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돈을 되돌려 놓았거나 변상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이 영득의사 판단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묻는다. 대법원 2011도14247 판결의 판시사항이 정한 사후 반환과 불법영득의사의 쟁점을 읽고, 변상 의사라는 정황과 반환 이후의 사정, 임의 소비와의 경계를 차례로 살핀다. 판시사항에 없는 사실 관계나 법리는 이 장에 담기지 않는다.
8.1사후 반환 쟁점의 범위
추론의 경계를 확인한 결과, 사후 반환과 변상 의사가 별도의 쟁점으로 남는다. 이어서 그 쟁점을 판시사항이 어디까지 규정하는지 살피기 전에, 우선 그 문언을 소재로 삼는 판결의 식별부터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자료에 실린 판시사항은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의 것이며, 그 항목은 셋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 첫 번째 항목만이 사후 반환을 직접 다룬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의 판시사항은 그 쟁점을 "[1] 횡령한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보전하는 의사가 있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사후에 변상·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로 적고 있다. 이 문언은 반환이나 변상·보전의 '의사'가 있을 때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나아가 이미 변상·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빼야 하는지를 물음표로 삼는다.
같은 판시사항의 뒤쪽 항목은 그 범위 밖에 있다. "[2] 분식회계에 의한 재무제표 등으로 금융기관을 기망하여 대출을 받은 경우, 사기죄의 성립 여부(적극) 및 이 경우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이 있거나, 담보가 제공되었거나, 피해자의 재산상에 손해가 없고 사후에 대출금이 상환되었다고 하여 달리 보아야 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라는 항목은 변제의사와 변제능력을 말하지만, 이는 대출을 통한 기망이라는 사기의 맥락에서 제기된 물음이다. "[3] 구 증권거래법 제207조의2에서 정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의미 및 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임의적 몰수·추징 대상인 ‘ 구 증권거래법 제207조의2 위반죄로 인한 불법수익’의 의미"(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는 더욱 사후 반환의 범위에서 벗어난다. 따라서 본 절이 옮겨 읽을 물음은 첫 항목이 제기한 것으로 한정된다.
이 범위 안에서 병의 사정을 놓고 보자. 병은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개인 계좌로 옮기고 석 달 뒤 6억 원을 되돌렸으며, 회사 장부에는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에 관한 약정 기록은 보이지 않고,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와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는 미정이다.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나아가 판시사항의 문언이 확정하는 것은 쟁점의 지위일 뿐이다. 판시사항은 사후 반환의사와 변상·보전 금액의 공제가 각각 문제된다고 적시할 뿐, 병의 6억 원 반환 행위가 곧 손해의 범위나 고의의 존부로 이어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그 결과가 곧 확정된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 절의 결론은, 2011도14247이 다루는 쟁점 가운데 사후 반환과 관련된 물음이 앞서 적은 첫 항목에 머무른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친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판시사항 [1]. 같은 판결, 판시사항 [2]. 같은 판결, 판시사항 [3].
8.2판시사항이 정한 물음
사후 반환 쟁점이 다루는 범위를 확인한 데 이어, 이제 2011도14247 판결의 판시사항이 정한 물음의 문구를 있는 그대로 읽어 무엇이 쟁점이고 무엇이 쟁점 밖인지 가릴 차례이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첫 번째 쟁점의 제목으로 "횡령한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보전하는 의사가 있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사후에 변상·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을 내세운다.
이 문구는 우선 사후의 행태를 세 가지로 나눈다. 반환, 변상, 보전이 그것이다. 세 낱말은 모두 행위가 끝난 뒤에 놓이는 조처를 가리킨다. 사후 반환과 변상의사가 불법영득의사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문구이며, 함께 던져진 공제의 물음은 횡령금액의 산정을 겨냥한다. 판시사항은 사후의 의사와 사후의 이행을 모두 염두에 두고, 그것이 범죄 성립에 이르는 효과와 양형이 아니라 액수 산정에 이르는 효과를 각각 묻는다. 다시 말해 한쪽 물음은 성립의 층위에서, 다른 쪽 물음은 액수의 층위에서 사후의 조처를 다룬다.
따라서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행위 이후에 존재한 반환 또는 변상·보전의 의사, 그리고 실제로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이 어떤 법적 효과를 갖는가라는 물음이다. 이 물음은 두 갈래로 갈라져 읽힌다. 첫 갈래는 사후에 그런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이 불법영득의사의 인정을 가로막는지 여부이고, 둘째 갈래는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돈을 횡령금액에서 빼야 하는지 여부이다. 판시사항의 제목에 "(적극)"과 "(소극)"이 각각 붙어 있음을 통하여, 반환·변상 의사가 있어도 불법영득의사는 인정된다는 방향과, 사후에 변상·보전한 금액을 공제하지 않는다는 방향이 각각 확정된 항으로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표시는 물음의 답이 어느 쪽으로 놓이는지를 가리킬 뿐, 그 답에 이르는 근거를 밝혀 두지는 않는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이 담은 것은 판시사항의 제목이므로, 이 문구만으로 판단의 이유를 세울 수는 없다.
그 문구가 묻지 않는 대상을 살피는 일도 쟁점의 경계를 긋는 데에 빠질 수 없다. 판시사항의 문구는 반환 능력의 유무, 변상 계획의 성립 여부, 행위 시점에 이미 품었던 변상의 의사를 따로 분리하여 묻지 않는다. 이 셋은 모두 병의 사정과 관련된 사실 항목이며, 확정된 사실로 놓여 있지도 않다. 병이 반환을 계획하고 있었는지와 반환할 능력이 있었는지, 회사의 자산 규모와 병이 가진 주식의 비율은 미정으로 남아 있으며, 이 항목들이 법적 평가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석 달 동안 개인 계좌의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가지급금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도 미정이다. 판시사항은 그 미정의 사실들을 채워 넣는 절차가 아니라, 사후 반환과 변상 의사라는 정황이 영득의사의 인정을 막는지를 묻는다. 이 구분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다. 물음의 문구에 없는 사실 항목을 끌어와 쟁점을 넓히면, 판시사항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그런데 사후의 의사라는 낱말의 위치도 짚어 두어야 한다. 판시사항은 그 의사가 언제 존재해야 하는지를 밝혀 두지 않은 채 '사후에'라는 시점만을 전제로 삼는다. 행위를 마친 뒤에 생긴 반환 또는 변상의 의사와, 행위 시기에 이미 갖고 있었던 변상의 계획은 서로 다른 자리에 놓인다. 판시사항의 문구는 앞의 경우만을 겨냥한 것으로 읽히며, 뒤의 경우가 이 쟁점 안에 들어오는지는 문구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병이 석 달 뒤 6억 원을 돌려보낸 일과, 그 이전에 변상을 계획하고 있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에 속한다. 전자는 사후의 이행으로서 공제의 물음에 닿고, 후자는 행위 시기의 인식과 관련되어 이 판시사항의 문구 밖에 놓인다.
다른 한편으로, 판시사항의 둘째 쟁점은 분식회계에 의한 대출과 사기죄의 성립, 셋째 쟁점은 구 증권거래법 제207조의2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의미를 다룬다. 이들은 횡령죄의 영득의사와 별개의 쟁점이다. 둘째 쟁점은 금융기관에 대한 기망과 변제 의사·능력의 관계를 묻고, 셋째 쟁점은 불법수익의 범위를 묻는다. 어느 쪽도 사후 반환과 변상의사가 횡령죄의 영득의사에 미치는 효과를 다루지 않는다. 사후 반환과 변상의사의 법적 효과라는 물음은 첫 번째 판시사항의 문구 안에 고정되며, 그 밖의 분식회계와 증권거래법의 물음으로 확장되지 아니한다. 쟁점의 문구를 이렇게 한정해 읽는 일이, 자료가 밝히지 않은 판단의 근거를 지어내는 대신 판시사항이 던진 물음의 자리만을 남기는 방편이 된다.
8.3변상 의사라는 정황
반환 여부만으로 영득의사 판단이 갈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 앞선 논의를 이어가, 이제 사후의 변상 의사라는 사정이 행위 시점의 인식과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살핀다. 판시사항은 "횡령한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보전하는 의사가 있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라는 물음과 함께, 그 의사가 인정되더라도 사후 변상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하는지 여부를 (소극)으로 함께 적시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 문구는 변상 의사와 금액 산정을 별개의 문제로 나누어 놓았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의 판결 이유는 영득의사의 뜻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인용한 문장은 두 가지를 함께 담고 있다. 첫째, 영득의사는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하려는 의사를 뜻하므로 판단의 준거는 처분 행위의 성격이다. 둘째, 변상 의사와 변상액은 그 판단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며 손해 산정에서도 공제되지 않는다.
이 구분은 병이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으로 기재된 사정을 읽는 데에도 적용된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의 판결 이유가 원심의 판단을 소개하는 부분은, "가지급금 또는 전도금 계정의 자금 지출에 관하여 이사회 결의를 거치거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절차는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이 "위와 같이 가지급금으로 처리한 금원에 대하여 전혀 변제하지 아니한 점" 등을 들어 가지급금 명목의 인출을 횡령으로 인정하였다. 인용된 사정은 이사회 결의와 금전소비대차계약서의 부존재, 그리고 변제의 부존재이며, 변제 의사의 부존재가 아니다.
같은 판결 이유의 다른 대목은 추론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그 대목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여기서 영득의사에 이르는 경로는 사용처 증빙의 부족과 설명의 부족이며, 석 달 뒤의 반환 여부는 그 경로에 끼어들지 않는다. 다만 앞선 인용은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입증 기준을 함께 밝히므로, 추단은 그 기준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한편 이 판결 이유가 인용하는 다른 판단은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한 거액의 인출·사용을 다룬다. 그에 따르면 그러한 인출·사용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 문장이 거론하는 이자·변제기 약정은 행위가 당시에 거래의 틀을 갖추었는지를 묻는 정황이다.
병이 회사 계좌에서 8억 원을 옮길 때 변상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변상할 능력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판결 이유가 서술하는 정황의 유형은 사용처 증빙과 설명의 유무, 이사회 결의와 소비대차계약서의 유무, 이자·변제기 약정의 유무, 변제의 유무이다. 반환의 계획과 능력은 이 목록에 놓여 있지 아니하며, 따라서 미정의 채로 남겨진다. 변상 의사라는 정황은 행위 시점의 처분 의사를 흐리지 않고, 금액 산정의 문턱도 넘어서지 못한다.
8.4반환 이후의 사정
병이 6억 원을 되돌려놓은 사정을 두고, 앞에서는 변상 의사가 영득의사 판단의 정황으로 놓이는 자리를 살폈다. 이제 그 되돌림이 언제의 문제인지를 물어야 한다. 다시 말해 반환 이후에 생긴 사정이 행위 당시의 영득의사 평가에 얼마나 닿는지를 가르는 일이다.
이 문제에 관해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불법영득의사의 정의와 함께 사후 반환의 의미를 함께 밝힌다. 그 판결은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이 선언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정리한다. 변상 의사가 있음도, 변상이 실제로 이루어짐도 영득의사를 지워주지 못하며, 이미 성립한 횡령금액을 깎아주지도 않는다. 병이 석 달 뒤 6억 원을 회사 계좌로 돌려놓은 일은 이 기준에 비추어 곧바로 무죄나 감액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사후 반환의 무게를 가리는 데는 영득의사가 실현된 시점의 입증이 먼저다. 같은 판결은 이 점을 "업무상횡령죄에 있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입증의 부담이 검사에게 있으며, 의심만으로는 유죄로 못 박지 못한다는 뜻이다. 병의 자금 이동이 관찰된 사실로 남아 있는 한, 그 이동이 불법영득의사의 실현이었는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같은 판결이 덧붙이는 추단의 기준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표이사가 회사 금원을 인출해 사용하면서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사용처와 인출사유에 대한 설명의 부재가 영득의사 추론의 발판이 된다는 뜻이다. 병의 경우에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사용처와 석 달간 개인 계좌 자금의 쓰임이 미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이 추단의 요건은 사실심에서 채워져야 할 부분으로 남는다.
가지급금 항목의 기재 시점과 경위는 반환 이후의 사정과 구별되는 문제다. 앞 판결은 회계장부에 가지급금으로 처리된 금원에 대해 "이사회 결의를 거치거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절차는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가지급금으로 처리한 금원에 대하여 전혀 변제하지 아니한 점"을 인정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 약정 기록과 절차의 부재, 그리고 변제의 부족함이 함께 놓여 있다. 병의 장부에도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 약정의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언제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가 미정이므로, 이 항목을 변제 약정의 증거로 볼 수 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결국 반환 이후의 사정은 시점이 정해진 뒤에만 무게를 얻는다. 행위 당시의 영득의사는 그때의 인식과 의사로 판단되고, 사후의 반환은 그 판단을 되돌리지 않는다. 병의 반환 6억 원은 횡령 금액에서 공제되지 않으며,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에 관한 사용처의 설명이 채워질 때 비로소 영득의사 추론의 자리가 정해진다.
8.5임의 소비와의 경계
반환 시점과 영득의사 판단의 대상을 나누어 본 뒤, 변제금을 수령한 사람이 그 돈을 임의로 소비한 경우가 횡령으로 이어지는지를 묻는다. 이 물음은 앞에서 다룬 사후 반환과는 다른 전제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돈을 되돌려 받은 뒤의 정리가 아니라, 원래 자기 몫이 아니라 맡은 성격의 돈을 제 쓰임에 돌렸다는 점이다.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은 채무자가 기존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다른 금전채권을 채권자에게 양도한 뒤 생긴 변제금 수령을 다룬다. 그 판결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는 채권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의 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담보가치를 지키는 의무가 따로 서는 것이 아니라 계약이 부담하게 한 채무의 한 부분으로만 남는다는 뜻이다.
같은 판결은 통상의 채권양도계약과 채권 양도담보계약의 본질을 가르어 놓는다. 즉 “통상의 채권양도계약은 그 자체가 채권자 지위의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주된 계약이고, (…) 채권 양도담보계약은 피담보채권의 발생을 위한 계약(예컨대 금전소비대차계약 등)의 종된 계약으로, 채권 양도담보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위와 같은 의무는 담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그 당사자 사이의 본질적이고 주된 관계는 피담보채권의 실현이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 이어서 “채권 양도담보계약의 목적이나 본질적 내용을 통상의 채권양도계약과 같이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고 못박는다. 이 구분은 채권자를 위해 보관하는 지위를 인정할지에 대한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그 결과로 그 판결은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자신이 사용할 의도로 제3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아 변제금을 수령한 경우, 이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 채무자가 채권자와의 위탁신임관계에 의하여 채권자를 위해 위 변제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채무자가 이를 임의로 소비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20도12927 판결)고 판시했다. 임의 소비가 문제된 자리에서조차, 보관하는 지위가 먼저 전제되지 않으면 횡령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다만 이 판결의 임의 소비는 채권 양도담보라는 계약 틀 안에서 변제금을 어떻게 취급했는지를 가리는 자리에 놓인다. 반면 사후 반환은 영득의사 판단의 대상과 시점을 묻는 자리에서 나온다. 이 판결이 밝힌 채권 양도담보의 법리를 곧바로 영득의사 논의에 옮겨 놓을 수는 없다. 변제금의 임의 소비가 횡령에 이르지 않은 까닭은 이 판결이 설정한 위탁신임관계의 부정에 있으며, 사후 반환의 의미를 다루는 데서는 별도로 확인해야 할 문제가 남는다.
8.6사례 적용의 한계
변상 의사의 유무를 놓고 벌어진 다툼이 가지급금 명목의 자금 인출을 어느 기준으로 다루는지 밝힌 뒤에, 같은 법리가 회사 대표이사의 자금 이동에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불법영득의사의 의미와 사후 반환의 효과를 함께 밝히고 있다. 변상 의사가 있어도 영득의사의 인정을 막지 못한다는 법리와, 반환한 금액을 범죄금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법리가 함께 선언되어 있다.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하겠다는 의사가 횡령죄의 성립을 막지 못함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한편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등 참조)." 변상 의사나 사후의 보전이 영득의사 자체를 소멸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회사 자금을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빼돌린 경우를 두고,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하고 있다. "(1) 회사의 대표이사 혹은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이나 운용에 관한 사실상의 사무를 처리하여 온 자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함에 있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 등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135 판결 등 참조)." 가지급금이라는 장부 처리만으로는 정당한 자금 운용이 되지 않고,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 약정의 결여가 그 성격을 횡령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원심의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회사 자금이 가지급금 또는 전도금 계정으로 처리된 장부 기재만으로는 정당한 회사 자금 운용으로 볼 수 없다. 회사 장부에 '대표이사 가지급금'이라는 항목이 적혀 있으나, 이사회 결의나 금전소비대차계약서와 같은 절차의 흔적이 없고 변제기에 관한 기록도 보이지 않는다. 석 달 뒤 6억 원이 회사 계좌로 되돌아온 사실 역시, 사후 반환 자체가 영득의사를 되돌린다는 뜻은 아니므로 남은 2억 원의 성격을 바꾸어 놓지 않는다.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자금을 두고는 불법영득의사로 추단할 수 있다는 기준도 함께 놓여 있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4247 판결은 이 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인출사유와 금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금원은 그가 불법영득의 의사로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3532 판결 등 참조)." 다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같은 판결은 횡령행위의 입증에 관하여 "업무상횡령죄에 있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 횡령행위가 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라고 전제한다. 반환이나 변상 의사가 있어도 횡령죄의 성립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은 이미 확인하였다. 따라서 병의 반환 의사와 반환 능력, 석 달 동안 개인 계좌 자금의 사용처, 반환되지 않은 2억 원의 행방이 모두 미정인 지금 단계에서 확정된 손해나 고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기재들은 자금 이동 과정에서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고, 그 자체가 곧 법적 평가에 이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