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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의 구조: 경제범죄 양형기준과 피해회복의 무게 · 제5권 · 제8장 · 초판

2009도11448: 기준과 재량의 관계

대법원은 양형기준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설명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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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3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1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8.1이유 기재에서 성격의 물음으로
  3. 8.2판결요지의 쟁점 자리
  4. 8.3법원조직법이 정한 효력
  5. 8.4기준과 재량의 관계
  6. 8.5재량이 남는 자리
  7. 8.6금액의 칸으로 넘기는 것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대법원 2009도11448 판결이 양형기준의 법적 성격에 관해 밝힌 판시사항의 쟁점을 읽는다. 이유 기재에서 성격의 물음으로 이어지는 자리와 판결요지의 쟁점, 법원조직법이 정한 효력, 기준과 재량의 관계 및 재량이 남는 자리를 살피고, 금액의 칸으로 넘기는 대목을 맺는다.

8.1이유 기재에서 성격의 물음으로

이유 기재 의무가 기준에 판결상의 힘을 실어 주는 방식을 확인한 뒤, 남는 물음은 기준의 법적 성격이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은 양형기준의 효력을 정면으로 다룬다. 앞서 본 제81조의6과 제81조의7의 관계를 이 판결이 어떻게 설명하는지 살피는 일에서 이 장이 시작된다.

위 판결은 판결요지 [2]에서 양형기준의 성격을 먼저 밝힌다. 그 문장은 기준이 어디에서 나왔고 무엇을 위하여 마련되었는지부터 말한다. 이 판결은 "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이하의 규정에 의하여 마련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은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마련된 것이다(같은 법 제81조의6 제1항 참조)"라고 기준의 출발점을 적는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이 사례에서 기준은 법관이 양형을 정할 때 곁에 두는 구체적 자료로 자리한다.

그 다음 문장은 기준이 법관을 구속하는지를 가른다. 이 판결은 "위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하고(같은 법 제81조의7 제1항 단서), 단지 위와 같은 취지로 마련되어 그 내용의 타당성에 의하여 일반적인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법관의 양형에 있어서 그 존중이 요구되는 것일 뿐이다"라고 선을 긋는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구속력은 제81조의7 제1항 단서에서 벗어나 있고, 남는 것은 내용의 타당성에 의한 설득력이다. 이 사례에서 기준은 법관의 재량을 대신하지 않으며, 그 재량에 존중을 요구할 뿐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기준과 재량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기준이 객관적 틀을 제공할 때 법관은 그 틀에 귀를 기울이고, 결국 형량은 법관이 정한다. 앞에서 확인한 이유 기재의 요구는 바로 이 존중이 판결문에 드러나도록 하는 장치로 이어진다. 반면 존중이 요구된다는 말이 기준의 문구를 그대로 옮겨 적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판결이 덧붙이는 또 다른 결론은 기준이 발효하기 전에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도 참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의 판결요지 [3]은 양형기준이 발효하기 전에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대하여 위 양형기준을 참고하여 형을 양정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률을 소급하여 적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로 정리된다. 소급 적용의 위법이 없다고 본 까닭은 기준이 참고 자료일 뿐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앞선 성격 규정에 닿아 있다.

한편 위 판결은 판결요지 [1]에서 미결구금일수 산입 문제를 따로 다룬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의 판결요지 [1]은 형법 제57조 제1항의 일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판결에서 별도로 ‘판결선고 전 미결구금일수 산입에 관한 사항’을 판단할 필요가 없어졌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삼고, 그에 적극으로 답한다. 이는 산입의 법률상 효과를 다룬 것으로, 기준의 법적 성격과는 별개의 쟁점이다.

정리하면, 2009도11448이 그리는 기준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참고 기준이며, 법적 구속력은 없고 존중만 요구된다. 이 문장들이 이 장에서 펼쳐질 기준과 재량의 관계 논의를 한 가지 물음으로 묶는다. 합성 사례에서 정과 무의 양형이 기준을 참고하되 법관의 재량으로 정해질 때, 그 재량이 어떤 틀 안에서 움직이는지가 이 장의 문제로 남는다.

8.2판결요지의 쟁점 자리

기준과 재량의 관계를 한 가지 물음으로 세웠다면, 이제 그 물음에 답하는 문장이 판결 어디에 놓여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은 판결요지에 세 개의 쟁점을 함께 올려 두었고, 그 가운데 양형기준의 법적 성격에 해당하는 것은 둘째 항목이다. 먼저 둘째 항목을 떼어내기 전에, 나란히 놓인 첫째 항목과 셋째 항목이 각기 무엇을 다루는지 문장의 범위를 가려야 한다.

첫째 항목은 다른 문제를 다룬다. 같은 판결의 판결요지 [1]은 먼저 형법 제57조 제1항의 일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해당 부분이 효력을 잃었음을 밝히고, 이어 판결선고 전 미결구금일수가 전부 본형에 산입되므로 사안을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이는 미결구금일수 산입에 관한 판단이 판결에서 따로 요구되는지를 정한 것으로, 양형기준의 성격과는 이어지지 않는다. 판결요지의 첫머리에 놓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항목이 양형기준에 관한 설명의 출발점이 되지는 않는다. 같은 판결 안에 나란히 실려 있다는 이유로 두 쟁점을 한 덩어리로 읽으면 안 된다.

셋째 항목은 소급의 문제를 다룬다. 같은 판결의 판결요지 [3]은 양형기준이 발효하기 전에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관하여 그 기준을 참고하여 형을 양정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률을 소급 적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었던 사례라고 그 안을 적었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이 항목은 참고에 그친 양정이 소급 적용금지에 걸리는지를 다루며, 기준의 법적 구속력을 직접 선언하지는 않는다. 판결요지 [3]이 쟁점의 제목으로 삼은 것은 소급적용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 양형기준이 법관을 구속하는지 여부가 아니다. 따라서 성격에 관한 물음에 답을 찾아 넣으려면 셋째 항목의 문장에 그 답이 담겨 있는지 따로 확인해야 한다.

법적 성격에 관한 답은 둘째 항목에 담겨 있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의 판결요지 [2]는 양형기준에 관하여,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마련된 것임을 먼저 밝혔다. 이 설명은 기준이 무엇을 위하여 마련되었는지를 가리킨다. 그 마련의 근거는 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이하의 규정으로, 판결요지는 그 규정에 의하여 마련된 양형기준이라고 적고 있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마련된 목적을 밝힌 이 설명만으로는 기준이 법관을 어떻게 하는지까지 가르지 않는다.

같은 항목은 이어 그 기준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하고, 그 내용의 타당성에 의하여 일반적인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어 법관의 양형에 그 존중이 요구되는 것일 뿐임을 덧붙였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구속력이 없다는 선언과 존중이 요구된다는 설명이 함께 놓여 있다. 앞서 세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설명에서 나온다. 이 두 문장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구속력이 없다는 말은 법관이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양정이 잘못된 것이 되지 않음을 뜻하고, 존중이 요구된다는 말은 기준이 그 내용의 타당성으로 설득력을 갖도록 예정되어 있음을 뜻한다. 기준과 재량의 관계는 이렇게 두 가지가 함께 놓이는 자리에서 드러난다.

다만 이 항목이 적은 범위는 여기까지이다. 회사 자금이 빠져나간 사건에서 합의와 반환을 양형에 어떻게 반영하는지, 또 자금 이체를 실행에 옮은 가담자의 형량 범위를 어떻게 가르는지에 관한 판단은 이 판결요지의 쟁점 자리에 놓여 있지 않다. 판결요지 [2]가 다루는 것은 양형기준의 법적 효력이지, 어느 범행에서 합의가 양형에 얼마만큼 반영되는지가 아니다. 남은 사실관계는 판결요지의 법적 성격에 관한 설명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8.3법원조직법이 정한 효력

법적 성격의 쟁점이 판결요지에 놓인 자리를 확인한 뒤에는, 그 논의가 딛고 서는 법령의 문언을 직접 읽어야 한다. 법원조직법이 양형기준의 지위를 처음으로 문언에 옮긴 자리는 양형기준의 효력을 규정한 조항이다. 이 조항이 무엇을 정하고 무엇을 정하지 않는지를 살펴야, 앞서 판결요지에서 확인한 범위가 어떤 법률 위에 서 있는지 드러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1항은 법관의 의무와 그 한계를 함께 두고 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1항은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 다만,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이 문장에 따르면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의 종류와 형량을 정하는 자리에서 존중되어야 하는 기준이다. 동시에 그 존중은 법적 구속력과 구별된다. 기준이 존중될 의무의 대상이면서도 법관을 구속하지 아니한다는 것이 법률이 밝힌 범위이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2항은 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의 절차적 요구를 둔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2항은 "법원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다만, 약식절차 또는 즉결심판절차에 따라 심판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한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이에 따르면 기준 이탈은 판결 자체가 금지되는 일이 아니다. 대신 그 이유를 판결서에 적어야 하는 사정으로 다루어진다. 약식절차와 즉결심판절차는 그 요구가 미치지 아니하는 예외로 함께 열려 있다.

이상이 이 조항이 정한 효력의 전부이다. 조문은 양형기준의 내용이나 작성 절차, 구체적 형량 범위를 여기서 정하지 아니한다. 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면 어떤 효과가 뒤따르는지도 더 규정하지 아니한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단서와 판결서에 이유를 적어야 한다는 요구만이 문언에 남는다.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의무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한 조항 안에 함께 놓여 있음에도, 그 존중의 정도나 이탈의 결과를 가늠할 잣대는 조문에 적시되어 있지 아니하다.

정과 무가 함께 기소된 사건에서 정은 선고 전까지 전액을 반환하였고 회사와 합의서가 작성되었으며, 무는 반환하지 못하였으나 지시를 받고 이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되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이 이들에게 직접 정하는 바는, 형의 종류와 형량을 정하는 자리에서 양형기준이 존중되되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하며, 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 그 이유를 판결서에 적어야 한다는 것에 머문다. 두 사람의 손해 확정 시점,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 합의가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은 미정이다. 합의와 반환을 양형에 어느 범위에서 참작할지는 이 조항이 정한 효력만으로는 정해지지 아니한다. 조항이 요구하는 것은 존중의 의무와 이유 기재의 의무이며, 그 의무가 사건의 어느 사정에 어느 무게로 작용하는지는 문언이 밝히지 아니한 채 남는다.

8.4기준과 재량의 관계

법원조직법이 양형기준에 존중을 요구하면서도 법적 구속력을 부인한 까닭은 무엇이며, 판례는 그 문구를 기준과 재량의 관계로 어떻게 읽어 내는가.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기준의 법적 효력을 두고 이 물음에 답하고 있다. 이 판결이 밝힌 성격 규정이 회사 자금 40억 원이 빠져나간 사건의 양형 논의에 무엇을 전제로 주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대상 판결은 먼저 양형기준이 무엇을 위하여 마련되었는지 밝힌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이하의 규정에 의하여 마련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관하여 판례는 "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이하의 규정에 의하여 마련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은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마련된 것이다(같은 법 제81조의6 제1항 참조)"라고 말한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여기서 양형기준은 정답이 아니라 법관의 양형 판단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게 돕는 참고 틀로 자리한다.

이어 판례는 그 기준이 법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음과 같이 밝힌다. "위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하고(같은 법 제81조의7 제1항 단서), 단지 위와 같은 취지로 마련되어 그 내용의 타당성에 의하여 일반적인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법관의 양형에 있어서 그 존중이 요구되는 것일 뿐이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이 문장은 구속력의 부인과 존중의 요구가 서로 배치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기준은 법관을 묶지 않되, 기준 자체의 타당성으로 법관의 선택을 설득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은 이 관계를 두 개의 항으로 나누어 적고 있다.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 다만,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는 것이 제1항이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이 규정이 말하는 존중 의무와 판례가 위에서 설명한 설득력의 기대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법관은 기준을 외면할 수 없지만 기준에 매이지도 않는다.

이 사례에 이 관계를 적용하면, 정이 선고 전까지 전액을 회사에 반환하고 합의를 맺었거나 무가 지시를 받아 이체를 실행한 사정은 모두 양형 판단에서 다룰 요소이다. 다만 손해 확정 시점, 무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 합의의 반영 비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확정 손해나 고의와 같은 법적 평가 역시 이 자리에서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대상 판결이 그려 낸 기준과 재량의 관계는 이렇게 정리된다. 양형기준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참고 기준으로 마련되어 법관의 존중을 받되, 법적 구속력은 없고 그 힘은 내용의 타당성에서 오는 설득력에 있다. 그 설득력이 작동하는 자리를 확인하는 일은 다음의 과제로 남는다.

8.5재량이 남는 자리

양형기준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설명은, 그렇다면 법관이 형을 정할 때 무엇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 물음에 답할 자리에서 앞서 확인한 이유 기재의 요구와 함께 검토할 판결이 있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기준의 법적 효력을 다루었다.

이 판결은 양형기준의 성격을 먼저 밝혔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은 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이하의 규정에 의하여 마련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대하여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마련된 것이다(같은 법 제81조의6 제1항 참조)"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가 밝힌 것은 양형기준이 권고되는 기준이라는 점이다. 기준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성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전제가 함께 놓인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성질은 기준이 참고될 수 있게 만드는 토대가 된다. 다만 그 성질은 기준이 법관을 구속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 판결은 그 효력에 관하여 빠뜨리지 않고 말하였다. 위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하고(같은 법 제81조의7 제1항 단서), 단지 위와 같은 취지로 마련되어 그 내용의 타당성에 의하여 일반적인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법관의 양형에 있어서 그 존중이 요구되는 것일 뿐이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이 판시는 구속력과 존중을 서로 다른 자리에 놓는다. 구속력은 부정되고 존중은 요구되지만, 존중의 요구는 기준을 따르라는 명령으로 굳어지지 않는다. 그 내용의 타당성이 일반적인 설득력을 만든다는 설명이, 기준이 법관에게 다가가는 길을 가리킨다. 구속력이 없으되 존중이 요구된다는 이 문장이, 기준과 재량이 놓이는 자리를 가르는 축이 된다.

이 판시를 앞서 확인한 이유 기재의 요구와 견주어 보면, 재량이 남는 자리가 드러난다. 이유를 기재하여야 한다는 요구는 재량의 행사를 끝까지 자유로 두지 않는다. 양형기준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법적 구속력은 부정하는 태도는, 법관이 기준을 참고하되 그 기준을 벗어나는 양정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그 경우에도 양정의 이유가 드러나야 한다는 요구는 그대로 남는다. 존중의 요구가 비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기준을 떠나는 양정은 그 자리를 이유로 채워야 한다. 이 사례에서 두 사람의 양정에 이르는 판단이 이유로 드러나야 한다는 점도 같은 흐름 안에 놓인다.

이 판결은 아울러 양형기준이 발효하기 전에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참고하여 형을 양정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률을 소급하여 적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도11448 판결). 이 판시는 참고의 효력이 소급적용금지의 원칙에 저촉되지 않음을 확인한 것이다. 참고가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앞선 설명이 이 결론과 맞물린다. 기준이 법관을 묶지 않으므로, 기준을 참고하여 양정한 것이 불리한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가 성립한다. 이 사례에서 두 사람의 손해 확정 시점은 미정으로 남지만, 참고의 성격에 관한 이 결론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읽힌다.

결국 재량이 남는 자리는 기준을 참고하면서도 형을 정하는 법관의 판단에 있다. 이 판단은 존중의 요구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 결과에 이르는 이유는 기재되어야 한다. 합의가 양형에 반영되는 비중이나 가담 정도에 따른 형량 범위는 이 판결이 다루지 아니한 쟁점으로 남는다.

8.6금액의 칸으로 넘기는 것

재량이 남는 자리를 기준의 외부가 아닌 기준의 존중 속에 두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므로, 이제 그 관계를 확인한 뒤 다음이 맡을 물음의 경계를 정하여야 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대법원은 기준의 성격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이하의 규정에 의하여 마련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은 법관이 합리적인 양형을 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마련된 것이다(같은 법 제81조의6 제1항 참조). 위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아니하고(같은 법 제81조의7 제1항 단서), 단지 위와 같은 취지로 마련되어 그 내용의 타당성에 의하여 일반적인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법관의 양형에 있어서 그 존중이 요구되는 것일 뿐이다(L2009도11448). 이 판시는 기준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참작의 틀임과 동시에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음을 함께 확인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1항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양형기준의 효력 등) ① 법관은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형량을 정할 때 양형기준을 존중하여야 한다. 다만,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한다. ② 법원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다만, 약식절차 또는 즉결심판절차에 따라 심판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L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존중의 의무와 구속력의 부인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법관이 기준에서 벗어날 수는 있으나 그 이탈의 이유를 판결서에 밝힐 때만 이탈이 허용된다.

이 관계를 정한 판시는 또한 적용 시점에 관해 한계를 분명히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양형기준’이 발효하기 전에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대하여 위 ‘양형기준’을 참고하여 형을 양정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률을 소급하여 적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다(L2009도11448). 기준은 구속력을 갖지 않으므로 참고하여 형을 양정하는 것만으로 불리한 소급이 되지 않는다. 앞에서 확인한 이유 기재의 요구는 이 관계의 필연적 결과이다. 존중을 요구하면서도 이탈을 허용하는 이상, 이탈의 근거를 판결서에 남기지 않으면 존중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 장이 다룬 자금 이체 사건에서 남은 물음은 무엇인가. 정이 반환한 금액과 무가 지시를 받아 실행한 이체가 각각 형량을 정하는 데 어느 자리에서 작용하는지, 합의서가 그 자리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이 관계 안에서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리의 크기를 정하는 것은 다음 일이 남긴 것이다. 손해 금액이 만드는 유형의 물음, 곧 어느 칸에 어느 범위의 형량을 둘 것인가는 금액 구간이 담당한다. 그 칸의 수치와 유형의 구체 명칭은 여기서 새로 만들지 않고 다음 자리에 맡긴다.

이로써 이번 장의 결론을 정리한다. 기준은 법관에게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틀을 제시하되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으므로, 법관이 기준을 존중하면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 벗어남은 판결서에 이유를 적어야 비로소 정당화된다. 손해 금액이 만드는 유형의 물음은 그 틀 안에서 다루어야 할 다음 자리이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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