이다. 기재의 작성 시기가 자금 이동과 같은 시점인지, 회사의 회계 처리 관행에 따라 뒤늦게 정리된 것인지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미정의 사정이 남아 있는 한, 그 기재에는 확정된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

장부의 항목은 회사가 그 거래를 어떻게 정리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다. 회사가 병의 자금 이동을 가지급금으로 계상한 사실은 회사 쪽의 처리가 있었다는 점을 말해 준다. 다만 그러한 회계 처리가 곧 병이 재물을 횡령했다는 뜻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355조가 요구하는 행위와 그 항목의 기재는 서로 다른 차원의 사실이다. 기재가 회사 쪽의 평가를 담고 있다면, 그 평가를 그대로 범죄의 성립으로 옮기지 않는 방식이 요청된다.

게다가 가지급금 항목 자체가 언제 만들어졌는지가 미정인 이상, 그 항목이 자금 이동 당시부터 존재했던 기록인지도 확정할 수 없다. 회사의 장부에 이미 적혀 있었다면 그 기재는 자금 이동과 나란히 놓이는 사정이 된다. 반면 자금 이동이 있고 난 뒤 정리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그 항목은 자금 이동을 뒤이어 해석한 결과에 가깝다. 어떤 경우인지를 가리지 않고, 작성 경위가 확인되지 않은 기재를 확정된 의미를 가진 자료로 삼을 수는 없다.

그 항목에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이 보이지 않는 점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이 점은 회사와 병 사이에 오간 처리가 어떤 틀에서 정리되었는지를 묻게 한다. 다만 이런 부재 역시 사실 기록의 일부일 뿐이며, 그 부재만으로 병의 내심을 확정하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장부 기재는 이 사례의 추론에서 미정의 사정을 채우지 못하는 자료로 놓인다.

따라서 '대표이사 가지급금' 항목은 회사가 그 자금 이동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으로 자리한다. 그 기재가 횡령죄의 성립을 뒷받침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검토되려면, 작성 시기와 경위가 확인되어야 한다. 지금 확인된 것은 자금 이동의 기록과 장부의 항목이 함께 보인다는 사실뿐이다. 그 사실만으로 병의 행위를 형법 제355조가 정한 횡령으로 평가하지 않는 방식을 지킨다.

7.5미반환 자금의 외형

가지급금 항목을 그대로 두고 보면, 석 달 뒤 회사 계좌로 돌아오지 않은 2억 원이 무엇을 보여주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반환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를 어떻게 읽을지 정해지지 않는다. 그 외형이 갖는 법적 의미를 가리려면, 먼저 그 외형이 어떤 자료와 맞물려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형법 제355조는 횡령의 한 태양으로서 반환 거부를 둔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55조) 이 조문의 문언은 반환 거부를 횡령과 나란히 놓고 있으므로, 반환되지 않은 외형이 곧 반환 거부에 이르는지는 따로 살펴야 한다.

이 사례에서 2억 원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병이 8억 원 가운데 6억 원을 석 달 뒤 회사 계좌로 되돌렸다는 사실 역시 함께 놓여 있다. 되돌아온 액수와 남은 액수의 구분만으로 반환 거부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또 그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미정으로 남아 있다. 두 사정을 채워 넣지 않은 채로는, 그 2억 원이 위 조문의 반환 거부에 해당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미반환 금액의 사용처도 같은 처지에 있다.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와,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함께 확인되어 있지 않다. 사용처가 확인된 사실을 지어낼 수 없으므로, 자금의 흐름만으로 병의 의도를 확정하는 방식은 취할 수 없다. 사용처가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는 동안, 미반환 금액은 외형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미 확인된 것은 자금 이동의 순서와 액수, 그리고 장부에 남은 가지급금 항목뿐이다. 그 기재들이 추론의 자료로 놓이는 한, 반환되지 않은 잔액은 그 자료 가운데 하나로 읽힌다. 잔액의 크기는 자금 이동의 관찰된 결과일 뿐, 그 자체로 병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는다.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 역시 미정이므로, 손해의 유무나 그에 대한 병의 인식도 이 자리에서 확정할 수 없다.

따라서 2억 원이 반환되지 않았다는 외형은 그 자체로 불법영득의사를 확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반환 계획과 반환 능력, 사용처가 밝혀질 때 비로소 그 외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가려진다. 미정으로 남은 사정을 지어내어 외형을 완성하지 않는 한, 이 외형은 추론의 한 자료로 놓이는 데 머문다.

7.6추론의 경계와 다음 쟁점

미반환 자금의 외형만으로 결론을 미루지 않은 앞선 논의는, 추론이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게 한다. 회사 계좌에서 빠져나간 8억 원 가운데 석 달 뒤 되돌아오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도 밝혀져 있지 않다.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역시 미정이다. 이 사정들을 이어 놓을 때, 불법영득의사를 가늠토록 하는 자료의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다만 그 범위 안에서 판단을 시작하되, 범위 밖의 사실을 지어내어 채워 넣지는 않아야 한다.

이런 판단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구성요건에서 틀이 잡힌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에 처벌을 정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하여 그 재물에 손해를 가한 때에도 같은 처벌을 둔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 사례에서 병은 회사 자금의 보관 사무를 처리하는 대표이사에 해당하며, 회사 계좌의 8억 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옮긴 행위는 동조가 정한 행위의 외형에 놓인다. 다만 자금 이동의 사실만으로 구성요건 해당 여부가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불법영득의사라는 주관적 요소를 별도로 인정하여야 한다.

불법영득의사의 뜻과 그 추론의 한계에 관하여는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등 참조)." 이 판시는 불법영득의사의 뜻을 밝히면서, 반환 또는 변상 의사의 존재가 그 인정을 막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병이 석 달 뒤 6억 원을 회사 계좌로 되돌렸다는 사정만으로, 남은 2억 원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같은 판결은 입증의 기준도 함께 밝혔다. "업무상횡령죄에 있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3532 판결 등 참조)." 이 판시는 두 기준을 함께 놓는다. 엄격한 증거에 의한 입증이 원칙이고, 사용처의 증빙과 설명의 부재가 추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사용처의 부재는 추단의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병이 인출 사유에 관하여 어떤 설명을 내놓았는지, 그 설명이 납득할 만한 것인지에 관한 기록은 미정이다. 그러므로 이 사례의 사정만으로 추단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입증 책임의 배분이라는 엄격한 기준이 그 자리를 함께 지키고 있다.

같은 판결은 가지급금 명목의 인출이 횡령을 구성하는 경우도 함께 밝혔다. "회사의 대표이사 혹은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여 온 자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함에 있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135 판결 등 참조)." 이 사례에서 회사 장부에는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이 사정들은 판시가 열거한 사정과 겹친다. 다만 판시가 언급한 거액의 인출과 사적 사용에 관한 구체적 사실이 이 사례에서 어디까지 확인되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이렇게 정리하면, 불법영득의사의 판단은 자료가 놓인 자리에서 시작하고, 그 자료가 다다르지 못한 자리는 미정으로 남긴다. 사후에 반환되었다는 사정이나 변상 의사는 그 판단을 막지 못하지만, 그 사정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지도 이 장의 자료만으로는 확정되지 않는다. 반환과 변상에 관한 쟁점은 별도의 쟁점으로 남아 있으며,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의 판시사항이 그 쟁점을 다루었다는 사실까지만 확인된다. 그 판시사항이 제기한 범위를 넘어 결론을 옮겨 적지는 않았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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