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법원조직법 제81조의2와 제81조의6이 정한 양형위원회의 설치와 양형기준의 설정·수정 절차, 그 원칙을 읽는다. 설치 근거와 설치 조문이 맡긴 역할, 양형기준 설정의 근거, 기준 설정 절차와 수정 절차의 순서, 설정과 수정의 원칙을 차례로 살핀다.
6.1양형위원회의 설치 근거
무의 가담 정도를 문턱 자료로만 두고 장을 맺은 뒤, 시선은 양형기준을 만들어내는 기구 쪽으로 옮겨간다. 이 기구가 어떤 목적으로 설치되었는지, 그리고 어디에 두어졌는지 법원조직법 제81조의2가 밝히는 바를 먼저 읽어야 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2는 설치의 목적과 위치를 함께 밝히고 있다. 같은 조 제1항은 설치의 이념과 장소를 두어, "형을 정할 때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기 위하여 대법원에 양형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고 정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조문은 위원회를 대법원에 두는 구조를 택하면서, 그 설치 이념으로 건전한 상식의 반영과 신뢰받는 양형의 실현을 함께 들고 있다. 두 이념은 나란히 놓여 있으며, 어느 하나만을 설치의 목적으로 삼는다는 뜻은 조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조문은 양형의 실현이라는 목적 앞에 그 양형이 지향할 성격으로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국민의 신뢰를 각각 내세운다. 이에 따르면 양형위원회는 외부의 별도 기구가 아니라 대법원 안에 설치된 기구로 파악된다.
같은 조 제2항은 위원회에 주어진 역할을 적시한다. 제2항은 위원회의 사무 범위에 관해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하고, 이와 관련된 양형정책을 연구·심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조문은 양형기준의 설정과 변경을 함께 정하면서, 관련된 양형정책의 연구와 심의까지 그 범위에 두고 있다. 양형기준에 관한 사무는 설정에 그치지 않고 이후의 변경까지 이어진다. 양형정책에 관한 사무는 연구와 심의라는 두 활동으로 나누어 진다. 이에 따라 위원회의 기능은 양형기준에 관한 사무에 머무르지 않고 양형정책 전반에 관한 사무를 함께 아우른다.
제3항은 업무 수행의 원칙을 밝힌다. 제3항은 업무 수행의 자세에 관해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선언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조문은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에 한정하여 독립 수행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 문언은 권한에 속하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가르는 경계를 전제로 한다. 업무가 그 권한에 속하는지의 판단은 조문이 정한 권한 범위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따라 업무 수행의 독립성은 조문이 정한 권한 범위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위 인용들에서 확인되는 것은 설치의 근거와 위치, 그리고 역할이 대체로 무엇인지에 관한 바이다. 설치의 근거는 형을 정할 때 실현할 양형의 성격에 관한 이념에서 도출되고, 설치의 위치는 대법원으로 정해져 있다. 역할은 양형기준의 설정과 변경, 관련 양형정책의 연구와 심의로 열거되고, 수행은 권한에 속하는 업무에 한정하여 독립한다. 아울러 해당 조문에는 위원 자격이나 의결 방법을 정한 문언이 들어 있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내용은 본 장의 범위 밖에 남는다.
다만 조문에 따르면 설치의 목적과 역할은 한 조 안에서 서로 맞물려 있다. 설치 이념은 양형기준이 지향할 바를, 제2항의 역할 규정은 위원회가 실제로 다룰 사무의 범위를 각각 가리킨다. 제1항이 세운 이념은 제2항이 맡기는 사무가 놓이는 방향을 정하고, 제3항은 그 사무가 수행되는 방식을 덧붙인다. 이 셋이 한 조 안에서 이어지므로, 설치의 근거를 읽는 일은 곧 이 조문이 위원회에 그려 넣은 자리를 읽는 일과 겹친다.
6.2설치 조문이 맡긴 역할
대법원에 위원회를 둔다고 한 데서 나아가, 설치 조문이 위원회에 무엇을 맡겼는지가 이어서 확인할 대목이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2는 그 역할을 제2항과 제3항에 나누어 적고 있다.
먼저 양형기준에 관한 권한이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제2항은 위원회의 권한을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하고, 이와 관련된 양형정책을 연구·심의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이 문장은 설정과 변경을 하나의 권한으로 묶고, 그에 관련된 양형정책의 연구·심의를 별도로 덧붙인다. 조문이 "할 수 있다"로 끝나는 만큼, 설정·변경·연구·심의 각각이 위원회에 허용된 행위임을 밝히는 데 그친다. 한편 이 문장은 권한의 대상을 설정·변경의 대상인 양형기준으로 특정하면서도, 그 양형기준의 내용이나 형식을 함께 적고 있지는 않다.
이 항의 문언을 조금 더 쪼개 보면, 짚을 점이 남는다. 우선 "설정·변경"이라는 표기는 신설과 수정을 함께 적되, 그 둘 사이에 선후나 요건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 조문은 양형기준이 처음 만들어질 때와 이미 만들어진 기준이 고쳐질 때에 같은 권한이 쓰이는지, 아니면 각각 별도의 근거가 필요한지를 말하지 않는다. 또 "이와 관련된 양형정책"이라는 표현은 앞 구의 양형기준 설정·변경과의 관련성을 요구하면서도, 그 관련의 범위를 적고 있지는 않다. 연구와 심의가 서로 다른 활동인지, 심의가 연구의 결과를 다루는 것인지에 대하여도 조문은 말을 아낀다.
그러나 이 문장은 설정된 양형기준이 법원이나 재판부를 어떻게 구속하는지에 관하여는 말하지 않는다. 합성 사례에서 정과 무의 형량을 어느 범위에서 정할지가 문제이더라도, 제2항의 문언만으로는 기준의 효력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 그 효력의 범위는 미정이다. 마찬가지로 회사 자금이 빠져나간 사건에서 손해가 언제 확정되었는지, 무의 가담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가 기준에 따라 달리 평가되는지에 대하여도, 이 항은 답을 내놓지 않는다. 합의서가 작성된 사정이 기준상 어떤 비중을 가지는지 역시 이 문장에서 찾아낼 수 없다. 아울러 이 문장은 기준을 설정할 때 거쳐야 할 심의 기구나 의결 요건을 함께 두고 있지 않다. 설정·변경이 별개의 절차를 요하는지, 연구·심의가 설정·변경에 선행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도 조문은 침묵한다. 결국 제2항이 밝히는 것은 위원회에 그러한 행위가 허용된다는 사실에 그친다.
다음으로 업무 수행의 자세이다. 같은 조 제3항은 위원회의 업무 수행에 관하여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적고 있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2).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라는 표현은 앞 항에서 열거된 설정·변경·연구·심의를 가리킨다. 이에 따르면 위원회는 그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하여야 한다.
제3항이 말하는 독립의 상대가 누구인지, 그에 어긋난 결과가 어떤 효과를 낳는지에 대하여는 조문에 적힌 바가 없다. 따라서 회사 자금이 빠져나간 사건에서 정이 반환하고 합의한 사정이나 무가 지시를 받고 이체에 가담한 정도를 어느 기구가 어떻게 다루는지는, 이 항에서 정하여진 것이 아니다. 나아가 독립 수행이 위원회의 심의 대상이나 방법을 새로 정하는 규정인지도 이 항에서 분명하지 않다. 한편 제2항의 권한 행사와 제3항의 독립 수행이 서로 다른 요구인지, 같은 요구를 두 방향에서 표현한 것인지도 조문만으로는 가리기 어렵다. 설정된 기준의 효력이나 구속력을 단정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결국 설치 조문이 위원회에 맡긴 역할은 설정·변경·연구·심의와 그 독립 수행에 한정된다. 합성 사례에서 정과 무의 형량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준의 구속력이나 반영 비중은, 이 조문만으로는 열려 있다.
6.3양형기준 설정의 근거
위원회에 맡긴 역할의 범위를 확인한 뒤에 남는 질문은 양형기준을 정하는 권한이 법문에서 누구에게 귀속되어 있는가이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은 이 권한의 주체를 조문의 첫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① 위원회는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이 문장은 설정과 변경의 권한을 위원회에 직접 두며, 그 기준의 성질은 법관이 참고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한다.
권한의 주체가 위원회로 특정되었으므로, 이 문장은 이 사례에서 정과 무에게 적용될 기준을 만드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가르쳐 준다. 회사 자금 사건의 양형 판단에 쓰일 기준이라 하더라도 작성과 변경의 권한은 위원회에 있다. 다만 이 항은 기준의 효력이나 구속력을 정하지 않으므로, 기준이 법관을 어떻게 구속하는지는 조문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양형기준의 내용이 무엇을 반영해야 하는지도 같은 규정이 정한다. 이는 기준이 무엇에 근거를 두고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문제이므로,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2항이 정한 원칙 가운데 제1호를 먼저 본다. 규정에 따르면, "1. 범죄의 죄질, 범정 및 피고인의 책임의 정도를 반영할 것"(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이 원칙은 죄질과 범정, 책임의 정도를 기준 설정의 근거로 요구한다.
이 사례에서 무가 지시를 받고 자금 이체를 실행에 옮겼다는 사정이 양형에 미치는 뜻은 책임의 정도를 반영한다는 이 원칙 아래에서 논의될 문제이다. 그러나 그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는 미정이며, 위 원칙은 그 범위를 정하지 않는다. 같은 항 제3호는 같은 범죄의 경우를 다룬다. 규정에 따르면, "3. 같은 종류 또는 유사한 범죄에 대해서는 고려하여야 할 양형 요소에 차이가 없으면 양형에서 서로 다르게 취급하지 아니할 것"(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정과 무가 함께 기소된 이 사건에서 두 사람의 양형 요소에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는 이 원칙의 판단 대상이 된다.
기준 설정이 무엇을 참고하여야 하는지도 규정에 항으로 정해져 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3항은 고려할 사항을 여덟 가지로 열거한다. 그 가운데 제6호는 "범행 후의 정황"(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이다. 정이 선고 전까지 전액을 회사에 반환하고 회사와 합의서가 작성된 사정은 범행 후의 정황에 관한 것이므로, 이 사항은 기준이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다만 합의가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은 미정이다. 조문은 고려할 사항을 열거하는 데 그치고, 각 사항의 반영 비중을 정하지 않는다. 또 같은 항 제4호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법원조직법 제81조의6)를 고려할 사항으로 두는데, 회사와 무 사이의 관계가 이 호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무가 반환하지 못한 사정은 같은 항 제5호의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법원조직법 제81조의6)와의 관계에서 별개로 검토될 문제이다.
설정된 기준을 밖으로 내놓는 방식도 같은 규정이 다룬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4항은 "④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공개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공개의 대상은 설정된 양형기준이며, 그 방식이나 시기는 이 항에 적혀 있지 않다. 이로써 설정 권한의 근거는 위원회에 귀속되고, 그 내용은 제2항의 원칙과 제3항의 사항을 따라 마련되며, 마련된 기준은 공개된다는 것이 확인된다.
6.4기준 설정 절차의 순서
위원회가 양형기준의 설정 권한을 가진다고 확인한 뒤에는, 그 권한이 어떤 순서로 행사되는지가 다음 쟁점이 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은 항의 배열로 절차의 순서를 보여주는데, 그 첫 단계는 기준의 정함이다. 제81조의6 제1항은 "위원회는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기준의 성격과 함께 그 정함이 위원회의 몫임을 함께 밝힌다. 이 항에서 먼저 주목할 것은 기준이 법관의 참고 자료로 놓인다는 사실이다. 조문은 법관에게 기준의 구속을 주지 않고, 합리적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것으로서의 지위만을 부여한다. 그러한 지위의 기준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위원회는 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하는 두 가지 행위를 모두 이 항에서 맡는다.
설정이나 변경이 정하여지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그 뒤에 놓인다. 제2항은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할 때 다음 각 호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뒤, 그 첫째로 "범죄의 죄질, 범정 및 피고인의 책임의 정도를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이는 기준의 내용이 범죄와 책임에 뿌리를 두어야 함을 뜻한다. 제1호가 세 가지 요소를 함께 적시하는 까닭은 기준이 죄질과 범정만을 따지거나 책임의 정도만을 따지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은 계속된다. 제2호는 "범죄의 일반예방과 피고인의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를 고려할 것"을, 제3호는 "같은 종류 또는 유사한 범죄에 대해서는 고려하여야 할 양형 요소에 차이가 없으면 양형에서 서로 다르게 취급하지 아니할 것"을, 제4호는 "피고인의 국적, 종교 및 양심,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양형상 차별을 하지 아니할 것"을 각각 요구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 형벌 목적과 동등 취급, 비차별이 나란히 서열화되어 배치된다. 제2호는 일반예방과 재범 방지, 사회복귀라는 복수의 목적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며, 제3호는 같은 종류나 유사한 범죄 사이의 취급을 형평의 관점에서 다루고, 제4호는 국적·종교·양심·사회적 신분이라는 인적 사정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 제3호의 요건에는 "고려하여야 할 양형 요소에 차이가 없으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러므로 요소에 차이가 있는 경우의 취급까지 이 호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원칙 다음에는 구체화의 지침이 온다. 제3항은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할 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전제하면서, "범죄의 유형 및 법정형"(제1호)에서 시작하여 "범죄의 중대성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는 사정"(제2호), "피고인의 나이, 성품과 행실, 지능과 환경"(제3호), "피해자에 대한 관계"(제4호),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제5호), "범행 후의 정황"(제6호), "범죄 전력"(제7호)을 열거하고, "그 밖에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사항"(제8호)으로 목록을 닫는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이 항은 고려 사항만을 적시할 뿐, 그것들이 어느 순서로 가중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제1호와 제2호가 범죄 자체를 다루고 제3호가 피고인의 인적 특성을 다룬다면, 제4호는 피해자와의 관계로 시야를 넓힌다. 이어지는 제5호부터 제7호는 범행의 전개와 이후의 정황, 그리고 범죄 전력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제8호는 앞의 일곱 가지에 끝나지 않는 나머지를 포섭하여 열거가 완결적이지 않음을 밝힌다.
설정 절차에서 원칙 준수와 사항 고려가 각각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은 항의 문언에서 확인된다. 제2항이 "준수하여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제3항이 "고려하여야 한다"고 말하는 까닭은, 전자를 일정한 행위의 준수 의무로, 후자를 판단 시의 참작으로 기능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원칙을 벗어나는 기준을 설정할 수 없지만, 제3항의 사항은 기준의 작성 과정에서 참작하는 것으로 놓인다. 이 구분은 조문이 쓰는 표현의 차이에서 비롯할 뿐, 항 사이의 우선순위를 새로 정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제2항과 제3항 모두 설정과 변경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처음 기준을 만들 때와 이후 기준을 바꿀 때가 이 원칙과 사항의 지배 범위에서 달라지지 않는다.
마지막 단계는 기준의 공개이다. 제4항은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공개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조문이 공개의 의무만을 선언하므로, 그 공개의 시점이나 방식은 이 조문에서 정하여져 있지 않다. 공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를 상대로 하는지도 이 항에서 밝혀져 있지 않다. 조문은 공개를 하여야 하는 의무를 위원회에 지울 뿐, 그 의무를 위반할 경우의 효과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설정 절차의 순서는 이렇게 선언, 원칙 준수, 사항 고려, 공개의 네 단계로 이어지며, 각 단계에서 조문이 말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요건을 덧붙일 수 없다. 이 순서는 제1항에서 제4항의 배열로 드러날 뿐, 각 단계 사이의 기한이나 선후의 강제를 별도로 정하지 않는다.
6.5기준의 수정 절차
설정 절차의 단계를 조문의 순서대로 살핀 뒤에는, 같은 조문이 수정에 관하여 따로 정한 절차가 무엇인지가 남는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은 제목을 "양형기준의 설정 등"이라 달하고, 제1항에서 위원회의 권한을 "설정하거나 변경한다"로 표현한다. 이 문장은 수정을 설정과 나란히 둔다. 과제는 '변경'이라는 단어가 담는 절차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절차가 설정 때와 같은 규율을 받는지 두 가지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1항은 위원회의 권한 범위를 이렇게 밝힌다. "위원회는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한다." 여기서 '변경'이 곧 기준의 수정을 가리키며, 설정과 같은 문장 안에서 다루어진다. 이로부터 우선 확인되는 것은 수정의 주체가 위원회라는 점이다. 수정의 대상 역시 설정의 대상과 겹친다. 둘 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에 관한 권한이다. 문장은 이 둘을 한 동사 아래 묶어 두고, 어느 하나에 절차를 덧붙이는 표현은 두지 않는다.
수정의 방식을 정한 문장도 같은 조에 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2항은 위원회가 준수하여야 할 원칙을 열거하면서, 그 적용 대상을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할 때"로 잡는다. 이는 수정이 설정 때와 같은 원칙의 구속을 받는다는 뜻이다. 조문이 이 문구로 시작한다는 사실은, 원칙의 예외를 수정에만 따로 두지 않았다는 점을 함께 보여 준다. 수정은 새로운 기준을 처음 정하는 경우보다 우위에 있지 않고, 뒤에 있지 않다. 둘은 원칙 아래 같은 위치에 놓인다.
고려 사항도 마찬가지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3항은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할 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한 뒤, 범죄의 유형 및 법정형부터 그 밖에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사항까지 여덟 항목을 둔다. 수정도 이 항목을 거쳐야 한다. 각 호의 사항은 원칙처럼 수정의 경우만을 위해 다시 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정에 관하여 원칙에서 요구하는 죄질의 반영, 일반예방과 재범 방지의 고려, 동종 범죄 사이의 형평, 차별의 금지는 그대로 적용된다. 수정이 기존 기준을 다시 잡는 성격이라 하더라도, 이 원칙에서 벗어날 근거는 조문에서 찾을 수 없다.
공개 의무 역시 수정에 붙는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4항은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공개하여야 한다."라고만 정한다. 이 문장은 설정한 기준과 변경한 기준을 가리지 않고 공개를 요구한다. 제3항까지와 달리 제4항은 '설정·변경할 때'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위원회가 양형기준을 공개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설정과 변경으로 나뉜 권한 행사가 공개 의무에서 각각 다른 결과를 낳는다고 읽을 문구는 없다. 이 점은 수정의 절차를 설정과 구분짓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수정 절차의 효력 발생 시점이나 기준표의 구체적인 내용은 위 조문에서 찾아낼 수 없다. 앞에서 본 설정 절차와 비교하면, 수정은 별도의 절차 조항을 두지 않고 설정에 관한 조문의 적용 범위 안에서 처리된다. 즉,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이 설정과 변경에 함께 적용되는 구조다. 수정에만 적용되는 절차 조항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수정의 순서·방식·발효 시점을 정할 근거는 여기에서 나아가지 못한다. 이로 확인되는 것은 수정이 설정과 같은 원칙·고려 사항·공개 의무를 따른다는 점뿐이며, 손해 확정 시점이나 형량 범위와 같은 사항은 여기서 정해지지 않는다.
6.6설정과 수정의 원칙
수정 절차를 살핀 뒤에 남는 물음은 그 절차가 지키는 원칙이 무엇인지이다. 기준을 처음 세울 때와 고칠 때에 위원회가 함께 따르는 준칙은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2항에 열려 있다. 같은 조항이 설정과 변경을 한 문장에 묶어 규율하므로, 두 경우에 원칙의 내용이 갈릴 여지는 조문상 두어지지 않는다.
설정과 변경의 공통된 목적은 제81조의6 제1항이 먼저 밝힌다. 그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위원회는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설정하거나 변경한다." 이에 따르면 기준은 판사가 양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자료이고, 그 자료는 구체적이어야 하며 객관적이어야 한다. 이 문장은 기준의 성격을 가리킬 뿐 손해 확정 시점이나 형량 범위를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설정과 변경에 함께 적용되는 네 가지 원칙으로 나아간다. 그 첫째를 다음과 같이 둔다. "범죄의 죄질, 범정 및 피고인의 책임의 정도를 반영할 것." 죄질과 범정, 책임의 정도가 기준에 담겨야 한다는 뜻이다. 이 원칙은 정과 무가 함께 기소된 이 사건에서 손해액이 얼마인지, 어느 시점에 손해가 확정되는지를 정해주지 않는다.
예방과 복귀를 함께 고려하라는 원칙도 설정과 변경에 동일하게 작용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범죄의 일반예방과 피고인의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를 고려할 것." 무가 지시를 받고 이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사정이 이 원칙에서 어떤 비중을 가질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조문은 고려의 대상을 가리킬 뿐 그 대상의 무게를 정하지 않는다.
동일 취급과 차별 금지의 두 원칙은 기준이 미치는 범위를 함께 한정한다. 먼저 같은 범죄의 취급에 관하여 "같은 종류 또는 유사한 범죄에 대해서는 고려하여야 할 양형 요소에 차이가 없으면 양형에서 서로 다르게 취급하지 아니할 것"이라 정하고, 이어서 "피고인의 국적, 종교 및 양심,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양형상 차별을 하지 아니할 것"이라 적는다. 앞의 원칙은 양형 요소의 차이를 다르게 취급하는 조건으로 삼고, 뒤의 원칙은 나열된 사유에 의한 차별을 금한다. 정이 선고 전까지 전액을 회사에 반환하고 합의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정이 기준에서 다루어지는 방식은 이러한 원칙 안에서만 생각할 일이다.
같은 조 제3항은 설정과 변경 때 고려할 사항을 여덟 항목으로 적는다. 그 가운데 "범행 후의 정황"과 "피해자에 대한 관계"가 함께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환과 합의가 이 사항들에서 어디에 놓일지는 미정이고, 합의가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도 이 항목들에서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제4항은 "위원회는 양형기준을 공개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한다. 공개 의무는 설정과 변경의 결과를 열어 놓으라는 요구이며, 앞의 절차 논의와 함께 이 장이 확인한 범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